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월드컵 에세이 (7) 에필로그: 애국심과 공 하나의 돈잔치 Money, Nationalism, and a Ball
2026 FIFA World Cup Essay <7> Epilogue: Money, Nationalism, and a Ball
FIFA 월드컵은 애국심과 공 하나의 돈잔치
"왜 부자 클럽을 이기지 못하느냐고?
나는 돈 가방이 골을 넣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요한 크루이프(Johan Cruyff)

2026 월드컵 4강전에서 음바페가 이끄는 프랑스는 야말이 이끄는 스페인에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Photo: Fox-TV 화면 캡쳐
FIFA(국제축구연맹)는 흔히 비영리 단체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고부가가치 상품인 '축구'와 '애국심'을 파는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 비즈니스 제국이다. 월드컵은 애국심을 걸고, 공으로 벌이는 전쟁이다. 민족주의와 스포츠, 그리고 자본이 얽힌 FIFA 월드컵. 도대체 얼마의 자본으로 어떻게 굴리고, 어떻게 배분할까?
#우승국 상금-6천250만불, 참가국 1천250만불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이 이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 미국(11), 멕시코(3), 캐나다(2) 등 16개 도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104 경기)로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상금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8억 7천100만 달러로 올라갔다. 세계의 축구팬들은 나라의 자부심이 걸린 자국팀을 열렬하게 응원한다. 챔피온은 우승컵 뿐만 아니라 막대한 상금이 주어진다. 본선에만 올라간 나라도 기본금(준비금 250만 달러 + 참가 보장금 1,000만 달러) 1천250만 달러가 보장된다.

7월 19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엄에서 열린 2026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1-0으로 아르헨티나를 꺾고 챔피온으로 등극했다. Fox-TV
2026 FIFA 월드컵 우승국(Champion)은 5천만 달러(약 690억원)의 상금에 기본금까지 6천250만 달러가 걸려있다. 준우승국(Runners-up)은 3천300만 달러(약 455억원)에 기본금까지 상금이 4천550만 달러다. 스페인은 7월 19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2022 챔피온 아르헨티나를 연장 게임에서 1-0로 물리치고 챔피온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10년 이후 두번째 우승이다.
3위국은 총 4천150만 달러, 4위국은 총 3천950만 달러를 상금으로 받는다. 3-4위은 상금에 차이가 난다. FIFA가 월드컵의 3-4위전, 소위 '브론즈 파이널(Bronze Final, 동메달전)'을 꿋꿋이 유지하는 것은 전 세계 수억명이 시청하는 메가 이벤트로 중계권료, 스타디움 티켓 판매, 광고 유치 등으로 추가 수익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26 월드컵 동메달은 프랑스를 6-4로 제압한 잉글랜드가 차지했다.

잉글랜드가 프랑스와의 동메달 결승전에서 6-4로 승리했다. 주드 벨링햄은 잉글랜드 월드컵 사상 최다 기록인 7골을 성취했다.
7월 18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릴 프랑스 대 잉글랜드의 3-4위전은 주말 황금시간대로 FIFA에 막대한 추가수입을 보장한다. 결승전은 양팀 모두 극도의 압박감으로 극단적인 수비 전술이나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파이널에 못간 3-4위전 '패자 부활전'은 김빠진 경기라는 선입견도 있지만, 부담 없는 상태에서 치르기 때문에 오히려 화끈한 공격 축구로 다득점의 명승부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8강 진출국(5위-8위)는 3천150만 달러, 16강 진출(9-16위)는 총 2천750만 달러, 32강 진출(17위-32위)는 총 2천350만 달러를 상금으로 준다. 그리고, 본선에 진출했지만,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나라들(33위-48위)은 미니멈 1천250만 달러를 들고 귀국하게 된다.

크로아티아와 가나는 32강전에 진출해서 2천350만 달러의 상금을 가져간다.
#선수단, 누가 얼마나 받나?
