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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고 뉴욕타임스 칼럼 기고

"아시안 고정관념을 깨고 힘을 실어주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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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Jennifer Koh,  )가 최근 뉴욕타임스에 미국내 아시안 인종차별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 '아시안 뮤지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바이올리니스트(A Violinist on How to Empower Asian Musicians)'라는 제목의 제니퍼 고 칼럼은 21일자(*인터넷판, 종이신문 25일자)에 실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한데다가 최근 바이올린 거장 핀차스 주커만이 마스터 클래스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스테레오 타입에 근거한 편견과 오만으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오벌린대 영문과 출신인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는 시카고 인근에서 태어나 연주자가 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아시안 아메리칸을 이해하는 공간을 창조할 것을 제안했다. 다음은 제니퍼 고 칼럼을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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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ifer Koh  Photo: Chris Lee

 

"저는 최근 아시안아메리칸들을 향한 폭력에 놀랍지 않습니다. 저는 1980년대 일리노이주에서 자란 어린이로서 두려워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일본은 미국을 침략하는 경제력으로 불안하게 다가왔습니다. 1982년 차이니즈아메리칸 빈센트 친(Vincent Chin)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훔치려고 이곳에 온 일본인이라고 오해한 두 백인남성들에 의해 맞아 죽었습니다. 이 가해자들은 저의 아버지처럼 생긴 남자를 살인한 혐의로 벌금 3천 달러와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그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아시안아메리칸의 목숨은 가치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메시지는 저의 초등학교 때의 기억으로 흘러갑니다. 저의 급우들은 제 머리에 달걀을 깨고, 5년간 거의 매일 저를 때리곤 했습니다. 제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모범적인 소수였습니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조용하고, 근면하고, 성공적이라는 신화는 소수 그룹을 서로 견제하기 위해 고안된 함정이었습니다. 아시안들에게 왜곡된 칭찬과 백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하는 것을 왜곡된 칭찬과 거짓 약속으로써 인종차별을 그럴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신화는 견고한 인종적 권력구조를 위협할 수 있는 소수계간의 연대를 지연합니다. 그 신화는 또한 진실을 은폐합니다. 현재 뉴욕시 아시안 인구의 약 1/4이 빈곤층이며,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뉴욕에서 최고의 빈곤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비백인 이민자들에게 쿼터를 준 미 이민정책의 수혜자인 저는 한국전쟁 피난민들의 딸입니다. 저의 엄마는 어린시절 끔찍한 폭력을 목격했으며, 엄청난 두려움과 배고픔에 시달렸습니다. 저의 가족사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에게는 공통 분모가 있지만, 이 나라의 역사에서 대부분 간과되어온 부분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훨씬 덜 알려진 것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안 아메리칸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하는 점입니다.   

 

저의 부모님은 어린시절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제게 많은 괴외활동을 시키셨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이올린 교습이었습니다. 제가 자랄 때는 음악계에 저같은 아시안이 거의 없었습니다. 미오케스트라연맹(League of AMerican Orchestras)의 자료에 따르면, 1980년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96.6%가 백인이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클래식 음악계의 동양 대표성(Oriental presence in classical music)'은 토론의 화제였습니다.  

 

오늘날 아시안은 종종 과잉대표된 소수계라고 불리우고 있습니다. 미오케스트라연맹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86.8%가 백인이며, 아시아계는 9.1%입니다. 클래식 음악계 간부들중 91.7%가 백인입니다. 경영직에서 아시안의 비율은 지극히 적습니다. 압도적으로 백인과 남성이 많은 분야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이 과잉 대표되어 있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높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보통 "보편적"이라고 불리우지만, 백인남성들이 아직도 권력의 대부분을 움켜쥐도록 만들어진 분야에서 보편성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의 근 30년에 가까운 경력에서 아시안들(아시안 아메리칸 여성들은 훨씬 적음)이 간부나 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것은 손꼽을 정도입니다. 

 

저는 제 경력을 통해서 민족적으로는 아시안이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훈련받은 우리들은 아시아계 뮤지션들이 근면하고, 열심히 일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만, 음악의 진수를 이해하지 못하며, 영혼이 없으며, 궁극적으로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믿음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거장 핀차스 주커만 아시안 차별 발언 물의

 

