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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은총의 교실
2023.10.18 16:47

(689) 허병렬: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Whale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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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교실 (92) Whale Done!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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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노벨상 수상의 계절이다. 며칠씩 간격을 두고 분야별로 차례 차례 발표되는 수상자의 이름이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노벨상은 왜 이렇게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는 것일까. 수상자의 대상이 국가를 초월한 인류 전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의 행복을 위하여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란 명분이 뚜렷하다. 거기에 상금의 크기도 엄청나다. 노벨상은 현 시점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 되어서 수상자를 배출하면 국가의 격도 올라간다. 

 

뉴욕시에선 우수 교육관계자, 우수 교사 6,000명이 성과금을 받는다. 이것은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결과에 대한 포상이다. 교사 뿐만 아니라 공부를 잘한 학생도 상금을 받는다고 한다. 왜 상품이 아닌 상금을 주는 것일까.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에서 내건 상금도 크다. 인류 발전에 이바지할 아이디어 공모에 나섰다.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최대 5가지까지 골라 20만 달러씩 수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항공대 장영근 교수에 따르면 현상금이 걸린 과학기술도 여러 가지 있다고 한다. 클레이 수학재단은 현대수학의 7대 난제를 제시하고 각 난제에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X-프라이즈 재단은 연속 5일 사이에 두 번에 걸친 우주 여행에 성공할 경우 1,000만 달러의 현상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현상금은 단순한 보상금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산업을 개척하고 발전시키는 데 그 의미가 커 보인다는 장교수의 의견이 이어졌다.

 

문단에서도 현상금을 걸고 작품을 공모한다. 근래의 경향을 보면 이름이 큰 상일수록 상금도 크다.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할 때도 상금을 명시하는 것이 상례이다. 이렇게 보면 사람을 최대한으로 자극하는 것이 포상인 듯하다. 그것도 상품이 아닌 현금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돈으로 상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상 생활에서 자녀나 학생들을 꾸짖는 것보다 칭찬을 많이 하는 것이 그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다. 꾸짖는 것이 사랑하기 때문이란 말은 어른들의 그릇된 생각이고 변명이다. 우리가 햇볕이 따스함을 느끼는 것처럼, 어린이들은 칭찬 속에서 포근함을 느끼며 자라야 제대로 큰다.

 

칭찬은 말로 주는 상이다. 자녀나 학생들이 한 일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담긴 말이다. 그래서 칭찬을 들으면 그들은 기뻐한다. 이상스러운 현상은 칭찬을 한 사람까지 기뻐지는 것이다. 만일 꾸짖어야 할 일이 생기면 ‘다음에는 칭찬을 듣도록 해봐’라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 주면 된다. 그러나, 칭찬하는 말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칭찬이 있으면 새로운 격려가 된다. 이것이 상품이다. 어린 나이 때는 작은 상품을 주어도 기뻐한다. 그러다가 점점 큰 상품을 원하며 그 욕심이 한없이 자란다.

 

상은 상이다. 자녀나 학생들이 올린 성과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 상을 주는 목적이다. 그 과정에서 받는 쪽이나 주는 쪽에 어떤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부작용이 생긴다면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많은 칭찬을 거쳐, 작은 것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큰 상품을 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금으로 줄 경우는 예금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겠다. 시험이 있는 날 결석하겠다던 학생이 학교에 나왔다. 반기는 교사에게 그가 말했다. ‘만약 시험 점수가 좋으면 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여서...’

 

상의 위력이 여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의 선택이 중요하다. 정신적인 상, 보이지 않는 상으로 일관하려던 생각에 변화가 왔다. 사람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자극하고, 에너지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 포상이라면 그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방법으로. 상은 상이다. 그리고 이것이 큰 상을 받으려는 의욕으로 자라니까.

 

 

허병렬 (Grace B. Huh, 許昞烈)/뉴욕한국학교 이사장

192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여자사범학교 본과 졸업 후 동국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1960년 조지 피바디 티처스칼리지(테네시주)에서 학사, 1969년 뱅크스트릿 에듀케이션칼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음.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7년부터 뉴욕한인교회 한글학교 교사, 컬럼비아대 한국어과 강사, 퀸즈칼리지(CUNY) 한국어과 강사, 1973년부터 2009년까지 뉴욕한국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한인교육연구' (재미한인학교협의회 발행) 편집인, 어린이 뮤지컬 '흥부와 놀부'(1981) '심청 뉴욕에 오다'(1998) '나무꾼과 선녀'(2005) 제작, 극본, 연출로 공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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