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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트로이카: 오르발 맥주, 에두아르 초콜릿과 와플

수도원 맥주 오르발(Orval)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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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수도원 Abbaye d'Orval

 

독일의 리슬링 계곡 모젤(Mosel)의 아르누보 도시 트라벤 트라바흐(Traben-Trabach)를 떠나 프랑스로 돌아가는 길에 벨기에를 그저 지나칠 수는 없었다. 자동차 여행이라 즉흥과 우연이 재즈 리듬처럼 자유로웠다. 뉴욕에서 크래프트 비어 수잔(Susan, Hill Farmstead Brewery)를 발견하기 전엔 듀벨(Duvel), 오르발(오발, Orval), 시메이(Chimay) 등 벨기에 맥주를 즐겨 마셨다. 샴페인(프랑스 랭스)과 리슬링(독일 모젤) 사이에 낀 벨기에를 건너 뛰기엔 아쉬워 수도원에서 만드는 맥주를 찾아 브류어리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여정에서 가장 가까운 벨기에 남쪽 마을 플로렌빌(Florenville) 인근의 오르발 브류어리(Orval Brewery, Brasserie d'Orval)가 목적지가 됐고, 반나절 벨기에에 머물렀다. 오르발 수도원을 구경한 후 인근 카페 가디언 앤젤(A l'Ange Gardien)에서 신선한 오르발 맥주를 곁들인 점심식사를 했다. 프랑스로 들어가기 전 시내 로터리에서 눈에 띄었던 아담한 초콜릿 부티크 에두아르(Les Chocolats d'Edouard)에서 와플을 맛본 후 자그마한 초콜릿 박스를 샀다. 벨기에에 겨우 4시간 머물면서 3대 먹거리 맥주/와플/초콜릿을 맛보게 되었다. 

 

 

'맥주 천국' 벨기에, 트라피스트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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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트라피스트 비어. Photo: Philip Rowlands/ Wikipedia

 

'맥주의 천국'은 독일도 체코슬로바키아도 아니요, 바로 벨기에다. 인구 1100만명에 경상도 크기만한 나라에 맥주 양조장이 224개(2016년 현재)이며 약 1600여종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84리터. 1900년에는 무려 200리터나 마시는 민족이었는데 대폭 줄었다고 한다. 

 

2016년 유네스코는 벨기에 맥주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벨기에의 명품 맥주는 수도원에서 비상업적으로 양조되는 트라피스트 맥주(Trappist beer)와 수도원에서 양조법을 인수해서 속세에서 상업적으로 제조하는 애비 맥주(Abbey beer)로 나뉜다. 와인처럼 숙성기간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알콜 농도도 10도 이상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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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수도원 앞의 레스토랑 아 랑제 가르디엥(A l'Ange Gardien, 천사의 날개로).

 

돔 페리뇽(Dom Pérignon) 덕에 우리는 오늘날 샴페인을 마시고 있으며, 벨기에 수도승 덕분에 맥주광들은 명품 맥주를 즐기고 있다. 왜 수도원에서 맥주를 왕성하게 제조했을까? 와인과 마찬가지로 식수가 위생적이지 않았던 시대에 마실 음료용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수도승들은 사순 시기에 맥주로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었으며, 양조 노동은 수도생활의 일환이 되었다.  

 

특히 성 베네딕토의 엄격한 규율을 따르는 트라피스트 에일은 세계 12종만이 공인되었으며, 그중 6종이 벨기에(아첼 Achel, 시메이 Chimay, 오르발 Orval, 로슈포르 Rochefort, 베스트말레 Westmalle, 베스트블레테렌 Westvleteren)에 있다. 그리고 네덜란드(2), 오스트리아(1), 미국(1-Spencer), 영국(1), 이탈리아(1)에 트라피스트 맥주가 양조되며, 병에 육각형의 공식 마크가 붙여진다.

 

 

오르발 수도원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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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수도원의 마틸드 샘물 Mathild Fountain at Brasserie d'Orval

 

그곳에는 전설이 있었다. 옛날옛적 이탈리아 토스카나 후작의 딸인 마틸드(Tuscan Mathilde)가 벨기에로 여행왔다. 마틸드는 샘물가에서 노닐다가 그만 결혼 반지를 빠트렸다. 여인이 반지를 찾아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드리던 중 기적처럼 숭어 한 마리가 반지를 입에 물고 수면 위로 나타났다. 이 광경을 보고 마틸드는 외쳤다. "진정 이곳은 황금의 계곡(Val d'Or)이도다!"

