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IFA 월드컵 에세이 (2) 남미 축구: 고대 마야인의 공놀이에서 마라도나 교회까지
2026 FIFA World Cup Essay <2> South America
공놀이 전통, 거리 축구, 성공 수단, 체격, 기후 최적화
월드컵 우승: 브라질(5회), 아르헨티나(3회), 우루과이(2회)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16강전에서 파라과이 선수들이 프랑스 선수(블루 유니폼)와의 격전. Fox-TV 화면 캡쳐.
남미(South America)가 축구를 잘하고,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역사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도상 남미엔 12개국이 있다. 브라질은 월드컵 우승 5회, 아르헨티나는 3회, 우루과이는 2회를 차지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에 진출한 나라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까지 5개국이다. 왜 남미인들은 축구를 잘할까?
남미 축구: 고대 마야인의 공놀이(폭타폭)가 뿌리

마야인들이 공놀이 하는 모습을 묘사한 화병. Source: mayavase.com
옛날옛적부터 고대 마야인들은 공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이름하여 '폭타폭(Pok-ta-pok)' 또는 '피츠(Pitz)', 영어로는 '마야 공놀이(Maya Ballgame)'로 불리우는 이 경기는 골반, 엉덩이, 허벅지, 팔꿈치만을 사용했다. 천연고무와 나무 수액으로 만든 2kg에서 4.5kg이 나가는 돌덩이처럼 무거운 공으로 게임을 했다. 그러나, 그 공은 골반으로 받다가 뼈가 부러지거나 장기가 파열할 정도로 위험했다. 때문에 나무나 가죽으로 만든 갑옷같은 보호장비와 무릎 보호대를 착용했으며, 머리엔 깃털이나 동물 가죽으로 만든 화려한 장식을 달고 뛴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뿌리깊은 공놀이의 전통이 내려오는 남미에선 축구가 생활이며, 종교다. '길거리 축구(Pelada, 펠라다)' 문화 속에서 산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골목길, 해변이나 맨땅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을 차면서 자란다. 거친 공간에서 양말로 만든 공이나 돌처럼 무거운 공을 차며 놀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볼 컨트롤과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는 드리블, 창의적인 개인기가 몸에 배게된다.
세계의 거리 축구에 대한 다큐멘터리 '펠라다(Pelade, 2010)' 예고편
또한, 축구는 많은 남미 청소년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매력적인 성공 수단이다. 펠레, 마라도나, 메씨, 네이마르같은 전설적인선수들 대부분이 빈민가(Favela) 출신이다. 이런 헝그리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뛰는 강렬한 동기가 부여되며, 경기장에서 투지와 집중력으로 발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남미인들은 축구에 최적화된 신체를 갖추고 있다. 남미에는 인디언 원주민, 유럽계 이주민, 아프리카계 이주민이 오랜 세월 융합된 인종적 배경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계의 폭발적인 탄력과 스피드, 유럽계의 단단한 체격과 전술적 이해, 원주민의 유연성과 민첩성이 결합되어 유연한 신체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기후도 한몫을 한다. 안데스 산맥을 끼고 있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의 국가들은 해발 2천-3천 미터 넘는 고지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고 훈련한 선수들은 압도적인 폐활량과 심폐 지구력을 갖게 된다.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뛰던 체력으로 평지에 내려와 경기하면, 쉽게 지치지 않으며 활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으로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1916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별 국가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Copa América)를 열어왔다. FIFA 월드컵은 1930년 시작됐다.
'거칠은 몸싸움'은 남미 축구의 DNA

7월 5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멕시코(녹색 유니폼)와 잉글랜드(흰색) 선수들. Fox-TV 화면 캡쳐.
3월 5일 16강전에서 프랑스를 대적한 파라과이 팀은 과격했다. 프랑스 선수들의 유니폼을 잡아당기고, 뒤에서 밀고, 역습을 끊는 등 몸싸움을 많이 하며, 반칙도 자주했지만, 주심은 옐로카드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프랑스가 옐로카드를 3장이나 받았다. 어떤 축구팬들은 파라과이 국가대표 축구팀을 "갱단"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남미 축구의 특성은 이처럼 '거칠은 몸싸움'이다. 수천 년 전 메소아메리카 대륙에서 목숨을 걸고 단단한 공을 향해 온몸을 던지던 원시적인 공놀이 문화의 피와 투지가 오늘날 거칠고, 뜨거운 현대 남미 축구의 피지컬 중심적이고 열정적인 스타일로 이어져 내려왔다. 이 때문에 경기 중 어깨 싸움, 볼 경합, 거친 태클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해외 리그에서도 남미 출신 수비수나 미드필더들은 '투사(Warrior)' 같은 성향으로 유명하다.
