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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19.05.28 01:45

(417) 홍영혜: NYU 이웃사촌, 빨간꽁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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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등대 <17> 빈 둥지 신드롬 


NYU 이웃사촌, 빨간꽁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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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파크 개선문과 그 뒤에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5월 중순까지 연례없이 쌀쌀한 날씨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여름날씨가 되어 버렸다. 저녁을 먹고, 집 근처 워싱턴스퀘어파크(Washington Square Park)로 산책을 나갔다.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동네 사람들, 학생들, 여행객들로  광장이 꽉 찬 느낌이다.  개선문과 그 틈 사이로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분수와 가로등,  벤치에 앉아 있는 젊은이들, 공연을 하고 있는 재즈 뮤지션, 분수 주변에서 스케이트 보드로 원을 그리는 사람들, 왠지 나도 뉴욕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속 한 장면에 있는 느낌이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 그 중에 매층 마다  밖으로 새어나오는 천장의 조명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던 필립 존슨(Philip Johnson)이 설계한 뉴욕대 도서관, 그 꼭대기에는 빨간꽁지 매(Red- tailed Hawk)가 살고 있다. 정말 명당자리에 거처를 잘 잡은 것 같다. 역시 매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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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스퀘어파크의 밤. 오른쪽 빨간 건물이 빨간꽁지매 가족이 사는 NYU 도서관. 


지난 해 이맘 때 옛동네 리버사이드드라이브의 아파트 두집 걸러 나지막한 나무에 어미새와 새끼 두마리가 둥지에 있는 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오며가며 보이는 곳에 둥지를 튼 이 새들이 잘 자랄까 마음이 쓰였다. 어떤 할머니는 지나가다 손주를 보여준다고 손을 둥지 속에 넣기도 하고, 어미새가 없을 때 아기새는 패닉상태로 보였다. 지나갈 때마다 새들이 잘 있나 확인해 보다 어느날 아기새들이 없어지고 새 둥지에는 어미새만 있었다.  바닥에는 이상한 얼룩들이 떨어져 있었다. 마음이 덜컥 내려 앉았다. 왜 길 건너 리버사이드 파크 나무 숲에  둥지를 틀지 않고 아파트 앞 나지막한 나무에  집을 지었을까? 숲에 사는 빨간 꽁지달린 매와 너구리들 틈에서 버티기가 힘들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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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리버사이드드라이브의 새둥지에서.


새동네  빨간 꽁지 달린 매는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있어서 그런가, 맨하탄 도심의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 같다.  2011년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보이는 뉴욕대학 도서관(Bobst Library) 건물 12층, 그것도 전망이 가장 좋은 총장실 앞에 처음 둥지를 지었다고 한다.  그 후론 매년 여기와서 알을 낳고  지난 3월, 새끼 세마리가 알에서 깨어나왔다.  


뉴욕대학에서는 매 카메라(Hawk Cam)를 설치해서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 나와, 먹이를 먹고 자라가는 과정들을 실시간으로  웹사이트에 올려 아주 가깝게 관찰할 수 있다. 솜털의 새끼들이 이제는 제법 부쩍 커져 있다. 4월에 이 소식을 듣고  틈틈이 NYU Hawk Cam  사이트에 가서  아기매들이 자라나는 과정, 어미와 새끼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았는데 신기하고도 흥미롭다.

https://www.ustream.tv/channel/e3uYJSDgmbz?utm_source=Dir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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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U Hawk Cam


새끼들이 어릴 때 밤에 어미새가 날개를 펼쳐 아기새들을 날개 밑에 보듬고 자는 모습을 보면, 그 모성에 뭉클하다. 

아침에 먹이를 구해 온 어미새가 새끼들과 쪼로로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이 아기새들을 굶기지 않고 먹거리를 가지고 와 참 다행이다. 

어미가 잡아온 먹이들을 다듬어 새끼들에게  한입씩 쪼아 먹인다. 

갓 태어나서는 어미가 새끼 입에 먹이를  넣어주지만, 

지금은 자세히 보니 어미가 새끼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새끼들이 어미 부리에서 쪼아 가지고 간다.


처음에  부지런한 맏이처럼 보이는 아기새가 어미 부리에 갖다 대니

여유롭게 어미가 먹이고, 

그걸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둘째처럼 보이는 아기새는 기다리다,  

앞으로 끼어들어 적극적으로 어미 부리에서 먹이를 쪼아 먹고, (제일 많이 먹는 것 같다.) 

아직도 자고 있는 막내 아기새는 뒤늦게 어미한테 간다. 

어미가 한입 주고는 배가 고팠는지 어미가 먹기 바빠, 

막내는 몇입 받아 먹지도 못한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확실히 맞는 것 같다. 

사람같으면 세 새끼들에게 고루 분배할 것 같은데… 동물의 세계는 적자생존인 것 같다. 

