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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혜/빨간 등대
2023.03.09 12:08

(665) 홍영혜: 나무야, 나무야 버즘나무야~

조회 수 201 댓글 1

빨간 등대 (56) 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3: 센트럴파크의 런던 플레인트리 (London planetree)

 

나무야, 나무야, 버즘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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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ondon planetree: Let’s walk in the shade”, March 2023, Digital Painting

 

그리니치빌리지 동네를 걷다가 아직 바람이 차가운데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만났다. 지나가면서 살짝 그림을 보려 했는데 여의찮았다. 무얼 그릴까 하고 이젤이 놓인 방향을 쳐다보았다. 봄빛처럼 연두색 칠을 한 건물에 창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 앞에 비스듬히 휘어진 나무가 얼룩덜룩 벗겨진 걸 보니 바로 런던플레인이 아닌가?  “아 또 이런 우연이…그러면 그냥 지나칠 수 없지”하고 대화가 시작되었다.  

 

“런던플레인이 뉴욕시에 제일 흔한 나무래요. 10%나 된다지요. 뉴욕시 파크의 로고가 바로 런던 플레인의 잎사귀라고 하네요. 런던에 산업혁명 때 뿜어내는 공해에도 불구하고  버티어 낸 나무여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나 봐요.” 

빛이 사라지기 전에 그림을 마무리해야 하는 급한 마음을 읽고, 일절만 읊고 아티스트를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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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뉴욕시 도처에서 만날 수 있고, 길가 최전방에서 높이 서서 시원한 그늘과 바람막이가 되주고, 잎이 다지고 나면 카모플라쥬 (Camouflage)로 숨겨져 있던 몸통을 드러내는 나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도시의 온갖 공해를 삼킨 껍질을 스스로 벗겨내고, 런던플레인(단풍버즘나무)는 우리에게 우뚝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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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 Tree Map https://tree-map.nycgovparks.org

 

뉴욕시는 인구 센서스하듯 10년 마다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받아 뉴욕시 공원국에서 관장하는나무 센서스를 한다. 1995년에 처음 시작했으니 2015년이 가장 최근 센서스이다. 지도에서 보듯이 867,354그루의 나무가 표시되있고 나무의 종류는 537종이나 된다. 런던 플레인은 뉴욕시 가로수중 10%로 가장 많이 심은 나무다. 뉴욕시 트리 맵에 들어가면 가로수 하나하나의 정보가 상세하게 나온다. 나무의 이름, 지름의 크기, 그리고 그 나무에 문제가 보고되면,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상세하게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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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 Tree Map https://tree-map.nycgovparks.org

 

지도를 확대하여 우리 동네 워싱톤스퀘어 파크를 클릭해보았다. 나무종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표시되어 있고 나무 크기에 따라 원의 크기도 다르다. 지나가다 새총 모양으로 된 런던플레인을 본 적이 있어 대강의 위치를 클릭해보니 나무의 고유번호와 둘레의 크기, 그리고 최근 언제 이나무를 검사했는지도 상세하게 기록된다.

 

뉴욕시의 나무 관리가 어쩌면 이렇게  잘 되어있는지 놀라웠는데, 나무 한 그루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을 생각하면, 소중히 다루어야 할 자산이다.  위의 런던 플레인 한 그루가, 빗물을 보존하고 에너지를 절감하고 공기오염을 제거함으로 주는 경제적 혜택은 연간 $320가량 된다고 한다. 그러니 뉴욕시 가로수 전체가 $129,706,682라는 엄청난 혜택을 일 년에 우리에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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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ndon Planetree (런던플레인, 단풍버즘나무, Platanus x acerifolia)

 

런던플레인 (단풍버즘나무)은 버즘나무(Oriental Plane, Platanus Orientalis)와 양버즘나무 (American sycamore, latanus Occidentalis)사이의 교배종이다. 우리에게는 플라타너스로 익숙한 나무종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 붙인다. 나무 껍질이 조각으로 떨어지고 얼룩덜룩한 것이 마치 버짐이 핀 것 같다고 버즘나무라부른다. 단풍버즘나무와 다른 버즘나무와의 구별은 예쁘게 조롱조롱 달리는 열매의 개수로 알 수 있다. 양버즘나무는 열매가 한 개 (드물게 2개) 달려있고 버즘나무는 여러 개 (3-5개) 달려있는데 반해서, 단풍버즘나무는 열매가 두 개 (드물게 3개)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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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사귀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높이 매달려 있고, 또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것이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로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가 뉴욕시 가로수에서 만나는 나무는 대부분 단풍버즘나무라고 보면 된다. 75에서 100 feet 정도 키가 자라고 반경이 80 feet까지 뻗는다고 한다. 가을에 낙엽질 때 잎사귀를 주어 보면 단풍잎 모양과 유사한데 더 큼직하다. 