물리적 압박 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를 도발하고, 기를 죽이기 위한 거친 신경전과 영리한(전술적) 반칙(Cynical Foul)도 불사한다. 이는 마야 문명의 골반 축구에서 거친 몸싸움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몸싸움에 경기 템포를 끊고,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된 후 미리 약속된 전술에 따라 경기를 다시 시작하는 세트 피스(Set Piece: 프리 킥, 코너 킥, 페널티 킥, 드로우 인 등)를 노리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몸싸움은 남미 축구의 DNA인것이다. 코파 아메리카에서 유럽 리그였다면, 경고나 퇴장이 나올만한 격렬한 몸싸움도 심판들이 경기의 일부로 보고 그대로 진행시킬 때가 많다. 그래서 월드컵처럼 여러 대륙 팀이 만나는 무대에선 남미 팀들의 몸싸움이 더 거칠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삼바 축구' 브라질, '하이브리드' 아르헨티나
Pele -Top 10 Impossible Goals Ever, Sports 360
나라별로 축구의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기술과 창의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브라질 축구를 상징하는 '조가 보니투(Jogo Bonito, 아름다운 축구)'라는 말도 기본 철학은 공을 오래 소유하고 개인기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화려한 기술은 예술적이지만, 수비를 할 때는 강하게 육체적으로 압박도 한다. 기술, 투지와 조직력을 함께 갖춘 아르헨티나 팀도 불필요한 반칙은 최근 많이 줄였지만, 필요할 땐 전술적인 반칙을 하는 편이다.
브라질은 '삼바 축구'와 '징가(Ginga, 몸을 흔들며 걷는 걸음걸이)' 정신으로 무장한 예술에 가까운 기교와 화려한 드리블이 장기다. 카포에이라(Capoeira) 무술과 삼바 춤에서 유래한 리듬감 있는 움직임으로, 몸의 탄력과 유연성을 이용해 상대를 속이는 스타일이다.
축구 황제 펠레(Pelé)는 현대 축구에서 쓰이는 거의 모든 개인기인 시저스(Scissors, 헛다리 짚기), 넛멕(Nutmeg, 알까기), 로빙 슛(Lobbing Shot, 포물선 슈팅) 등을 구사하며, 가공할 만한 탄력과 스피드를 결합해 수비진을 무력화했다. '외계인'이라는 별명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Ronaldo)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정교한 드리블, 호나우지뉴(Ronaldinho)는 플립 플랩(엘라스티코, Elastico, 발을 파닥거려 수비수 속이는 기술), 노룩 패스, 사브레 타헤(Chapeau, 공을 띄워 수비 키를 넘기는 기술) 등으로, 두 다리 길이가 다른 가린샤(Garrincha)는 드리블 하나로 세계를 매료시켰다.
이번 월드컵 16강전에서 노르웨이에 무릎을 꿇은 네이마르(Neymar Jr.)는 힐 플릭(Heel Flick, 레인보우 플릭/일명 사파타, Zapata, 공을 높이 띄워 수비수 키를 넘겨 제치기), 바디 페인팅(Body Feint, 몸으로 속이기) 등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발재간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인기를 끌었다. 네이마르는 반칙 유도와 엄살 섞인 '할리우드 액션'으로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우승을 노리던 아르헨티나는 2026 월드컵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2-20으로 뒤지며 열세를 보였다. 추가 시간엔 엔조 페르난데스가 두번의 반칙 경고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고, 결국 0-1로 스페인에 패했다.
브라질의 화려하고 즉흥적인 '삼바 축구'와는 달리 아르헨티나는 철저한 전술과 조직력을 중시한다. 아르헨티나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 이탈리아와 스페인계 이민자들이 유입되어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탈리아계 혈통을 갖고 있으며, 스스로 유럽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축구도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처럼 거칠고, 집요하며, 강력한 몸싸움을 하며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심리적으로 흔든다.
또한, 영국 이주민들이 축구를 처음 전파하고, 유럽 전술의 영향을 빠르게 흡수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 축구는 수비와 미드필더진이 이탈리아처럼 견고하고 조직적이며, 공격진은 남미식으로 전방에서는 골목길 축구(포트레로/ Poteo)에서 다져진 예측 불가능한 기교로 경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이런 조합으로 아르헨티나는 전술적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축구를 구사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아르헨티나의 전설 마라도나(Maradona)는 '왼발의 마술사'로 드리블, 패스 프리킥까지 컴퓨터처럼 정교하게 구사했다. 공 대신 어깨와 골반을 비틀어 상대를 속이는 바디 페인팅은 세계 최고로 꼽힌다. 한편, 메씨(Messi)는 극도의 간결함과 완벽한 타이밍으로 수비를 무력화하는 '터미네이터'다. 초고속의 잔발 드리블로 질주하며, 속도를 조율하며, 미세한 상체 페인팅으로 수비를 따돌리는 축구 도사의 경지에 올라 있다.
