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페라 대 뮤지컬, 모차르트와 베르디 오마쥬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팬텀 오브 오페라' 읽기 <1>


001.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가 코로나19으로 집콕 중인 세계인들을 위해 선물을 마련했다. 웨버는 매주 금요일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을 통해 자신의 뮤지컬을 스트리밍하고 있다. 그 첫날인 4월 3일엔 작사가 팀 라이스(Tim Rice)와 호흡을 맞춘 1972년 작 뮤지컬 '조셉과 놀라운 테크니칼라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를, 4월 10일엔 부활절에 맞추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 스타(Jusus Christ Superstar)'를 스트리밍했다.



002.jpg  

Andrew Lloyd Webber from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4월 17일엔 그의 최고 블록버스터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The Phantom of the Opera)'를 선택했다. '팬텀 오브 오페라'는 1988년 뉴욕 머제스틱 시어터에 초연된 이래 오늘까지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 사상 최고 롱런 뮤지컬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고향 런던 웨스트엔드의 허 머제스티 시어터(Her Majesty's Theater)에서는 이에 앞선 1986년 세계 초연됐다. 제작자는 히트 뮤지컬 '캐츠'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의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다. 



IMG_2055-J.jpg

Sara Brightman and Ramin Karimloo from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이날 스트리밍 비디오는 2011년 10월 1, 2일 런던 로열알버트홀에서 열린 25주년 공연(The Phantom of The Opera-FULL STAGE SHOW | The Shows Must Go On-Stay Home)을 닉 모리스(Nick Morris)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모리스 감독은 1일과 2일 열린 3회분 공연을 교차 편집했다. 유튜브 스트리밍은 저작권 문제로 런던에선 24시간, 그외 국가에선 48시간 재생해서 볼 수 있었다. 


*Michael Crawford -Sara Bightman PHANTOM OF THE OPERA LIVE - 1988 TONY AWARDS



IMG_2071-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The Shows Must Go On'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반 유튜브에 비해 고화질이며, 음향도 훌륭하다. 또한, 극장에서 보는 체험과는 다르다. 극장에서는 좌석에 따라 앵글과 거리(대부분 롱숏)가 고정되어 있지만, 영화/비디오는 여러대의 카메라로 각기 다른 앵글과 클로즈업이 가능하기에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와 의상 및 세트의 디테일을 볼 수 있어서 더욱 드라마틱하다.  배우들의 마이크와 팬텀의 피부 마스크까지 볼 수 있다. 게다가 무료이며, 라이브 스트림 후엔 48시간 내에 언제든 다시 보고, 쉬었다 볼 수 있다.  


로열알버트홀의 '팬텀 오브 오페라' 25주년 기념 공연은 스펙터클한 세트, 웅장한 음악, 가면 무도회와 발레, 그리고 보너스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 사라 브라이트만, 마이클 크로포드를 비롯 역대 팬텀 역 배우들이 총 출동한 25주년 깜짝 쇼까지 가미된 환상적인 다큐멘터리다. 브로드웨이 머제스틱 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할(해롤드) 프린스 프로덕션과 다른 로열알버트홀의 로렌스 코너(Laurence Connor) 프로덕션은 다르다. 무대가 좁은 콘서트 전문 홀이기 때문에 샹들리에 낙하 장면은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오리지널 런던 프로덕션과 현재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은 27인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하지만, 로열알버트홀 25주년 기념 공연에선 무려 45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딜럭스 공연이었다.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zz-love2.jpg

유튜브 채널 The Shows Must Go On'의 '팬텀 오브 오페라' 스트림(4/17-19)으로 Actors Fund, Acting for Others, Broadway Cares, Actors Benevolent Fund 등을 지원하는 기금 40여만 달러가 조성됐다. 4월 24일 오후 2시부터는 '팬텀 오브 오페라'의 속편 'Love Never Dies'가 스트림될 예정이다. 스토리는 10년 후 뉴욕에서 팬텀이 탈출 후 코니아일랜드의 카니발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고, 라울과 결혼한 스타 소프라노 크리스틴이 뉴욕의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프로덕션은 2012년 호주에서 공연된 작품으로 사이몬 필립스 연출, 벤 루이스(팬텀), 안나 오번(크리스틴), 사이몬 글리슨(라울)이 출연한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dmPjhKMaXNNeCr1FjuMvag