 

 

The Great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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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Plane (Platanus x acerifolia), Height: 95.94 feet, Trunk diameter: 62 inches, Comopy spread: 54 feet

 

위대한 나무로 선정된 위의 나무는 센트럴 파크에서 오래된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센트럴파크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 (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의  북동쪽 (East 96 St. 정도)  Bridle Path 선상에 있다. 쉽게 찾는 길은, East 90 St. 파크 입구로 들어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첫 번째 출구로 나가서 동쪽으로 조금만 내려가서 있다. (길치인 내가 헤매다 터득한 방법인데 어렵게 들린다) 호숫가에서도 살짝 보인다.

 

높이 자란 런던플레인의 꼭대기와 하늘이 마주하는 것을 멀리서 보면 여리여리한 연두와 하늘, 그리고 껍질이 벗겨진 회색의 조화가 좋다. 언제가 빌딩 앞에 런던플레인이 있다면 올라가서 이 나무의 꼭대기와 얼굴을 맞대고 보고 싶다. 강하게만 느끼던 이 나무의 여린 모습이 거기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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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ondon planetree: Touching my heart”, March 2023, Digital Painting 

 

전에는 위대한 나무들을 보면 그 앞에서 요가의 tree 자세를 하고 발랄하게 쌩끗 웃으며 사진을 찍곤 했다. 그러나 오래된 나무 탐방이 계속되면서 좀 더 경건해진다.  나무 기둥 위에 가만히 손을 얹어 나무를 느껴본다. 내 손길에 만져지는 나무껍질을 통해 세월의 무게가 전해 온다. 애잔하고 감사하고 기특한 마음을 나무에게 보낸다. 나무는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며 견디어 온 지혜를 전해준다. “ 너무 스트레스를 속에다 가두어 놓지 말고 나처럼 허물 벗듯이 훌훌 벗으라고, 때로는 카모플라쥬해서 나를 사릴 줄도 알고, 전투복을 입은 군사처럼 버틸 줄도 알아야 한다”고 이 resilient(회복탄력성이 있는) 나무가 나에게 말해준다.

 

PS. 센트럴파크 나무는 Central Park Conservancy에서 관장하여, 뉴욕시 트리 맵에는 아직 통합되어 표시가 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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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London planetree: Still standing”, March 2023, Digital Painting  

 

 

플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 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난는 길이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Poetry Window: 김현승, 신년기도/ Kim Hyun-seung, The New Year's Prayer

https://www.nyculturebeat.com/?mid=Salon2&document_srl=3382757

 

 

홍영혜/가족 상담가  

서울 출생. 이화여대 영문과 대학, 대학원 졸업 후 결혼과 함께 뉴욕에서 와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계사로 일하다 시카고로 이주, 한동안 가정에 전념했다. 아이들 성장 후 학교로 돌아가 사회사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Licensed Clinical Social Worker, 가정 상담가로서 부모 교육, 부부 상담, 정신건강 상담을 했다. 2013년 뉴욕으로 이주, 미술 애호가로서 뉴욕의 문화예술을 탐험하고 있다.  
 

수 조(Sue Cho)/화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주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6월엔 첼시 K&P Gallery에서 열린 온라인 그룹전 'Blooming'에 작품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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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3.18 11:28
    홍영혜씨의 런던 플레인트리를 잘읽었습니다. 흔한 가로수 정도로만 알았는데 상당한 스토리가 있는 나무임을 알았습니다. 런던 플레인트리에 관해서 홍영혜씨의 해박한 지식으로 인해 많이 배웠습니다. 영국산업혁명의 공해 속에서도 끄떡없이 살아남은 씩씩한 나무 외에도 뉴욕시에 한그루당 300불이상의 유익을 준다니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그냥 가로수로 생각하고 지나쳤는데 버즘나무의 스토리가 예사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 조 화백의 그림은 밝아서 언제나 봄을 연상시키고 희망을 안겨줍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