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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23.03.01 09:56

(663) 강익중: 봄, 봄, 봄

조회 수 57 댓글 1

詩 아닌 詩 (67) 봄, 봄, 봄 

 

Untitled 3,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Untitled 1,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겨울이 떠나가고 있다

 

겨울이 짐을 싸고 있다

용달차에 세간살이 몰아넣고

빨랫줄 하얗게 걸린 이부자리 걷어낸다

이방 저방 혹시 두고 간 건 없는지

마당 한구석에 심어 놓은 노란 수선화는

산 넘어오는 봄 새댁에게 남겨주기로

종이에 연필로 또박또박 

집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놀러 오던 강아지 한 번 더 안아준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아침

흐르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며

어딘지도 모르면서

겨울이 떠나가고 있다

 

 

Untitled 1,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Untitled 1,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봄꽃들

 

누가 누굴 지적할 

입장은 아니지만

 

누가 누굴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아니 요즘 봄꽃을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아무리 봄이라고 하지만

너무 예쁜 거 아냐

 

 

Untitled 2,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jpg

Ik-Joong Kang, Untitled 2, 8 X 8 in., Mixed Media on Paper, 2023

 

봄 마실 

 

꽁꽁 숨어 있던 햇살이 들꽃 위로 다니고

겨우내 내린 눈이 계곡으로 녹을 즈음

 

우리들 마음에 작은 숲길이 열려 있다는데

풍경을 바라보다 풍경으로 들어간다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좋은 바람처럼

들판이 낸 풋내음 따라 봄 마실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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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3.04 15:26
    책꽂이에 강익중 작가님의 시집, 달항아리와 사루비아가 눈에 띄게 꽂혀있어요. 그리고 이 두권을 한권으로 묶은 두꺼운 시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총 세권이 나의 서가를 멋지게 빛내주고 있습니다. 이 시집 두권은 이제는 친한 친구가 됐습니다. 시도때도없이 만나고 있습니다.
    봄.봄.봄-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쪽집개로 콕 집어냈네요. 올려주신 그림 3점이 봄을 느낍니다. 노랑색 분홍색 보라색 이 색깔들이 이삿짐을 싸는 겨울을 밖에서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강익중 화가님의 그림과 시가 이미 내 마음에 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