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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FIFA World Cup Essay <3> Europe 

 

프랑스-잉글랜드-스페인-노르웨이-스위스-벨기에 8강 진출  

카테나치오, 토탈 풋볼, 티키타카, 게겐프레싱 전술의 고향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 발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You play football with your head, and your legs are there to help you.)

-요한 크라위프(Johan Cruyff, 1947-2016, 네덜란드 선수-FC 바르셀로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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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모로코를 2-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한 킬리안 음바페와 프랑스 팀.  Fox-TV 화면 캡쳐.

 

현대 축구는 영국이 규칙 정립을 시작하며 유럽에서 태동했다. 그만큼 유럽은 축구에 대한 역사적 이해도와 깊이다 남다르다. 유럽엔 작은 마을마다 수십년, 수백년 내려온 축구 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대를 이어 생활 체육으로서의 저변이 탄탄하다. 

 

유럽엔 축구 자본(Money Power)이 집중되어 있다. 잉글랜드의 프리미어 리그(Premier League), 스페인의 라리가(LaLiga), 독일의 분데스리가(Bundesliga), 이탈리아의 세리에 A(Serie A) 등 유럽의 빅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자본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이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의 최고 선수들과 명장들을 스카웃한다. 그 결과 유럽 리그에서 뛰는 토박이 선수들은 매주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몸소 배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육하는 시스템이 발달해 있다. 네덜란드의 아약스(Ajax) 청소년 아카데미와 스페인의 바르사 아카데미(Barça Academy) 등의 청소년 축구 교육기관은 정밀한 데이터 분석, 영양학, 스포츠 과학을 접목해 선수를 '공학적'으로 교육시킨다. 남미의 어린이들이 골목과 거리에서 축구와 함께 자라는 반면, 유럽 어린이들은 체계적인 전술 교육과 신체 관리를 받으며 기본기를 갖춘 선수로 길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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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제압한  후 스페인의 라민 야말(19)과 니코 윌리엄스(24)가 구장에 누워 감격을 나누고 있다. 

 

유럽은 또한 축구 전술의 실험실이자 최전선이다. 네덜란드의 '토탈 풋볼(Total Football/ Totaalvoetbal)'은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혁신적인 축구 전술로 고정된 포지션(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의 벽을 허물고 팀 전원이 동시에 공격하고 동시에 수비하는 조직적인 플레이 철학을 개발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Tiki-Taka/ Tiqui-Taca)는 짧고 빠른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압도적인 볼 점유율로 경기를 지배하는 축구 스타일을 고안했다. 한편, 독일은 공을 빼앗긴 직후 수비 진영으로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강한 압박을 가해 공을 다시 탈환하는 전술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을 개발했다.  

 

게다가 유럽에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전통적인 강호들이 모여 있다. 국가대표팀 간의 대회인 '유로(EURO)'나 클럽 대항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는 월드컵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한다. 그 안에서 매년 치열하게 서로 부딪히고 경쟁하다 보니 전체적인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축구 종가' 영국(UK)의 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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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시티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주드 벨링햄은 연속 2골을 터트려 잉글랜드의 8강 진출에 수훈을 세웠다.  Fox-TV 화면 캡쳐.

 

월드컵엔 영국(United Kingdom)에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의 4개 팀이 출전한다. 반면, 54개국이 존재하는 아프리카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 아시아, 오세아니아와 함께 단 1개국의 월드컵 본선 티켓을 받아 15개의 예선국이 보이코트를 했다. 이에 FIFA는 1970 멕시코 월드컵에 아프리카 단독 티켓 1개를 배정하게 된다. 이전까지 32개국에서 올해 48개국으로 참가국이 늘면서 아프리카도 9개국으로 증가한 것이다. 

 

왜 영국은 4개 팀이 각각 독립된 국가대표팀으로 월드컵에 나오는 것일까? 

영국은 1863년 세계 최초의 축구협회인 잉글랜드 축구협회(FA)를 설립했다. 이어 스코틀랜드(1873년), 웨일스(1876년), 아일랜드(1880년)에 각각 독립된 축구협회가 만들어졌다. 1872년 열린 세계 최초의 공식 국가대표 경기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기였다. FIFA(국제축구연맹)은 1904년에 창설됐고, 월드컵은 1930년 처음 열렸다. 그러나, 영국 내부의 이 4개 지역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서로를 '남남'이자 '독립된 국가대표'로 인정하며 축구를 해왔던 것이다. FIFA는 '축구 종가' 영국에 가입을 요청했고, 영국은 4개 협회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조건으로 가입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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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3-4위전에서 6-4로 프랑스를 누르고 동메달을 받아갔다.

