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트오페라 음악감독 야닉 네제-새갱 시대 개막

브로드웨이 터치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4월 24, 27일 바리톤 플라시도 도밍고 제르몽 역

베이스바리톤 차정철 출연, 12월 15일 세계 2200개 영화관에서 라이브 상영


000Traviata 22sc-Flora_Party_IMG_6090-L.jpg

Diana Damrau as Violetta and Juan Diego Flórez as Alfredo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left)/ Yannick Nézet-Séguin, Photo: Rose Callahan / Met Opera



2007년 1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역사상 최초로 아시안 남녀 주역으로 무대에 올랐던 소프라노 홍혜경씨와 테너 김우경씨 공연 작품은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였다. 주세페 베르디가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아들)의 자전적 소설 '동백꽃 여인(La Dame aux Camélias)'을 토대로 작곡하고, 프란체르코 마리아 피아베가 작사를 담당한 오페라 버전의 제목은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이탈리아어로 '타락한 여인'이라는 의미다. 


1853년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가 초연됐을 때 혹평이 쏟아졌다. 당대를 배경으로 한 고급 매춘부와 부르주아 청년의 러브 스토리에 반감이 거셌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의 오페라는 역사나 설화를 배경으로 한 멜로 드라마가 대부분이었으니, 현대 오페라는 낯설었을 터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가 됐다.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의 블록버스터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 1990)'가 '라 트라비아타'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영화에서 이들이 보러간 오페라도 '라 트라비아타'였다. 뒤마 피스(아들)와 베르디 버전이 비극이라면, 게리 마샬의 할리우드 버전은 해피 엔딩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Traviata_3736s-L.jpg

마이클 메이어 프로덕션은 조명의 조율로 세트 전환 없이 무대 분위기를 바꾼다.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라 보엠' '리골레토' 등과 함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고정 레퍼토리가 된 '라 트라비아타'는 가장 귀에 친숙한 멜로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오페라일 것이다.  제 1막의 "축배의 노래(Brindisi : Libiamo ne’lieti calici)"로 시작,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 날(Un di', felice, eterea)", "아! 그대인가(Estrano!-Ah, fors’e lui)",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제 2막의 "불타는 나의 마음(De' miei Bollenti Spiriti)"와 "프로벤짜 고향의 하늘과 땅을 너는 기억하니(Di Provenza il mar, il suol)", 제 3막의 "지난 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 그리고 "사랑하는 이여, 파리를 떠나서(Pargigi, o cara)"까지 주옥같은 멜로디가 전편에 흐른다. 그래서 오페라 초보에게는 가장 부담없는 작품이다. 


이처럼 무난한 레퍼토리는 음악을 바꿀 수는 없으니 지휘자, 배역, 연출가들을 교체하면서 새롭게 무대에 올리게 된다. 2018-19 시즌 메트오페라는 '라 트라비아타'를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탈바꿈했다. 제임스 리바인 음악감독의 성추행 #MeToo 스캔달로 예정보다 2년 앞서 메트의 음악감독이 된 필라델피아오케스트라의 마에스트로 야닉 네제-세갱(Yannick Nézet-Séguin, 43)이 공식으로 데뷔하면서 새로운 작품이 필요했고, '라 트라비아타'는 그 안전한 선택이었다. 



IMG_3197.jpg

메트오페라 음악감독 야닉 네제 세갱의 시대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라 트라비아타' 새 프로덕션. 12월 11일 공연 후 커튼콜.


메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마이클 메이어(Michael Mayer)를 연출가로 영입했다. 메이어는 2012년 베르디의 '리골레토(Rigoletto)' 배경을 1960년대 라스베가스 버전으로 각색해 호평받은 인물이다. 40년 제임스 리바인 시대와 고별하고, 캐나다 출신 열혈남아 야닉 네제-새갱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 작품이 '라 트라비아타'와 "축배의 노래"가 됐다. 



traviata.jpg

La Traviata at the Metropolitan Opera, Willy Decker production


원래 '라 트라비아타'는 1989년 프랑코 제피렐리(Franco Zeffirelli) 감독의 고전적인 프로덕션(라 보엠, 투란도트)이 인기를 누려왔지만, 2010년 독일 출신 윌리 데커(Willy Decker)의 미니멀리스트 프로덕션으로 대체됐었다. 데커의 프로덕션은 백색 무대에 빨간 원피스의 비올레타가 죽음을 암시하는 커다란 시계를 배경으로 노래하고, 유니섹스 신사 정장 차림의 코러스 남녀를 등장해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의 마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작품이었다. 여기서 비올레타는 욕망과 퇴폐의 상징이며, 그녀의 죽음은 필연적이 결말이 됐다. 



IMG_3119.jpg

동백꽃 커튼. 베르디 작곡 '라 트라비아타'는 프랑스 알렉산더 뒤마 퓌스 원작 '동백꽃 여인'을 이탈리아어로 각색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온 마이클 메이어는 비올레타의 시대로 돌아갔다. 막이 오르기 전 관객은 핑크색 동백꽃(Camelia)이 그려진 커튼을 마주한다. 추운 겨울 꽃을 피워 '절조'라는 꽃말을 지닌 동백, 비올레타를 상징한다. 마이클 메이어의 비올레타는 욕망이 상징이 아니라 순수의 여인이자, 구원의 여인으로 변신한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들'로 올 토니상을 수상한 세트 디자이너 크리스틴 존스(Christine Jones)의 원형 무대는 로코코 인테리어로 둥근 천장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중앙에는 침대가 놓여있고, 비올레타가 죽어가며 서곡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스토리는 회고 형식(Flashback)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내러티브가 진행된다. 세트는 고정되어 있고, 비올레타에게 기쁨과 슬픔, 섹스와 죽음, 방탕과 구원을 상징하는 침대가 침묵하는 등장인물처럼 무대 중앙일 지키며 이 스토리는 비올레타의 회고임을 상기시킨다.