그리고 마틸드는 감사의 표시로 기금을 마련해 그곳에 수도원을 세웠고, 이름을 '오르발(Orval)'이라 명했다. 지금도 그 샘물(Mathilde Fountain)은 수도원과 오르발 맥조 양조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반지를 물은 숭어는 오르발 맥주의 로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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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수도원 Brasserie d'Orval

 

오르발 맥주는 벨기에의 고메 지역 오르발 노트르담 수도원( Abbaye Notre-Dame d'Orval)에서 만든다. 기록에 따르면, 오르발 수도원에서 맥주를 양조한 것은 162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도승들이 비위생적인 물보다 영양가도 많은 맥주(liquid bread)와 와인을 마셨다는 문서가 남아 있다. 

 

1931년 헨리 바에스(Henry Vaes)의 설계로 현재의 양조장이 건축되었고, 오발 맥주잔도 디자인했다. 1932년 5월 배럴에 담긴 맥주가 처음 시판, 오르발은 수도원 맥주 최초로 벨기에 전국에서 판매되는 맥주가 되었다.  다른 트래피스트 양조장과 마찬가지로 오르발이 맥주를 시판하게된 것은 수도원의 재정을 확충하고, 커뮤니티 자선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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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브류어리(Brasserie d'Orval)의 맥주 만드는 공정을 소개한 갤러리와 치즈.

 

맥주의 재료는 보리싹/맥아(malt), 물(water), 홉(hop), 그리고 효모(yeast)다. 물에 담군 맥아의 전분이 당으로 바뀌면 홉을 첨가해서 끓인 후 효모를 첨가해 발효시킨다.  

 

오르발은 특유의 효모(Brettanomyces lambicu)를 첨가해 맥주에 특이한 향미와 아로마에 복잡미묘한 맛을 낸다. 컬러는 엷고, 약간 흐릿하면서 크리미한 거품이 뜬다. 가죽, 스파이스, 등등의 맛을 낸다. 오르발 특유의 맛은 홉과 효모에서에서 비롯된다. 오르발은 맥주가 숙성되는 3주간 건조한 홉(hopping, 맥주의 쓴맛을 내는 열매)을 커다란 그물백에 넣어 우려낸다. 사용하는 홉은 할레르토(Hallertau), 스티리안 골딩(Styrian Goldings), 프렌치 스트리셀스팔트(French Strisselspalt). 또한, 숙성기간 중 로컬의 야생 효모 베타노미세스 람비쿠(Brettanomyces lambicu)를 첨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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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rve Orval  http://www.orval.be

 

병입 후 섭씨 15도에 최소한 4주간 숙성되었다가 배급된다. 수도원과 지역 카페에서 팔리는 오르발은 6개월 숙성된 것이며, 향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진다. 오르발을 마시는 것은 예술(art)라고 한다. 또한, 성배 모양의 오르발 전용 글래스에 따라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크림같은 거품은 '맥주의 꽃'. 맥주 역시 와인처럼 빛을 피해서 10°-15°C(46°-56°F)에 보관해야 한다. 맥주 비평가 마이클 잭슨은 오르발을 "훌륭한 식전주(aperitif)"로 "월드 클래식"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수도원에서는 1928년부터 오르발 치즈(Fromagerie de l’Abbaye d’Orval)도 생산해왔다. 1816년 포르뒤살루트애비의 트라피스트 수도승들의 레시피를 사용하고 있다. 로컬 소의 우유로 만든 오르발 치즈는 부드럽고, 향미도 순한 치즈로 1kg짜리(15유로)를 사와 오래 두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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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맥주의 반지를 입에 문 숭어 로고

 

양조장은 9월 오프닝 데이 이틀 외에는 맥주업계와 전문가들에게만 개방한다. 하지만, 갤러리에 맥주의 기본 상식과 양조 과정을 비디오로 설치되어 있으며, 오르발의 로고와 마케팅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설명이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와 독일어라 그림만으로 이해하는 수 밖에 없었다. 선물의 집에서는 오르발을 비롯 트라피스트 맥주, 오르발 치즈와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다. 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중 가장 구하기 힘든 베스트블레테렌은 다른 맥주들과 패키지 케이스로 팔고 있었다. 1인당 3케이스까지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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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수도원 Brasserie d'Orval

 

오르발 수도원은 베네딕트 수도승들이 정착한 즈음에 건축이 시작되어 1124년에 비로소 축성식을 열었다. 1252년 대형 화재로 폐허가 되어 재건에만 100여년이 걸렸다. 1793년 프랑스 혁명군에 의해 전소되고 만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48년에서야 새로 준공된 새 수도원의 축성식이 열렸다. 중세 교회의 로즈 윈도우 등 폐허는 보존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http://www.orval.be

 
 

레스토랑 아 랑제 가르디엥 A l'Ange Gard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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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발 생맥주와 병맥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르발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치즈, 오르발 치즈로 만든 감자 그라탕과 살라미, 샐러드 세트, 그리고 파테.  