'늪 축구' 파라과이, '악바리 정신' 우루과이,
'리듬 패스' 콜롬비아, '스타카토' 멕시코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16강전에서 프랑스 스타 킬리안 음바페를 잡아 방어하는 파라과이 선수. Fox-TV 화면 캡쳐.
한편,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같은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내륙국 파라과이는 살아남기 위해 육탄방어와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는 수비로 '늪 축구(Swamp Soccer)'를 발전시켰다. 파라과이는 32강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끈질긴 질식 수비 끝에 120분간의 혈투를 1-1로 버틴 후 승부차기에서 우승 후보를 침몰시켰다. 16강전에서는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나 마이클 올리세처럼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프랑스 팀과 싸우려면 공간을 메우고, 속도를 막기 위해 전술적인 반칙을 불사했다.
그런가하면, 콜롬비아는 리듬과 유연함의 '삼바'와 '안데스'의 하이브리드다. 화려한 기술과 우아하고 리드미컬한 패스를 정체성으로 삼고 있는 '토케(Toque, Touch) 축구'를 구사한다.
'가라 차루아(Garra Charrúa, 원주민 차루아족의 투지)' 정신으로 무장한 우루과이는 독종같은 악바리 정신이 특징이다. 기술도 뛰어나지만 수비수를 괴롭히는 활동량과 투지로 온몸으로 부딪치며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멕시코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기술적이며, 공격적인 스타일의 '스타카토 축구(Staccato Soccer)'를 자랑한다. 좁은 공간에서 톡, 톡 끊어 치는 원터치 패스와 잔발을 활용한 빠른 방향 전환을 선호한다. 7월 6일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멕시코가 잘게 썰어가는 '스타카토 리듬'이었다면, 잉글랜드는 묵직하면서도 점점 크게 몰아치는 '오케스트라 크레센도(Crescendo)'에 비유할 수 있다.
이처럼 남미 축구는 골목과 거친 공터에서 탄생해 유럽식의 견고한 전술과 신체적 투지라는 뼈대에 인간이 공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적 기교'를 얹어 완성한 세계 축구 팬들의 영원한 로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7월 5일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브라질 선수들(노란색 유니폼)과 노르웨이 스타 얼링 홀란. Fox-TV 화면 캡쳐.
각 나라의 축구 스타일은 선수들의 몸에 밴 '모국어', 정체성에 비유된다. 감독과 선수는 바뀌어도 '축구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월드컵 5외 우승의 찬란한 과거를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은 축구 정체성을 버려 실패한 케이스다. 브라질은 1990년대 이후 유럽 축구가 세계의 트렌드가 되자 화려한 개인기, 리듬감 넘치는 드리블, 즉흥적인 창의성을 무기로 한 '조가 보니토' 전술을 버리고, 전술적 규율과 피지컬, 수비 균형을 강조하는 유럽형 실리 축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라질 특유의 화려함과 창의성이 메말라가며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된다. 결국, 2014년 자국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7로 참패하는 '미네이랑(*경기장 이름)의 비극(Mineiraço)'을 초래하게 된다. 물론 독일 편에서는 우승까지 석권하는 '미네이랑의 기적'이었다. 이후로 브라질은 과거의 위용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6 월드컵에서도 16강전에서 노르웨이에 1-2로 패하고 말았다. <계속>
아르헨티나와 마라도나 교회
브라질에서 축구는 "삶의 방식"이지만, 아르헨티나에서 "축구는 종교"다. 1978년 자국 개최 월드컵에서 첫 우승 후 1986년엔 디에고 마라도나가 우승을 이끌었고, 2022년엔 링넬 메씨가 우승컵을 가져왔다. 세번의 우승은 아르헨티나인들에게 단순한 스포츠의 성취가 아니라 '국민적 기억'으로 남아 있다.
아르헨티나엔 1998년 팬들이 설립한 패러디 종교 '마라도나 교회(Iglesia Maradoniana)'도 있다. 신도들은 '축구 십계명(Ten Commandments)'과 기도문까지 만들었다. 십계명은 공은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라, 디에고와 아름다운 축구를 조건 없이 사랑하라,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수호하라, 디에고의 기적을 온 우주에 전파하라, 그가 뛰었던 경기장과 그의 성스러운 유니폼을 기려라, 디에고를 특정 한 클럽의 선수로만 규정하지 말라, 마라도나 교회의 원칙을 전파하라, 'Diego'를 자신의 중간 이름(middle name)으로 삼아라, 첫째 아들의 이름을 Diego로 지어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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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의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The Goalkeeper's Fear of the Penalty Kick,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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