 


'팬텀 오브 오페라'가 뮤지컬 최고봉인 이유 <1>


IMG_2202-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팬텀 오브 오페라'는 블록버스트 뮤지컬일 뿐만 아니라 걸작 뮤지컬이다. 흥행과 작품성을 거머쥔 이 뮤지컬에서 음악, 세트, 연출 등의 완성도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여기서는 '팬텀 오브 오페라' 스토리 전반에 흐르는 오페라 대 뮤지컬, 계급의 충돌, 그리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살펴보려 한다.  


*Phantom of the Opera - Sierra Boggess & Ramin Karimloo (Classic BRIT Awards 2012)



#1 오페라의 하락, 뮤지컬의 부상

The Fall of the Opera and the Rise of the Musical


IMG_2140-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1910년 프랑스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1868-1927)의 소설 '오페라의 유령(Le Fantôme de l'Opéra)'을 원작으로 한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팬텀 오브 오페라'는 단순한 미녀와 야수의 로맨스나 괴물의 호러 스토리, 가면 뒤의 숨겨진 욕망에 관한 뮤지컬이 아니다. 미 공포영화의 산실이었던 할리우드 유니버설사(Universal Studio)가 제작한 무성영화 '팬텀 오브 오페라'(1929)는 호러물이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팬텀 오브 오페라'는 러브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뮤지컬 안에 오페라가 층층이 여러 겹의 메타포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장르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처럼 다양한 장르가 혼합되었다. 호러와 로맨스, 희극과 비극, 미스테리와 모험까지 블렌딩되었으며, 오페라와 뮤지컬, 발레가 어우러져 돌아간다. 



IMG_1872-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세계 최초의 오페라는 1607년 이탈리아 롬바르디주 만투아의 듀칼궁전에서 초연된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Claudio Monteverdi) 작곡의 '오르페오(L'Orfeo)'다.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몬테베르디는 칸초네에 아리아, 레치타티보(노래형 대사), 발레, 다성 합창, 막간 음악(기악곡)을 합성해 오페라의 토대를 잡았다. 'Opera'는 이탈리아어로 작품(work)이라는 뜻이다. 


한편, 최초의 뮤지컬은 영국에서 나왔다. 존 게이(John Gay)가 작곡한 '거지  오페라(The Beggar's Opera)'다. 1728년 런던의 링컨스인필드 시어터에서 초연된 '거지 오페라'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형식과 귀족계급을 풍자하는 내용으로 대중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다. 존 게이는 헨델의 이탈리안 스타일 오페라에 도전장을 던졌으며, '거지 오페라'는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의 시발점이 된다. 



IMG_1896-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시초에서 200여년 간극의 두 공연예술을 비교하며, 풍자하는 것 같다. 오페라가 퇴물이 되며, 뮤지컬이 부상하는 과정을 깔고 있다. 오페라의 황금기였던 1950-60년대를 지나 뮤지컬 시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등장을 선언하는 셈이다. 베르디와 모차르트의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은 허구 오페라 '하니발' '벙어리' '돈 주앙의 개선'은 '팬텀 오브 오페라'에서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넘버로 불리워진다.



Untitled-1.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가스통 르루의 소설에서 오페라단은 괴테의 원작에 샤를르 구노가 작곡한 오페라 '파우스트(Faust)'를 공연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는 파우스트는 에릭/팬텀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무대는 1881년 귀신 들린 파리 오페라 하우스(오페라 가르니에/ 팔레 가르니에, Opéra Garnier/ Palais Garnier)이며, 스페인 출신 프리마 돈나 칼로타가 몰락하고, 이탈리아 테너 우발도 피안지가 죽음에 이르는 것도 그러하다. 팬텀(에릭)은 19년째 출연해온 디바 칼로타 대신 스웨덴 출신 무명의 코러스 걸 크리스틴 다예를 주역으로 밀어 붙인다. 그리고, 뚱뚱한 피안지가 돈 주앙 역을 맡았을 때 그를 살며시 제거해 버리고, 자신이 돈 주앙으로 가장해 무대에 등장한다.



