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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Ends Broadway Run Three Months Early

뮤지컬 '어린 왕자'는 왜 브로드웨이에서 KO패 당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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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Photo: Joan Marcus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

-사막여우, '어린 왕자'-

 

프랑스 작가 안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1900-1944)의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The Little Prince, 1943)'에서 사막여우는 말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말은 삶의 지혜이지만, 소설 '어린 왕자'를 뮤지컬 혹은 영화 등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경고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생텍쥐베리는 '어린 왕자'의 삽화를 직접 수채화로 그려 영원불멸의 '어린 왕자'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세계 301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4천여만부가 팔린 '어린 왕자'는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게임으로까지 각색되어 왔다. 프랑스에서 창작한 뮤지컬 '어린 왕자'가 브로드웨이 시어터(Boradway Theater, 1760석)에 상륙, 3월 5일부터 공연했다. 그러나, '어린 왕자'의 뉴욕 상륙작전은 '어린 왕자'의 조종사처럼 사막에 불시착한 것처럼 보인다.

 

'어린 왕자'는 당초 오는 8월 14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으나, 3개월 앞당긴 5월 8일 폐막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언론의 혹평으로 보인다. 브로드웨이는 냉혹하다. 리뷰가 나쁘거나, 티켓 판매가 부진하면 가차없이 막을 내리고 만다. 그리고, 3월 9일 발표된 토니상(Tony Awards) 1개 부문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며 완전 KO패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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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왜 뮤지컬 '어린 왕자'는 브로드웨이에서 실패했을까? 필자는 5월 6일 저녁 공연을 보러갔다. 

 

뮤지컬 '어린 왕자'는 2019년 파리에서 초연된 후 시드니와 두바이를 거쳐 브로드웨이에 상륙했다. '어린 왕자'는 사실 뮤지컬이 아니다. 이야기, 대사, 노래와 춤,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에 스펙터클한 세트가 등장하는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아니다. 'Made in France' 뮤지컬 '어린 왕자'는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와 곡예에 가까운 춤이 있지만, 등장인물(어린왕자, 비행사, 장미꽃, 사막여우, 뱀, 왕, 술꾼, 사업가, 점등인, 철도원 등)의 대사와 노래, 오케스트라, 세트가 없다. 대신 나레이터가 프랑스 액센트가 섞인 영어, 혹은 프랑스어로 해설한다. 생텍쥐페리를 닮은 여배우 크리스 무론(Chris Mouron)이 나레이터로 무대를 지킨다. 무론은 '어린 왕자'의 가사를 썼으며, 공동연출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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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Photo: Joan Marcus

 

세트 대신 무대의 벽과 바닥을 사막,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스타일의 떠도는 집, 그리고 실험영화같은 컬러풀한 비디오아트로 장면전환을 한다. 때문에 뮤지컬이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이머시브 반 고흐' 전시처럼 '이머시브 어린 왕자'(Immersive Little Prince)'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오케스트라 피트는 없고, 테리 트럭(Terry Truck)이 작곡한 녹음음악이 흐른다. 때로는 아방가르드 뮤지션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의 전자음악 "오 수퍼맨(O Superman)", 작곡가 필립 글래스(Philip Glass)의 미니멀 음악, 때로는 비발디의 '4계(Four Seasons)' 때로는 테크노팝, 때로는 합창으로 전환한다. 브로드웨이 전형적인 뮤지컬에 비하면 제작비가 상당히 저렴한 프로덕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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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Photo: Joan Marcus

 

가장 중요한 어린 왕자 역은 우리가 생텍쥐페리의 삽화 이미지로 친숙한 어린이가 아니라 어린 왕자처럼 펑키한 금발의 청년 리오넬 잘라카스(Lionel Zalachas)가 맡고 있다. 기대에 대한 배반감이다. 무대 위의 어린 왕자는 말이 없고, 천장에서 내려진 줄을 타고 서크 뒤 솔레이유(Cirque du Soleil)식의 곡예춤을 추거나, 요가볼 위에 올라 아슬아슬하게 움직인다. 어린 왕자가 장미꽃(Laurisse Sulty)과 추는 2인무는 너무나 에로틱해 '곡예사의 사랑'처럼 보인다.

