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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아시안 여성작가 1호 이영진씨

헤이즈시어터 '스트레이트 화이트 멘(Straight White Men)'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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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Young Jean Lee) Photo: Guzman/ Straight White Men Photo: Joan Marcus

 

 

한인 2세 희곡작가 이영진(Young Jean Lee)씨가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첫 아시안 여성작가로 기록됐다. 남성 아시안 작가 1호는  30년 전, 1988년 'M. 버터플라이'로 데뷔한 중국계 데이빗 헨리 황(David Henry Hwang)이다. 

 

그러나, 이영진씨는 굳이 아시안, 여성이라는 자아 정체성 탐구보다는 아웃사이더로서 셰익스피어(Lear), 흑인(The Shipment), 그리고 백인 남성들의 세계를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7월 23일 브로드웨이 헤이즈 시어터(Hayes Theater)에서 공식 개막된 이영진씨 원작 '스트레이트 화이트 멘(Straight White Men)'은 뉴욕타임스,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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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Schneider, Josh Charles, Armie Hammer, and Denis Arndt in "Straight White Men"

 

이 연극은 크리스마스 이브 중서부의 홀아버지 집에 모여든 40대 아들 3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이 시작되기전 귀막을 터트릴듯한 랩 음악이 들리며, 박물관같은 프레임 속에서 이 가족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버드대를 나왔지만, 아직도 학자금을 갚지 못한 채 아버지와 살고 있는 장남, 흑인 부인과 이혼한 은행간부 둘째, 작가인 대학교수 막내가 만나 '특권(Privilege, 모노폴리)' 게임을 한다. 배달 중국음식을 먹던 이들은 삶의 회의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한다. 

 

백인 남성이라는 특권을 가진 이들에게 과연 성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영진은 마치 박제화한 백인남성 가정의 이야기에서 미국인들의 초상을 도발적으로 풍자한다. 아서 밀러의 '내 아들들(All My Sons, 1947)'의 패러디일 수도. 

 

'스트레이트 화이트 멘'은 2014년 오프브로드웨이 퍼블릭시어터에 이영진씨 연출로 올려져 찬사를 받았다. 그리고, 올 6월 29일부터 597석의 브로드웨이 헤이즈 시어터(240 West 44th St.)에서 초연되어 23일 공식 개막됐다. 연출은 안나 D. 샤피로가 맡았으며,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의 아미 해머를 비롯, 조쉬 찰스, 케이트 본스타인, 폴 슈나이더, 스티븐 페인이 출연한다. 공연은 9월 9일까지. https://2st.com/shows/current-production/straight-white-men

 

*주간 뉴요커지가 힐튼 알스의 리뷰를 실었다. 힐튼 알스는 지난해 퓰리처상 비평 부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흑인으로 이 연극에 대해 편견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 알스는 '영혼이 없는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The Soullessness of “Straight White Men” New Yorker, by Hilton Als

Young Jean Lee’s first Broadway play not only lacks the humor, recklessness, and passion of her earlier works; it refutes those things.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8/08/06/the-soullessness-of-straight-white-men

 

 

 

<뉴욕중앙일보 2010. 1. 12>

셰익스피어에 태클 거는 희곡작가 이영진 인터뷰 

"오프브로드웨이에 신나는 일 더 많아요"
1.jpg 이영진
'도발적’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뉴욕의 희곡작가 이영진씨가 신작 ‘리어(Lear)’를 지난 7일부터 맨해튼 소호 렙 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씨가 직접 연출까지 한 ‘리어’는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이씨는 원작과는 달리 자신의 ‘리어’에서 리어왕을 추방시켰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안무는 지난해 2월 댄스시어터워크숍에서 멀티미디어 공연 ‘기생 비캄스 유’를 무대에 올렸던 비디오아티스트 딘 모스가 맡고 있다. 
이씨는 현재 할리우드의 의뢰로 시나리오 ‘플랜 B’를 집필 중이다. 
 
