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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독일 모젤 여행 <3> 트라벤 트라바흐의 아르누보 벨뷰 호텔

중세 성터, 아르누보/유겐스틸, 클림트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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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 Traben-Trarbach, Mosel, Germany

 

모젤의 전설적인 와이너리(바인굿, Weingut) 조조 프룸(Joh. Jos. Prüm)에서 환상적인 리슬링 13종 시음회를 한 후 호스트 아메이 프룸(Amei Prüm) 여사가 추천해준 트라벤 트라바흐(Traben-Trarbach)로 향했다. 트라벤-트라바흐의 벨뷰(Bellevue Hotel)은 아르누보(Art Nouveau) 건축양식과 인테리어에 스파 시설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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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옆의 우체국, Traben-Trarbach, Mosel, Germany

 

트라벤은 모젤강 좌안(left bank), 트라바흐는 우안(right bank)에 자리한 마을. 1896년 시의회가 두 마을을 합병하기로 결정한 후 건축가 브루노 뫼링(Bruno Möhring)에게 위임해 짧은 다리 '모젤 브루크(Moselbrücke)'를 1899년 완공했다. 두 마을은 1904년 공식 한 도시가 됐으며, 뫼링은 트라벤-트라바흐에 반해서 다시 돌아와 머물면서 아르누보 빌딩을 더 짓게 된다. 

 

1900년 즈음 트라벤 트라바흐는 유럽에서 프랑스의 보르도(Bordeaux)에 이어 두번째로 중요한 와인 무역 도시였다. 유럽의 왕가들이 찾았던 리슬링 전성기 트라벤 트라바흐에서 영국, 러시아, 그리고 독일 제국으로 와인을 배급했다. 도시가 번성하면서 부유한 와인 무역상과 와인 메이커들은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 겸 교수 브루노 뫼링을 초빙해다가 아르누보 맨션을 설계했다. 덕분에 트라벤 트라바흐는 모젤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르 누보의 타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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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뫼링이 설계한 다리 모젤 브루크(Moselbrücke)의 브리지 게이트. 트라벤과 트라바흐를 이어준다.

 

예약없이 모젤에서 하룻밤을 더 묵으려고 찾아간 트라벤 모젤강변의 벨뷰 호텔(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은 '백설공주'의 성 같았다. 이 호텔 역시 브루노 뫼링의 작품이다. 이 자리에는 1837년 목조 프레임(half-timbered) 양식으로 지어진 여인숙 '클라우스 파이스트(Clauss-Feist)'가 있었다. 1900년 화재로 이 여인숙은 전소됐고, 클라우스 파이스트의 단골 숙박객이었던 뫼링이 아르 누보 양식으로 1903년 완공했다. 그리고, 이름은 '벨뷰(Bellevue)'로 바뀌었고, 클라우스 파이스트는 레스토랑의 이름이 된다.  

 

벨뷰 호텔은 라운지부터 1920년대풍 아르 누보의 화려하며 유연한 곡선미의 데코가 고풍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식당과 바를 둘러보니, 데코 하나하나가 아르누보 뮤지엄같았다. 아르 누보(프랑스어로 new art)는 독일에서 유겐스틸(Jugendstil, youth style)로 불리운다. 

 

*세계의 아르 누보 <1> 트라벤 트라바흐 벨뷰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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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 로비, Traben-Trarbach, Mosel, Germany

 

방 있냐고 물었더니, 리셉셔니스트는 객실이 딱 하나 남아있는데, 본관이 아닌 별관의 스위트라고 했다. 스탠다드, 딜럭스도 아니고, 거실이 딸린 스위트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그녀는 호텔 내 레스토랑 클라우스 파이스트(Clauss Feist)에서 2인 3코스 디너가 객실료에 포함된 패키지 가격을 제시했다. 하지만, 디너 예약이 꽉 찼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더니, 식당 매니저가 테이블을 잡아보겠다고 친절하게 약속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 예약을 했다. 모젤강에 매혹당한 탓이다. 4스타 벨뷰 호텔엔 독일의 귀족들과 배우들이 종종 묵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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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의 별관 스프링 블라썸 스위트. 타월 워머를 보면 빨래를 하고 싶어진다. 

