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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와 자니의 열정과 냉정 사이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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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ra McDonald and Michael Shannon in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Photo: Deen van Meer


'프랭키 앤 자니(Frankie and Johnny)'는 예전에 한국에서 알 파치노(Al Pacino)와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가 주연한 영화로 보았다. '프리티 우먼'의 게리 마샬 감독이 메거폰을 잡은 영화(1991)는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 '달빛 속의 프랭키와 자니(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1987)'를 각색한 로맨틱 코미디였다. 감옥에서 갓 나온 식당 조리사와 상처가 많은 웨트레스의 러브 스토리였다. '대부(The Godfather)'의 알 파치노 연기는 신빙성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미셸 파이퍼가 지칠대로 지친  웨이트레스로 분하는 것은 옥소리가 '구로 아리랑'의 공원역을 하는 것 만큼이나 부자연스러웠다. 


뮤지컬 '풀 몬티(The Full Monty)'의 테렌스 맥낼리(Terrence McNally) 원작의 오리지널 연극은 중년의 조리사와 웨이트레스가 첫 데이트 후 침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스릴러 영화  '미저리(Misery)'의 캐시 베이츠(Kathy Bates)가 프랭키,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라이벌 살리에르로 분했던 F. 머레이 에이브라햄(F. Murray Abraham)이 출연했다. 이 오리지널 연극은 뚱뚱하고, 초라하며, 트라우마가 많은 중년 웨이트레스 캐시 베이츠가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자포자기한 캐시 베이츠의 질펀한 연기를 상상해 본다. 침실 무대의 2인극인 오프 브로드웨이 연극에 비하면, 등장인물도 장소이동도 많은 할리우드 영화는 사카린과 조미료를 쏟아 부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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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그 '프랭키 앤 자니'가 2002년 벨라스코 시어터에 이어 올 5월 브로드웨이 브로드허스트 시어터에 리바이벌됐다. 감독은 젊은 연출자 아린 아버스(Arin Arbus). 프랭키 역은 토니상 트로피를 6개나 석권한 베테랑 흑인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Audra McDonald), 자니 역은 아카데미상 2회 후보자였던 마이클 샤논(Michael Shannon)이 맡았다. 일단 캐스팅에서 오드라 맥도날드는 캐시 베이츠에 비해 너무 매력적이다. 마이클 샤논은 미켈란젤로의 조각 다비드처럼 단련된 몸에 강렬한 눈빛을 갖고 있다. 맥도날드의 웨이트레스와 샤논의 조리사 역은 너무 화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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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of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무대는 맨해튼 헬스키친의 프랭키 아파트. 왼편엔 화재용 비상 철계단이 세워져있고, 회색 벽돌벽이 펼쳐진 아파트 내부의 중앙엔 소파 베드가 놓여있다. 침대 왼쪽엔 재래식 선풍기가 내려다보는 옷장과 다이얼식 전화, 회전의자, 오른쪽엔 냉장고, 싱크와 조리대, 그 앞에는 이동식 카트가 자리했다. 극이 시작되면, 두개의 문을 통해 남녀 배우가 등장해 옷을 벗고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어둠 속에서 괴성을 지르며 열정적인 정사에 몰두해 있다. 한국의 영화인들이 '떡'이라 부르는 섹스 신은 관객들의 흥미를 집중시키는데 효과가 있다. 오프닝의 섹스 신은 더욱 더 그러하다. 게다가 이 2인극의 주인공들은 누드다. 극 오드라 맥도날드는 거의 누드나 가운 차림, 마이클 샤논은 거의 누드 혹은 팬티 바람이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X 등급)의 연극이다. 


1998년 니콜 키드만(Nicole Kidman)이 브로드웨이 연극 '블루룸(The Blue Room)'에서 누드 장면을 연기해서 히트시켰던 것을 상기해볼 때 2019년 리바이벌 '프랭키 앤 자니'가 과감하게, 길게, 그리고 곳곳에 누드 장면을 삽입한 것은 다분히 티켓 매상을 올리려는 전략인듯 하다. 중년의 안타까운 러브 스토리를 담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 of Madison County)'도 흥행에 실패했는데, 1980년대 중년 조리사와 웨이트레스의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상업성이 있을까? 누드는 흥행을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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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ra McDonald and Michael Shannon in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Photo: Deen van Meer


