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허병렬/은총의 교실
2022.02.07 12:31

(605) 허병렬: 젊음의 묘약

조회 수 52 댓글 1

은총의 교실 (74) Elisir de giovinezza 

 

젊음의 묘약

 

IMG_6657.JPG

2016년 2월 뉴욕한국학교의 설날 행사에서 

 

세상에는 사랑의 묘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젊음의 묘약도 있다. "제가 젊게 보이십니까?" 질문이 떨어지자 "예"라는 대답이 나왔다. 또 다시 확인하려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예-" 이번에는 전보다 힘찬 대답이 터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믿기로 하고) "그럼, 저처럼 젊게 오래 사시고 싶으십니까?" 답을 기다릴 것고 없이 "예-"가 메아리쳤다. 

 

"그 비결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장내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것은 선생님들이 하고 계신 학교 일을 계속 하시면 됩니다." 말이 떨어지자 웃음소리가 터졌다. 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여기에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겼다. 

 

이것은 지난번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제 25회 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근속 40년의 공로패를 받은 자리에서 행한 필자의 답사였다. 교사직은 젊음과 함께 행복을 주는 멋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1944년부터 시작한 교직은 40년 만이 아니라 한국까지 합치면 60여년이 된다. 그동안 항상 즐거웠으니 이게 바로 젊음의 묘약이 아닌가. 

 

그런데, 왜 모두 젊음을 찾을까. 젊음이 좋기 때문일 게다. 젊음은 한여름의 나무이다. 싱싱한 겉모습이 보기 좋은 것은 물론이고, 터질 것만같은 에너지는 불가능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오래 젊음을 간직하고 싶은 것이 모두의 염원이다. 젊음은 표면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이 있다. 표면적인 것은 아름다움이고, 내면적인 것은 능력이다. 능력이란 꿈을 가진 결단력, 추진력, 창의력... 등이다. 

 

우리는 쉽게 젊은이가 되려고 한다. 의사의 기술이나 약물 효과로 쉽게 젊어지고 싶어한다. 그러나, 겉모습이 젊더라도 젊은 마음이 없다면 겉젊은이에 불과하다. 젊게 되려고 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기능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체력적으로 쇠약하여서 기능을 따를 수 없더라도 정신은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다. 그러려면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시대의 새로움에 자기 자신을 적응시키는 일이다.

 

 

IMG_6622.JPG

2016년 2월 뉴욕한국학교에서 허병렬 교장과 학생들.

 

이런 변화를 촉진하는 특효약이 어린이들과의 접촉이다. 오래 전에 읽은 책에는 어린이 보육원과 노인들 정양원을 인접한 장소에 마련하면 두 시설의 인적교류로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노인과 어린이는 공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체력이 약해서 사회적인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들은 일반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는 없어도, 노인은 인생의 오랜 학습효과로 지혜가 있고, 어린이는 티없는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신선함이 사회에 공헌한다. 이런 특징을 가진 노인과 어린이는 말 없이도 마음이 교류되며 친밀감을 가지고 서로를 격려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의견은 어린이와 노인이 서로 가르치는 계기를 마련함이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노인은 어린이에게 살아가는 지혜를 주고, 어린이는 노인에게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린이들이 싸울 때 그 해결방법을 참고로 알리는 것은 노인이 할 수 있다. CD나 DVD를 가지고도 사용법을 모르거나, 컴퓨터로 e-메일을 보내고 싶은 노인에게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어린이들이 맡으면 된다. 이렇게 가까운 사이가 되면 그들은 서로 손을 마주잡고 미소를 나눌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새로움, 반짝임을 수시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일까. 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부모이고, 학교 교사들이다. 

 

부모나 교사는 쉴새 없이 고단위 젊음의 바이타민을 취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부모는 최대한 자녀와의 접촉시간을 마련해야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사도 지식의 전달 이상의 인간적인 접촉이 많아야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들은 이 세상의 더럽거나 불순한 것을 없애고, 깨끗하게 하는 정화수 역할을 한다. 그들의 맑은 눈동자가 세상을 바르게 보고, 그들의 조그만 입이 사심 없는 말을 하며, 그들의 맑은 마음이 사회의 티없는 거울이 된다. 

 

세상에 도움을 주지 않는 직업은 거의 없다고 본다. 직장에서 보수를 받지않는 직업도 거의 없다. 보수가 전연 없다면, 그것은 봉사라고 한다. 한국학교 교사는 아마도 이 중간 지점에 있을듯 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받는 것을 따지면, 어느 직종보다 값진 보수를 받고 있다. 학생과 나 자신을 위해 직장을 지킴이 현명하다. 

 

 

000IMG_6716.jpg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
  • sukie 2022.02.09 11:39

    허병렬 선생님의 어린이 사랑, 한글 사랑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습니다. 25년간 한국학교 교사(지금은 교장)로 봉사하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한글을 사랑했고 하고있지만, 허 선생님의 헌신적이고 조건없는 사랑에는 고개를 숙일뿐입니다. 어린이들과 한글이 곧 선생님의 배우자이며 평생 섬기는 대상이지요. 선생님의 글은 모든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교사란 무엇인가를 깨우치게하는 지침서이지요. 젊음의 묘약을 몸소 실천하면서 보여주셨지요. 선생님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한국학교 교사들은 오늘도 허병렬 선생님의 '젊음의 묘약'을 일선에서 실행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안좋으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기를 기원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