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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ie2021.02.12 19:49

나는 친할머니를 본적이 없다. 내가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하면 외할머니만 안다. 우리 엄마가 외딸인데다 장사를 하셨기 때문에 매일 우리집에 오셔서 살림을 봐 주셨다.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상을 가득 차리셨다. 오죽하면 며느리인 외숙모님이 딸이 먹여살린다냐고 하시면서 불평을 하시곤 했다. 외손주들도 참 예뻐하셨다. 우리 형제 중에 누가 아프면 요를 펴서 아랫목에 누이고 한손으로 배를 살살 맛사지하시면서 내손은 약손이다 쎄쎄쎄를 수없이 뇌이셨다. 왠만큼 아픈 것은 할머니의 약손이 다으면 신기하게 나았다.
정말 할머니손은 약손일까? 여러번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할머니손은 약손이라고 어느 요리선생님이 말씀을 해주셨다. 할머니 손끝에는 아미노산이 있어서 그분이 손끝으로 만드는 음식은 맛이 좋고 그손으로 아픈배를 주물러주면 약손이 된다고 했다. 나는 이 사실을 믿는다.
바늘귀에 실을 꽤시는 모습, 알사탕(할머니는 알사탕이라고 않고 눈깔사탕이라고 하셨다)을 주시던 모습, 화롯불에 감자를 묻었다가 호호 불면서 주시던 모습이 눈에 환하게 떠오룬다. 돌아가신지가 반세기가 넘었지만 내손은 약손이다고 하면서 손주들인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셨던 모습이 내 앞으로 다가온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