 

그 어린 왕자는 말이 없고, 나레이터가 한국 옛날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대사를 뱉어낸다. 그리고, 비행사(오렐리엥 베르나렉/Aurelien Berdnarek)은 서두에서 자라졌다가 막이 내린 후 출연진이 커튼콜을 할 때 줄을 타고 객석까지 날아온다. 관객은 환호한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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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뮤지컬 '어린 왕자'는 책을 읽지 않은 이들에겐 어리둥절한 공연일 수도 있다. 놀랍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어린 왕자'를 모른다. 하지만, '어린 왕자'의 팬들에게는 새롭게 이 책의 메시지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다. B-612 행성에 사는 어린 왕자는 아름답고, 상냥한 장미꽃, 지혜로운 사막여우, 위험천만한 뱀, 명령만 내리는 왕, 나르시스트 허영꾼, 수치심으로 술주정뱅이가 된 남자, 탐욕스러운 사업가, 기계적으로 가로등을 켜는 사람... 등을 만나며 성장한다.

 

안느 투르니에(Anne Tournié)의 안무와 연출로 펼쳐지는 곡예와 현대무용, 발레 몸짓, 그리고 비디오 아트는 뮤지컬이라기보다 영상시에 가깝다. 몽상적이며, 독특한 시각적 체험을 누릴 수 있는 공연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디스토피아의 그늘에 있는 뉴요커에게 "Tout va bien(만사 OK)"식의 화려한 춤과 노래, 세트와 오케스트라는 공허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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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Photo: Joan Marcus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찾는 우리의 영웅 '어린 왕자'가 성마른 비평가들에 의해 요절하는 것이 아쉽다. 할리우드와 불란서 영화가 다르듯이 브로드웨이의 공식에 프랑스 뮤지컬은 불협화음인듯 하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 중-

 

그들은 마음으로 감상하지 못한듯 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처럼 비평가들의 혹평으로 '어린 왕자' 제작팀은 일자리를 잃었다. '어린 왕자' 팬들의 감상 기회도 박탈했다. 브로드웨이 시어터는 다시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돌아갈 것인가? 뮤지컬 '어린 왕자'는 불운하게도 비행사처럼 마음이 황폐한 뉴욕에 불시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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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ttle Prince', Broadway 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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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와 뉴욕 스토리

 

흥미롭게도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가 뉴욕에 체류하면서 집필, 뉴욕에서 처음 출간된 작품이다. 생텍쥐페리는 1942년 뉴욕에 체류할 때 출판회사 레이널 & 히치콕(Reynal & Hitchcok)의 공동대표 유진 레이널(Eugene Reynal)과 저녁식사 중 내프킨에 아이 그림을 그렸다.  레이널이 "크리스마스 전까지 그 아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생텍쥐페리는 센트럴파크사우스의 펜트하우스에서 '어린 왕자'를 쓰기 시작해 여름에는 커네티컷주 웨스트포트, 이어 롱아일랜드 노스쇼어의 아샤로켄의 22룸 맨션(Bevin House)에서 집필하며 삽화를 그렸다. 이때 생텍쥐페리는 "오두막을 원했지만, 베르사이유 궁전이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 왕자'는 1943년 영어와 프랑스어 판으로 출간됐다. 뉴욕에 3년간 머물다 프랑스로 귀국한 생텍쥐베리는 1944년 7월 지중해에서 정찰비행 중 실종됐다. 

 

2016년 파리 경매에 나온 그의 수채화 삽화는 13만3천 유로에 팔려 맨해튼 한인타운 인근 모건 라이브러리 & 뮤지엄(Morgan Library & Museum)에서 구입했다. 모건은 2014년  '어린 왕자' 원고 및 삽화 전시 '어린 왕자: 뉴욕 스토리(The Little Prince: A New York Story)'를 열었다. 

 

 

*'어린 왕자: 뉴욕 스토리(The Little Prince: A New York Story)'@모건라이브러리, 2014 

*2022 토니상 후보 흑인 뮤지컬 3편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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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5.16 09:14
    예정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폐막한 The Little Prince의 원인 분석을 잘읽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마음으로 본다가 브로드웨이 쇼에는 100%적용이 힘들고 관객이 못 이해하는 부분도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컬빗이 직접 쇼를 보시고 올려주신 평에서는 독자들에게 좀 더 생동감있게 주제를 전달하려는 컬빗의 마음에 감사를 느꼈습니다. 실제 보이는 것을 보는 것과 마음으로 보는 것의 차이점이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억 4천만의 사람들이 읽었고 지금도 계속 읽혀지는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도 브로드웨이 쇼에서 완전 실패한 것을 보면 현실이 무섭네요. 생택쥐페리가 그린 그림중에서 담배불에 태위진 구멍이 있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