우승이냐, 준우승이냐에 따라 축구협회 배당금과 선수들 포상금 규모가 달라진다. 월드컵에 참가만 해도 1천250만 달러가 보장되기 때문에 본선 진출은 팀의 영광이다.
FIFA는 상금을 각국 축구협회 계좌로 쏘아준다. 그 상금을 쪼개는 것은 축구협회의 재량이다. 보통 월드컵 시작 전 선수 노조나 대표팀 주장단이 협회 고위층과 협상 테이블에서 상금의 몇%를 선수단 몫(보너스풀)으로 할 것인가를 협의한다. 대개 축구강국들은 상금의 30-50%를 선수와 스탭 보너스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협회 운영비나 유소년육성기금으로 돌린다.
그러면, 골을 많이 넣은 선수나, 주장, 골키퍼가 포상금을 더 많이 받을까? 대부분은 모든 선수에게 균등하게 주거나 출전 시간에 비례해서 배분한다. 벤치 멤버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팀워크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주장은 돈을 더 많이 받기보다는 팀을 대표해 협회와 보너스 협상을 주도하고, 격려금을 조율하는 정치적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골을 넣은 스타 선수나 주장 선수의 주머니는 훨씬 두둑해진다. 공식 상금보다도 개인적인 광고 계약 때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개인 후원사는 계약서에 "월드컵 본선 1골당 00만 달러" "득점왕(골든 부트) 수상시 0백만 달러" 등 강력한 인센티브 옵션을 걸어둔다. 또한, 월드컵에서 골을 넣어 영웅이 된 선수는 대회 후 수백만 달러의 광고 계약을 줄줄이 맺게 된다. 결국 시스템이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 가치'가 보상해주며,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법칙'에 따라 통장 잔고가 불어나는 것이다.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프란츠 베켄바우어(Franz Beckenbauer)
#미 월드컵 상금, 여자 축구단과 균등 분배
그런데, 미국에서는 완벽한 1/N과 남녀 평등 방식으로 배분하는 방식이 체계화됐다. 2022년 역사적인 남녀 동일임금(Equal Pay) 합의로 월드컵에서 벌어들인 상금에서 미 축구협회(USSF)의 몫 20%를 제외한 나머지 80%를 남녀국가 대표팀에 50:50으로 분배한다. 2026 북중미 (남자) 월드컵에서 미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해 확보한 2천750만 달러는 협회 운영비와 유소년 육성기금으로 20%(550만 달러)를 공제한다.
나머지 2천 200만 달러는 남녀 선수들의 공동 보너스 풀(bonus pool)이 된다. 이에 따라 남녀 팀 각각 1천100만 달러씩 배분, 이번 대회에 뛴 남자선수 26명과 내년 여자 월드컵에 나갈 여자 선수 26명 등 총 52명에게 1달러의 오차도 없이 약 42만 3천 달러(한화 약 5억 8천만원)씩 동등하게 배분된다. 여자 선수들은 내년 월드컵 성적과 무관하게 보너스를 미리 받게되는 것이다. 출전시간이나 골 수와 무관한 철저한 균등 분배다. 이는 여자 대표팀의 오랜 동일임금 소송 끝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합의로, 세계 축구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한편, 잉글랜드 같은 부유한 축구 강국의 스타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나오는 기본 출전 수당(경기당 약 2,000파운드)이나 보너스를 전액 재단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이미 클럽(EPL)에서 주급으로 수억원씩 받기 때문에, 국가대표로서 벌어들이는 수당은 명예로 남겨두고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문화다.
Moment Sepp Blatter was showered with fake dollar bills - BBC News
2015년 7월 20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의 기자회견장에 한 시위자가 난입해 위조 지폐 다발을 뿌렸다.블라터 회장은 미국의 부패수사 과정에서 고위 관계자 7명이 체포된 후 FIFA의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FIFA는 무엇으로 돈을 버나?
FIFA는 4년 단위의 월드컵 주기(Cycle)로 재정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Not-for-profit)다. 이번 2026 북중미 월드컵 주기를 포함한 2023-2026년 사이클에서 FIFA가 전망하는 총수입은 무려 130억 달러로 2022 카타르 월드컵 대비 거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거대한 자금은 어디서 흘러 들어오나?