 

오르발 수도원을 둘러본 후 인근 오르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레스토랑 '아 랑제 가르디엥(A l'Ange Gardien)로 갔다. 마침 10월 초의 날씨도 화창해서 모던한 건물 베란다 파라솔 아래 테이블을 잡았다. 대부분이 오르발 수도원을 방문한 여행객들로 모두들 맥주광처럼 보였다. 맥주(2-3,60유로), 와인 1잔(2.7 유로)로 음료와 음식이 뉴욕보다 훨씬 싸다.

 

천사의 날개 한쌍이 손바닥처럼 보이는 로고가 달콤한 이 레스토랑에선 3종의 오르발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처음 벨기에 맥주를 마셨을 때는 마치 소주와 믹스한 소맥처럼 싸했다. 생맥주 오르발(Orval Vert)은 4.5% 알콜농도로 프레시하다. 병안의 클래식 오르발은 실상 생맥주보다 맛이 더 좋았다. Young(Jeune) Orval(병입 후 6개월 이하, 6.2%) Orval은 부드러웠고, Old(Vieil) Orval(7.2%)은 쌉사레한 맛이 감돈다고. 역시 맥주는 와인처럼 온도와 글래스가 중요하다.  

Route d’Orval, 3, B-6823 Villers-devant-Orval, www.alangegardien.be

 
 

에두아르 초콜릿 Les Chocolats d'Edouard, Artisan chocolat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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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 초콜릿의 와플, 그리고 기기묘묘한 초콜릿들. 벨기에 공주와 한국을 방문했던 에두아르 베쇼씨. 

 

점심 식사 후 프랑스로 가기 전, 에드와르 초콜릿은 순전히 숍 관상을 보고 느낌이 좋아서 들어가 보았다. 고다이바(Godiva), 노이하우스(Neuhaus) 등 벨기에 산 초콜릿을 뉴욕에서도 종종 먹지만, 에두아르야말로 행운의 발견이었다. 사과 모양, 도토리 모양, 버서 모양까지 독특한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은 과연 벨기에를 최고의 초콜릿 국가로 만드는 것 같다. 

 

또한, 벨기에 본토 와플도 꼭 먹어봐야할 것 같은 식탐이 솟았다. 오르발 맥주와 감자 그라탕까지 배부르게 먹은 후 디저트 삼아 와플을 주문했더니, 과일과 아이스크림까지 곁들여 나왔다. 맥주의 취기에서 깨어나려고 에스프레쏘 한잔도 시켰다. 역시 고소하고, 바삭하며, 따끈한 와플이 사르르르 입 안에서 녹았다. 초콜릿을 골라골라서 자그마한 박스를 만드는데, 주인장 에두아르 베쇼(Edouard Bechoux)씨가 맛보라고 보너스까지 주었다.

 

뉴욕에 와서 웹사이트를 보니 한국어 번역 페이지까지 있었다. 코리안 커넥션이 깊은 것 같았다. 2017년 벨기에 아스트리드 공주와 벨기에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에두아르 초콜릿 부티크는 2004년 에두아르 비쇼, 제랄딘과 자비에 괴벨스씨가 창립했다. 마다가스카르, 에쿠아도르, 우간다 등 카카오 원산지에서 선별한 카카오만을 사용하며, 인공색소나 레시틴 등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고. 벨기에산 대형 초콜릿이 아니라 자그마한 숍이라 가장 신선한 벨기에 초콜릿을 맛본 셈이다. 에두아르 베쇼씨는 2007년 벨기에 장인(Artisan) 쿵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오르발 수도원을 방문할 때는 꼭 들러봐야할 초콜릿 숍이다. 

Place Albert 1er, 36  B-6820 Florenville  http://www.leschocolatsdedouard.com/fr

 

 

*모젤 여행 <1> 트리텐하임, 바인 & 타펠하우스 Wein & Tafelhaus in Trittenheim

*모젤 여행 <2> 전설의 리슬링 명가 조조 프룸(J.J. Prum)을 가다

*모젤 여행 <3> 구스타프 클림트와 아르누보 타운, 트라벤-트라바흐(Traben-Trarba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