저의 경력 초기에 제 연주를 들어본 적도 없는 한 영향력있는 지휘자는 자신이 중국음악을 이해하지 못하며, 중국인들은 결코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절대로 진정한 예술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역사가 그레이스 왕(Grace Wang)은 다양한 유형의 음악의 기원과 그 특정 그룹과 장소에 속한다는 믿음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선천적 능력(innate capacity)"를 사용합니다. 어떤 뮤지션은 어떤 작곡가와 같은 나라 출신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혹은 노골적으로 훌륭한 해석자가 될 수 있다는 가정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테크닉은 배울 수 있지만 클래식 음악의 본질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혈통과 인종을 통해서 습들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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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국의 백인 피아니스트 조이스 하토(Joyce Hatto, 1928-2006)는 일본여성 유키 마츠자와(Yuki Matsuzawa, 1960- ) 등 다른 피아니스트의 레코딩을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출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의 수문장으로 알려진 전 레코드 회사 경영자이자 세계 여러 콩쿠르 심사위원 톰 디콘(Tom Deacon)은 하토와 마츠자와의 음악이 같다는 것을 모른 채 클래식 음악 메시지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하토의 녹음으로 믿어지는 것에 대해 디콘은 "오, 세상에 이것은 쇼팽의 아름다운 레코딩이다. 이 작품은 너무도 자연스럽고, 정말 완벽하게 흐른다." 그리고, 하토는 "옥타브가 놀랍게도 스무스해서 그녀의 손가락으로부터 흘러나오는듯 하다"고 덧붙였다. 마츠자와로 붙여진 작품에 대해서는 "얼굴 없는 타자기, 핀처럼 단정하지만, 러시아 인형의 얼굴에 발린 지나친 립스틱처럼 작고, 작은 시적인 제스추어의 극도로 탄력없는 연주"라고 평했다. 

 

하토에 대한 찬사와 마츠자와에 대한 혐오 사이의 명백한 대조에서 벗어나 저를 매료시키는 것은 언어입니다. 디콘은 아시안 뮤지션에 대한 모든 스테레오타입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그는 마츠자와의 연주에는 "얼굴 없는"이라고 평한 반면, 백인여성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아시안 피아니스트에 대해서는 기술적으로 "핀처럼 단정하고" "타자기"라고 평하면서 유기적으로 창의적이지 않으며, 유럽인의 선천적인 능력을 복사할 뿐이라고 썼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오페라 제작에서 백인 연주자가 황색 화장과 째진 눈으로 분장하는 황색얼굴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스테레오타입을 계속  지속하고 있습니다. 황색 얼굴은 아시안들의 캐리커처로 보편화하며, 아시안 여성을 페티쉬화하면서 복종적이며, 과잉성욕자로 교대해가면서 스테레오타입을 통해 이국적인 시선으로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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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ngs' 잡지 2021년 7-8월호 표지를 장식한 제니퍼 고

 

그러면, 어떻게 클래식 음악이 우리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힘을 부여하고, 공간을 창조할 수 있을까요?

 

아시안 아메리칸들에게 음력설을 기념하는 콘서트 등 아시아게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독특한 경험과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작품을 제작하라고 요청하세요. 

 

아시안과 아시안 아메리칸 가수, 기악 연주자들, 지휘자들, 작곡가들이 스테레오타입을 깨고, 우리의 개성과 복잡성을 증폭시킬 수 있도록 그들을 기용하고, 그들에게 위임하세요.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음악경력 초기에 멘토링을 하세요. 예술경영과 예술행정 분야에서 아시안 아메리칸을 후원하고, 홍보하세요.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예술기관의 이사로 충원하세요. 

 

그리고, 이사진에 아시안 아메리칸이 있으면, 그들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이 통합과 형평성에 관한 논의를 재구성하도록 힘을 실어주고, 그들이 그들처럼 생긴 이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관해서 말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주세요. 아시안 아메리칸의 역사에 대해 배우고, 당신의 커뮤티니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가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세요. 

 

저의 멘토들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저를 포용하기 위해 싸웠습니다. 이제 미래 세대를 위해 포용의 장을 설립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미래지향적인 동료들과 함께 이러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뮤지션들과 음악기관들을 초대합니다. 

 

 

*제니퍼 고 인터뷰, 2011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187524&mid=People2

 

*제니퍼 고, 카이야 사리아호 연주하다, 2016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document_srl=3510360&mid=Music2

 

*뉴욕에 대하여 by 제니퍼 고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037073

 

 

A Violinist on How to Empower Asian Musicians

Jennifer Koh, an acclaimed soloist, calls on classical music to make space for artists of Asian descent, who remain marginalized in the field.

https://www.nytimes.com/2021/07/21/arts/music/jennifer-koh-asians-classical-music.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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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7.28 00:12
    바이올리니스트 제니퍼 고씨의 바이올린과 함께 살아 온 삶이 치열함을 느낍니다. 평범한 삶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서 상상하기가 힘듭니다. 예술혼을 창조하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제니퍼 고는 바이올린을 위해 태어난 사람임을 각인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