첫째, 방송 중계권료(Broadcasting Rights)로 수입의 약 30%-40%에 달한다. 전 세계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 채널, 그리고 스트리밍 플랫폼(OTT)들이 월드컵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인다. 2026 월드컵 주기에서 방송 중계권 수입만 약 39억-4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어나고, 총 경기 수도 104경기로 증가하면서 중계권 가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둘째, 마케팅 및 공식 후원금(Sponsorships)이 약 20%-25%를 차지한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스폰서십 비용도 어마어마하다. 스폰서십은 최상위가 FIFA 파트너(FIFA Partners)로 현대·기아차, 코카콜라, 아디다스, 아람코 등 FIFA의 모든 대회와 브랜드 활동에 동행하는 기업들이다. 이외에도 월드컵 스폰서, 지역(대륙별, 국가별) 서포터가 있다. 스폰서십을 통한 마케팅 수입은 약 27억-28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세째, 티켓 판매 및 VIP 패키지(Ticket Sales & Hospitality)로 경기장 관중과 고급 뷔페, 개인 라운지, VIP 관람 등 럭셔리 박스와 패키지 상품 판매 수입이 약 23%다. 특히 이번 대회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려 관중 수용량이 극대화됐다. FIFA는 티켓과 호스피탈리티 수입만 약 30억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의류, 머천다이즈, 기념 주화 등 라이센스 및 브랜드 로열티(Licensing Rights) 수입이 약 5%로 약 6억 7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6백만불의 사나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지안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56) FIFA 회장은 도날드 트럼프의 전화 한통으로 레드카드받은 미국 선수 폴라린 발로건의 출장정지를 집행유예시켜 비판을 받았다. 그는 얼마나 벌까?
FIFA가 공개하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연봉은 기본급은 330만 달러, 보너스와 수당이 278만 달러, 그리고, 품위 유지비와 판공비 등으로 총 600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출장 시 이용하는 개인 전용기 비용, 최고급 숙박 및 의전 비용 일체를 전액 제공한다. 스포츠 단체 수장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지만, 유럽 빅리그의 월드클래스 축구 선수들이나 명문 구단 감독들의 연봉(주당 수억원, 연간 수천만 달러)에 비교하면 소박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영향력과 의전 수준은 일국의 대통령 수준에 준한다는 점에서 가치는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FIFA의 이전 지도부들을 축출시킨 부패 스캔들 이후 2016년에 처음 선출된 인판티노 회장은 현재까지 단독 후보로 차기 임기 선거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 이번 월드컵은 그의 재선을 위한 자금력을 한층 더 강화해 줄 것이며, 사실상 그가 향후 4년 더 수장 자리를 지키게 될 것임을 확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아울러 인판티노 회장은 이제 2030년 대회부터는 참가국을 64개국으로 확대할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축구화를 살 돈이 없어서 울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두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나고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
-지네딘 지단(Zinedine Zidane)
#'3억불의 사나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Image: CR7(Cristiano Ronaldo) World fan club
월드컵은 국가대표 경기지만, 최고의 스타 선수들은 이미 클럽과 광고 계약으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다. 포브스지에 따르면, 2025/2026 시즌 최고 수입 축구 선수는 사우디 알 나스르크 소속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3억 달러였다.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에 힘입어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뒤로 리오넬 메씨(인터 마이애미, 미국)가 1억4천만 달러, 카림 벤제마(알 이티하드, 사우디)가 1억 4백만 달러,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스페인)이 9천5백만 달러,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 잉글랜드)가 8천만 달러, 비니시우스 주니어(레알 마드리드)이 6천만 달러,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잉글랜드)가 5천5백만 달러, 사디오 마네(알 나스르)가 5천4백만 달러, 주드 벨링햄(레알 마드리드)이 4천4백만 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라민 야말은 4천3백만 달러를 벌며, 18세에 처음으로 탑 10에 진입했다.