IMG_1862-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오프닝 경매 장면에서 늙은 라울은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원숭이 뮤직박스를 산다. '가장 무도회(Masquerade)'를 연주하는 원숭이와 심벌은 인간의 진화와 음악의 발전사를 은유하는듯 하다. 오페라하우스 샹들리에의 추락은 팬텀의 복수지만, 결정적으로 구시대의 유물같아진 오페라와 귀족계급의 몰락을 상징한다. 


실제로 1896년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샹들리에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기자였던 가스통 르루가 소설을 쓴 것도 이에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통 르루는 파리 신문 '르 마탱(Le Matin)'의 기자로  파리코뮌(노동자 계급의 자치에 의한 사회주의 자치정부)의 죄수들을 수용했던 파리 오페라하우스 지하의 감옥을 심층 취재한 바 있다.


*Michael Crawford - The Music Of The Night



#2 뮤지컬 속 오페라 3편: 베르디, 모차르트에 대한 오마쥬? 풍자?

Verdi and Mozart: Homage and Satire


Untitled-4.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오페라의 유령'은 사실 '오페라 극장의 유령'이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자신의 뮤지컬 속에 오페라를 삽입하며 베르디와 모차르트에게 오마쥬를 표하는 한편,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풍자한다.  


제 1막 오페라 '하니발(Hannibal)' 리허설 장면에서 로마의 침입으로부터 카르타고를 구한 하니발 장군 역의 피안지는 영국식 '롬(Rome)' 대신 '로마(Roma)'라고 발음해 연출자로부터 NG 질책을 받는다. 이 역시 이탈리아어 대신 영어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오리지널 런던 프로덕션의 연출자 해롤드 프린스(Hal Prince)는 '하니발'이 파리 오페라의 '아이다(Aida)를 풍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베르디 작곡 '아이다'에서 이집트 사령관 라다메스 장군은 이디오피아를 무찌르고 개선한다.    


 

IMG_2148-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두번째 등장하는 허구의 오페라는 '벙어리(Il Muto)'.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에 오마쥬를 표한 허구 오페라다. 팬텀은 디바 칼로타 대신 자신이 키우는 크리스틴을 주역으로 내세우지만, 매니저들은 팬텀의 협박을 무시한다. 


결국 디바인 칼로타가 백작부인으로 출연하고, 크리스틴은 노래를 못하는 벙어리 시종 역을 맡는다. 이에 팬텀은 광분하며, 크리스틴과 라울이 옥상에서 "All I Ask of You"를 부르며 애정을 확인하자 질투심까지 겹쳐 오페라하우스의 샹들리에를 추락시켜 산산조각 내는 것으로 복수한다



IMG_2174-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제 2막에선 샹들리에가 산산조각이 난지 6개월 후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벌어진다. 이 파티에 붉은 죽음(Red Death)으로 가장한 팬텀이 등장해 새 오페라 '돈 후앙의 개선(Don Juan Triumphant)'을 작곡했다고 발표한다. 팬텀은 악보를 주며 크리스틴을 주역으로 공연할 것을 강요한다.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면, 재앙이 올 것이라고 협박한다. '돈 주앙의 개선'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Don Giovanni)'를 패러디한 허구의 오페라다. 



IMG_1948-J.jpg

The Phantom of the Opera at the Royal Albert Hall, 2011 


그리고, 공연에서 팬텀은 테너 피안지를 살해하고, 무대에 등장해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결국 팬텀은 자신이 돈 주앙으로 분하며, 지옥의 불길 속으로 빠지는 돈 지오반니같은 비극적인 운명을 예고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