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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18.12.30 16:58

(389) 홍영혜: 미술관에서 연하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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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등대 <13> 12월의 미션 


미술관에서 연하장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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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blo Picasso(1881–1973), Dog and Cock, 1921, Oil on canvas. Yale University Art Gallery


12월의 뮤지엄은  Merry Christmas와 Happy New Year로 보인다.  

작년 연말 코네티컷주 뉴헤븐의 예일대학교 미술관(Yale University Art Gallery)에서 피카소의 "Dog and Cock"이라는 제목의 그림을 보고  사진을 찍어 연하장으로 보냈다.  닭이 책상 아래 있는 개를 보고 놀라서 달아나는 형국으로  닭의 해는 가고,  개의 해가 도래한다는 의미로 내 맘대로 해석했다. 그리고, 속으로  피카소는  정말 천재인지 운이 좋은지 이 그림을 닭의 해(1921년)에 그렸었다. 개띠인  친구들에게 이 연하장을 보냈는데 아무도  나의 깊은 뜻을 알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기껏해야 “뉴욕의 연하장은 모던하네”였다. 어떻게 닭과 개를 못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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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sily Kandinsky(1866-1944), Accompanied Contrast, 1935, Oil with sand on canvas.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얼마 전 맨해튼 구겐하임뮤지엄( 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 힐마 아프 클린트(Hilma af Klint) 특별전을 보러 갔었다.  

칸딘스키(Kandinsky)의  "Accompanied Contrast"라는 그림을  보면서  함께 간 친구에게 "오른 쪽은 말구유에 있는 아기예수처럼 보이지 않아요?   동방박사 세사람이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주는 것 같아요.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그 그림을 보고 있던 사람이  한국사람인지 돌아 보면서 씩 웃는다.  가진 것이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If all you have is a hammer, everything looks like  a nail. )라는 서양 속담이 생각난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것을  그림에서 보는 것 같다. 이 그림을 크리스마스 카드로 보낼까하다 아서라,  작년에 “개와 닭”도 아무도  몰랐는데 이걸 아기예수와 동방박사로 볼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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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of Michel Erhart (German, Ulm, active 1464–1522), Christ Child with an Apple, ca. 1470–80, Willow with original paint and traces of gold, Met Cloisters Collection


12월에도  길거리 청소하는 날, 파킹을 못찾아  클로이스터즈(The Met Cloisters)에  갔는데  나무잎이  다 지고 난 다음 거침없이 들어오는 겨울 햇빛은 낮고 깊숙하게 들어와 스테인드 글래스를 그 어는 때보다 예쁘게 반짝이게 한다.  그 영롱한 반사의 빛이 벽까지 장식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  “Christ Child with an Apple”이 한동안 전시되지 않다가  다시 보여서  반가왔다. 중세에 크리스마스때  제단을 장식하는 센터피스로 쓰여졌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카드로 보내기엔 아기예수가 너무 컸나?   


휘트니 뮤지엄(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에서는  앤디 워홀(Andy Warhol)  특별전을 하는데  새해에 떠오르는 둥근 해가 생각이 나서 이 시리즈도  연하장으로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목이 하필이면 Sunrise가 아니라 Sunset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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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1928-1987), Sunset prints, 1972. From Andy Warhol—From A to B and Back Again(11/12-3/31, 2019)  


그러던 중 아티스트 Sue Cho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신문사에서 청탁한 기해년  연하장을 완성했다며 그림사진을 보냈다.  Sue는 30년 전 같은 뉴욕 아파트에 살던 화가이다.  우리 아들을 무척 예뻐했는데  내가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판화작품을 주었었다.  5년전 다시 뉴욕에 왔을 때  Sue의 작품 "Homage to the Big Apple"이란 판화를 벽에 걸면서 Sue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직 뉴욕에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수소문해서 동생의 연락처를 얻었고  거의 30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그 후론  작품할 때 마다 사진을 보내주고, 나는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눈호강을 한다. 올해에 만난 최고의 연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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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의도

"작가는 잘 그린 그림보다는 행복을 지향하는 그림에 더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소진합니다. 작품을 의뢰받았을 때 제일 먼저 섭생으로서 이용되는 돼지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돼지를 쉽게 떠오르는 부귀와 돈의 상징으로 이용한 것 같습니다. 작가는 제일 먼저 행복한 돼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뚱뚱하고, 못 생겨도 행복할 수 있고, 또 행복을 선사하는 돼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나름대로 한국적 팝 아트(Pop Art)를 시도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해년은 모두가 꽃길을 걷는 만사형통의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수 조(Sue Cho)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4, 2009), 리버사이드 갤러리(NJ), 플러싱타운홀의 Kcal 그룹전 등에 참가했다.



홍영혜100.jpg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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