봄과 함께 화려한 사교파티 장면은 총천연색 팔레트의 의상(by 수잔 힐퍼티/Susan Hilferty)을 입은 파티객들 속에서 흰색 드레스를 입은 비올레타(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와 알프레도(테너 후안 디아고 플로레즈/Juan Diego Flórez)가 만난다. 독일 출신 금발의 비올레타 담라우는 1막에서 고급 매춘부로 연기도 노래도 신빙성이 약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올레타에 빠져들어갔다.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등 벨칸토 오페라 전문 스타 테너 플로레즈는 베르디 테너로서 음색이 가늘었지만, 미성으로 부잣집 도련님의 열정, 질투, 복수심을 능숙하게 소화했다. 



000Traviata_0463-L.jpg

Diana Damrau as Violetta, Juan Diego Flórez as Alfredo and Quinn Kelsey as Giorgio Germont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여름이 오면 두 연인은 파리 외곽에서 살아가고, 어느날 알프레도 아버지 제르몽(바리톤 퀸 켈시/Quinn Kelsey)이 찾아온다. 퀸 켈시는 비올레타에겐 잔인하면서도 아들 알프레도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은 아버지 조르지오 제르몽. 그는 바쑨같은 풍부한 성량과 절절함을 긴 호흡에 담아 "프로벤짜 고향의 하늘과 땅을 너는 기억하니(Di Provenza il mar, il suol)"를 불러 갈채를 받았다. 켈시는 '라 트라비아타'가 계급간의 사랑일 뿐 아니라 부정(父情)을 그린 오페라임을 상기시켰다. 


이전의 프로덕션들과 달리 마이클 메이어의 버전엔 제르몽의 딸이 무대에 등장한다. 비올레타를 설득시키기 위한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 영화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트릭)이었을까? '노래가 없는 아다다' 알프레도의 여동생(Selin Sahbazoglu)은 타락한 비올레타와 대조적인 순결한 귀족 여인의 상징일 것이다. 마이클 메이어는 침대와 제르몽의 딸로 관객에게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킨다. 이를 지나친 연출로, 친절한 연출로 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의 취향이다.



003Traviata_3713s-L.jpg

Diana Damrau as Violetta and Juan Diego Flórez as Alfredo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부동의 세트를 변화시킨 것은 조명 디자이너 케빈 아담스(Kevin Adams)의 재능이다. 비올레타가 타락의 세계로 돌아가는 가을의 파티 씬에서 로린 라타로(Lorin Latarro)가 안무한 그룹 댄스는 뮤지컬 '캐츠(Cats)'를 떠올리며 스토리와 분리되었다. 하지만, 아담스의 조명 전략으로 단풍같은 불그레한 조명으로 비올레타의 열정과 비극적인 운명을 표현하는데 적중했다. 


그리고 결말에 알프레도와 제르몽이 비올레타의 침실로 찾아와서 용서를 구할 때 파티의 천장의 구름 하늘에선 빛이 내려오고, 비올레타는 마치 성모 마리아의 승천처럼 빛 아래에서 숨을 거둔다. 비올레타는 비록 한때 퇴폐적인 삶을 꾸렸지만, 알프레도를 만나 순수하게 사랑했고, 시한부 삶을 살면서 그의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 



000Traviata_0911s.jpg

Juan Diego Flórez as Alfredo and Jeongcheol Cha as  Marchese d'Obigny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마에스트로 야닉 네제-새갱은 감정의 몰입이 필요한 아리아에서는 느슨하게, 파티 장면, 알프레도의 질투, 비올레타의 최후 등 극적인 씬에서는 빠르게 호흡을 조율해서 청중을 몰입시켰다.    


디아나 담라우는 12세에 제피렐리 감독 플라시노 도밍고 주연의 영화 '라 트라비아타'를 보고 오페라계에 입문한 인연이 있다.  담라우와 ' 메트오페라 로시니의 코미디 '오리 백작(Le Comte Ory)'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는 새로운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커플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베이스바리톤 차정철(Jeongcheol Cha)씨가 도비니 후작(Marchese d'Obigny)으로 출연, 풍부한 성량으로 감칠맛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차정철씨는 최근 메트오페라의 감초처럼 여러편에 캐스팅되어 왔다. 2018-19 시즌에도 '삼손과 데릴라' '서부의 아가씨' '리골레토'에 출연한다.  



Traviata_0438-L.jpg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마이클 메이어 프로덕션은 죽기 전 비올레타의 회상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12월 4일 프리미어된 '라 트라비아타'의 15일 오후 1시 공연은 메트의 HD 라이브(Live in HD)로 세계 70개국의 영화관 2200개에서 라이브로 상영된다. 4월 5일부터 재개되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는 소프라노 아니타 하티그(Anita Hartig)가 비올레타 역으로, 테너 스티븐 코스텔로(Stephen Costello)가 알프레도, 제르몽 역은 바리톤으로 변신한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와 아터 루신스키(Artur Ruciński)가 교대로 무대에 오르며, 지휘봉은 니콜라 루이소티(Nicola Luisotti)가 잡는다. 러닝타임 3시간 7분. 공연일 12/15, 18, 22, 26, 29. 4/5, 10, 13, 17, 20, 24, 27. 티켓 $20부터. https://www.metopera.org/season/2018-19-season/la-traviata

  


*라 트라비아타 줄거리 -클래식코리아-

*카네기홀 뒤흔든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리사이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