아무튼 침대 위에서 동물같은 소리는 이들이 얼마나 사랑에 굶주렸는지를 가늠케 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들의 식욕도 성욕의 다른 표현인듯 하다. 첫 데이트에서 잠자리로 직행한 프랭키와 자니는 한밤중의 섹스엔 만족했지만, 동이 트고 나니 두 남녀가 얼마나 다른가에 직면하게 된다. 몸으로의 소통에서 마음의 대화로 이전하면서 프랭키와 자니는 사사건건 부딪힌다. 먼저 프랭키는 자니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빨리 나가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자니는 프랭키와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전과자이며 오랫동안 외로웠던 자니는 인생이 짧다고 생각하며 만사를 서두르며 프랭키와 결혼, 자식 계획까지 꺼낸다. 하지만, 과거에 상처가 많은 프랭키는 늘 회의적이며, 좀체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이들은 레슬링식 대화 속에서 서로 공통점(펜실베니아 알렌타운 출신, 부모의 이혼, 나이 거짓말 등)도 많다는 것을 차차 알게된다. 사실은 작가 테렌스 맥낼리가 너무 많은 우연을 설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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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dra McDonald and Michael Shannon in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Photo: Deen van Meer


결국 상극같았던 프랭키와 자니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이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는 음악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뷔시(Claude Debussy의  피아노곡 '달빛(Claire de lune)'은 이들의 갈등과 긴장을 해소시킨다. 이들은 창밖의 달빛을 받고, 포옹하고, 춤을 추며 속도를 맞춘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무대에 펼쳐졌던 회색 벽이 뒤로 퇴진하면서 두개의 문이 달랑 남는다. 프랭키와 자니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을 상징하는 엔딩이다.


오드라 맥도날드와 마이클 샤논은 분명 출중한 배우들이지만, 맞은 역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맥도날드가 뚱뚱하고, 자기 비하에 빠진 상처 투성이, '미운 오리새끼' 캐릭터인 웨이트레스 프랭키로는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다. 조각같은 골격의 마이클 샤논은 극중 내내 팬티 차림이며, 후반에야 흰 셔츠를 걸치는데, 모델이나 예술가 분위기가 물씬 난다. 전과 기록이 있는 식당 조리사로는 과분한 배우다. 2019 버전은 1980년대 배경의 러브 스토리에서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의 관계에 인종이 이슈가 되어야했을 것이다. 오늘날 브로드웨이에서는 모두들 피부색맹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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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original Frankie, Kathy Bates. Audra McDonald and Michael Shannon in 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밀도높은 2인극에서 스타 시스템의 캐스팅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할리우드 버전 알 파치노와 미셸 파이퍼 버전보다는 압축된 드라마로 연극을 보는데 즐거움이 있다. 그래도 아쉬워서 캐시 베이츠 버전의 프랭키를 상상하면서 극장문을 나섰다. '프랭키와 자니'는 8월 25일까지 공연된다. http://www.frankieandjohnnybroad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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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테렌스 맥낼리, 배우 오드라 맥도날드, 마이클 샤논, 연출가 애린 아버스.


브로드웨이 베테랑 작가 테렌스 맥낼리(80)가 '프랭키와 자니'를 썼던 1980년대는 AIDS 공포로 동성애자들의 사랑과 죽음이 화두가 되었던 때다. 작가는 첫사랑을 믿었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인간관계의 친밀성이 두려움이 되던 시기였다. 동성애자인 맥낼리는 2003년 변호사 출신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톰 커다히(Tom Kirdahy, 56)와 결혼했다. 테렌스 맥낼리는 올 토니상 평생공로상을, 톰 커다히는 뮤지컬 '하데스타운(Hadestown)'으로 최우수 뮤지컬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했다. 커다히는 '프랭키와 자니'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이 파워 커플의 현실 로맨스가 '프랭키와 자니'보다 더 드라마틱할 것 같다. 


1904년 "Frankie and Johnny"라는 팝송이 있었다. 가사는 프랭키라는 여자가 애인 자니가 다른 여자와 성관계하는 것을 목격한 후 자니를 총으로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노래. 뉴욕엔 '프랭키 앤 자니'라는 이름의 스테이크 하우스가 두곳 있다. 극장가 레스토랑 프랭키 & 자니에선 이 연극 프로그램이나 티켓 소지자에게 식사를 15%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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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ie and Johnny in the Clair de Lune

-July 28

@Broadhurst Theatre: 235 West 44th St.(Between Broadway & 8th Ave.)

Discounted Ticket: $49-$109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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