2.jpg Photo: Blaine Davis
 
-왜 지금 ‘리어’인가.
“항상 셰익스피어를 좋아했고 특히 ‘리어왕’에 매료됐었다. 대학원에서 셰익스피어를 공부했고, 논문으로 ‘리어왕’을 준비했지만 포기한 후 중퇴했다. 나는 매 연극마다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 희곡작가로서 ‘리어왕’에 다시 한번 태클을 걸고 싶었다. 학문으로서는 ‘리어왕’이 나를 이겼기 때문이다.”
 
-이영진의 ‘리어’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차이는.
“나의 ‘리어’는 오리지널 ‘리어왕’과 거의 상관이 없다. 리아왕의 세 딸과 글로스터 백작의 두 아들이 연로한 아버지들을 폭풍우 속으로 던져버린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들은 왕궁에 앉아서 죄책감을 느끼며 그들의 아버지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걱정한다. 리어왕과 글로스터 백작은 등장하지 않지만, 자녀들의 행동을 통해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자녀들이 산산이 흩어지면서 극 자체도 붕괴되기 시작한다.”
 
-본인에게 ‘혁신적(radical)’‘도발적(provocative)’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내게 ‘도발적’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게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내 공연은 사실상 매우 접근이 용이한 편이다. 내 작품에 대해 가장 듣기 좋은 칭찬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싫어했던 간에) 내 연극을 본 후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3.jpg Photo: Carl Skutsch
 
 
-‘용비어천가(SONGS OF THE DRAGONS FLYING TO HEAVEN),’‘교회(CHURCH)’에는 한인들이 등장한다. 부모와 한인사회는 어떻게 평가하던가.
“우리 부모님이 기독교인이라 욕설이 나오는 연극은 안보여 드린다. ‘교회’는 한인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기독교에 관한 연극이었다. ‘교회’에는 욕설이 나오지 않았으며, 부모님도 상당히 좋아하셨다. 부모님은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하신다. 한인들도 많이 응원해주었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오프브로드웨이는 어디에 와 있나.
“브로드웨이나 오프브로드웨이 쇼를 거의 보지 않는다. 나의 관심은 실험극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정말 신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랄 때 인종적인 다양성이 있었나. 롤 모델은 누구였나.
"워싱턴주에서 1세대 한인 부모의 외동딸로 자랐는데, 인종에 다양성이 별로 없었다. 무척 현명하신 아버지(이재문 워싱턴주립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가 나에게는 가장 큰 롤 모델이었다.”
 
4.jpg UNTITLED FEMINIST SHOW
-10살 때 어떤 책을 읽었나, 꿈은 무엇이었나.
"어렸을 적부터 책을 무척 읽었으며, E. 네스빗, L.M. 몽고메리, 노엘 스트릿필드 등의 작가를 좋아했다. 10살 때 꿈은 뉴욕의 광고인이 되어 BMW를 타고 다니는 것이었다.”
 
-희곡작가로 먹고 살 수 있나.
“그렇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파라마운트사와 계약해 ‘플랜 B(Plan B)’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 자신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이영진시어터컴퍼니에 내 월급을 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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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ng Jean Lee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나 두살 때 도미, 워싱턴주 풀만에서 성장했다. UC 버클리 영문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2002년 뉴욕으로 이주, 
브루클린칼리지에서 희곡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자전적인 희곡 ‘풀만, 워싱턴’을 비롯한 ‘용비어천가(Songs of the Dragons Flying to Heaven)’‘교회’‘선적(The Shipment)’ 등 풍자성 연극과 록 캬바레 'We’re Gonna Die'로 주목받았다. 
이씨의 작품은 비엔나, 하노버, 베를린, 취리히, 오슬로, 로테르담 등 해외에서도 공연됐다. 2007년엔 오프브로드웨이의 토니상인 ‘오비(OBIE)상’ 신인 희곡작가상을 수상했다. 이씨는 이영진시어터컴퍼니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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