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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미의 피츠버그 여행 <3> 낙수장(落水莊)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별장 폴링워터(Fallingwater)


Photo: Youngmi Jin/ Photogra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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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10월의 마지막 주말 즐거운 마음으로 남편과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를 향하여 출발했다. 피츠버그는 여러모로 우리와 인연이 있다. 둘째가 카네기멜론대에 다녔고, 첫째 딸이 지금 피츠버그 어린이병원 마취과에서 펠로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딸 아이도 보고, 보너스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낙수장(落水莊, Fallingwater)'을 본다는 설레임. 8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바깥 풍경을 눈으로 담아보고, 카메라의 눈으로도 담아 보고, 입으로도... 하여간  신이 났다. 이제는 운전 교대해 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가을이라 나뭇잎들이 홍조를 띠어가는 차창 밖을 봐야 하고, 비가 오면 비 내리는 모습을 담아야 해서 하여간 이런저런 핑계로 운전을 하지 않게 된다. 남편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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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니아주 밀런의 폴링워터로 가는 길.


우리는 2개월 전 폴링워터(Fallingwater) 투어를 예약해두었다. 토요일 아침 8시30분에 사진도 찍을수 있는 티켓($80)을 비롯 점심 식사 투어 등 종류도 많았다. 피츠버그에서 아니 딸이 사는 동네에서 1시간 40분(Bear Run)은 뉴욕쪽으로 내려가야 했다. 6시 좀 넘어서 그곳에 도착하니 7시45분 8시 정각에 출입할수 있다하여 파킹장으로도 못 들어가고 줄을 서 있어야 했다. 몇분 사이로 다른 차들도 도착하여 우리 뒤쪽으로 차를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폴링워터를 가면서 느낀 점은 동네가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 카우프만이 땅을 샀구나. 나무에는 노오랑, 주홍, 빨강색으로 틈틈이 보이는 초록이 있어 더욱 붉은색들이 예쁘게 보이고, 너무 가까이로 가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아니네... 약간의 거리가 있을 때가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인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다. 딸 아이만 해도 그렇다. 엄마라고 저를 위한다고 말이 많은 것을 불편해 하니 말이다. 자연이 주는 교훈을 나도 잘 기억해서 살면 만사형통이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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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예약  확인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커피도 마시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화장실도 윗쪽으로 길게 창을 만들어 두어 빛이 좋다. 중앙 접수대를 중심으로 5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는 한길로 내려가니 집이 보이고 물 흐르는 소리는 작게 들린다 . 


폴링워터는 1939년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카프만 백화점 체인을 운영하던 에드가 조나스 카우프만(Edgar Jonas Kaufmann (1885-1955)을 위해 베어 런(Bear Run)에 지은 별장으로 완성했을 때 라이트의 나이는 일흔이 넘었다. 아들 에드가 카우프만 주니어가 라이트의 전기를 읽은 후 그의 스튜디오에서 견습생으로 일했고, 아버지에게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우프만 주니어는 컬럼비아대에서 건축과 미술사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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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별장 이름은 라이트가 스케치한 후 그 옆에 'Fallingwater'(떨어지는 물)라고 적은 것에서 착안해 붙여졌다. 폴링워터는 폭포수 위를 가로 지르며 주변의 사암 위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테라스, 캔틸레버(cantilever)가 거실의 바닥을 폭포 위에 걸치고 있으며, 거실에서 강으로 나갈수 있는 계단이 있다. 캔틸레버는 한쪽은 어깨에 고정되고 손바닥쪽은 길게 뻗는 것과 같은 구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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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카우프만이 자연과 어울러져 살고 싶었던 것은 인간은 자연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삶의 윤회를 동양 철학에서 느끼지 않았나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거실에 들어가는 순간 그 거실이 낮설지 않았다. 낮게 만들어진 소파면 돌바닥이면 돌바닥에 초칠을 해서 반질하게 해놓은 것은 우리 할머니 콩기름 발라 놓은 방바닥같은 느낌이면 천장에 전등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하나 내눈에는 장식 문살 같은 느낌이다. 들어온 현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과 인간이 같이 호흡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그런 공간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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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1층은 부엌과 거실. 벽난로 앞쪽에는 층이 다른 자연석이 보인다. 2층은 방이 3개, 방마다 발코니가 있고, 화장실이 있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물 설계 뿐만 아니라 가구도 디자인했다. 난 개인적으로 아들 에드가 주니어의 방이 좋았다. 부인 릴리앤은 제라늄꽃을 좋아해서 화장실 창가에는 항상 제라늄을 놓아 두었다고 한다. 밖에서 화장실(욕실)이 보이지도 않고  눈도 마음도 공기도 정화되는... 


3층은 트리 하우스(Tree House)로 서재, 방, 욕실 그리고 발코니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어 이것이 집인지..  집안이라는 느낌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밖인가 싶으면, 이건 분명히 집안이고 하여간 엄청난 아름다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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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램프, 디에고 리베라 자화상, 카추시카 호쿠사이 판화 등이 카우프만 가족이 살던 그대로 남아 있다.


카우프만과 멕시코 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친했다고 한다. 카우프만의 침실 벽에는 디에고 리베라의 자화상 드로잉이 걸려 있다.  또 다른 벽에도 디에고, 피카소 그림, 티파니 램프, 호쿠사이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다. 라이트는 일본 호텔도 설계했고, 일본 판화를 거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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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어떤 설에는 풍수지리상 물 위에 집을 지어 낮에 받는 좋은 기보다는 저녁에 잠자면서 받는 나쁜 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카우프만의 사촌이기도 했던 아내 릴리앤은 마약으로 죽었고, 아들도 동성애자(지금은 별것이 아니지만)였다. 피츠버그의 대표적인 백화점 경영자였던 그가 70세로 세상을 떠났을 때 피츠버그 신문 1면에 '상인의 왕자'를 잃었다고 슬퍼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존경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는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무척 친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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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gwater by Frank Llyod Wright


카우프만의 키가  5'8"정도였으며, 키 큰 사람은 낙수장에 오지 말라고 했단다. 실제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주택은 천장이 낮다. 사실 폴링워터의 핵심은 "그-안에-사람이-살게-된-공간"(the-space-within-to-be-lived-in)이라고 라이트가 한 말에 요약되어 있다. '실제로 그 주택 안에 사람이 살면서 만들어진 밀도와 깊이를 가진 공간'이라는 뜻이다. 폴리워터는 2008년 스미소니언 잡지가 '죽기 전에 가봐야할 곳 28'에 선정됐다. 4계절이 다 아름다울것 같은 폴링워터, 한번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https://fallingwater.org/visit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건물을 찾아서



Jin_G8A7195.jpg 진영미 Youngmi Jin/사진작가

경북 김천 출생. 2014 NYCB Photo Contest 대상 수상. 2018 멜린다 카츠 퀸즈 보로장 표창장 수상. 2018 뉴욕 뱅크오브호프 그룹전 'Along the Inner Pa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