7월 18일 부담 없는 3-4위전(동메달 결승전)에서 6-4로 프랑스를 제압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이 프랑스 감독 디디에 데샹과 포옹하고 있다. 둘다 이번 월드컵 후 사임할 예정이며, 데샹의 후임은 왕년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으로 알려졌다.
#국가 대표 감독 얼마나 버나?
유럽의 프로클럽 감독들은 매주 경기를 치르고 일상적인 구단 운영을 책임지기 때문에 평균 1천500만 달러-2천만 달러가 넘는 초고액 연봉자가 수두룩한 반면, 국가대표팀 감독들은 A매치(국가 대항전) 기간에만 소집되어 비교적 '파트타임'에 가깝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버는 국가대표팀 감독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로베르토 만치니로 추정 연봉이 약 2천7백만-3천만달러다. 이탈리아를 유로 우승으로 이끈 후 스카웃됐다.
미국 대표팀 감독 마우리치오 포세티노로 6백만 달러다. 남녀 동일 임금 협약(CBA) 규정으로 여자대표팀 감독 엠마 헤이즈도 포세티노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첼시,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명문 클럽을 지휘하던 토마스 투헬은 잉글랜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640만 달러를 받는다. 독일 감독 율리안 나겔스만은 520만 달러,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2 카타르 준우승을 이끈 프랑스 감독 디디에 데샹은 약 410만 달러 선이다.
"심판들의 문제는 규칙은 아주 잘 알지만, 축구(게임) 자체는 모른다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 (Henry Kissinger)
Funniest Red Card Moments, Ninety
#반칙: 옐로카드 한장에 벌금 1천만불
FIFA는 이번 월드컵부터 경기 중 반칙을 억제하기위해 선수들이 받는 옐로카드(Yellow Card), 레드카드(Red Card)에 벌금으로 강력하게 징계하기 시작했다. 엘로카드 1장에 1만 달러, 거친 반칙에 퇴장시키는 레드카드엔 2만 달러의 벌금을 매긴다.
이번 대회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조별리그 동안 레드카드 2장과 옐로카드 5장을 받아 9만 달러의 벌금 고지서를 받았고, 이집트는 레드카드 1장, 옐로카드 6장으로 8만 달러, 이라크는 레드카드 1장과 옐로카드 4장으로 6만 달러의 벌금을 FIFA에 납부해야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거칠은 수비에 몸싸움을 잘하는 남미국가들(CONMEBOL)은 이번 월드컵에서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많이 받지 않았다. 왜 그럴까? 심판의 편애일까?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남미의 강호들은 비디오 판독(VAR) 시대에 적응해 거칠게 몸으로 부딪히기보다 '영리한 파울(Tactical Foul)'로 경기의 흐름을 끊는데 도가 터있기 때문이다. 남미의 유소년아카데미나 길거리 축구(포트레로, Potrero)에선 수비수가 발을 들이밀 때 어떻게 접촉을 유도하고, 언제 힘을 빼며 가장 자연스럽고, 극적으로 넘어질 것인가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남미 축구에선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내기 위해 영리하게 넘어지는 기술이 단순한 '속임수'가 아닌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고도의 전술'이자 '예술'로 여긴다. 남미 선수들에겐 우리가 '할리우드 액션(영어로 'Diving' 혹은 'Simulation')이라고 부르는 이 액션이 단순한 반칙이나 기만이 아니라 '수비수의 어리석음과 무모함을 역이용해 아군의 승리를 쟁취하는 지적이고 정당한 전술'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심판의 편파성: 마라도나와 '신의 손'
Maradona Vs. England 1986. 마라도나의 핸드볼, 일명 '신의 손'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지에선 이를 '비베사 크리오야(Viveza Criolla, 원주민의 기지/교활함)'라 부른다. 디에고 마라도나가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보여준 '신의 손(Hand of God)'는 이 정서 때문에 영웅담처럼 여겨진다.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만났을 때 그것은 단순한 스포츠 매치가 아니었다. 4년 전 두 나라가 포클랜드 전쟁(아르헨티나 명 '말비나스 전쟁')을 74일 동안 치르며 잉글랜드에 참패해 수많은 젊은 군인들을 잃었다. 아르헨티나 군인 649명, 영국군 255명, 포클랜드 주민 3명이 사망했다. 때문에 그 8강전은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총칼 없는 복수전'이나 다름 없었다.
