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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1.02.17 13:33

(554) 강익중: 30세기를 떠도는 천재 여행자 백남준

조회 수 138 댓글 1

詩 아닌 詩 (43) 백남준 선생님, 낮에 별을 보는 무당 

30세기를 떠도는 천재 여행자

 

Paik-Self-Portrait-2005.jpg

Nam June Paik, Self-Portrait, 2005, single-channel video with sound in a vintage television with permanent oil marker, Collection of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1994년 늦은 봄이었다. 코네티컷 휘트니 미술관에서의 백남준 선생님과의 전시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당시 독일 뒤셀도르프에 계셨던 선생님께서 미술관으로 팩스를 보내 주셨다. 단 두 줄의 문장이 담긴 간단한 내용이었다.

 

"나는 괜찮다. 강익중이 좋은 자리를 얻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I am very flexible. It is very important that Ik-Joong has the better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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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ple Dialogue, 1994, Nam June Paik and Ik-Joong Kang,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at Champion, Stamford, CT. Photo: Okkee Kim 

 

작년 겨울 백 선생님의 후원자이자 오랜 친구 한 분을 신시내티에서 만났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친구의 부인은 선생님 얘기가 나오자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주변 사람들이 편찮으신 선생님을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게 아니냐고 분개하자, 남편은 그렇지 않다며 부인을 다독거린다. 백 선생님의 낡은 가방에는 내의 몇 장에 책만 가득한 욕심없는 여행자였다고 한다.

 

선생님을 모시고 금융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세한 변화들을 깊이 있게 말하자 모두들 신기해한다. 그러다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에 모인 사람들이 번쩍 깨어났다. 그리고는 아이처럼 씩 웃으셨던 맑은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낮에도 별을 보는 분이구나’라고 그냥 혼자 생각했다.

 

칠성신을 모시는 제주 무당이 칠성 사이다 한 병만을 놓고 굿판을 벌였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무당에게는 형식이나 절차는 중요하지 않다. 비빔밥도 만드는 사람의 형편과 계절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가 달라진다. 밥 한 그릇에 잘 익은 고추장만 있으면 어느 것과  어우러져도 맛있는 비빔밥이 된다. 우리 문화가 지니고 있는 힘이 바로 비빔밥의 유연성과 호환성, 포용성이다. 이 비빔밥 정신이 바로 세계의 중심에 서있는 한국 작가 백남준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Multiple Dialogue Infinity with Nam June Paik, 2009-2010,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Korea, 62,000 Works, Gwacheon, Korea, Photo by In Sub Shin (1).JPG

Multiple Dialogue Infinity with Nam June Paik, 2009-2010,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in Korea, 62,000 Works, Gwacheon, Korea, Photo: In Sub Shin

 

"창조가 없는 불확실성은 있지만, 불확실성이 없는 창조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청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려고 이 전람회를 끌어온 것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무슨 음식이나 깨뜨려 먹는 강한 이빨을 주려고 이 고생스러운 쇼를 하고 있는 것이다."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 전시를 기념해 선생님이 한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 중-

 

음력 설날 오후 백남준 선생님은 마이애미의 아파트에서 조용히 74년의 삶을 마치셨다. 욕심없는 천재 여행자는 이제 지구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낡은 가방에 책만 가득 담은 채 30세기를 향해 또 다른 길을 떠났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럼 다시 뵙겠습니다.

내리실 곳은 30세기입니다!

 

강익중 2006

 

*첫 시집 '달항아리' 출간한 화가 강익중씨

*강익중 인터뷰: 세계로, 미래로 뛴다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강익중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설치작 '꿈의 다리' 

*NYCB 갤러리(17): 강익중 신작@스튜디오 

*화가 강익중의 차이나타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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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2.19 23:07

    백남준과 강익중 하면 해와 달이 떠오릅니다.해는 백남준이고 달은 강익중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됩니다. 백남준 작가님은 빛을 가지고 바디오 아트를 창조했다면, 강익중 작가님은 아무도 갖지 못했던 달항아리를 품었기 때문이지요.
    강렬한 태양의 빛이 영원함을 백남준 작가께서는 이미 아셨기에 비디오 아트라는 분야를 개척하셨던 것같습니다. 백남준 작가님은 가셨지만 그의 빛은 영원히 빛나고 있습니다. (Good Morning, Mr. Orwell)
    강익중 작가님의 달을 품은 달항아리도 달이 우주에서 사라지지 않는한 영원히 존재하겠지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