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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하임이여, 다시 한번! Encore! 'Road Show'

저주받은 걸작 '로드 쇼(Road Show)' 진 한(Jin Han), 다니엘 J. 에드워즈 출연

 

"You are the best thing that's happened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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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 Ha(진 하) in "Road Show", Stephen Sondheim musical at New York City Center. Photo: Joan Marcus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제작비가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 '해밀턴(Hamilton)'처럼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시작한 오리지널 뮤지컬이 블록버스터가 되는 경우도, '스파이더맨'처럼 '라이온 킹'의 줄리 테이머와 록밴드 U2의 음악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투여하고 비평과 흥행에서 재난을 맞는 경우도 있다. 토니상 시상식 후 트로피를 줄줄이 뮤지컬과 연극이 막을 내리는 것도 흥행에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성이 좋아도 혹평을 받거나 토니상 실적이 부진할 경우엔 가차없이 폐막이 선언된다. 

 

지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은 디즈니 제작('라이온 킹' '알라딘' '겨울왕국')이나 주크 박스('뷰티풀' '셰어 쇼)' 영화 원작('프리티 우먼' '킹콩' '민 걸즈' 등) 작품성보다 상업성을 추구하는 공연이 많다. 때문에 예술성을 갖춘 뮤지컬들이 사장되어 있다. '앙코르'는 저주받은 걸작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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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ad Show", Stephen Sondheim musical at New York City Center. Photo: Joan Marcus

 

뉴욕시티센터(New York City Center)는 매년 여름 브로드웨이에서 다시 주목받아야할 뮤지컬을 선정해 '앙코르!(Encore!)' 시리즈를 공연해오고 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라가 있고, 세트도 거의 없다. 배우들은 리허설과 공연기간이 짧기 때문에 대본을 들고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약식 뮤지컬 콘서트. 화려한 볼거리 대신에 스토리와 노래에 집중할 수 있는 시리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2019년 여름 앙코르! 시리즈엔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워킹: 뮤지컬(Working: A Musical, 6/26-29)', 두 탈옥자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미나드(Promedade, 7/10-11)' 그리고 스티븐 손하임(Stephen Sondheim)의 뮤지컬 '로드 쇼(Roda Show, 7/24-27)'이 무대에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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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고 있는 스티븐 손하임.

 

이중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 스티븐 손하임(1930- ) 작곡의 '로드 쇼'는 진흙 속의 진주같은 작품이었다. 영국 출신 뮤지컬의 귀재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 )가 대중적이라면, 스티븐 손하임의 작품은 실험적이며 에술적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의 작사가로 시작한 손하임은 '컴퍼니(Company)' '리틀 나잇 뮤직(A Little Night Music)' '폴리스(Follies)' '퍼시픽 오버쳐(Pacific Overture)' '스위니 토드(Sweeney Todd)' '조지와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등 명작을 작사/작곡했다. 조르쥬 쇠라의 회화 '그랑자트의 일요일'에서 영감을 받은 뮤지컬 '조지와 일요일 공원에서'는 2016년 시티센터의 앙코르! 시리즈에서 공연된 후 브로드웨이에 리바이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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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 Ha in "Road Show", Stephen Sondheim musical at New York City Center

 

스티븐 손하임이라는 이름 말고는 선입견이나 정보 없이 '로드 쇼'를 보러가서 프로그램 '플레이빌(Playbill)'을 편 순간 두명의 한인 배우 얼굴이 보여 기뻤다. 2017년 데이빗 헨리 황의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연극 'M. 버터플라이(M. Butterfly)'에서 클라이브 오웬과 공연한 진 한(Jin Han)씨와 입양 한인 배우 다니엘 J. 에드워즈(Daniel J. Edwards)다. 진 한씨는 경극 배우 송릴링 역을 맡아 누드로 열연했던 배우로  그가 우리 시대 거장 손하임의 뮤지컬 무대에 오르니 반가왔다. 뉴욕대 예술대(Tisch) 출신 진 한씨는 시카고의 '해밀턴'에서 아론 바로 분했으며, 최근 NBC-TV의 라이브 뮤지컬 콘서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출연해다. 곧 FX TV의 'Dev'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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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J. Edwards in "Road Show", Stephen Sondheim musical at New York City Center

 

선굵은 목소리가 인상적인 다니엘 J. 에드워즈는 플레이빌 프로필에 크리스마스 트리 농장 주인과 치과 위생사 부부에 입양된 자부심이 있는 아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니엘 J. 에드워즈는 '애니싱 고우즈(Anything Goes)' '왕과 나' '뮬란'에 출연했으며, 만화영화 '유기오(Yu-Gi-Oh!)'에 성우로 목소리 연기를 했다. '로드 쇼'에서는 앙상블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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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Show", Stephen Sondheim musical at New York City Center. Photo: Joan Marcus

 