후반 6분 경 0-0으로 팽팽하게 접전 중이던 중 단신(165cm)의 마라도나가 공중볼을 두고 잉글랜드의 골키퍼(피터실튼)와 다투다가 머리 옆으로 왼손을 슬쩍 뻗어 주먹으로 공을 쳐서 골망을 흔들었다. 마라도나의 대담한 '할리우드 액션'에 속은 튀니지 출신 주심(알리 빈나세르)는 이를 헤더 골로 인정했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핸드볼 반칙이락 항의했지만, 헛수고였다.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핸드볼 반칙이 아니었나?"고 추궁하자 마라도나는 말했다. "그 골은 약간은 마라도나의 머리로, 그리고 약간은 '신의 손(La mano de Dios)'로 넣은 것입니다." 이 뻔뻔한 고백은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전쟁의 패배를 대담한 기지로 되갚아준 '비베사 크리오야'로 추앙받게 됐다.
그런데, 그 골로부터 4분 후(후반 10분)엔 마라도나가 잉글랜드 수비수 5명과 골키퍼까지 총 60미터를 단독 드리블로 무너트리며 두번째 골을 넣었다. 이 골은 훗날 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골(Goal of the Century)'로 기록됐다. 8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은 아르헨티나는 1986 월드컵 우승컵을 석권했다.
그 경기의 주심 알리 빈나세르는 불가리아 출신 부심 보그단 도체프와 오심에 서로 책임을 미루었고, 그후로 월드컵 심판을 맡지못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0년후 2015년 8월 마라도나는 광고 촬영 차 튀니지에 갔다가 벤나세르 심판의 집을 깜짝 방문해 포옹과 볼 키스로 과거의 앙금을 털어냈다고 한다. 마라도나는 자신의 친필 사인과 함께 "나의 영원한 친구 알리에게(For Ali, my eternal friend)"라는 문구를 적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선물했다.

아르헨티나 스타 선수의 핸드볼 논란은 메씨에게도 이어졌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8강전에서 메씨가 후반 55분경 공중에 뜬 공을 의도적으로 손으로 건드리는 핸드볼 반칙을 범했다. 명백한 반칙에도 불구하고, 주심 안토니오 마테우 라호스는 경고 카드를 꺼내지 않아서 논란이 되었다.
"축구에서 결과는 때로 속임수와 같다.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
결과보다 더 위대하고 오래 남는 것, 바로 '유산(legacy)'이다."
-사비(Xavi)
#이집트 대 아르헨티나전 카드폭탄 주심 퇴출

이집트와 아르헨티나의 16강전에서 편파 판정으로 물의를 빚은 프랑소아 르텍시에 주심.
7월 7일 아틀란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이집트 16강전은 프랑스 출신 주심 프랑소아 르텍시에의 편파 판정 논란으로 이번 대회 최대 심판 스캔들로 남았다. 후반 이집트가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아르헨티나가 거세게 추격하자 양 팀의 신경전이 격화됐고, 르텍시에는 이집트 벤치를 향해 카드를 쏟아냈다. 호삼 하산 감독과 골키퍼 코치 사아판 엘사기르가 징계를 받았고, 추가시간에는 쇼베이르, 함디 파트히, 마라완 아티아, 하이셈 하산 등 이집트 선수 4명에게 옐로카드가 연이어 주어졌다. 반면, 파울이 더 많았던 아르헨티나는 경기 종료까지 단 한 장의 경고도 받지 않았다.
