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0001.jpg

Composer Young-ja Lee(left), Harpist June Han

 

줄리아드 음대가 오는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세계 여성 작곡가 선구자 32인을 소개하는 콘서트 시리즈 'Trailblazers: Pioneering Women Composers of the 20th Century'에서 한국의 첫 해외 유학파 여성 작곡가 이영자(Young-ja Lee)씨 등 세계 15개국 출신 작곡가들의 곡을 소개한다. *무료 티켓

 

이영자씨의 딸인 하피스트 한준영(June Han) 예일대 교수는 1월 28일 피터 제이 샤프 시어터에서 이영자씨가 작곡한 '영혼의 순례(Le Pelerinage de l’Ame)'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영자씨는 딸을 위해 '하프 독주를 위한 자화상'을 작곡했으며, 2009년 와일리사이틀홀 데뷔 콘서트에서 미국 내 초연했다. 

 

 

*다음은 2010년 4월 30일자 뉴욕중앙일보 인터뷰를 보완한 것입니다.

 

하피스트 한준영(June Han)씨 

구겐하임·뉴욕필 콘서트…“작곡가 어머니 이영자씨 영향으로 하프 시작”

 

jhan1.jpg 

June Han

*June Han, Harp@Yale School of Music

 

 

무대에 등장하면 가장 매혹적인 모습으로 주목받는 악기 중의 스타, 그리고 아름다운 음으로 메아리쳐 천국을 연상시키는 악기, 하프(harp)로 링컨센터를 종횡무진 해온 연주자가 있다.

 

하피스트 한준영(미국이름 June Han)씨는 4월부터 뉴욕시티오페라의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에서, 건너편 뉴욕필하모닉의 러시안 스트라빈스키 페스티벌에서는 ‘불새(Firebird)’를 연주했다.

 

한준영씨는 이어 5월 2일과 3일 오후 7시30분 구겐하임뮤지엄에서 하피스트 브리짓 키비와 듀엣으로 연주한다. 독일 현대작곡가 칼하인스 슈톡하우센의 미완성 작 ‘Klang(소리)’ 중 ‘Freude(환희)’의 미국 초연에서는 노래까지 부른다. 그리고, 5일과 6일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과 다시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를 협연할 예정이다.

 

 

작은 체구, 큰 연주

 

“사람들이 피콜로처럼 작은 악기를 선택하지 않았냐고 묻곤 하지요. 악기를 갖고 이동할 때는 미니밴을 갖고있는 연주자들이 도와줍니다.”

 

자그마한 체구를 지닌 한씨는 거대한 하프의 47개의 현과 7개의 페달을 조정하며 연주하고 있다. 르네상스 회화에 아기 천사와 함께 있는 하프, 금발에 아름다운 여인이 연주하는 하프만 연상하던 이들에게 록뮤지션처럼 펑키한 모습의 한씨는 신선하게 눈길을 끈다.

 

“하프 연주자들이 천상의 연주만 하는 것은 아니지요. 하프는 무척 파워풀할 수 있어요. 페달을 밟으면 피아노의 검은 건반처럼 음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프는 피아노나 현악기처럼 레퍼토리가 다양하지 않다. 라벨, 드뷔시,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에서 바톡, 그리고 윤이상까지 유명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라곡에서 솔로 작품으로 많이 썼다.

 

“물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는 어머니지요!” 

 

‘한국 여성 작곡가의 대모’로 불리는 이영자씨는 딸을 위해 하프 솔로곡 ‘하프 독주를 위한 자화상’과 ‘수채화’를 썼다.

 

 

June-Han-5.jpg 

June Han

 

피아노에서 하프로

 

한준영씨는 외교관이었던 부친 한우석씨와 이영자 전 이화여대 음대교수의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들을 원했던 부모는 막내 딸에게 남자 이름 ‘준영’을 지어주었다.

 

서울에서 태어난 지 10개월만에 부친이 벨기에 대사로 발령났다. 이에 아버지를 따라 아이보리코스트, 인도네시아, 프랑스의 공관에서 살다가 임기가 끝날 때마다 한국의 학교에 편입해 공부했다. 한씨도 네살 때 남들처럼 피아노를 시작했다. 하지만, 8년간 피아노를 치다가 지쳐버렸다.

 

“다른 악기를 연주하고 싶었을 때 여러 악기 중 하프가 내 안에 들어왔지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할 수 있어요.”

 

열세 살 때 한국에서 하프를 시작했지만, 관저에 늘 있는 악기는 피아노였다. 다시 하프를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3년 후, 서울에서였다. 이화여대에 입학한 지 1개월 후 한씨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하프의 고향’인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하게 된다.

 

1993년 콜로라도 아스펜의 음악제에 참가했던 한씨는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며 스승 낸시 알렌(Nancy Allen)을 만났다. 알렌은 예일대와 줄리아드의 교수를 지내며 뉴욕필하모닉의 수석 하피스트로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하피스트. 한씨는 알렌의 추천으로 예일대학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고, 줄리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강의와 연주생활 병행

 

“미국이 절 잘 돌봐주는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밥 먹고 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한준영씨는 전문 연주자 대부분이 갖고 있는 홈페이지나 매니저도 없다. 투철한 연습과 완벽주의로 빚는 연주가 입 소문으로 퍼져 분주하게 콘서트를 하고 있다. 또, 줄리아드와 예일대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한국에서 종종 마스터클래스를 열어왔다.

 

“강의는 연습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가르쳐줄 것이 많아서 즐겁지요. 무대에 올라서는 저의 연주자로서의 만족도를 평가하고, 청중으로부터 반응을 듣는 기쁨이 있어요.”

 

 

young ja lee_200.jpg 

Young-ja Lee

1931년 원주에서 태어난 이영자씨는 이화여대 음대와 대학원을 거쳐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브뤼셀 왕립음악원, 맨해튼 음대에서 수학했다. 소르본대학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61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를 지냈다. 1981년 한국여성작곡가협회를 창립해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전통음악에 프랑스, 서부아프리카, 인도네시아 가말란 등 글로벌 음악을 블렌딩해 작곡해왔다. 프랑스 대사를 지낸 남편 한우석씨와 사이에 피아니스트 한난이씨와 하피스트 한준영(June Han) 예일대 교수를 두었다.  

 

 

*Trailblazers: Celebrating Women Composers at Focus 2020

*한국 여성 작곡가의 대모, 이영자 교수

*한국 첫 해외 유학파 여성작곡가 이영자씨 인터뷰

*러시아 출신 하피트스 알렉산더 볼다체프 잰켈홀 콘서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