스티븐 손하임이 작사와 작곡하고, 존 와이드만(John Weidman)이 대본을 쓴 '로드 쇼'의 원제는 '와이즈 가이즈(Wise Guys)'로 2000년 네이탄 레인(프로듀서즈)과 빅터 가버 주연, 샘 멘데스(007 영화 '스카이폴' 감독) 연출로 시카고를 거쳐 워싱턴 D.C.의 케네디 센터에서 공연됐지만, 혹평을 받은 후 브로드웨이 입성에 실패했다. 공연 때마다 제목은 '바운스(Bounce)' '골드(Gold!)'로 바뀌다가 2008년 맨해튼 오프브로드웨이 퍼블릭시어터에 '로드 쇼'로 공연된 바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대공황기를 배경으로 애디슨과 윌슨 마이즈너 형제의 이야기다. 윌슨(라울 에스페라자 분)과 애디슨(브랜든 우라노비츠 분)은 황금 노다지를 찾아 알래스카로 가서 금을 캔다. 하지만, 저돌적인 몽상가인 형 윌슨 도박에 빠졌고, 술집 등 사업을 하다가 낭패한다. 한편, 민감한 실용주의자 애디슨은 중국, 인도, 하와이, 과테말라 등지를 여행하며 건축 사업을 구상한다. 그리고, 이들의 어머니는 형제의 보살핌 없이 세상을 떠난다. 귀가한 형으로부터 쫒겨난 애디슨은 플로리다 팜 비치로 가는 열차 안에서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 홀리스(진한 분)를 만나 동성애에 빠지며 개발사업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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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의 다니엘 J. 에드워즈가 리허설 중. '로드 쇼'에서 홀리스로 분한 진 하. https://www.nycitycenter.org

 

연출가 윌 데비이스는 '로드 쇼'의 무대를 라디오 드라마처럼 설정했다. 녹음 중이라는 사인 'On Air'의 불이 들어와 있고, 빈티지 레코딩 마이크가 서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로 올라가 있으며, 의자에 배우들이 앉아 있다. 이들은 커다란 대본/악보를 들고 연기를 한다. 이들은 알래스카의 혹한과 바람의 효과음까지 목소리로 낸다. 201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립 오브 페이스(Leap of Faith)'에서 사깃꾼 목사역을 맡았던 라울 에스페라자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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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마지막 공연에서 스티븐 손하임. 89세다.

 

'로드 쇼'는 대공황기 두 형제의 '아메리칸 드림'을 통해 돈과 가족과 사랑과 도덕성에 대해 탐구한다. 카인과 아벨,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같은 두 형제는 사실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메타포인듯 하다. 물질에 대한 욕망과 예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사회적인 압력이 곳곳에 깔려 있다. 보편적인 인간군상의 모습을 묘사한 뮤지컬로 손하임의 멜로디도 귓전에 오래 머무른다. 2019년 앙코르 '로드 쇼'는 브로드웨이로 입성이 기대되는 뮤지컬이지만, 흥행만 꿈꾸는 제작자들에겐 '악몽'의 뮤지컬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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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Show 

July 24 – 27, New York City Center

Music & Lyrics by Stephen Sondheim with a Book by John Weidman,Directed by Will Davis,  Orchestrations by Jonathan Tunick and Music Direction by James Moore

Cast: Chuck Cooper (as Papa Mizner), Raúl Esparza (as Wilson Mizner), Jin Ha (as Hollis Bessemer), Mary Beth Peil (as Mama Mizner), and Brandon Uranowitz (as Addison Mizner), with Brandon Contreras, Rheaume Crenshaw, Daniel Edwards, Marina Kondo, Jay Lusteck, Liz McCartney, Matt Moisey, Shereen Pimentel, Sharone Sayegh, and Vishal Vaidya

 

 

 ☞New York City Center 

 

1923년 신무어(neo-Moorish) 양식으로 지어진 뉴욕시티센터 건물은 Ancient Order of the Nobles of the Mystic Shrine 회원들의 집합 장소였다가 1943년 12월 11일 뉴욕시티센터로 개관됐다. 당시 피요렐로 라과디아 뉴욕시장이 직접 지휘봉을 잡고, 뉴욕필하모닉의 콘서트로 문을 열었다.  

1940-50년대엔 브로드웨이 극장,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카네기홀의 대안 공연장으로 활용되다가 뉴욕시티오페라, 뉴욕시티발레와 레너드 번스타인이 지휘하는 뉴욕시티심포니가 이 건물 아래서 창단됐다.

70년대 뉴욕시티오페라와 뉴욕시티발레가 링컨센터로 들어가면서 시티센터는 무용 전문 공연장으로 변신하게 된다. 오늘날 시티센터는 앨빈 에일리 아메리칸댄스시어터,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맨해튼시어터클럽, 펄시어터컴퍼니 등이 정기적으로 공연한다.   

시티센터가 주최하는 '앙코르!(Encores!)' 시리즈에선 '오클라호마''카루셀''사우스패시픽''쇼보트''집시' 등  뮤지컬을 콘서트 형식으로 리바이벌 공연해오고 있다. 2004년부터는 10달러 무용제 '폴 포 댄스 페스티벌'을 열어왔으며, 2011년 7500만 달러를 들여 보수 공사를 마친 후 재개관한 시티센터의 갈라 콘서트 지휘봉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잡았다. 장사익씨가 시티센터에서 두차례 콘서트를 열었다. https://www.nycitycenter.org

 

 

*앙코르! '조지와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누가 뮤지컬 '립 오브 페이스(Leap of Faith)'를 저격했나?

*진 한(Jin Han) 출연 브로드웨이 리바이벌 'M. 버터플라이' 

*브로드웨이에 한국계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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