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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은총의 교실
2023.01.17 14:40

(657) 허병렬: 토끼처럼, 거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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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교실 (84) 새 출발 

토끼처럼, 거북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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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두 번째 경주, 글/ 캐롤라인 렙척, 그림/ 앨리슨제이, 옮김/ 이승진


끼와 거북의 경주는 이미 끝났고, 승패도 정해진 게 아닌가. 우리는 지금 때도 아닌 타임캡슐을 열어보자는 것인지 제목에서 의문을 느낀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토끼가 말한다. "왜 꼭 한번의 경주로 승패를 정하는가. 난 얼마든지 이길 자신이 있다" 거북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이겼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다." 드디어 토끼와 거북이 나란히 출발점에 섰다. 이번 경주의 승패는 아직 미지수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그들이 가진 또다시 출발하겠다는 굳은 의지뿐이다.

'출발'은 길을 떠나거나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토끼와 거북의 생각에 따르면 본인이 원할 때 어디서나 아무 때거나 새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때를 출발점으로 하여 삶을 끝낼 때를 도달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긴 과정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하는 빈도는 상황에 따라 본인의 의지가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출발'의 또 다른 의미는 무엇인가. 새로운 방법의 모색, 이전과 다른 마음가짐, 구조적인 체계 개편, 조직원의 연구심 함양... 등 개인이나 단체의 성장을 지향하는 활동의 시작을 말한다. 그러니까 앞에 얘기한 욕구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으며, 출발의 시기나 형식은 개인이나 단체의 결정 사항이 된다.

하지만, 사회에는 일반적인 출발점도 있다. 세시기적인 것으로 '설날'이 있고, 제도적인 것으로 학제가 있다. 초,중,고등의 학습을 끝내면 대학에 진학하는 학교의 제도에 따라 학생들은 새출발을 하게 된다. 혹시 세시기적인 인습이나 학제를 무시하더라도 각자의 개성적인 새 출발을 거듭하는 것이 삶의 과정이다. 새 출발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 과거를 정리한 새 방향이 새 희망을 준다. 새 희망은 새로운 에너지를 준다. 새로운 에너지는 미래로 이어진다. 새출발은 오래 묵은 잡동사니나 헝클어진 실처럼 오락가락하는 상념들을 감정적으로 정리하여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새 출발은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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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re and Tortoise


학년, 새 학기는 새 출발의 계절이다. 대학 신입생은 정든 부모의 둥지를 떠나 자립생활을 하는 새 출발을 한다. 초, 중, 고등학생들도 한 학년씩 진급이 되며 각자의 성장에 긍지와 책임을 느끼게 된다. 주위의 가족들도 직장이나 생업을 위해 새로운 의욕을 불태우는 계절이 바로 가을의 초입 9월이다. 새 출발이 개인이나 단체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보이거나 보이지않거나 성괴를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약 지금은 실패하였더라도, 앞으로 좋은 반성 자료가 된다면 그것도 귀한 성과로 본다. 그래서 새 출발을 할 때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가지고 첫 발을 내디디며 힘차게 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렇다고 새 출발을 두려워할 것은 없다. 생활의 타성을 지키며 불만의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는 용감하게 새 출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랜 세월을 흘려보내고 나서 '가지 않은 길'을 후회스럽게 건너다 보기보다는 한번 그 길에도 발자국을 남김이 좋을듯 하다. 고전 동화들이 가진 권선징악적인 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유럽 방면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다. 여기 학생들에게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을 읽고 난 감상을 묻는다. 그전 학생들은 느리지만 끈기 있는 거북이 처럼 살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요즘 학생들은 다르다.

"토끼처럼 재빠르고, 거북이처럼 노력해서 성공하고 싶다"는 현대적인 답을 한다. 이런 경향에 있는 학생들에게 새 출발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쪼록 다양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새 출발이길 바란다. 누구도 가지않은 새 길로 용감하게 걸어갈 수 있는 출발을 하기 바란다. 또한 새 출발은 새 길로 용감하게 걸어갈 수 있는 출발을 하기 바란다. 또한 새 출발은 인간의 품성을 중요시하는 것이길 바란다. 새 출발은 건강한 자극이고, 밝은 미래로 다가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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