논란은 결정적인 판정에서도 이어졌다. 이집트의 모스타파 지코가 넣은 추가골은 VAR이 30여 초 전 빌드업 과정의 파울을 찾아내 취소됐지만, 경기 막판 모하메드 살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을 때는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 이어진 역습에서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가 결승골을 터뜨리며 이집트 벤치는 거세게 항의했다.
경기 후 이집트축구협회(EFA)는 "심각한 오심과 이중 잣대로 대표팀을 차별했다"며 FIFA에 공식 제소했고, 해당 심판진의 월드컵 배제까지 요구했다. FIFA는 이후 르텍시에 심판과 그의 심판진을 남은 대회 경기 배정에서 제외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논란이 컸던 판정은 결국 심판진의 조기 퇴장이라는 결말로 이어졌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이지만, 그 무대에서 심판의 휘슬 하나는 때로 한 나라의 운명과 국민 감정까지 뒤흔든다. 애국심이 극대화되는 무대일수록 공정성은 그 어떤 기술이나 흥행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2026 월드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패배한 아르헨티나의 수타 리오넬 메씨가 망연하실한 표정으로 구장에 앉아 있다. Fox-TV
"위대한 팀은 잘하는 선수 한 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다양한 선수들이 모여 하나의 유닛(Unit)이 될 때 만들어진다."
-펠레(Pelé)
#2026 월드컵: 돈과 권력의 파울 플레이
FIFA lifts Folarin Balogun's World Cup red card suspension after Trump's complaint, CBS News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 확대(48개국)라는 규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축구의 오랜 전통과 규칙을 흔들어버린 대화다.
가장 큰 논란은 발로건 스캔달이다. 조별 리그전에서 미국 선수 폴라린 발로건이 거칠은 태클로 레드카드 퇴장을 당했다. 이는 다음 경기 자동 출전 정지다. 그런데, 벨기에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도날드 트럼프는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전화해 구제방법을 검토(Review)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FIFA는 레드카드 판정 자체를 취소 못하는 대신 "1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1년간 유예한다며, 발로건을 벨기에전에 출전시켰다.
이에 축구팬들은 물론, 세계가 경악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옐로/레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 경기장 안의 레드카드 처분이 정치적 외압으로 유예된 사례는 56년간 단 한번도 없었다. 유럽축구연맹(UEFA)는 "이해할 수 없고, 정당화될 수 없는 특혜"라 반발했고, 축구계는 "백악관의 전화 한통에 축구의 공정성이 무너졌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BTS는 7월 18일 파리에서 '아리랑 월드 투어' 유럽 마지막 콘서트 후 뉴저지로 날아와 하프타임 쇼에서 '다이나마이트'를 공연했다.
Full 2026 FIFA World Cup™ Final Halftime Show, Fox Sports
또한, 이번 월드컵에선 역사상 최초의 '결승전 하프타임 쇼'가 열린다.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아메리칸 풋볼의 결승전 '수퍼볼(Super Bowl)'의 흥행 공식을 이식한 것이다. 이전까지 월드컵 파이널의 하프타임은 선수드르이 휴식과 잔디 정돈을 위한 15분이었다. 7월 19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파이널엔 마돈나, 샤키라(콜롬비아 출신), BTS, 저스틴 비버(캐나다 출신)와 구스타보 두다멜(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까지 등장한다.
이는 미 광고시장을 겨냥해 하프타임에 경기장을 대규모 공연장으로 꾸미고, 전세계에 생중계하며, 막대한 광고수익을 창출하겠다는 FIFA의 야심찬 기획이다. 골수 축구팬들은 축구 본연의 흐름을 해치고, 미국식 엔터테인먼트에 영혼을 팔았다고 비판했다. 어쨋거나 월드컵 하프타임쇼는 역사상 가장 화려한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모로코의 8강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서 음바페.