 

저녁 8시 가까이에 체크인을 했다. 별관은 단출한 주택을 개조한 벨뷰 호텔 스위트룸이었는데, 연한 녹색톤으로 쾌적하게 모던한 디자인이었다. 나중에 호텔 웹사이트를 보니 Imme Vogel, Brust & Partner가 테마별로 디자인을 했으며, #423은 'Spring blossom'으로 불리우는 방이었다. 거실과 테라스가 딸려 있다.

 

방이 라스베가스 호텔처럼 커서 때때로 목청을 높여야 했고, 술래잡기를 해도 될 만한 공간이었다. 모던한 욕조가 큰 침대 옆에 덩그라니 설치된 것도 공간은 메우기 위한 아이디어였는지도 모르겠다. 테라스는 아직 쓸모가 없었지만, 웹사이트에 나온 별관의 다른 방들보다는 훨씬 마음에 드는 스위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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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의 아르누보 레스토랑 클라우스 파이스트(Clauss Feist)

 

트라벤-트라바흐에서는 잠시 리슬링을 잊자. 벨뷰 호텔의 아르 누보 구경을 하고, 유명한 스파에서 여독을 풀고, 부처 박물관을 구경하면 쾌적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여장을 풀자마자 레스토랑 매니저의 예약콜이 왔고, 아르 누보 인테리어가 우아한 작은 룸에 테이블을 얻었다. 

 

우리가 이틀 묵었던 트리텐하임의 미슐랭 1스타 식당 '바인 & 타펠하우스(Wein & Tafelhaus)는 영어 메뉴가 없어서 웨이트레스 설명만으로는 주문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벨뷰는 웨이터가 영국 국기가 붙은 영어 메뉴를 가져와서 안도했다. 애피타이저, 메인디쉬, 디저트까지 3코스를 가격 불문하고, 선택할 수 있었다. 이럴 때는 해산물 생각이 나서 비싼 것을 주문하고 싶은 유혹을 참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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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뷰 호텔 패키지에 포함된 3코스 디너. 클라우스 파이스트(Clauss Feist)에서의 저녁식사. 디저트는 생략했다.

 

애피타이저로 덴마크산 랑구스틴 타르타르와 랍스터 샨터렐버섯 샐러드, 메인디쉬로는 아구 & 굴 요리와 독일산 양 요리를 주문했다. 랑구스틴은 적은 양에 미묘한 맛을 느끼지 못했고, 옆의 웻지(wedge) 샐러드는 무성의해 보였다. 양 요리는 조금 질긴 편이었다. 반면, 친구의 샐러드와 아구요리는 만족해 했다. 디저트도 포함됐지만, 1, 2 코스에 비싼 요리를 시킨 것이 미안해서 생략했고, 유럽에선 생략해도 되는 팁을 넉넉히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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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의 아르누보 레스토랑 클라우스 파이스트(Clauss Feist)

 

다음날 아침식사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스타일의 아르누보 벽화들로 장식되고, 모젤강 전망을 보유한 다이닝 룸에서 뷔페로 제공했다. 햄, 치즈, 계란 요리가 많았는데, 크롸쌍과 식감이 비슷한 페이스트리가 담백하고, 맛있었다. 이름은 알 수 없었다.  

 

식사 후 스파로 향하면서 벨뷰의 유겐스틸/아르누보 데코를 찾아보았다. 벽화, 스테인레스 글래스, 샹들리에, 도자기, 창문, 카페트, 활자, 물병의 레이블까지 아르누보 일색이었다. 곡선에 식물과 곤충을 모티프로 한 아름다운 장식들이 이어졌다. '뮤지엄의 도시 뉴욕'에 아르데코 빌딩은 많아도, 아르 누보를 보기는 쉽지 않다. 벨뷰 호텔 자체가 뮤지엄 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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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의 클림트풍 스파, Traben-Trarbach, Germany

 

스파로 들어가니 모던한 디자인에 클림트 모티프의 벽화가 풀장 벽, 창문, 라운지, 사우나의 내부까지 화려하게 펼쳐졌다. 벨뷰의 하이라이트는 스파에 숨어있었고, 클림트의 여인들에 둘러싸여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야할 것 같았다. 벨뷰의 펜트하우스 스파 시설은 첨단이었고, 루프톱에서 1350년 지어졌다가 파괴된 산꼭대기 그레벤부르크(Grevenburg) 옛성터를 바라보며 일광욕도 즐길 수 있다.