 

또한, 축구의 규칙을 개정하는 기구인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도 8개의 투표권 중 4개는 FIFA, 나머지 4표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축구협회가 각각 1표씩 나눠 갖고 있다. 축구 태동기에 어쩔 수 없이 영국의 정통성과 기득권이 FIFA의 특권으로 인정되어 150여년간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올림픽에서 4개 지역이 연합한 단일 팀(Team GB, Great Britain)으로 출전해야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관하는 올림픽에선 '하나의 주권 국가'만 회원국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카탈루냐의 축구클럽 FC 바르셀로나도 레알 마드리드와 독립적으로 출전할 수 있을까? FIFA는 "더 이상 특혜는 없다"고 완고하게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일 FIFA가 허용한다면, 국제사회가 카탈루냐를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정치적 신호가 되어 버린다. 스페인 중앙정부 입장에서도 국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축구협회 차원에서 허용할 리가 만무하다.

 

 

유럽 축구 강호의  스타일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월드컵 이래 이제까지 유럽은 통산 22회의 월드컵에서 12회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탈리아가 4회(1934, 1938, 1982, 2006), 독일도 4회(1954, 1974, 1990, 2014), 프랑스는 2회(1998, 2018), 잉글랜드가와 스페인이 각각 1966년과 2010년 우승을 차지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선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노르웨이, 스위스, 벨기에 등 6개국이나 8강에 진출했다. 

 

남미 축구가 개인기와 창의성을 중시한다면, 유럽은 조직력과 전술의 축구다. 남미가 심리전과 몸싸움으로 경기를 이끌어간다면, 유럽 선수들은 각 규율과 역할 분담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며, 계획된 움직임으로 경기를 한다. 그러나, 축구가 국가의 정체성인 만큼 나라마다 스타일도 다르다.  

 

 

#이탈리아: 빗장 수비 '카테나치오(Catenaccio)' 

 

월드컵 4관왕으로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는 축구를 '골을 넣는 게임'이 아니라 '골을 먹히지 않는 게임'으로 정의하며, 수비 전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1930년대 오스트리아의 칼 라판 감독이 기초를 만든 후 1960년대 인테르 밀란의 엘레니오 에레라(Helenio Herrera) 감독이 완성한 빗장 수비 '카테나치오(Catenaccio, 문고리)'다. 카테나치오는 당시 유행하던 맨 투 맨 수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비수 뒤에 아무도 마크하지 않는 자유로운 수비수(리베로, Libero)를 한명 더 배치한 이주 수비 벽이다. 현대 축구에선 스위퍼(Sweeper)라 부른다. 

 

그러나, 카테나치오 전술은 1970년대 네덜란드의 토탈 풋볼에 밀려 사장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탈리아는 수비 축구의 대명사였다. 그러다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사상 최악의 수모를 겪은 이탈리아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부임으로 정체성을 180도 뒤집었다. 수비 라인을 극단적으로 올리고 중원에서의 패스 플레이와 강한 압박을 시도하는 '공격적인 팀'으로 재탄생했다. 수비 축구를 버린 이탈리아는 놀랍게도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2026년 월드컵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는 예선에서 얼링 할란이 이끄는 노르웨이에 0-3으로 참패하며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경질되고, 제나로 가투소가 영입됐지만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전차군단' 독일의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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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32강전에서 만난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패하는 쓴 맛을 보았다.  Fox Sports

 

제 2차 세계대전 후 당시 서독은 국제무대에 복귀해 1954 스위스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베른의 기적'을 이루었다. 당시 외신 기자들은 독일의 빈틈없는 조직력과 지치지 않는 기동력을 2차 대전 당시의 전차 부대에 빗대어 '전차군단(戰車軍團, Die Panzer)'이라 불렀다. 전통적으로 힘과 조직력을 앞세운 독일은 강철같은 체력을 활용한 전방 압박과 기동성, 수비와 측면 돌파가 핵심이었다. 독일 선수들은 피지컬이 좋고 볼 터치가 간결하며, 슛 타이밍이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정 스타플레이어에게 의존하기보다는, 11명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전술적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자랑한다. 

