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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싱글 뉴요커의 방황

토니상 5개 부문 수상작...무대디자인의 마술

컴퍼니 COMPA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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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riginal Broadway production "Company" playbill in 1971/ 2021 "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영국의 웨스트엔드에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1948- )가 있다면, 뉴욕 브로드웨이엔 스티븐 손하임(Stephen Sondheim, 1930-2021)이 있었다. 로이드 웨버가 흥행의 귀재라면, 손하임은 멜란콜리한 멜로디의 거장이다. 손하임은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2주 후 리바이벌 뮤지컬 '컴퍼니(Company)'가 브로드웨이 버나드 B. 제이콥스 시어터(Bernard B. Jacobs Theatre)가 개막됐다. '컴퍼니'는 원래 2020년 3월 손하임의 90세 생일을 기념해 공식 개막할 예정으로 프리뷰에 들어갔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9일 리바이벌됐다.   

 

독신남 뉴요커가 삶의 짝(동반자)을 찾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컴패니'는 1970년 영국 연출가 해롤드 프린스(Hal Prince, 1928-2019)의 연출로 브로드웨이에 초연됐다. '컴퍼니'는 언론의 찬사와 함께 토니상 14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최우수 뮤지컬, 대본, 작곡, 가사,연출 및 무대 디자인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그후로 50년 동안 '컴패니'는 런던 웨스트엔드(1972), 브로드웨이에서 리바이벌(1995, 2006, 2021)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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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조지 퍼스(George Furth)의 오리지널 대본에서 50년 후, 2021년 버전의 '컴퍼니'엔 전반적인 각색이 필요했다. 오늘날 뉴욕에서 35세가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는 나이는 아니다. 그래도 35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선 주인공인 독신남 로버트(Bobby)을 비롯 출연진이 모두 백인들이었다. 2021년 리바이벌된 '컴퍼니'는 주인공을 싱글녀 바비(Bobbie)로 바꾸었고, 게이 커플을 포함 다섯커플이 등장한다. 

 

또한, 1970년은 동성애도 금기였다. (작곡가 손하임과 연출가 프린스는 게이였고, 주인공 로버트 역을 맡았던 닐 패트릭 해리스, 라울 에스파라자도 게이다. 브로드웨이는 게이의 낙원.) 지금은 뉴욕을 비롯 많은 주에서 동성애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로버트의 여자친구 3인은 당연히 남자친구들로 바꾸었으며, 흑인배우 3인을 캐스팅해 인종적 다양성도 가미했다. 다분히 작위적인 각색이다. 그리고, 자동응답기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업데이트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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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결혼을 거부하는 싱글녀 바비(카트리나 렌크 Katrina Lenk)는 35세 생일을 앞두고 있다. 친구들은 모두들 짝이 있다. 바비에겐 친구들이 '컴패니(동반자)'로 외롭지 않고, 자유로운 삶에 만족한다. 언제나 속옷까지 빨간색으로 통일하는 바비는 외롭지 않다고 자신하며, 친구들(컴퍼니)만으로도 삶에 만족한다. 바비는 결혼한 친구들, 결혼을 앞둔 게이 커플을 만난다. 친구들은 과연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까? 결혼은 미친 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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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알콜중독 해리와  다이어트에 매진 중인 사라는 늘 싸우고, 주짓수(jiu-jitsu, 유도에서 영감을 얻은 브라질 무술)로 격투를 벌인다. 해리는 결혼이란 "항상 미안하고, 항상 감사한 것"("Sorry – Grateful")이라 노래한다. 행복한 줄 알았던 피터와 수잔은 그들이 서있는 테라스처럼 위태롭게 이혼을 앞두고 있다. 데이빗과 제니는 집 앞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며 몽상에 빠진다. 만나는 친구들마다 바비에게 결혼을 하라고 종용한다. 사실 보비에겐 남자친구가 셋(앤디, PJ, 테오)이나 있지만, 결혼은 안중에 없다. 

 

한편, 폴과 동성 결혼을 앞둔 제이미(매트 도일 Matt Doyle)는 패닉상태에 빠져 안절부절하다가 마침내 결혼식을 취소한다. 알콜중독 사교계의 명사 조안(패티 루폰 Patti LuPone)과 래리는 바비를 나이트클럽에 데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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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바비의 애인 세 남자가 부르는 "You Could Drive a Person Crazy"에서 패티 루폰의 열창이 카타르시스를 주는 "The Ladies Who Lunch" 그리고 바비의 주제곡 "Being Alive"의 친숙한 멜로디가 흐른다. 

