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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열발레 스타들과 데이빗 홀버그 뉴욕 공연

제 5회 조이스 시어터 발레 페스티벌


8월 6일-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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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저녁 조이스 시어터에서 열린 발레 페스티벌 프로그램 A 공연 후 8명의 로열발레 댄서들이 인사하고 있다.


한여름 영국의 로열 발레단(The Royal Ballet) 댄서들이 뉴욕을 찾았다. 맨해튼 무용 전문 극장 조이스 시어터(The Joyce Theater)에서 8월 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발레 페스티벌(Ballet Festival)에 초대되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조이스의 발레 페스티벌을 기획한 큐레이터가 바로 로열 발레의 디렉터 케빈 오헤어(Kevin O'Hare)인지라 스타급들을 모셔온 것이다. 케빈 오헤어는 4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 프레데릭 애쉬톤(Fredrick Ashton)과 케네스 맥밀란(Kenneth MacMillan)을 비롯 21세기 로열발레단의 안무가들의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하고 있다. 


수석 무용수 로렌 컷버슨(Lauren Cuthbertson), 사라 램(Sarah Lamb)과 에드워드 왓슨(Edward Watson)과 디자이너 장-마크 푸이쌍(Jean-Marc Puissant) 등 로열발레의 인재들을 데려왔다. 그리고,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 American Ballet Theatre)의 스타이자 볼쇼이 발레단 최초의 미국인 무용수인 데이빗 홀버그(David Hallberg)와 뉴욕시티발레(New York City Ballet)의 마리아 코우로스키(Maria Kowroski)와 로버트 페어차일드(Robert Fairchild), 조셉 고든(Joseph Gordon), 그리고 캐나다국립발레(National Ballet of Canada) 댄서들이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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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Watson, Sarah Lamb in Wayne McGregor’s “Qualia Pas de Deux”


프로그램 A(8/6-9)는 케빈 오헤어가 선택한 솔로와 듀엣, 프로그램 B(8/10-11)은 로열발레 수석 무용수 로렌 컷버슨이 기획했다. 프로그램 C(8/13-8/15) 공연은 로열발레 디자이너 장-마크 푸이쌍이 선정했으며, 프로그램 D(8/16-18)는 로열발레 수석 무용수 에드워드 왓슨이 기획자로 나섰다. 안무가, 남녀 무용수, 디자이너의 취향이 각각 반영된 프로그램으로 로열발레의 화려한 스펙트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프로그램 A의 타이틀은 '솔로와 듀엣을 위한 저녁(An Evening of Solos and Duets)'으로 마치 오페라 아리아와 앙상블을 감상하듯 심플한 무대와 조명에 거장과 현대 안무가들의 에센스를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케빈 오헤어는 로열 발레단의 댄서 8명(로렌 컷버슨, 니콜 에드몬즈, 사라 램, 로마니 파작, 캘빈 리처드슨, 마르첼리노 삼베, 조셉 시쎈스, 에드워드 왓슨)을 무대에 올렸다. 


리암 스칼렛(Liam Scarlett)이 안무한 '아스포델 메도스 2인무(Asphodel Meadows Pas de deux)'는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 후에 영혼이 머물다가는 곳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프랑시스 풀랑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중 2악장을 케이트 쉽웨이(Kate Shipway)의 솔로 피아노 연주로 로마니 파작(Romany Pajdak)과 캘빈 리처드슨(Calvin Richardson)이 2인무를 선사했다. 검은색 배경으로 멜란콜리하며 슬픈 연인들의 피날레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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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Sissens in Frederick Ashton's "Dance of the Blessed Spirits"

 

프레데릭 애쉬톤 경의 안무작 'Dance of the Blessed Spirits'는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 중 플룻 연주가 아름다운 'Dance in the Elysian Fields'가 독무의 배경에 깔린다. 로열발레단의 퍼스트 아티스트(솔로이스트 전 단계)에 불과한 조셉 시센스(Joseph Sissens)는 블루 배경에 흰 의상으로 등장해 조각을 연상시키는 날렵한 몸매와 유연한 무브먼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다른 발레리노가 둔탁해보일 정도였다. 데이빗 홀버그의 우아한 독무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이날 8편의 프로그램 중 무려 4편에 출연한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댄서다. 