 

2010년대 이후부터는 패스와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접목한 '게겐프레싱(Gegenpressing)' 전술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게겐프레싱은 볼을 빼앗겼을 때 즉각적으로 강한 압박을 가해 상대 진영에서 다시 공을 탈취하는 방식이다. 과거의 순혈주의를 벗어나 다양한 배경의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피지컬, 기술, 창의성이 더해진 현대적 축구로 발전했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우승 이후의 독일은 예전처럼 압도적인 스트라이커, 철벽 수비, 리더십이 동시에 갖추어진 팀이 아니다. 전 국가대표 주장인 필리프 람도 독일이 일관된 축구 정체성을 잃었고, 전술과 선수 기용이 자주 바뀌면서 팀의 강점이 희미해졌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26 대회에서도 32강전에서 파라과이에 승부차기에서 3-4로 패배하고 말았다. 

  

 

#프랑스, '예술 축구(Art Soccer)'에서 실리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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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데샹 감독(왼쪽)은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우승을 경험했다. 2026 대회 4강전에서 스페인에 패배한 후 데샹과 음바패가 쓰디쓴 포옹을 했다.  

 

1980년대-2000년대 초반 프랑스는 화려하고, 우아한 패스로 '예술 축구(Art Soccer)'라는 별명으로 널리 불리웠다. 아트 삭커는 프랑스에 유로 1984 우승을 져다주었고, 1900년대말 지네딘 지단 특유의 우아한 볼 터치,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유리 조르카에프 등이 공격 축구를 완성해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을 연달아 제패했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 대표팀을 이끄는 디디에 데샹 감독은 1998 월드컵 당시 지단과 함께 뛰었던 수비형 미드 필더 출신이다. 그는 "아름다운 패스보다, 확실하게 이기는 것이 좋다"는 철학으로 화려한 플레이를 버리고, 철저한 실리주의와 괴물같은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의 속도를 극대화한 역습 축구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 실용적인 변화로 프랑스는 2018 월드컵 우승과 2022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프랑스가 상대의 공격을 끊어낸 뒤 최전방으로 나가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파라과이와의 16강 전에서 프랑스 선수들은 좁은 공간에서도 볼을 잘 지키고, 한번 공간이 나면 순식간에 앞으로 전진했다. 때문에 파라과이가 종종 몸으로 끊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킥 앤 러시(Kick and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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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케인의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16강전 경기. 잉글랜드가 3-2로 승리를 거두었다. 

 

잉글랜드도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격렬한 몸싸움, 빠른 공격/수비 전환, 그리고 측면을 활용한 직선적 공격이 핵심이다.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템포가 빠른 잉글리쉬 프리미어리그(EPL)의 근간이 되는 스타일이다. 최우방이나 미드필드에서 전방으로 공을 길게 차놓고(kick), 빠른 공격수들이 달려들어 경합하는(rush) '킥 앤 러시 (Kick and Rush)' 전술이 특징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역사상 유일하게 월드컵을 들어올린 것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이다. 이후 잉글랜드는 데이빗 베컴, 웨인 루니, 해리 케인 등을 보유하고도 60년 가까이 월드컵 결승전조차 가보지 못하는 오랜 암흑기를 겪었왔다. 때문에 영국인들은 축구 메이저 대회가 열릴 때마다 "It's Coming Home(축구가 고향으로 돌아온다)"이라는 1966년의 우승을 기리는 응원가를 부르며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다.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엔 북한이 처음 출전해 아시아 국가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고, 2002년엔 다니엘 고든 감독의 BBC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The Game of Their Lives)'도 제작됐다. 이 다큐엔 1966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박두익, 신영규 등 생존 선수들과의 인터뷰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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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경기 처럼 스피디한 패스, 조직력으로 무장한 스페인은 2026 월드컵 결승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파이널 게임 후 19세의 라민 야말이 39세의 리오넬 메씨와 포옹 후 걷고 있다. 메씨는 2007년 UNICEF 기획으로 자선달력 사진용으로 라커룸에서 아기를 씻겨주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그때의 아기가 바로 야말이었던 인연이 있다.  

 

#스페인의 티키타카(Tiki-taka)와 속도전 

 

스페인은 과거에 '라 푸리아(La Furia, 분노/투지)'라고 불리며 강한 피지컬과 거친 압박, 투지를 중시하는 선 굵은 축구를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정교한 숏패스 기반의 '티키타카'로 완전히 정체성을 바꿨고, 이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대회 연패라는 황금기를 가져왔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한 방송 해설가가 스페인 팀의 정교한 패스 플레이를 보고 탁구공 오가는 소리에 빗대어 "티키타카를 하고 있다"고 표현하면서 전 세계적인 축구 용어로 굳어졌다. 일본은 피지컬의 열세를 극복하기위해 티키타카를 롤모델로 숏패스의 축구 스타일을 정립해 '스시타카(Sushi-Taka)'로 불리우기도 한다. 

