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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roit Top 10 디트로이트 톱 10

자동차 도시의 추락과 부활, 디트로이트 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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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roit "Motor City"


'자동차 도시(Motor City)'로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던 미시건주 디트로이트(Detroit)는 그리스 비극에 나올법한 주인공같다. 2012년 9월 재즈 페스티벌 구경 차 가보았던 디트로이트 거리는 파산 후 짓다가만 건물들이 앙상하게 판테온처럼 남아 있는 아테네를 연상시켰다. 1950년대만 해도 180만명이 살던 디트로이트는 엑소더스로 2013년에는 인구가 절반에도 못미치는 70여만명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2013년 파산을 신청하며 몰락한 대도시로 낙인됐다.


실제 디트로이트의 파란 하늘 아래엔 아르데코(Art Deco)의 빌딩들이 솟아있지만, 웅장한 기차역은 자금이 없어 철거도 보수공사도 못한 채 폐허가 되어 있었다. 르네상스를 꿈꾸는 첨단 건물들이 올라갔지만, 폭스 시어터같은 유서깊은 건물은 먼지 속에 곧게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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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 양식의 폭스 시어터(Fox Theater), 코메리카 스태디움 공원 인근에 자리해 있다.


하지만, 추락한 신의 모습의 디트로이트는 여행자에게 위험하거나, 지루한 도시는 아니다. 영광스러운 역사를 담은 건물들이 남아있고, 뉴욕의 뮤지엄 못지 않은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Detroit Art Institute)의 컬렉션이 자부심을 자랑하고 있으며, 미국의 소울 뮤직이 산실인 '모타운(Motown)' 레코드사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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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모터스(GM) 본부와 7개의 빌딩 컴플렉스가 모인 르네상스 센터.


여기에 1월엔 아직도 북미 국제 자동차쇼가 열리며, 9월엔 도시 전체가 흥청거리는 무료 재즈 페스티벌이 사흘간 펼쳐진다. 그리고 곳곳에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풍의 힙스터들이 드나드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다시 프로야구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Detroit Tigers)처럼 포효할 날을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동차 도시(Motor City)'이자 '모타운의 도시(Motown City)' 디트로이트에서 즐길만한 것 10가지와 먹거리를 소개한다. 



#1 디트로이트 뮤지엄 Detroit Institute of Arts(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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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뮤지엄 정문 앞의 로댕 조각 '생각하는 사람'.


1927년 디트로이트가 자동차 산업으로 세계 부자 도시에 꼽히던 시절 보자르 양식으로 건축된 디트로이트 아트 인스티튜트는 당시의 부를 입증하는 6만5천점의 방대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입구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앉아 있으며, 로비엔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디트로이트의 산업을 소재로 그린 대형 벽화가 위용을 보여준다. 디트로이트 파산 신청 후 크리스티 경매사가 소장품을 감정했으며, 빈센트반 고흐의 자화상을 팔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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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화가, 프라디 칼로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의 웅장한 벽화. 디트로이트의 전성기를 가늠할 수 있다.


뮤지엄의 약 100여개에 달하는 갤러리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과 우체부 룰랭의 초상을 비롯, 세잔, 마티스, 드가, 쇠라 등에서 브뤼겔의 '결혼식 춤', 티치아노와 아르테미시아 젠틀레스키가 그린 '호르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도 볼 수 있다. 또한, 삼국시대 9세기 주철 불두상도 전시되어 있었다. DIA에는 특히 GM사의 후원으로 흑인 작가들을 위한 갤러리도 마련했다. 금요일엔 콘서트도 열린다. http://www.dia.org


*도시 파산, 디트로이트 뮤지엄 20억 달러 컬렉션 팔리나?