북중미 월드컵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폭염 때문에 임시로 도입되었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Cooling Break)'가 정착했다. 이전엔 경기장 기온이 섭씨 32도(화씨 90도) 이상일 때 심판의 재량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모든 경기의 전후반에 각각 3분간 의무적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도입됐다. FIFA가 이 규정을 의무화한 숨은 의도는 중계방송 광고에 있다. 선수들의 목마름을 축구 사업의 황금알로 치환한 FIFA의 수완이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로 각 팀에 작전타임 시간을 2회 더 제공했으며, 중계 방송사들에겐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안겨주었다. 뉴욕타임스는 폭스(Fox TV)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덕분에 광고 판매단 4억 7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중계권료의 최소 절반을 회수했다고 전했다.
"유니폼 앞면에 적힌 팀 이름을 위해 뛰어라.
그러면 사람들은 뒷면에 적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토니 아담스

결국 2026 월드컵은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신선한 아프리카의 돌풍을 목격했으며, 전 세계 축구의 영토가 확장되는 효과를 낳았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3개국의 문화적 다양성이 투영되어 월드컵이 단순한 축구 시합을 넘어 문화가 융합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그러나, 화려한 수치 이면엔 이번 대회가 미국식 자본주의와 편의주의에 타협하면서 축구의 오랜 가치들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4월 19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티켓가는 4천210달러부터 시작했고, 17일 경엔 가장 저렴한 좌석조차 1만2천 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FIFA는 항공권 판매 방식과 유사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수요에 따른 실시간 가격 변동)'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티켓 가격이 1만 달러 이상 올라갔으며, 결승전 티켓은 최고 10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뉴저지 트랜짓(NJ Transit)은 스타디움 행 기차 티켓도 정상가 12달러 90센트에서 무려 98달러로 인상했다.
선수들은 이 스타디움의 딱딱한 잔디 상태에 대해 초기부터 불평했고, 트럼프가 레드카드 내려진 미국 선수에 대해 개입한 것, 수퍼볼 스타일의 하프타임 쇼로 후반 경기 재개를 25분 넘게 지연한 것 등 32년만에 미국에서 열린 이 월드컵은 축구 전통주의자들이 불평할만한 이유를 수없이 제공했다.
트럼프의 권력에 굴복한 FIFA, 광고 수익을 위해 쇼가 되어버린 축구, 미식축구의 수퍼볼을 벤치마킹한 '하프타임 쇼'는 정통 팬들에게 축구의 정통성, 연속성과 몰입감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돈과 권력 앞에서 축구의 가치가 무력화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씁슬한 일이다.
공은 둥글다. 그러나, 그 공을 둘러싼 세상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애국심과 자본, 권력과 문화가 충돌하는 그라운드 위에서 우리는 축구를 보지만, 어쩌면 우리 시대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한 크루이프는 "돈가방이 골을 넣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거대한 자본과 정치 권력이 축구의 규칙과 문화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승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선수의 발끝과 공 하나였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월드컵을 기다린다. <끝>

영국 록밴드 '콜드 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기획한 2026 북중미 월드컵 하프타임 쇼.
FIFA 세계 남자 축구 순위, 2026. 7. 20. 현재
Top 32 rankings as of 20 July 2026
Rank/Team/Points
1. Spain 1995.98
2. Argentina 1970.37
3. France 1948.97
4. England 1922.83
5. Brazil 1804.92
6. Morocco 1803.99
7. Portugal 1787.85
8. Belgium 1778.36
9. Netherlands 1775.54
10. Mexico 1754.3
11. Colombia 1739.89
12. Germany 1726.22
13. Croatia 1723.05
14. Switzerland 1710.88
15. Italy 1704.73
16. United States 1690.33
17. Japan 1673.68
18. Senegal 1653.43
19. Norway 1651.29
20. Uruguay 1634.7
21. Denmark 1619.47
22. Iran 1609.85
23. Austria 1598.82
24. Egypt 1597.04
25. Ecuador 1592.59
26. Nigeria 1585.02
27. Türkiye 1582.54
28. Australia 1581.51
29. Algeria 1576.80
30. Canada 1571.34
31. Côte d'Ivoire 1565.47
32. Korea Republic 1558.72
https://inside.fifa.com/fifa-world-ranking/men?dateId=FRS_Male_Football_2026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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