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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23.07.03 09:00

(677) 홍영혜: 에헤라 디야! 시카고에서 연 날리기

조회 수 138 댓글 1

빨간 등대 (59) Let's Go Fly a Kite-Jackson Park, Chicago

에헤라 디야! 시카고에서 연 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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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Girl playing kite with dog”, June, 2023, Digital Painting

https://www.youtube.com/watch?v=BA-g8YYPKVo

 

5월 어머니날 즈음, 딸이 사는 시카고에 갔다.

“엄마, 어머니날 뭐 하고 싶어?” 

 “음… 잭슨 파크, 몰랐는데 거기도 센트럴 파크를 디자인한 옴스테드 (Frederick Law Olmsted)가  설계했데.  오래 전 거기서 거대한 황금 동상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궁금하네.  우리 거기 가보자.”

 

 

  잭슨 파크 (Jacks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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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파크 (552 에이커)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7.5마일,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걸린다. 지도에서 보여주듯 시카고 대학이 있는 하이드 파크에서 동쪽으로 미시간 호수를 끼고 잭슨 파크가 있다.  서쪽으로는 워싱턴 파크, 그리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미드웨이 플레이선스 (Midway Plaisance), 이렇게 시카고 도심 남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 공원들도 뉴욕 센트럴 파크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한 프레드릭 로 옴스테드와  캘버트 복스 (Calvert Vaux)가  1871년 설계하였다.

 

잭슨 파크는 컬럼비아 대륙 발견 400주년을 기념하는 1893년 만국박람회 (World’s Columbian Exposition, Chicago World’s Fair)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뉴욕를 비롯하여 대도시들이 경합을 벌였는데 시카고가 당당히 선발되었다. 옴스테드는 대니엘 번햄 (Daniel H. Burnham)과 함께 만국박람회의 설계 책임을 맡았고, 이미 이 지형을 잘 아는 옴스테드가 잭슨 파크를 박람회 장소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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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3 World’s Columbian Exposition From “The Book of the Fair”

 

우리는 1992년부터 2년간 하이드 파크에 살았었다.  그 당시 옴스테드라는 이름도 알지 못했고, 학교 캠퍼스 반경을 벗어나면 위험하다고 해서 공원 근처에는 얼씬도 못했다.  한번 아들 축구 시합이 잭슨 파크에서 열려서 차로 데려다 주는데, 금으로 도금한 로마 황제 같은 엄청난 동상을 보았다.  “이런  구석진 공원에 도대체 뭐지?” 하고 의문을 가졌지만 살펴보지는 못했었다.  

 

이후 시카고를 떠나 뉴욕에서 살다가 30년이 지난 지금, 딸네 집 방문자로 갔다가 “Golden Lady”의 수수께께가 풀렸다.  만국 박람회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Statue of Republic”을 만국 박람회 25주년을 맞는 1918년에  삼분의 일로 축소해 세워졌다고 한다.  1893년 만국 박람회 때 지은 대부분의 건물들은 임시로 plaster(석고)로 지어 화재로 소실되거나 부셔졌지만,  그 당시 Fine Arts Palace 건물은 Museum of Science and Industry (과학 산업 박물관)로 지금까지 쓰여지고 있다. 이곳에서 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시 (Leonardo Da Vinci, Man, Inventor, Genius)도 기억에 남고, 아이들과 자주 왔었는데, 만국 박람회 때 지어졌다 하니 더 귀하게 느껴진다. 

 

 

우디드 아일랜드 (Wooded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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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지난 이제서야 옴스테드의 잭슨 파크를 제대로 찬찬히 돌아본다.  골프 코스도 보이고 넓은 들판도 지나간다.  숲속 길을 걷다 보니 라군 (Lagoon)이 나오고 가운데 섬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옴스테드가 나무도 거의 없던 모래 습지를 울창한 섬으로 탈바꿈 시켰다.  미시간 호수라는 자연의 배경을 살려, 하나하나 인공적으로 계획되고 조성되었지만, 지극히 자연적으로 보이는 섬이다.  뉴욕시의 센트럴 파크가 그렇듯이.  시민들에겐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 평화로운 쉼터를 제공하고, 새들에겐 안식처 (Bird Sanctuary)가 된다.  

  

한 나무를 보고 걸음이 딱 멈춰졌다.  오래되고 구불구불한 가지가 이렇게  예술적일 수가?  혹시 옴스테드가 잭슨파크을 조성할 때 심은 나무가 아닐까?  내가 너를 시카고 위대한 나무 제 1호로 칭하노라. 전에 뉴욕시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라 여겨지는 튤립 트리 (Tulip Tree)가 퀸즈 앨리폰드 파크 (Alley Pond Park)에 있다고 해서 보러 갔는데, 표시가 되지 않아 해매다 돌아 온 적이 있다. 거기가면 모두 알려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몰랐다. 오히려 표시가 잘 안되어서, 사람 손이 안타 오래 보존될 수 있는 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도 사람들이 몰랐으면 한다. 그래서 오래 이 모습으로 남아 있길! 

