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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19.01.28 13:18

(396) 홍영혜: 새해 결심은 '멋쟁이 뉴요커'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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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등대 <14> New Year's Resolution


멋쟁이 뉴요커 되기


"Teach us to number our days and recognize how few they are; help us to spend them as we should."

 Psalm 90:12  Living Bible (T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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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새해가 되면  흥미로운 칼렌다를 선물한다.  올해는 돌돌말려 한장으로  왔는데 펼쳐보니 MoMA(Museum of Modern Art)에서 만든 달모양의  변화(Phases of the Moon)를  날마다  표시한 칼렌다이다.  창밖의  달을 내다 보고 1월에서  그 달 모양을 찾아 날짜를 확인해  보니 딱 맞추었다.  아!  과연.  2월 합삭 뒤  첫 초승달이 보이는 날이  2월 5일 음력 설이다.  덕분에 올해는 별 볼일보다는 달 볼일이 많아질 것 같다. 일년이 이 종이 한장안에  다 들어 있다니 ….  일년이 달이 차고 달이 지면서 그렇게 빨리 가버리는구나.


해가 바뀌면 새 칼렌다를 들척거리면서 새해의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하곤 했었다.  

성경 통독하기, 

정리 정돈하기,

아침에 늦잠 자지 말고 남편 아침 챙겨주고 도시락 싸주기,

매일매일 산책하기,

멋쟁이 되기….   

 

그중  가장 기억나고  성과가  좋았던  새해의 결심은  2014년의  “하루에 한가지씩 새로운 것 하기”였다. 'do something new every day'라는 표지의  일기장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글 머리에 인용한 시편은 그 일기장 첫 페이지에  쓴 구절이다. 뉴욕으로 이사온 후  아직 일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낯선 이에게 말 걸기,  혼자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 점심먹기, 맨하탄 지도를 프린트해서 그  길들을 걸어보고, 가본 길은  빨간색으로 표시하기,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콘서트나 전시회 보기….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나에게  매일매일 '하루 분량의 기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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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무엇을 하지?  

지난  11월 보스톤 친구에게 놀러 갔었다. 기차를 타고 무거운 짐을 들고가기  싫어  편안한 옷차림으로  갔었다.  친구는  좋은 음식점도 예약해놓았는데,  나의 옷차림을 보고 "예전에는 예쁘게 입고 다녔는데 , 신경 좀 쓰라"고 조언을 했다. 기분 나쁘기보다는  날 위해 그렇게 이야기 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어머니가 계셨더라면  똑같이 이야기하셨을 것 같다.  뉴욕에 살다보니  노상 걸어다니거나, 지하철을 타니 굽이 없고 편한 신발, 무겁게 들고 다니는 가방보다는 백팩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의자가 지저분한데 앉아도 아깝지 않을 편한 옷들을 입게 된다. 그리고 주변의 학교 동네에선  전혀 손색이 없는  변두리 뉴요커의 복장이 되가는 것 같다.


지난 12월 아들이 뉴욕에 내려와서 함께 안경을 고르다가 말했다.

 "엄마는 이제  옷은 별로 안사는 것 같아요."

 "옷에 신경을 쓰지 않는 너까지 이야기하는  걸 보니,  엄마가 정말 옷을 사야겠구나."

 "난  좋다고 이야기한 건데  엄마는 거꾸로 받아드리시네요."

  

그래,  새해의 결심은  다시 멋쟁이 되기로 선언했다. 아이들은 "엄마 그거 얼마 전에도 하지 않으셨어요?"라고 놀린다. 그랬었지. 처음에 뉴욕에 와서 '멋쟁이 뉴요커가 된다'고 꿈에 부풀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스타일리시한  선배의 소개로 영국에서 온 남자 헤어 디자이너를 소개 받았다. 나한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어 망설이다 그래 한번 해보자. 헤어 디자이너가 미용실 한가운데 나를 세워 놓고 두상을 검토하고 뺑그르르 돌게해서 '와! 얼마나 멋있는 머리가 나올려고 그러나?' 이미 멋쟁이가 된 상상을 하였다. 그런데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 거울을 보는데 울고 싶었다. 앞 머리카락이 거의 쌍둥 다 날라갔다.  그날 조카를 만났는데 눈이 동그래지더니 아무 말도 못하였다. 


 

yh caricature.jpg 헤어컷 며칠 후 센트럴파크에서 그린 커리커쳐


나중에 선배가 내 머리를 보더니 "아니 어떻게 잘라달라고 이야기 했어?"  "아니요. 그냥 저한테 어울리게 멋있게 해달라고 그랬지요." 그 앞머리가  다시  자라는데 거의  반년쯤 걸린 것 같다. 그 머리가 참신했다던 사람도 가물에 콩나듯이 있긴 했었다. 그러고 나선 부풀렀던 멋쟁이의 꿈은 서서히 바람이 빠져갔다.


얼마 전에 선배를 만나 새해 결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올해 새해결심이 멋쟁이 되기예요."

 "그거 몇년 전에도 했는데..." 하시면서 웃는다.  “그러지 말고 좀더 구체적으로 눈썹 예쁘게 그리기하면 어때?”  

그래  올해는 '눈썹 예쁘게 그리기' 그리고 '2주에 한번은 옷가게에 구경가기'로 정하자. 남편은 "2주에 한번씩 구경만 가. 사지는 말고."하며 웃는다. 



홍영혜100.jpg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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