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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 이영주: 몬태나의 '빅 스카이' 여름 음악축제
뉴욕 촌뜨기의 일기 (62) Bravo! Big Sky
‘빅 스카이’의 여름 음악축제
스트링 퀄텟과 하프, 풀륫, 크라리넷의 챔버뮤직. 드뷧시와 라벨을 연주했다. 바이얼린은 막내, 풀륫은 막내 줄리아드 친구 임마누엘이어서 반가웠다.
몬태나주 남서쪽, 갤러틴과 매디슨 카운티에 빅스카이 리조트(Big Sky Resort))가 있습니다. 막내의 집이 있는 보즈맨(Bozeman)에서 46마일 남쪽, 약 한 시간 거리입니다. 타운이 아니고 리조트이기 때문에 상주 인구는 2천 명도 안되는 지역입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옐로우스톤 클럽(Yellowstone Club)은 세계 10대 부호들 휴양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10만 에이커가 넘는 부지에 스키와 골프 등, 각종 시설들이 회원들만을 위해 구비된 초호화 클럽입니다. 유명인들의 명단에 빌 게이츠가 들어 있으니 알만 합니다.
빅스카이 리조트는 스키탈 수 있는 곳만도 5천8백5십 에이커나 되는 가장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키장입니다. 그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바위타기나 그네, 스키리프트 등을 타거나 말목에 목걸이 걸기, 식당, 상점들이 있어서 가족 단위 리조트로서도 최적지입니다. 더불어 수많은 트레일과 스키 코스가 있으니 여름엔 낚시며 산악 자전거인들의 성지가 되고, 겨울엔 스키어들의 성지입니다. 더군다나 빅스카이 자체가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고지이므로, 첩첩산들이 너무 우람하고, 물이 맑고, 공기가 맑으니 그곳에 가기만 해도 힐링이 느껴지는 경이로운 곳입니다.
제가 이곳을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해마다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빅스카이 뮤직 페스티발을 소개하기 위해서 입니다. 미국에서 제일 인구밀도가 낮은 몬태나에서, 그것도 웬만한 사람은 깡촌이라고 폄하하는 몬태나주 산골짝에서, 해마다 음악제를 열어 주민들의 문화의식을 고양시키는 일은 범상한 일은 아닙니다.
하프 콘첼토 협연. 하피스트 애비게일 켄트는 콩쿨에서 많이 우승한 연주자답게 음악이 정확했다.
참, 여름 음악제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빅스카이에 있는 워렌밀러공연예술극장(Warren Miller Performing Arts Center)을 소개드려야 할 것같습니다. 시티발레단, 시티오케스트라, 시티연극단 등, 온갖 예술단체가 있는 보즈맨에도 없는 예술센터가 빅스카이엔 있는 것입니다. 이 예술센터에서 지역 예술가들은 물론 국제적 명성이 높은 음악과 무용의 공연자들을 초대해 수많은 공연을 합니다. 올 7월 17일에도 안트리오가 James Sewell Ballet단과 공연했습니다. 5년 전에 처음 함께 공연하고, 이번이 두번째 공연이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연주가 중단되었으나 올해부턴 조금씩 연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오랫만에 딸들의 연주를 보는 것도 벅찬데, 연주장의 음향이 뛰어나서 연주가 잘 들렸고, 발레와 트리오의 교감이 특별히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동안 안트리오는 현대무용단과만 협연해왔으므로 제임스발레단과의 협연은 제가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이런 류의 공연을 워렌밀러 아트 센터에서는 연중 내내 쉬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예술감독인 막내가 연주에 앞서 인사말.
올해는 “Bravo! Big Sky 2022 Music Festival’이 8월 5, 6일 양일간 열렸습니다. 솔로이스트로 하프 연주자를 초대해서 오케스트라 협연도 하고, 챔버뮤직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보스톤에서 활동하는 집시재즈앙상블 ‘Rhythm Future Quartet’의 연주까지, 이틀이지만 재미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제를 위해서 늘 급조되곤 하지만, 사운드에서 활기가 넘쳤습니다. 들을 때마다 오케스트라의 사운드가 좋아지는 모습이 여간 뿌듯하지 않습니다. 솔로이스트로 하프를 선택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같습니다. 하프라는 악기가 주는 이미지, 뭔가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이미지, 모두가 꿈꾸는 아련한 꿈 혹은 동경의 세계로 청중을 스며들게 하는 마력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사람들은 하프라는 악기만 보고도 환호했습니다.
