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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파리 테러, 생존자들의 트라우마

아만다(AMAND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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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Lacoste and Isaure Multrier in Amanda,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AMANDA(아만다) 예고편


"엘비스는 빌딩을 떠났습니다.(Elvis has left the building.)"

1956년 12월 루이지내아 슈레브포트의 한 콘서트장. 인기 절정에 있던 엘비스 프레슬리가 이날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떠났다. 청중은 다른 가수들이 노래를 하는데도 아랑곳 없이 계속 엘비스를 외쳐댔다. 콘서트 프로모터 호레이스 로건(Horace Logan)은 청중에게  "엘비스는 빌딩을 떠났습니다"라고 외쳤다. 앙코르는 없으니, 포기하라는 것이다. 이후로 이 프레이즈는 널리 사용된다. 


우리는 모두 어느날 무대에 등장해 언젠가 무대를 떠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생로병사의 사이클에서 죽음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른지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테러였고, 무고한 사람의 죽음이라면 그의 가족은 무엇으로 살아가나? 엘비스는 그 무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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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충격은 뉴요커들에게 기나긴 후유증을 남겼다. 그로부터 치유가 되어가는 즈음, 2015년 11월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파리에 동시다발 테러가 발생했다. 축구 경기장, 콘서트홀, 술집, 거리까지 벌어진 테러로 무고한 시민 130여명이 사망한 참사였다. 테러는 연일 뉴스에 보도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지목되고, 정치적인 문제로 확대됐다. 하지만, 테러 희생자들의 가족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미카엘 헤르스(Mikhaël Hers) 감독의 '아만다(Amanda)'는 살아남은 이들의 슬픔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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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DA,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조각처럼 생긴 24살 청년 다비드(뱅상 라코스테, Vincent Lacoste)는 변변한 직업없이 가볍게 살고 있다. 파리 관광객이나 아파트 입주자들을 픽업해서 안내하는가 하면, 공원 나뭇가지를 쳐내는 일도 한다. 그리고, 싱글맘인 누나 상드린느(오펠리아 콜브, Ophélia Kolb)의 부탁으로 7살 조카 아만다(이소레 물트리에, Isaure Multrier)의 학교 픽업을 종종 맡고 있다. 다비드는 입주자 레나(스테이시 마르탱, Stacy Martin)에게 호감을 갖고, 레나를 아만다의 피아노 선생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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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DA,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누나는 다비드, 아만다와 윔블던 테니스 여행을 계획하고, 오래전 이혼 후 자신들을 버린 친모 앨리슨(그레타 스카치, Greta Scacchi)를 만나려고 한다. 하지만, 다비드는 네살 때 자신을 떠난 친모와의 상봉은 거절한다. 피크닉을 하기로 한 어느날, 다비드는 공원에 늦게 도착해서 테러를 모면했다. 그날 누나는 사망하고, 레나는 부상당한다. 이제 고아가 된 아만다에게 유일한 핏줄은 다비드뿐이다. 


'아만다'는 파리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시네마-베리테(Cinema-Verite)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다비드가 누나 상드린느와 자전거를 타고 파리 시내를 자유롭게 달리는 모습은 테러, 그날 이전의 평화롭고, 달콤한 삶이었다. 다비드와 상드린느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 후 영국으로 돌아가버린 엄마와 소원해졌고,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상드린느도 이혼했고, 교사로 일하며 아만다를 키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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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cent Lacoste and Isaure Multrier in Amanda,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상드린느는 딸 아만다에게 "엘비스는 빌딩을 떠났습니다(Elvis has left the building)" 이야기를 들려주며, "Don't Be Cruel"에 맞추어 둘이 신나게 춤을 춘다. 상드린느는 엄마의 부재 속에서 자랐고, 아만다는 아빠의 부재 속에서 자라는 중이다. 엘비스는 그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 아만다의 엄마는 엘비스처럼 빌딩을 떠났고, 돌아오지 않는다.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다비드의 삶은 불확실성의 궤도로 떨어진다. 이제 아만다의 삼촌이 아니라 가디언(대리 아빠/엄마)가 되어야하는 부담에 눌리게 된다. 게다가 부상당한 레나는 트라우마마저 고향에 돌아간 상태다. 삭막해진 파리에서 청년 다비드는 누나를 잃은 슬픔과 아빠 노릇을 해야하는 책임감의 이중고를 안게된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젊은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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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NDA,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아만다는 다비드와 윔블던 테니스 경기를 보던 중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지고 있자 울음을 터트린다. 그동안 쌓였던 아만다의 서러움과 불안감이 북받치고, 다비드는 아만다의 가디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거부했던 자신의 친모를 앨리슨을 만난다. 20여년만의 재회, 다비드는 핏줄은 물보다 진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파리 테러 이후 삼촌과 조카의 유대는 새로운 가족의 탄생인 셈이다.   

     

최근 콰드시네마(QUAD CINEMA)에서 상영된 '쏘리 앤젤(Sorry Angel/ Plaire, aimer et courir vite)'에서 영화학도 역을 맡았던 뱅상 라코스테는 '아만다'에서 나른하면서도, 불안한 청년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아역 배우 출신 라코스테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가장 연기와 카리스마를 갖춘 남자 배우인듯 하다. 


아만다 역의 이소레 물트리에는 '금지된 장난(Forbidden Games/Jeux interdits, 1952)'의 브리짓 포세(Brigitte Fossey) 이후 가장 인상적인 소녀 배우. 그녀가 테니스장에서 터트리는 울음은 관객에게도 카타르시스를 주는 명연기다. 24와 7, 두 연기자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인다. 춥고, 각박한 이즈음 보기에 따뜻한 영화다. 106분. https://www.filmlinc.org/films/amanda


March 2, 6 PM (Q&A with Mikhaël Hers) / March 9, 1:30 PM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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