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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21.11.28 18:11

(595) 이수임: 빈둥지 신드롬?

조회 수 102 댓글 1

창가의 선인장 (118) 빈둥지 신드롬? 

 

고맙다, 두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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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야?” 

“아니 둘째.” 

“한국말 잘하네.” 

“한국말 잊어버릴까 봐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나에게 전화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친구와 공원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작은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인덱스 펀드(Index fund)를 더 살까 말까 아들과 의논하는 나에게 친구가 물어본 대화 내용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영어로 말하면 한국말로 하라고 했다. 무조건 한국말만 사용한 덕분에 나는 영어가 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한국말을 곧잘 한다. 

 

큰 아이는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아마존에서 정수기 워터 필터, 비타민 C와 D3, 선크림과 수분크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엔슈어(Ensure, *단백질 바닐라 셰이크) 24개를 주문해서 보내준다. 쌀 사기가 무거워 힘들다고 지나가듯 말했더니 현미 쌀도 첨가했다. 대신 마더스 데이와 생일 선물은 생략하라고 했다. 

 

작은 아이는 우리 부부의 뱅가드 인덱스 펀드(S&P 500, 시장지수에 포함된 모든 종목)를 투자 관리해준다. 재미없다고 투덜대면서 공부한 아이의 전공 덕을 보는 것 같다. 

 

“엄마, 주식을 하려면 성격이 느긋해야 해요. 마음 편히 오래 가지고 있으면 벌어요. 그러나 개별 종목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을 많이 올릴 수도 있지만, 잃을 확률이 높아요. 그리고 사고팔고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받아 일상생활을 편히 살 수 없어요.” 라는 아이 말에 일년에 두 번 정도 얼마나 올랐나, 내렸나만 물어보고 기록해 놓는다. 작은 아이도 재정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특별한 날 선물은 생략했다. 오히려 무슨 날이면 두 녀석에게 음식 대접하며 고맙다고 한다. 

 

두 아이는 주식투자하는 것을 돕고 의논하며 함께 놀다 친구도 같아졌고 절친이다. 우리 부부는 전혀 아이들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장을 고만둔다고 해도, 어떤 여자를 사귀어도 무조건 격려한다. 식구끼리의 대화는 마찰 없이 잔잔히 물 흐르듯 평화롭게 이어진다. 

 

만약 아이들이 결혼하면 어떻게 변할까? 그녀들이 잔잔한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자며 평화를 깨는 것은 아닐까? 알아서들 잘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 아이들도 데이트만 하며 결혼할 생각이 없고 나도 아이들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이유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두려워서일까?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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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12.02 07:21
    이수임씨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제가 늘 얘기하지만 그분의 글에서는 소박하고 순수함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글에서도 소박과 순수를 또 느꼈습니다.
    "두 아들아 고맙다" 간단명료하게 쓴 제목이 마음을 동하게 하네요. 이러이러해서 효자다고 군더더기없이 쓴 글이 주절이주절이 자랑을 늘어 논 것도 아닌데 아들들이 효자구나를 느끼게 해줍니다. 바닷물, 풍향계, 배의 몸통은 안보이고 흰연기만 피어오르는 굴뚝, 물 건너편의 고층건물들-이 사물들을 색감을 잘 조화해 그린듯 합니다. 내가 이 그림에서 고동소리를 듣고있구나를 느꼈고, 그리고 외로움과 그리움을 동반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