저 막내는 얼마 못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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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U Hawk Cam


솜털같을 때는 둥지 안에 서로 뭉쳐 있더니 

지금은 컸다고 하나는 둥지에, 

하나는 중간에, 또 하나는  콘크리트에 앉아 있는 걸 보면, 

그리고  날개를 퍼드득하고 문턱 끝에 걸터 있는 걸 보면, 

얼마 있으면 이 새들이 날개짓을 연습하고 

처음으로 허공으로 떨어져 날아갈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5월달 어머니날을 즈음해서 아이들이 왔다. 

이제 둥지를 떠난 아이들은 생각도 마음도 독립되어 있었다. 

대견한 마음, 안스러움 마음, 걱정스러운 마음,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훌쩍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둥지 안에  함께 있었던 시절 그 때가 그리워진다. 

아이들과 함께 동그랗게 밥상머리에 둘러 앉았을 때, 

새로운 둥지에서 모처럼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러곤 각자  후루룩 날라갔다. 


옛동네  그 나무 빈둥지에  한번  찾아가 보고 싶다. 

그 새들이 다시 찾아 왔을까? 

작은 새들이 안전하게 둥지를 틀 곳이 맨하탄 어딜까? 

이 사람의 머리로도 힘든데, 새 대가리로 찾을 수 있을까?

매나 너구리, 사람 손을 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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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rbanhawks.blogs.com


PS 1.  어미새와 아비새를 구별하지 못하여 어미새로  불렀다. 부모새라 하기에도 어색하고.  사이트에 가면  처음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과정을 녹화한 영상에 한 쌍의  빨간 꽁지매가 있었다.  필자가  실시간 Hawk Cam을 보았을때는 두마리가 함께 있는 걸 보지 못했다. 


PS 2. 센트럴 파크 모델보트를 띠우는 Conservatory Water에서 5번가를  바라보면 927 Fifth Ave. 빌딩 창가에 새 둥지가 보인다. 이 곳에서 30년간 둥지를 튼 페일 메일(Pale Male)이란 빨간 꽁지매는 애들 동화책 주인공으로 여러 권 출판되었고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왔다. 나무가 아닌 도시의 건물에 처음 둥지를 만들어 유명해진 매인데, 아파트 사람들의 불평으로 새둥지를 철거했다가 데모를 하여 다시 새 둥지를  옮겼던  일화가 있다. 유튜브 영상에 스토리가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L4G-DSdG9g4


PS 3.  NYU Hawk Cam  사이트에  매에 관한 단어들 설명이 있어 간단하게 번역해 보았다.

•Eyass — 날아가기 전에 둥지안에 있는 아기 매 An eyass is the name for young hawk on the nest, before it fledges (flies off).

•Haggard — 어른 매  a sexually mature adult hawk, falcon, or eagle.

•Tiercel — 수컷 매, 빨간꽁지 매는 수컷이 암컷보다 20퍼센트 작다고 한다. for the male hawk. Tiercel Red-tailed Hawks are, generally about 20% smaller than females.

•Formel — 암컷 매. a legacy term from English falconry, which denotes the female of hawk and eagle raptors. The female Red-tailed Hawk at this nest is properly referred to as “formel.”

•Incubation — 어미나 아비매가 새끼가 알에서 나오기 전에 알을 따뜻하게 품는 것. The behavior of either the haggard tiercel or formel sitting over or on the eggs, keeping them warm during pre-hatch development.

•Pipping — 부화하지 않은 아기매들이 알을 깨는것. 아기부리에는”뾰족한 egg tooth” 가 있어 껍질을 까고 나온다.“Pipping is the deliberate cracking of the egg by the un-hatched eyass. On the tip of the beak is the “egg tooth,” a small pointed projection that pokes through the egg shell, cracking it. Finally, those cracks will expand, allowing the eyass to exit the egg, to hatch.

•Brooding —부화하고 나서 어른매가 자기의 몸과 날개로 새끼매들을 감싸서 새끼들을 보호하는 것 The protecting of the young eyasses from the elements by either of the haggards; as they cover the young with their bodies or wings. Happens after incubation.

•Fledging —새끼들이  공중으로 뛰어내려 처음 날아서 둥지를 떠나는 것  Here, refers to the jumping off into the open air in an eyass first flight. The leaving of the nest into the air.

•Jump-flapping — Fledging 을 하기전에 새끼들이 날개짓을 하면서공중을 순간적으로 우회하는 것, 날개를 컨트롤하는 신경근육을 강화시키는연습을 한다. Reference to the particular wing-flapping eyasses perfect before fledging. The birds jump slightly into the air, flapping their wings while hovering momentarily in the air. Jump-flapping strengthens flight muscles, and perfects neuromuscular control of the wing motions required for flight.


*뉴욕 스토리 <283> 도시의 전설, 빨간꼬리 매 '페일 메일(Pale Male)'



홍영혜100.jpg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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