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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익중/詩 아닌 詩
2019.02.10 14:38

(398) 강익중: 누구나 누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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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아닌 詩 <17> 사랑에 관하여


100 Loves, 2017, Mixed Media on Wood, 30 x 30 in.jpg
Ik-Joong Kang, 100 Loves, 2017, Mixed Media on Wood, 30 x 30 in


누구나 누구를 좋아한다

너는 산을 좋아한다
산은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은 꽃을 좋아한다
꽃은 달을 좋아한다
달은 별을 좋아한다
별은 나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너를 좋아한다


3 Bronzze Bowls on 9 Mountains Table, 2018, Mixed Media on Wood, 27 x 87 x 30 in.jpg
Ik-Joong Kang, 3 Bronze Bowls on 9 Mountains Table, 2018, Mixed Media on Wood, 27 x 87 x 30 in


좋아한다

봄은 달래와 냉이를 좋아한다
달래와 냉이는 봄을 좋아한다

여름은 하얀 뭉게구름을 좋아한다
하얀 뭉게구름은 여름을 좋아한다

가을은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좋아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는 가을을 좋아한다

겨울은 정류장 앞 군고구마를 좋아한다
정류장 앞 군고구마는 겨울을 좋아한다

나는 다 좋아한다


9 Moon Jars, 2018, Mixed Media on Wood, 6 x 6 Ft.jpg
Ik-Joong Kang, 9 Moon Jars, 2018, Mixed Media on Wood, 6 x 6 Ft


사랑해

모든 일의 시작이다
세상을 보는 작은 창이다
말 없는 약속이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끈이다
마음을 비우는 공부다
상처를 보듬는 약손이다
하늘이 준 선물이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다
가을 들판 고개 숙인 벼 이삭이다
닫힌 문을 여는 열쇠다
하늘이 무너질 때 솟아날 구멍이다
행복을 불러오는 주문이다
모든 일의 마침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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