*디트로이트뮤지엄(DIA) 콜렉션 하이라이트 



#2 아르데코 빌딩 Art Deco Build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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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 Building, Detroit


아마도 뉴욕 다음으로 세계에서 아르데코(Art Deco) 빌딩이 가장 많은 도시는 디트로이트일 것이다. 아르데코의 전성기가 1920-40년대였고, 이 시기에 번영했던 도시에서 빌딩을 신축할 때 기계문명의 화려함을 묘사한 아르데코가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1928년 알버트 칸(Albert Kahn)의 설계로 건축된 피셔 빌딩(Fisher Building)은 '디트로이트의 에펠탑'으로 불리웠다. 로비에서 천장의 지그재그 패턴과 샹들리에, 엘리베이터가 아르데코에 마야 양식을 첨가한 흔적이 보인다. 우리는 우연히 빌딩을 잘 아는 사람의 친절한 안내로 위층까지 올라가 디테일과 디트로이트의 전망까지 보게 되었다. 뮤지컬 극장 피셔 시어터가 자리해 있다. 3011 West Grand Boulevard, Detroit



IMG_8922.JPG Guardian Building


'금융계의 성당(Cathedral of Finance)'이라는 별명(*뉴욕의 울워스 빌딩은 'Cathedral of Commerce')이 붙은 가디언 빌딩(Guardian Building)은 아르 데코에 마야 리바이벌 양식이 혼용되어 더욱 화려하며, 이국적이다. 1929년 워트 C. 롤란드(Wirt C. Rowland)가 설계했다. 뉴욕에선 시청 옆 고딕 양식인 울워스 빌딩과 5애브뉴 아르데코 프렌치 빌딩(French Building)처럼 웅장하며, 화려하다. 종종 결혼식도 열린다고. 500 Griswold Street, Detroit


*미드타운 아르데코 프렌치 빌딩

*뉴욕은 아르데코의 메트로폴리스



#3 모타운 역사 뮤지엄 Motown Historical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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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자리한 모타운 뮤지엄. 흑인 뮤직의 산실이다.


디트로이트는 아레사 프랭클린, 다이애나 로스, 마돈나가 태어난 도시다. 그리고, 다이애나 로스와 수프림스를 비롯, 스티비 원더, 스모키 로빈슨, 마빈 게이, 잭슨 5를 키운 소울 음악의 산실 '모타운(Motown)' 레코드가 자리한 도시다. 이들의 대부는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베리 고디(Berry Gody)이며, 그가 1959년 엄마에게 800달러를 빌려 구입한 주택 창고를 개조한 녹음실에서 왕년의 스타들이 레코딩을 했다. 이 자그마한 집이 1985년 모타운 뮤지엄으로 태어났다. 마이클 잭슨이 'Moon Walk' 뮤직 비디오에서 썼던 모자와 장갑도 전시 중이다. 모타운 뮤지엄은 5천만 달러를 들여 확장할 예정이다. https://www.motownmuseum.org


*브로드웨이 뮤지컬 '모타운(Motown)'



#4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 Detroit International Jazz Festiv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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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주말 르네상스 센터 인근 하트 플라자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은 무료다. 


로드아일랜드주 뉴포트,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도 대규모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뉴욕은 그만한 규모의 재즈 축제가 없다. 1980년 시작된 디트로이트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매년 9월 초 노동절(Labor Day) 주간 다운타운 7개의 고층빌딩숲 GM 르네상스 센터(GM Renaissance Center) 인근을 비롯 시내 곳곳에서 무료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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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한 무대에서 열린 소니 롤린스 콘서트에서 포착한 재즈의 전설.


올해는 8월 30일부터 9일 2일까지 나흘간 40주년 축제를 연다. 2012년 색소폰의 전설 소니 롤린스(Sonny Rollins), 웨인 쇼터, 크리스천 맥브라이드 등 화려한 출연진의 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다. 이외에도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을 거쳐간 뮤지션은 데이브 브루벡, 레지나 카터, 칙 코리아, 윈턴 마살리스, 팻 매시니 등이 있다. https://www.detroitjazzfest.org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을 가다