 

아르누보 호텔, 클림트 스파, 루프톱에서 중세의 성과 리슬링 포도밭 언덕, 그리고 모젤강에 둘러싸여 누워있는 것은 황홀한 백일몽을 꾸는 것 같아 팔을 꼬집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트라벤 트라바흐가 예로부터 '헬스 리조트(health resort)'로 이름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하루를 더 묵고 싶었지만, 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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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의 루프톱, Traben-Trarbach, Mosel, Germany

 

스파에서 나와 동네를 거닐었다. 벨뷰 바로 옆의 웅장한 강변 호텔 모젤쇨로셴(Das NEUE Moselschlösschen)에 가보았다. 마치 몬탁의 럭셔리 호텔 거니스(Gurney's Montauk) 같은 리조트 호텔 분위기인데, 방을 알아보니 조그만 객실이 있는데 빵굽는 냄새가 배여있었다. 바로 아래가 제과점이기 때문이다. 벨뷰의 스위트와 너무 비교가 됐다. 

 

호텔 뒤편으로는 구두 스타일링 박물관(Schuhstyling Museum)도 있다. 이 박물관은 구두에 관한 모든 것과 액세서리, 구두 화장품(!), 회화, 판화, 드로잉, 사진, 엽서 등등을 소개한다고. 건너편의 부처박물관과 함께 트라벤-트라바흐의 독특한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뮤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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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 다리 건축가 브루노 뫼링이 설계한 아르누보 양식 와이너리 건물에 자리한 불상(佛像)박물관.

 

트라바흐의 불상(佛像)박물관(Buddha Museum, GbR Bruno Möhring Platz 1)에서 전시품을 구경하면서 어리둥절해졌다. 태어나서 이토록 많은 불상/불교미술품을 한곳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대도시가 아니라 모젤강의 작은 마을이라니. 2009년 개관한 부다 뮤지엄은 4천평방미터 규모에 2천여점의 부처상과 불교미술품을 전시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불교미술 소장품의 주인은 독일의 호텔 사업가이자 불교신자인 볼프강 프로이스(Wolfgang Preuss)씨. 불교신자인 프로이스씨는 아시아 각국에서 20여년간 불상을 사들였다. 뮤지엄은 모젤다리의 건축가 브루노 뫼링이 아르누보 양식으로 설계한 와이너리 '줄리어스 카이서(Julius Kayser)'를 개조해 오픈했다. https://www.buddha-museum.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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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유겐스틸호텔 벨뷰(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에서 점심식사, Traben-Trarbach, Mosel, Germany

 

벨뷰 호텔로 돌아가서 카페에서 강변을 바라보며 이른 저녁 식사를 했다. 나른하면서도 고아한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트라벤-트라바흐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루만 더 이 마을에 머물면 좋으련만, 아니면 모젤 일대 어느 곳에라도 방이 있기를 기대하고 인터넷 검색하고, 전화도 걸었다. 단 한곳, 보트에 200유로 내고 잘 수 있지만, 다음날 정오에는 배가 떠난다는 이상한 제안도 들어왔다. 그래서 아쉽지만 모젤을 떠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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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굽이 흐르는 모젤강과 주변 마을 지도. 북쪽에서 라인강과 합류한다. Mosel, Germany

 

Romantik Jugendstilhotel Bellevue

An der Mosel 11

D-56841 Traben-Trarbach

 

https://bellevue-hotel.de/en

 

*세계의 아르누보 <1> 트라벤-트라바흐의 벨뷰호텔 

*모젤 여행 <1> 트리텐하임, 바인 & 타펠하우스 Wein & Tafelhaus in Trittenhe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