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여름부터 이따금  친구와 '수잔(Susan)'이라는 이름의 맥주를 찾아 다녔다. 버몬트주 그린스보로 벤드의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Hill Farmstead Brewery)에서 제조하는 'Susan'은 알콜 농도 6.2%의 IPA 맥주다. 수잔은 황금색에 흰 거품이 마치 폭포가 내려앉은듯한 레그의 흔적이 유리잔에 그려진다. 내음이 열대과일향에 눅눅하고 약간의 소나무향도 맡아진다. 마시는 순간 기네스처럼 쓰지 않으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도 부담이 없이 깨끗하며 청량감을 준다. 

 

그런데, 수잔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현저히 딸린다. 맥주메뉴를 소개하는 웹사이트(https://www.beermenus.com)에서는 수잔을 어디서 마실 수 있을지 검색하면, 때로 브루클린 클린턴힐의 맥주집 합스 힐(Hops Hill)이 뜬다.  맨해튼의 복잡한 비어하우스와는 달리 아담한 합스 힐은 말이 없는 바텐더와 슬로우 리듬이 맥주의 맛을 음미하게 만드는 곳이다. 가격도 맨해튼보다 약간 저렴하다. 합스 힐은 2014년 오픈한 후 자갓 서베이, 이터(Eater.com) 등지에서 컬트 맥주집으로 선정한 곳이다.

 

그러면, 수잔을 왜 애타게 찾아 헤매나? 수잔은 IPA 맥주다. IPA(India Pale Ale)는 영국이 식민지 인도에 맥주를 운송하면서 변질을 막고, 저장기간을 늘이기 위해 알콜 함량을 높이고, 합(hop)을 대거 투여한 맥주라고 한다. 최근 크래프트 비어 붐과 함께 IPA가 떴다.

 

 

Hops Hill, Brooklyn

 

그러나, 수잔을 명품 맥주로 만드는 것은 이 합이라는 재료일 것이다. 시트라(Citra), 심코우(Simcoe), 리카와(Rikawa)라는 3종류의 합을 첨가해 IPA 스타일로 제조한 맥주다. 

 

그러면, 맥주원료 합(hop)은 무엇인가? 맥주의 주 재료는 물, 맥아(보리/밀), 효모, 그리고 합이다. 합은 삼과의 황록색 식물로 솔방울 모양이며, 꽃잎의 기름샘에서 나오는 것이 바로 합. 맥주에서 자라는 특정 박테리아의 생장을 억제하는 한편 맥주에 쓴맛을 내며, 크래프트 비어 전성기인 요즈음 다채로운 향미를 내는 첨가물이다. 또한 박테리아의 번식을 막는 향균 효과도 있다. 

 

 

합스힐의 쿠바 샌드위치(왼쪽)와 베지터블 샌드위치, 그리고 수잔.

 

합스 힐은 그날의 크래프트 생맥주 15종을 칠판 메뉴에 써놓는다. 크래프트 병맥주와 캔맥주도 100여종이 넘는다. 메뉴도 카운터 바에서 주인장께서 만들어주는 즉석 샌드위치(초리조, 모타델라, 프로발로네, 그뤼에르 치즈가 들어간 이탈리안 프레스/로스트 비프 샌드위치/ 베지터블 샌드위치)가 놀랍게도 상당히 맛있다. 

 

Hill Farmstead Brewery는 세계 최대의 맥주 리뷰 웹사이트 레이트비어(RateBeer)에 의해 2014, 2015년 연속 세계 최우수 브류어리로 선정된 맥주 명가다. 수잔은 이모할머니의 이름이며, 에드워드, 메리 등 이름을 딴 맥주들을 생산하고 있다. 수잔과 에버렛 등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와 컬트 크래프트 비어를 음미하려면, 한가로운 오후에 합스 힐로 가고 싶어진다.  

 

 

Hops Hill

886 Fulton St. Brooklyn

http://www.hops-h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