*재즈 색소폰의 전설, 소니 롤린스 85세



#5 미시간 센트럴 스테이션  Michigan Central Station


1024px-POSTCARD_New_Michigan_Central_Station_circa_1915.jpg 1915년 엽서


1963년 뉴요커들은 펜실베니아 스테이션이 철거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맥킴, 미드 & 화이트가 설계한 보자르 양식의 아름다운 철도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매디슨스퀘어가든 빌딩이 올라갔다. 이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CT)도 같은 운명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구명 운동에 힘입어 GCT은 보존되고, 랜드마크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디트로이트의 철도역 미시건 센트럴 스테이션은 1914년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건축회사 리드 & 스템, 워렌 & 웨트모어(Reed and Stem, Warren and Wetmore)가 설계한 보자르 건물이다. 자동차와 항공 여행의 붐으로 미시건 센트럴 스테이션은 1970년대 후반부터 승객 감소로 고전하다가 1988년 아예 기차역을 폐쇄했다. 버려진 기차역 건물은 이후 낙서에 부서진 유리창으로 도시의 폐허가 되었다. 디트로이트 도시의 몰락을 상징하는 철도역은 할리우드 영화 '트랜스포머즈' 등에 등장하며 오히려 유명해졌다. 마침내 포드 자동차 회사가 2018년 5월 기차역을 매입해서 3억5천만 달러, 4년에 걸친 철도역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2405 West Vernor Highway, Detroit



#6 코메리카 파크 스태디움 Comerica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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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스태디움과 놀이공원이 조화된 코메리카 파크와 추신수 선수가 걸린 전광판.


뉴욕의 양키 스태디움이나 메츠 스태디움(시티필드)에 가면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것을 실감하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코메리카 파크는 놀이공원같았다. 회전목마(Carousel, 말 대신 야구팀의 마스코트인 호랑이)에 관람차(Ferris Wheel)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야구를 온가족이 관람하는 나들이로 만들었다. 여기에 뮤지엄 '명예의 전당'(Walk of Fame)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역사와 선수들을 소개하며 쇼핑까지 이끌게 된다. 2012년 9월 마침 추신수 선수가 소속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타이거스와 경기하던 날이라 야구광은 아니지만,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http://detroit.tigers.mlb.com/det/ballpark



#7 벨 아일 파크 Belle Isl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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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가 보이는 디트로이트강변.


미국과 캐나다 국경 사이, 디트로이트 강 위에 뜬 3마일 길이의 섬 벨 아일에 조성된 공원. 뉴욕 센트럴파크의 건축가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설계한 벨 아일은  982에이커 규모(*센트럴파크는 840에이커)로 수족관과 동물원, 분수대도 구비하고 있다. 윌리엄 리빙스턴 등대(William Livingstone Lighthouse)도 아르데코 스타일로 건축됐다. 캐나다가 가깝게 보인다. 



#8 그리스 타운 Greek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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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호텔이 있는 그리스 타운의 페가수수 레스토랑. 문어요리, 오빠/OPA! 로 부르는 사가나키 불타는 치즈가 지나갔다.


뉴욕에선 퀸즈의 아스토리아가 그리스 이민자들이 몰려사는 지역이다. 디트로이트엔 그리스 이민자들이 모여 만든 유흥 타운 'Greek Town'이 있다. 르네상스 센터, 코메리카 파크(스태디움) 사이에 자리한 그리스 타운엔 그리스 식당, 카지노 호텔(Greektown Casino), 교회들이 줄지어 있다. 상호도 파르테논 레스토랑(Parthenon), 페가수스 타베르나(Pegasus Taverna), 키프러스 타베르나(Cyprus Taverna), 산토리니 에스티아토리오(Santorini Estiatorio) 등 레스토랑부터 아테니움 호텔(Atheneum Hotel), 아스토리아 패이스트리 숍(Astoria Pastry Shop) 등 그리스풍이다. 페가수스 태번에서 그리스 음식을 맛보기에 좋은 동네. http://greektowndetroit.org



#9 디트로이트 고가 트램 Detroit People Mover (D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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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센트로 도시 구경, Detroit People Mover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은 고가를 달리는 트램(Detroit People Mover, DPM)으로 연결이 된다. 모노레일로 금융지구-르네상스 센터-그리스타운-그랜드 서커스 파크 등 13개 역을 지난다. 여행자들은 75센트로 디트로이트 시가를 둘러보기에 편리하다. https://www.thepeoplemover.com



#10 디트로이트 숙소, 페리 스트릿 인 The Inn on Ferry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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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Inn on Ferry Street


우리가 묵은 곳은 이스트 페리 스트릿 역사 지구(East Ferry Street Historic District)에 자리한 페리 스트릿 인(The Inn on Ferry Street)였다. 빅토리아 양식의 고풍스러운 주택이 이어진 동네로 디트로이트 뮤지엄(Detroit Art Institute)와 레스토랑 휘트니(The Whitney)에서도 가까웠다. 


