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러기 아빠는 무엇으로 사나

정한솔씨 극본 '기러기 꿈꾸다(WILD GOOSE DREAMS)' 

 

11월 14일-12월 16일

퍼블릭시어터(Martinson Hall)

 

WildGoose0030R.jpg

WILD GOOSE DREAMS Written by Hansol Jung, Public Theater, NYC  Photo: Joan Marcus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빈곤이다." 

 -테레사 수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태그램, 카톡 등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으로 현대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다각도로 소통하고 있으며, 수많은 친구와 팔로워들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더욱 친밀해진 것일까? 올해 초 영국 정부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하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외로움'을 정부가 직접 치유하기로 발벗고 나섰다. 사실, 오늘의 우리는 더욱 더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인 희곡작가 정한솔(Hansol Jung)씨는 11월 14일 퍼블릭시어터(Public Theater)에서 공연되는 연극 '기러기는 꿈꾸다(WILD GOOSE DREAMS)' 소셜미디어 홍수 속 현대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외로움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국의 기러기 아빠와 탈북 여성, 두 외로운 남녀가 온라인을 통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핏 남남북녀의 만남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은유하는듯 하지만, 사실은 외로운 인간들에 관한 엘레지(elegy)다.

 

 

wildgoose0091R.jpg

WILD GOOSE DREAMS Written by Hansol Jung, Public Theater, NYC  Photo: Joan Marcus

 

극이 시작되면, 탈북여성 유난희의 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이야기 끝에서 가족과 날개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질문한다. 가족을 위한 현실안주? 자신을 위한 꿈의 비상? 

 

딸의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아내와 7년째 떨어져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대기업 직원 국민성은 외로움이 병이 되었다. 전화, 이메일, 페이스북에도 변변한 친구가 없다. 국민성, 기러기남씨(Mr. Goose Man)는 데이트 웹사이트(Love Genie)를 통해 4년 전 탈북한 여성 유난희, 광부의딸(Miner's Daughter)을 만나 노래방에서 어울리다가 하룻밤을 보낸다. 부인이 있는 남자와 북에 아버지를 두고 탈북한 난희, 남겨진 남자와 떠난 여자는 'Bad Romance'로 각자 죄책감에 시달리는데...   

 

 

wildgoose0385R_thumbnail.jpg

WILD GOOSE DREAMS Written by Hansol Jung, Public Theater, NYC  Photo: Joan Marcus

 

국민성은 ATM기로 전락한 한국 기러기 아빠들의 전형이다. 자식의 교육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는 국민성은 중년의 위기에 처한 남자다. 평생 반려의 상징 동물이 기러기다. 그는 외도를 하면서 순간의 행복감을 누리지만, 가족을 해체할 의도는 없다. 한편, 유난희는 곳곳에서 북에 두고온 아버지의 환상에 사로 잡힌다. 아버지와 북한 체제는 새는 새지만, 날 수 없는 펭귄으로 상징화된다. 가족을 버리고 온 난희는 펭귄처럼 훨훨 날 수가 없다. 이들은 날개가 꺾인 새들이다.

 

국민성과 유난희의 티격태격 만남에서 가장 시적인 장면은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되어버린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미디어가 부재한 시간과 공간이다. 유난희가 국민성의 고시원집에 머무르며, 북한에 두고 온 집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이다. 이때 국민성은 그녀의 말에 따라 침대 대신 바닥에 이불을 깔고, 뜨거운 물을 끓인다. 무대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암전되고, 두 외로운 남녀는 까마귀 울음을 흉내며, 날아가는 꿈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이들은 진솔한 대화와 깊은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이들의 빗나간 사랑은 석탄이나 장작처럼 불타오르지 않았다. 유난희와 이별, 아내와의 이혼으로 사면초가가 된 국민성은 자살노래를 유튜브에 올리고, 최후를 맞는다. 그리고, 국민성은 하루 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어 버린다. 다시 찾아온 유난희는 국민성에게 성냥개피를 보여주며 불을 태운다. 여기서 관객은 우주의 시선에서 두 인물을 내려다보게 된다. 결국 우리의 삶은 아무리 장작개비를 노래해도, 성냥개피 하나를 태울 정도의 찰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wildgoose0309R.jpg