 

공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 '최고의 수비'라는 티티카카 전술은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리며 무의미한 점유율에 갇혔다는 비판을 받게된다. 이에 2022년 영입된 루이스 데 라 푸엔테(Luis de la Fuente) 감독 체제에서 윙어(경기장 양 측면 라인 포지션)들의 폭발적인 속도를 결합하는 전술적 유연성을 발휘했다. 그 결과 2024 유로 대회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하며 현대 축구에 맞는 '진화된 정체성'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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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전체 슈팅수만 20-2로 아르헨티나를 제압했다. 스페인은 1-0으로 메씨와 아르헨티나를 꺾고, 2010년 이후 두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26 월드컵 8강전은 티티카카와 벨기에의 스피드가 맞붙어 공을 오래 끌지않고, 패스와 움직임으로 탁구 경기같은 리듬을 보여준 경기였다. 스페인이 2-1로 벨기에를 꺾고 4강에 진출했으며, 프랑스도 2-0으로 제압해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카타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던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고, 16년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단 1점만 실점을 허용하는(카보베르데와는 동점) 완벽한 수비력을 보여주었으며, 티키타카 패스와 로드리 등 베테랑과 야말같은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로 슈팅 수에서 아르헨티나를 20-2로 제압했다. 

 

 

#벨기에, '스피드와 파괴력'의 공격 축구

 

이제까지 총 15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벨기에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4위로 첫 돌풍을 일으켰으며,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벨기에는 지리적, 문화적으로 독일의 조직력, 프랑스의 기술, 네덜란드의 전술적 유연성이 만나는 교차로로 여러 축구 철학을 융합하며 효율성을 강조한다. 압도적인 개인 기량과 패스 마스터들을 앞세워 상대를 정면에서 부수려 하는 '스피드와 파괴력의 축구'다.

 

1990년부터 20여년간 메이저 대회에 탈락하며 축구 침체기를 겪었던 벨기에는 유소년 시스템 개혁으로 2014년부터 빈 더 브라위너, 로멜루 루카쿠, 티보 쿠르투아 등 '황금세대(Golden Generation)'를 중심으로 파괴력 있는 공격 축구를 구사해왔다. 단 두세 번의 패스로 상대 문전까지 도달하는 속도감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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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축구 사이보그' 얼링 할란은 16강전에서 두골로 우승 후보 브라질을 꺾었다.  

 

#노르웨이, 바이킹의 힘과  킬 패스

 

'원조 바이킹' 노르웨이는 월드컵에 28년만에 복귀해 8강에 진출하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노르웨이는 과거 북유럽의 단순한 '롱볼 축구'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공격수와 명품 미드필더진의 조합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피지컬을 유지하며, 중원에 기술자를 배치애 킬패스를 찔러주고, '괴물 스트라이커' 얼링 홀란이 골로 마무리 짓는 공식이다. 

 

홀란은 현대축구에서 요구하는 '다재다능한 공격수'의 기준을 파괴하고, 오로지 '득점'이라는 본질에 치중해 성공했다. 194cm의 거구에 가공할만한 스피드를 가진 '축구 사이보그' 홀란은 공 터치 수는 적어도, 수비수 뒤를 파고드는 영리한 움직임으로 치명적인 슛으로 연결하는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 홀란은 16강전에서 두방을 터트리며 축구강호 브라질을 2-1로 격파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선 노르웨이 팬들의 응원이 화제가 됐다. 머리에 바이킹 뿔투구를 쓴 노르웨이 팬들이 "쿵! 쿵! 하!"라고 울리는 천둥 박수(Thunderclap)'와 북소리에 맞춰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며 하는 '바이킹 노 젓기(Viking Row)' 응원은 경기장을 넘어 소셜미디어를 타고, 타임스퀘어와 노르웨이 국회까지 퍼져나갔다. 

 

 

#스위스의 '시계 톱니바퀴 축구'

 

스위스는 정밀한 시계처럼 촘촘하게 그물망을 쳐놓고, 상대를 자신들의 늪으로 끌어들이는 조직력과 인내의 축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상대가 강팀일수록 라인을 촘촘히 내려 공간을 완전히 지운 뒤 날카로운 측면 역습으로 헛점을 찌르는 방식이다. 화려한 수퍼스타가 없어도, 선수간 간격이 일정하며, 공간을 봉쇄하는 수비가 일품이다. 즉, 공을 빼앗으러 가는 것보다 패스할 곳을 없애는 작전이다.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강팀들을 발목 잡는 '거인 학살자(Giant Killer)'의 DNA를 지니고 있다. 