케네스 맥밀란 경이 안무한 '콘체르토 파드되(Concerto Pas de Deux)'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콘체르토 제 2번 중 2악장이 흐른다. 오렌지색 의상의 로렌 컷버슨과 니콜 에드몬즈(Nicol Edmonds)는 맥밀란 경이 춤이 몸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듯, 선(line)과 무브먼트를 확장한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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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vin Richardson, Joseph Sissens in Christopher Wheeldon’s “Within the Golden Hour”


비발디의 'Ezio Bosso'를 배경에 깐 크리스토퍼 휠든(Christopher Wheeldon)의 'Within the Golden Hour'는 2편의 2인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투명한 스킨색 씨스루에 금빛이 찬란한 패턴과 휠튼의 비바체 안무는 조셉 시센스와 캘빈 리처드슨를 음악과 완벽하게 싱크로나이즈하는 다이나믹한 듀오로 변신시켰다. 이어 무대는 라르고 리듬으로 바뀌어 사라 램과 마르첼리노 삼베(Marcelino Sambe)의 2인무는 색다른 컬러의 로맨스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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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Sissens, Calvin Richardson in Wayne McGregor’s “Obsidian Tear”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의 'Obsidian Tear'는 핀란드 작곡가 에사-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의 무반주 바이올린곡으로 제니퍼 고의 연주로도 알려져있다. 히스테리컬한 웃음 소리같은 이곡에 붉은색과 검은색의 치마같은 바지를 입은 남자 무용수 2인(캘빈 리처드슨과 조셉 시센스)가 마치 소림사의 쿵후를 하듯 무대에서 돌진한다.

 역시 맥그리거의 '콸리아(Qualia)'는 런던의 전자음악 밴드 스캐너(Scanner)의 음악이 배경으로 흰 속옷(?) 차림의 남녀 2인무(사라 램과 에드워드 왓슨)다. 도회지 남녀의 몸으로 하는 대화, 종종 비디오 아트를 배경으로 쓰는 만큼 오리지널을 보면 덜 지루했을 것 같다.  


2015년 로열발레의 젊은 안무가 프로그램에 조인했던 여성 샬로트 에드몬즈(Charlotte Edmonds)의 '조조(jojo)'는 조셉스 시센스의 두번째 솔로 무대였다. 인디 밴드 차이니즈 맨(Chinese Man)의 '팬디 그루브(Pandi Groove)'가 배경으로 깔리는 이 무용은 펑크. 힙합, 보사노바, 아프리카 리듬, 턴테이블 믹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발레, 브레이크 댄스, 체조, 스트리트 댄스, 디스코 등이 해체, 재구축으로 믹스앤매치된 발랄한 실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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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any Pajdak, “Five Brahms Waltzes in the Manner of Isadora Duncan,” Sir Frederick Ashton


마지막으로 프레데릭 애쉬톤 경의 'Five Brahms Waltzes in the Manner of Isadora Duncan'은 로마니 파작의 솔로 댄스였다. 오렌지 무대 배경에 오렌치 드레스와 스카프로 브람스의 왈츠를 변주하며 맨발의 이사도라 던칸에게 바치는 피날레. 잠에서 깨어나 발레의 속박에서 벗어난 모던 댄스를 창시하기까지의 초상처럼 보인다.  


조이스 시어터의 발레 페스티벌은 세계 최고의 로열발레단의 걸작을 뷔페처럼 맛볼 수 있는 축제다. 조이스 시어터는 1941년 아르데코 후기 맨해튼 19스트릿에 건축된 영화관 엘긴 시어터(Elgin Theater)이었다. 1982년 보수공사 후 무용 전문 극장 조이스 시어터로 개명됐다. 472석의 아담한 공간으로 무용을 감상하기에 좋은 극장이다. https://www.joy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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