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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로티 Louis Lortie



리스트 작곡 대작 '순례의 해들' 마라톤 콘서트

4월 26일 카네기홀 잰켈홀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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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클래식 연주자들은 유목민 기질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모차르트나 리스트를 생각해보라. 신동 시절 매니저였던 아버지와 유럽 일대를 돌면서 연주 여행을 했다. 사라 장도 2009년 뉴욕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연주 여행을 다녀서 '수퍼마켓 같은 곳에서 쇼핑할 줄도 모른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오케스트라 단원이라면, 연주여행이 많이 않아 보다 정착민에 가깝겠지만, 스타 연주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초빙을 받기 마련이다.


재능과 카리스마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신비스러운 키신, 장 폴 고티에의 스트립레스 드레스만 입는 안네 소피 뮤터, 피아노를 록스타처럼 두드려대는 랑랑이나 미니 스커트로 이미지 메이킹한 유자 왕이 월드 스타 대열에 오른 이유 중 하나도 인구 대국 중국의 지원도 있지만, 시그내쳐 이미지가 아닐까?


집중력과 지구력도 뛰어나야할 것 같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씨는 리사이틀 때 자신이 외야할 수만개의 음표의 수를 강조했다. 


건강도 물론이다. 특히 지휘자나 피아니스트 등 클래식 연주자들은 장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휘가 심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운동이거나, 손가락 운동은 전신에 퍼진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건강의 비결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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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로티(Louis Lortie). 그는 순발력과 기동력도 갖춘 피아니스트인 것 같다.


프랑스계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를 처음 본 것은 꼭 10년 전이었다. 2004년 4월 말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열린 리사이틀이었다.

그는 20분 쯤 늦었다. 알고 보니 그날 저녁  링컨센터에서 뉴욕필하모닉과 협연 후 리무진을 타고 센트럴파크를 횡단해 메트뮤지엄의 그레이스 레이니에 오디토리움으로 온 것이다.


하루에 두 번의 콘서트?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사실 그날 뉴욕필하모닉은 피아노의 여신 마사 아거리치와 슈만의 콘세트로를 협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거리치는 또한 취소의 여왕. 아거리치가 취소하면서 루이 로티가 대타로 무대에 오른 것. 샌프란시스코에서 그 며칠 전 로티는 아거리치의 대타였기 때문에 뉴욕에서도 다시 대타로 무대에 올랐던 것이다.


뉴욕필 콘서트 오후 7시 30분, 메트뮤지엄 리사이틀 오후 8시...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릴레이 콘서트는 가능했다. 뉴욕필이 프로그램 순서를 바꾸어 로티와의 협연을 먼저 연주한 것. 


로티는 2003년 마우리지오 폴리니가 콘서트를 취소했을 때도 대타로 무대에 올랐다. 그때 로티는 스키하다 다친 다리를 끌고 나타났었다고.



Louis Lortie plays Lisz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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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로티를 10년만에 다시 보게 됐다. 


4월 26일 보슬비가 내리는 오후 6시 루이 로티가 리스트를 마라톤으로 연주했다. 루이 로티는 리스트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여행(Travel)'을 주제로 한 이 리사이틀은 리스트가 작곡한 3시간 대작  '순례의 해들(Années de Pèlerinage/Years of Pilgrimage)' 전곡 연주회였다. 스위스, 이탈리아 1, 2의 3개 챕터로 구성된 콘서트엔 2회의 인터미션이 있었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 리사이틀에 아담한 사이즈인 599석의 잰켈홀엔 400여명 남짓한 청중이 자리했다. 주최측은 청중에게 큐레이터 데이빗 랭의 이름을 딴 레모네이드 칵테일 '랭고네이드'를 비롯 맥주, 와인, 커피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친절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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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켈홀은 지하 2층이라 간간이 지하철 다니는 소리가 느껴지기도 한다. 스위스 편 연주에서 잡음이 들렸다. 민감한 피아니스트가 소리를 잡아냈다. 루이 로티는 '보청기'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고, 어느 노인 청중은 소음을 제거했다. 3부에서 오케스트라 맨 앞줄 중간석의 금발 여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무브먼트가 끝나면 '오, 마이 가드'라며 비 클래식 애호가의 매너를 보였다. 


연주를 들으면서 세월호의 이미지들이 삽입되며 마음이 다소나마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길고 굽은 길같은 마라톤 콘서트 루이 로티의  '순례의 해들' 콘서트는 토요일 밤을 더욱 성스럽게 만들었다.  리스트 순례 사이클을 녹음한 앨범은 뉴요커지에 의해 '2011 톱 10 레코드'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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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zt Annees de pelerinage Italie Sposalizio Lortie Rec 1991.wmv

 http://youtu.be/g9-U0Pg-f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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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Lortie - Chopin Etudes

 http://youtu.be/tH6za0Cp4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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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Lortie

1959년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13살 때 몬트리올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데뷔했다. 

비엔나에서 유학, 1984년 이탈리아의 부조니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리즈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1997년부터 베를린에서 살고 있으며, 캐나다와 이탈리아에도 집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 쇼팽 레코드를 '올해의 베스트 레코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4월 27일은 그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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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마라톤 연주회가 끝난 후...청중이 떠난 잰켈홀, 마음은 정화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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