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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4.01.22 22:17

(702) 강익중: 호접지몽 (胡蝶之夢)

조회 수 96 댓글 1

詩 아닌 詩 (78) 호접지몽 (胡蝶之夢)

 

Untitled 1,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jpg

Ik-Joong Kang, Untitled 1,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그리움 

 

산다는 건 

누구나 그리움의 강물을 건너는 거야

 

매일 조금씩

한발 두발 나아가다가

 

그리움의 깊이가

무릎까지 왔다 허리까지 올 때가 있지

 

그러다가

가슴까지 오면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히는 거야

 

산다는 건 

누구나 그리움의 한숨을 삼키는 거야

 

 

Untitled 3,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jpg.jpg

Ik-Joong Kang, Untitled 2,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호접지몽 (胡蝶之夢)

 

호접지몽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꿈을 깨어보니 자기가 나비도 되고 장자도 됐다는 말

 

그렇다면

나무가 꿈에 바람이 되어 돌아다니다가

꿈을 깨어보니 자기가 바람도 되고 나무도 된다는 것

 

그렇다면

내가 꿈에 네가 되어 나와 놀러 다니다가

꿈을 깨어보니 너와 나는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

 

 

Untitled 2,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jpg.jpg

Ik-Joong Kang, Untitled 3, 2024, 8.5 x 11in, Mixed Media on Paper

 

한 곁에 

 

우암산 한 곁에 흰구름 자라고

흰구름 한 곁에 초가집 보이고

초가집 한 곁에 장독대 오르고

장독대 한 곁에 정화수 바쳤고

정화수 한 곁에 은하수 비치고

은하수 한 곁에 무심천 흐른다

 
 

*첫 시집 '달항아리' 출간한 화가 강익중씨

*강익중씨 런던 템즈강에 '꿈의 섬(Floating Dreams)' 설치

*An Interview with Ik-Joong Kang, Inside Korea(The New York Times) 

*강익중 순천국제정원박람회 설치작 '꿈의 다리' 

*NYCB 갤러리(17): 강익중 신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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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4.01.26 22:10
    강익중 작가님의 시 세편을 읽었습니다. 그분의 시에서 늘 느끼지만 이번에도 간결하면서도 순수함과 함께 catharsis를 느꼈습니다. 세편의 시중에서 그리움이 나의 그리움과 차이가 나서 부러웠어요. 제가 아주 오래 전에 "그리움"이란 시를 어느 협의회 회보에 발표해서 실린 적이 있었습니다. 강 화가님은 그리움의 깊이를 아셨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의 그리움은 어떻게 생겼고, 눈을 감아도, 누워서 쉬어봐도 알 수없는, 도무지 정의를 내릴 수없는 허공에서 맴도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님은 한발 두발 나아가다 그리움의 강물을 건넌다고 하셨습니다. 그리움의 강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움의 깊이도, 그리움의 강물도 없어서, 한 발작도 나가지 못하고 그리움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강익중 작가님의 그리움은 유형의 그리움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