 

 

 봉황 가든 (Garden of Phoen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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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드 아일랜드에는 봉황 가든 (Garden of Phoenix)이라 불리는 일본정원이 있다. 만국 박람회에 일본이 설치했던 누각, 봉황당 (Phoenix Hall)을 선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화재로 타고 정원은 방치되었다가, 오사카와 자매도시가 되어 170그루가 넘는 벚나무도 심고, 다시 정비가 되었다.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4월말과  5월 초 사이 벚꽃이 만개할 때 이 곳을 찾으면 멋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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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 Yoko, Skylanding, 2016

 

일본 절이 불탄 자리에 오노 요코의 “Skylanding”이란 아름다운  조각이 설치되어 있다.  가까이 가면 연꽃잎이 따로따로 있지만 멀리서는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인다.  뉴욕시 72가 지하철역에 오노 요코의 ”Sky”라고 하늘의 구름이 담긴 6개의  모자이크 작품이 떠오른다.  그녀가 사는 센트럴파크웨스트의 다코타 빌딩 (The Dakota)과 존 레논을 기념하는 스트로베리 필드 (Strawberry Fields)에서 가까운 지하철 역이다.  이 작품을 보니 존 레논의 부인이 아닌 오노 요코의 예술가로 빛이 난다. 

 

 

  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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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oded island에서 바라본 공사중인 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 5/14/2023 (사진 위)/ 센터 이미지 합성 (rendering) from Obama Foundation  https://www.obama.org/the-center

 

봉황 가든 입구에서 보면 물 건너로 오바마 대통령 센터 (Barack Obama Presidential Center)가 올라가고 있다.  국가 사적지로 정해진 잭슨파크의 공원부지를 침해하고, 옴스테드가 설계한 균형 있는 본래의 모습이 훼손된다고 시민단체들이 반대가 심하다고 들었는데  공사가 시작되었나 보다. 미국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재임 기간의 기록물을 전시하는 대통령 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 법대교수로 재직했고 또 사택이 있는 켄우드 (Kenwood)도 멀지 않아 적합한 장소이긴 한데 “옴스테드의 버려진 공원”과 “옴스테드의 훼손된 공원” 중에 어떤 것이 좋을지…  

 

 

에헤야 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https://www.youtube.com/watch?v=AyOaL5j8MtY

 

잭슨파크 일부를 돌고 넓은 벌판이 나오자, 사위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꺼낸다. 노란 방패연의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한번 시범을 보여주었다. 나무나 전선줄에선 멀리, 그리고 언덕이나 구덩이 없나 살펴보고. 마침 바람이 많이 불어 연을 날리기 안성맞춤이다. 처음으로 연을 날려본다. 큐리어스 죠지 (Curious George)처럼 흥분된다. 실타래에서 실을 적당히 풀어 노란 방패연을 들고 들판에서 뛰었다. 

 

얼마 만에 하는 달리기인가.  연이 땅에 가라앉는 것 같아 계속 뛰었다. 하늘로 이미 뜬 것도 모르고. 딸이 비디오를 찍으면서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뒤돌아 보고 우와 연이 뜨네.  연이 높이 오른다. 잡고 있던 실의 탱탱한 장력이 느껴진다. 그 느낌, 에너지가 좋다. 연이 아래로 내려오려 하니 톡톡 실을 쳐주라고 사위가 소리친다.  다시 높이 연이 난다. 

 

30년 전 어렴풋이 보았던 황금빛 동상도 멀찍이 보이고, 어린 아들이 축구 연습하던 이곳에서 연을 날리다니.  이곳이 1893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옴스테드가 설계한 잭슨 파크라고 하네. 에헤야 디야 연을 날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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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는 46개 국가가 참여했는데, 조선이 서구에 문호를 개방하고 조선의 문화를 알리고자 참가한 첫 세계 박람회라고 한다. 고종이 정경원 등 악사들을 포함 13 명을 파견했다고 한다. 그 당시 사진과 기록을 담은  “The Book of the Fair”에 한국관 사진 한장이 실렸다. 기와로 한국관을 짓고 수공예와 예술품, 도자기, 의복등을 진열한 사진을 보니 가슴이 뭉클해온다. 그때 진열품 중 다수가 시카고 자연사 박물관 필드뮤지엄 (Field Museum)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2022년 조지 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의 Textile Museum 에서 열린 “Korean Fashion: From Royal to Runway” 전시에 만국박람회때 전시된 한복도 있다고 한다.

 vimeo.com/755702063 가면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이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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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Hanbok in Korean Couple”, June, 2023, Digital Painting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탐험하고 있다.  
 

수 조(Sue Cho)/화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주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6월엔 첼시 K&P Gallery에서 열린 온라인 그룹전 'Blooming'에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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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7.11 15:42
    홍영혜씨의 글에서는 많은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시카고에 이렇게 볼거리가 많음을 알았습니다. 미시간호, 옥수수 빌딩, 그리고 바람의 도시 정도로만 대충 알았는데 이번에 홍영혜씨는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보물을 찾아서 보여주셨습니다. 시카고를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많이 참고를 하겠습니다.

    "에헤야 디야 바람분다~
    저하늘 높이 난다". 연날리기 동요가 새삼 생각납니다. 10년은 더 됐을 껍니다. 그때 재미한국학교 동중부협의회(트렌톤, 펜실바니아, 델라웨어를 포함한 주) 주최로 어린이 합창대회가 있었는데 저희 트렌톤 한국학교가 이 곡을 불렀습니다. 3등을 해서 상장과 상금을 탔습니다.
    Made me tears of joy~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