길 건너편에는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계열 뮤지엄 프리어/새클러(Freer/Sackler)에 이름이 붙여진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의 하우스도 자리해 있다. 프리어는 기차 제조로 부를 축적했으며, 아시안 미술 컬렉터였다. 프리어/새클러 뮤지엄의 공작룸(Peacock Room)에 그의 소장품이 집중되어 있다. https://innonferrystreet.com



디트로이트 먹거리


# 휘트니 The Whitney


IMG_8974.JPG The Whitney


디트로이트의 역사가 담긴 근사한 저택 안에 자리한 레스토랑 휘트니(The Whitney)에서 식사를 추천할만 하다.

이 저택은 1890년 목재 사업가로 당대 미시간주의 #1 부호였던 데이빗 휘트니 주니어(David Whitney Jr.)를 위해 로마네스크 리바이벌 양식으로 건축됐다. 베드룸52개, 배스룸 10개, 파이어플레이스 20개에 집값을 능가하는 티파니 유리창까지 갖추었다. 1900년 휘트니 사망 시 재산이 1500만 달러였다고 한다. 1986년 보수 공사를 거쳐서 레스토랑으로 오픈했다. 우아한 맨션 구경도 하고, 식사도 즐길만 하다. 4421 Woodward Ave. Detroit, Michigan https://www.thewhitney.com



# 코니아일랜드 칠리도그 Hot Dog at Coney Is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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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Coney Island


코니아일랜드는 브루클린 비치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한국에선 코니 아일랜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코니 아일랜드는 핫도그집 이름이다. 1914년 그리스/마케도니아계 이민자가 오픈한 식당이다. 핫도그 빵 안에 프랭크 소시지를 올린 후 간 고기에 양념한 속을 채워 넣고, 다진 양파에 노란 겨자를 뿌린 핫도그 '코니 도그(Coney Dog)'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다진 고기에 콩을 가미한 칠리 소스로 미 전역의 다이너에 퍼지게 된다. 오리지널 코니 도그을 맛보는 것도 디트로이트 체험이다. 아메리칸 코니 아일랜드(American Coney Island)와 라파옛 코니(Lafayette Coney)가 라이벌이다.

http://americanconeyisland.com



# 슬로우스 바비큐 Slows 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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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s BBQ, Detroit


디트로이트 철도역 인근에 자리한 인기 바비큐 레스토랑으로 홈메이드 바비큐 소스도 애플/매운맛/달콤한맛/NC(노스캐롤라이나?) 등 다양하며, 크래프트 생맥주도 제공한다. 근처에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스타일의 쿨한 커피숍도 있었다.

돼지 등갈비(Baby Back Ribs)와 핏 스모크 빈(Pit Smoked Beans) 사이드 디쉬. 배우 찰스 브론슨(Charles Bronson) 이름을 딴 시금치, 베이컨, 구다 치즈, 적양파 샐러드도 메뉴에 있다. https://slowsbarbq.com



# 하이랜즈 스테이크하우스 Highlands Steak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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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좋은 디트로이트 레스토랑


2012년 디트로이트에 여행갔을 때 다운타운 르네상스 센터 GM 본부 빌딩 72층에 자리했던 전망좋은 레스토랑 코우치 인시그니아(Coach Insignia)에서 쾌적한 식사를 했다. 코우치 인시그니아는 2018년 2월 문을 닫았고, 제임스 비어드재단상 수상 셰프 숀 맥클레인(Shawn McClain)이 오는 11월 이 자리에 하이랜즈 스테이크하우스(Highlands Steakhouse)를 오픈한다. 디트로이트 전망대에 올라간 셈 치고 식사를 해볼 법 하다. 

Renaissance Center, GM 200 E Jefferson Ave., Detroit, MI 48243



000.jpg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을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