WILD GOOSE DREAMS Written by Hansol Jung, Public Theater, NYC  Photo: Joan Marcus

 

연출자 리 실버만(Leigh Silverman, 칭글리쉬 Chinglish)는 '기러기 꿈꾸다'에 뮤지컬적인 요소를 추가했다. 7인의 다민족 코러스를 등장시켜 전화벨부터 이메일 메시지, 이모지, 송신 등 테크 사인을 의인화하고,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처럼 스토리를 목격하며, 해설하는 역할을 부여한다. 또한, 국민성이 통기타를 치며 부르는 뽕짝풍의 애잔한 노래(정종빈 작곡) "진짜라니깐" "죽고 싶다"는 K-Pop 시대에 중년의 외로움을 더욱 증폭시킨다. 

 

국민성 역의 피터 김(Peter Kim)은 기러기 아빠의 신분, 중년의 위기에서 일탈을 꿈꾸는 한국 남성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연기한다. 그의 늘 웃는 얼굴은 가면처럼 보인다. 한국 관객으로서 대만계 배우 미셸 크루시엑(Michelle Krusiec)을 영어를 구사하는 탈북 여성 유난희로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영어로 공연될 때의 순간적 혼란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북 사투리를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유난희 아버지 역의 프란시스 주(Francis Jue)는 체제 순응자로서 딸을 향한 부성애를 능청스럽고, 노련한 연기를 발휘한다.   

 

 

0001.jpg

퍼블릭시어터 마틴슨홀 무대부터 객석 공간까지 남북한 예술작품, 노래방, 모텔, 고시원 등 코리안 모티프로 꾸며졌다.  

 

세트 디자이너 클린트 라모스(Clint Ramos)는 무대와 극장을 서울 노래방, 모텔, 룸살롱, 식당, 고시원, 만화책 표지, 그리고 훈민정음과 강익중 작가의 한글 모자이크 작품 '내가 아는 것'과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부자 사진, 북한 선전 포스터 등으로 도배했다. 이로써 뉴욕 관객들에게는 이국적이며, 한인에게는 리얼리스틱한 배경으로 만들었다. 

 

의상은 2014년 뮤지컬 '신사의 사랑과 살인 가이드(A Gentlemen's Guide to Love and Murder)'로 토니상 의상디자인상을 수상하고, 올 9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Samson and Delila)'의 의상을 담당한 린다 조(Linda Cho)가 맡았다. 

 

무대 가운데 유난희가 사라져간 물길은 남북한의 국경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강일까? '기러기는 꿈꾸다'는 기러기와 펭귄으로 상징되는 가족과 꿈, 그리고 인간의 외로움과 소통에 대해 '흐르는 강물처럼' 길게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110분, 인터미션 없음.

 

 

wildgoose0265R.jpg 

기러기 꿈꾸다 WILD GOOSE DREAMS

Written by Hansol Jung, Directed by Leigh Silverman

Featuring Dan Domingues (Chorus), Lulu Fall (Digital Nanhee/Chorus), Kendyl Ito (Heejin/Chorus), Francis Jue (Father), Peter Kim (Guk Minsung), Michelle Krusiec (Yoo Nanhee), Jaygee Macapugay (Wife/Chorus), Joél Pérez (Digital Minsung/Chorus), Jamar Williams (Chorus), and Katrina Yaukey (Chorus)

 

Scenic Designer: Clint Ramos/ Costume Designer: Linda Cho/ Lighting Designer: Keith Parham/ Sound Designer: Palmer Hefferan/ Composer: Paul Castles/ Korean Music Composer: Jongbin Jung/ Music Supervisor: Charity Wicks/ Movement Director: Yasmine Lee/ Special Effects Designer: Lillis Meeh/ Production Stage Manager: Melanie J. Lisby

Stage Manager: Janelle Caso

 

티켓: $55- (*$20  TodayTix 러시티켓  http://www.todaytix.com)

공연일정: 11월 14일-12월 16일

퍼블릭시어터: 425 Lafayette St. (212) 967-7555

https://www.publictheater.org/Tickets/Calendar/PlayDetailsCollection/18-19-Season/Wild-Goose-Dream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