 

영국의 여성 연출가 마리안 엘리엇(Marianne Elliott)의 리바이벌 '컴패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대 디자인(버니 크리스티 Bunny Christie)과 조명(닐 오스틴 Neil Austin)이었다. 토니상 2회, 영국의 토니상인 올리비에상 4회 수상 경력의 버니 크리스티는 미니멀리스트 네온 조각가 댄 플래빈(Dan Flavin)을 연상시키는 형광 막대기 조명을 프레임으로 사용한다. 

 

그 프레임은 바비를 구속하는 사회의 규범, 바비를 마음의 감옥에 가두어놓는 장치처럼 보인다. COMPANY 알파벳이 흩어졌다가 조합하며, 다양한 조합의 배경을 창출하며, 단조로울 수도 있었던 무대장치를 다이나믹하게 만든다. 여배우들이 빨간색 의상으로 바비를 복제한듯 결혼 후의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은 돋보였다. 세트의 깜짝 장치를 위해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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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on Broadway. Photo: Matthew Murphy

 

2021년 버전의 '컴패니'는 비주얼이 흥미진진하지만, 바비를 비롯해 캐릭터가 파혼하는 신경쇠약의 제이미를 제외하고는 1차원적으로 얄팍한 스케치다. *2018년 '밴드의 방문(The Band’s Visit)'으로 토니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카트리나 렌크(47)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친구들의 압력에 고민하는 35세 바비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역부족했다. 성형수술 흔적이 확연한 렌코의 웃음은 '배트맨'의 조커처럼 코믹하고, 그녀의 열창은 소울을 전달하지 못한다. 렌코는 뉴욕의 싱글 바비가 아니라, 영혼이 없는 바비 인형(Barbie Doll)처럼 보인다. 그녀의 함량미달 연기는 베테랑 배우 패티 루폰의 노련한 연기와 열창으로 균형을 잡아주었다.

 

희곡작가 닐 사이먼(Neil Simon)은 "뉴욕에선 고독이 커다란 장삿거리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어학원에서 만난 일본인 오페라 가수(메조 소프라노) 사토꼬가 "일본에서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24일이 최절정이며, 25, 26, 27세로 가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회 통념"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35세 뉴욕 독신녀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더 잘맞을 작품처럼 보인다.

 

리바이벌 '컴퍼니'는 1970년에 머물러 있는 구태의연한 스토리로 캐릭터들을 살리는데 실패했지만, 세트와 손하임의 멜로디, 전설적인 패티 루폰과 매트 도일의 연기가 가치있는 뮤지컬로 만들었다.  2022 토니상 최우수 리바이벌뮤지컬, 연출, 남녀조연(루폰 & 도일), 무대디자인상 수상작.  공연은 7월 31일까지 계속된다. https://companymusic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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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Bernard B. Jacobs Theater

Tickets: $59-$279 (general rush: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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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손하임(1930-2021) 잠들다

http://www.nyculturebeat.com/?mid=Stage2&document_srl=4051901

 

*앙코르! '조지와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 

*스티븐 손하임 작곡, 진 하, 다니엘 J. 에드워즈 출연 뮤지컬 '로드 쇼(Road Show)

*광대들을 보내주세요, 스티븐 손하임

*누가 뮤지컬 '립 오브 페이스(Leap of Faith)'를 저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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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7.10 11:47
    '컴퍼니'리뷰를 잘읽었습니다.
    먼저 스티븐 손하임이 작곡한 Being Alive를 유투버에 들어가서 들었습니다.(Raul Esparza가 노래함) 멜로디보다는 가사가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Being Alive"를 절규하는 가사와 멜로디가 멜랑코리를 뛰어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습니다. 독신도 결혼도 다 살아가기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혼은 미친짓일까? 각자의 생각과 의견이 있겠지만 결혼을 함으로서 가족이 생기고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현실이 살아가기위한 목표를 뚜렷하게 합니다. 때로는 증오스럽고 때로는 부셔버리고도 싶은 가족의 굴레를 그렇게 못하는 것도 For Bing Alive를 가족이 주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내게 있다는 사실이 행복을 준다는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