 

중립국 스위스는 특정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보다, 여러 문화의 장점을 조화롭게 융합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축구를 한다. 독일어권 약 60%, 프랑스어권 약 20%, 이탈리아어권 약 8%, 로만슈어권 등으로 이루어진 다언어 국가로 독일의 조직력, 프랑스의 기술, 이탈리아의 전술적 수비를 흡수한 팀이라 볼 수 있다. 월드컵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지는 않지만 꾸준한 단골 손님이었고, 세차례(1934, 1938, 1954)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화려한 공격수'의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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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가 '라스트 댄스'로 선언한 2026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을 5-0으로 가볍게 이겼지만, 16강전에서 스페인에 패하며 탈락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에우제비우, 루이스 피구 등 수퍼스타들을 끊임없이 배출했으며, 유로 2016 우승, 2018-19 네이션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축구 강국인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선 우승한 적이 없다. 월드컵에 총 9번 진출했으며, 1966 잉글랜드 대회에서 3위, 2006 독일 대회에서 4위까지 올랐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선 8강전에서 '돌풍의 팀' 모로코에 0:1로 패했으며, 2026 북중미 대회에선 16강전에서 스페인에 0-1로 고배를 마셨다. 이에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물러나고 71세의 베테랑 조르제 제수스(Jorge Jesus) 감독이 새로 임명됐다.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제비우는 1966 북한과의 8강전에서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홀로 4골을 몰아치며 5-3의 역전승을 거두었다. 한국과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두 번 만났는데, 포르투갈이 두 번 모두 패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의 결승골로 포르투갈이 0-1로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로 1-2로 패한 인연이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브라질'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브라질 축구처럼 선수 개개인의 독창적인 테크닉을 중시한다. 전통적으로 상대 수비를 개인 기량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화려한 공격수를 끊임없이 배출해 왔다. 빠르고 변칙적인 드리블로 측면을 파괴하는 윙어 중심의 공격이 전통적인 팀의 색깔이다. 포르투갈 축구는 후방에서부터 차분하게 공을 돌리며 공격을 전개하는 '후방 빌드업'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점유율에만 집착하지 않고, 상대가 강할 때는 라인을 내렸다가 순식간에 치고 나가는 역습(Counter-attack)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팀 중 하나다. 

 

 

#네덜란드의 '토탈 풋볼'과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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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승만 3번 하며, 월드컵 우승에 한이 맺혔을 네덜란드. 2026 북중미 월드컵 모로코와 승부차기에서 멘탈의 붕괴로 2-3으로 패해 32강에서 탈락했다. 

 

축구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전술인 '토탈 풋볼'을 개발한 네덜란드는 월드컵 역사상 준우승만 3번 올라간 징크스를 갖고 있다. 발롱도르(Ballon d'Or, 최우수 축구선수상)를 3회 수상한 요한 크라위프를 비롯, 유로 1988 우승을 이끈 마르코 반 바스텐, 루드 굴리트, 데니스 베르캄프, 아르옌 로벤 같은 영웅들을 보유하고도 월드컵 우승에는 실패했다. 1974년 월드컵에선 베켄바우어가 이끈 개최국 서독에 역전패, 1978년엔 개최국 아르헨티나에 1-3으로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선 토탈 풋볼을 배워간 티키타카의 스페인에 0-1로 패한 잔혹사가 있다. 

 

2026 월드컵에서 로날드 쿠만 감독은 포지션을 파괴하고, 전원이 공격과 수비를 하는 완벽하고, 아름다운 축구 '토탈 풋볼'의 이상주의를 버리고, 실리적이고 수비적인 네오프래그마티즘(Neopragmatism) 전술을 구사했다. 모로코와의 32강전에서 네덜란드는 20.9%에 불과한 굴욕적인 점유율을 기록하며, 경기 내내 모로코에 주도권을 내주었다. "공은 하나뿐이고, 점유율 70%가 아름다운 축구"라는 토탈 풋볼을 포기한 댓가로 오버타임까지 가서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하며 32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네덜란드 축구의 철학을 훼손하고, 지나치게 소극적인 축구를 했다"는 자국 팬들의 거센 비난 직후 쿠만 감독은 사퇴하고 말았다. 토탈 풋볼의 정체성과 현대 축구의 실리주의 사이에서 길을 잃은 월드컵이었다.  <계속>

 

 

*빔 벤더스 감독의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The Goalkeeper's Fear of the Penalty Kick, 1972)'

*링컨센터 무료 야외 축구영화제 'Penalty Flicks' (7/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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