챔버뮤직은 바이얼린 2명, 비올라 1명, 첼로 1명 그리고 하프, 풀륫, 크라리넷, 각각 1명씩, 모두 일곱명의 연주자가 함께 했습니다. 막내도 바이얼린 주자로 참여했고, 줄리아드 동창인 임마누엘이 풀륫 주자로 참가해서 반가웠습니다. 워싱턴DC에서 온 첼리스트가 한국인인 점은 더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들은 드뷧시와 라벨을 연주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Rhythm Future Quartet’의 집시재즈 연주는 원래 공원에서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공원에서 연주가 있는 날은 인근 타운에서 사람들이 천 여 명 이상 몰려 공원이 터질 지경이 되는 일이 예사입니다. 불운하게도 올해는 비바람이 몰아쳐서 차선책인 워렌밀러 아트센터에서 진행했습니다.
챔버뮤지션들의 코믹한 사진찍기.
압권은 ‘Rhythm Future Quartet’의 집시재즈 연주였습니다. 바이얼린, 2기타, 콘트라베이스의 스트링퀄텟은 첫 곡부터 청중을 들썩이게 만들었습니다. 집시음악은 워낙 우리의 감성을 긁어주긴 하지만, 집시재즈는 더욱 리드미컬해서 그들의 연주는 우리를 들뜨게 하고, 춤추고 싶게 하고, 발바닥을 간지르기도 하고, 날고 싶게 하고, 유성처럼 별들을 쏟아부어 주었다가 강물처럼 흐르기도 하고, 숨바꼭질을 시키기도 하고, 겅중겅중 뛰게도 하고, 깔깔대다가 눈물을 또로록! 떨어뜨리게도 했습니다. 더 기막힌 것은 리듬에 맞춰 너울너울 몸이 함께 연주하는 바이얼린 주자와 달리 나머지 기타리스트 둘은 손가락은 비호처럼 춤추면서도 한껏 배시시 미소짓거나 기타 현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콘트라베이스는 워낙 악기가 크므로 연주자가 고개만 까닥이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말입니다. 보수적인 도시 보스톤에서 와서 그런가, 하니 옆사람이 파안대소 했습니다.
이틀 동안의 빅스카이 음악제는 저에게 참으로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몬태나 주의 문화수준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이곳 빅스카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큰 의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슴을 뛰게 해주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성금으로 운영되는 빅스카이 음악제를 뉴욕같은 대도시와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해마다 눈에 띄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막내가 이 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있음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예술은 인류를 행복하게 해주는 절대적 존재입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몬태나의 광활한 평야와 우람한 산세 속에서 예술의 힘은 자연으로까지 확장됩니다. https://bigskyarts.org/bravo-big-sky-music-festival
이영주/수필가 강원도 철원 생. 중앙대 신문학과 졸업 후 충청일보 정치부 기자와 도서출판 학창사 대표를 지냈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1990년 '한국수필'을 통해 등단한 후 수필집 '엄마의 요술주머니' '이제는 우리가 엄마를 키울게' '내 인생의 삼중주'를 냈다. 줄리아드 음대 출신 클래식 앙상블 '안 트리오(Ahn Trio)'를 키워낸 장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현재 '에세이스트 미국동부지회' 회장이며 뉴욕 중앙일보에 '뉴욕의 맛과 멋' 칼럼을 연재 중이다. '허드슨 문화클럽' 대표로, 뉴저지에서 '수필교실'과 '북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막내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안젤라가 몬타나에서 활동을 하고있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몬타나는 때가 묻지않은 주란 인상을 줍니다. 그곳으로 여행을 하고 싶어집니다.
빅 스카이 여름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있는 안젤라씨의 바이올린의 음이 몬타나는 물론이고 이곳 동부까지 울려퍼지는 느낌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