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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최원휘 '라 트라비아타' 알프레도 역으로 무대 달구다

파워풀한 성량, 연기력 겸비한 유망주 


2월 3일, 7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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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로 데뷔한 테너 최원휘(오른쪽에서 네번째)씨가 지휘자, 캐스트와 인사하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 들어갈 때 프로그램(Playbill)에 흰 쪽찌가 끼워있다면, 오페라 팬들은 대개 실망하기 마련이다. 출연 예정이던 주조연급 성악가가 아프거나, 개인 사정으로 대타인 '커버(cover)'가 무대에 오른다는 알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 3일 저녁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프로그램 사이에 낀 쪽지는 달랐다.


"오늘 밤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서 아픈 드미트로 포포프(Dmytro Popov)를 대신해서 알프레도 역으로 최원휘(Won Whi Choi)가 메트에 데뷔합니다." 


그 쪽지는 테너 최원휘씨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하는 증서였다. 그는 2007년 김우경씨가 소프라노 홍혜경씨와 메트 사상 첫 아시아 남녀 주역을 기록한데 이어 두번째 한인 알프레도로 3천800석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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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최원휘(Won Whi Choi)씨의 출연을 알리는 프로그램 쪽지와 메트오페라 웹사이트의 캐스트 소개.


브로드웨이 뮤지컬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의 프로덕션 '라 트라비아타'는 지난 시즌 새 예술감독 야닉 네제 세갱(Yannick Nézet-Séguin)이 지휘봉을 잡고, 스타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와 스타 테너 후안 디아고 플로레즈(Juan Diego Flórez), 그리고 바리톤 퀸 켈시(Quinn Kelsey)의 캐스팅으로 초연됐었다. 


*브로드웨이 터치 메트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황홀,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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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na Damrau as Violetta and Juan Diego Flórez as Alfredo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라 트라비아타'는 다시 돌아왔다. 애절한 바이올린 합주로 서곡이 울리며 우리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동백꽃 여인' 비올레타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무대는 한겨울 비올레타의 죽음으로 시작해 알프레도와의 만남으로 플래쉬백된다. 최원휘씨는 파리 사교계의 여왕 비올레타에게 연정을 가진 시골 출신 부르조아 청년 알프레도로 등장해 폴란드 출신 알렉산드라 쿠르작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며 3천800석의 메트오페라하우스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최원휘씨는 먼저 "축배의 노래 (Libiamo libiamo ne'lieti Calici)"로 힘차게 부르며 긴장을 풀었다. 이어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2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날 (Un di, felice, eterea)"을 간절하고도 호소력있게 선사하며 연기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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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ksandra Kurzak as Violetta and Quinn Kelsey as Germont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최원휘씨는 2막에서 알프레도의 사랑의 찬가 "그녀 없이는 내 마음에 행복없네 (Lunge da lei per me non v'ha diletto!)"를 서정적으로 불렀다. 이어 비올레타가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 재산을 처분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으로 부르는 "오 나의 비겁함이여 (O mio rimorso!)"를 풍부한 감정을 담아 파워풀하게 선사했다. 이에 청중은 "브라보!"의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3막에서 알프레도는 용서를 빌기위해 비올레타를 찾아온다. 최원휘씨는 죽어가는 쿠르작과의 2중창 "사랑하는 이여, 파리를 떠나서(Parigi, o cara)"를 애절하고 비통하게 불러 가슴을 적셨다. 


최원휘씨는 데뷔 무대에서 능숙한 연기와 확신에 찬 알프레도로 성공적인 데뷔 공연을 이끌었다.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파워, 로베르토 알라냐의 컬러풀하고 부드러운 음색,  그리고 롤란도 비야손의 연기력을 두루 갖춘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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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ksandra Kurzak as Violetta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알렉산드라 쿠르작은 파리의 요염한 사교계 여인에서 진실을 사랑을 포기하는 희생의 여인, 그리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여인짜지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며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불꽃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콜로라투라의 기교를 현란하게 발휘한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와 3막의 회한에 가득한 "지난 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로 이 시대 최고의 비올레타 중의 한명임을 입증했다.


폴란드 출신 알렉산드라 쿠르작은 14살 연상인 프랑스 테너 로베르노 알라냐의 부인이다. 쿠르작은 바리톤 야첵 야스쿨라와 결혼했었고, 알라냐는 루마니아 출신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결혼한 바 있다. 쿠르작과 알라냐는 2012년 런던 로열오페라에서 '사랑의 묘약' 공연 때 만나 사랑에 빠져 2014년 파리오페라에서 '사랑의 묘약' 인터미션 때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베르디는 역시 바리톤을 사랑한다. 퀸 켈시는 2막에서 비올레타와 아들 알프레도의 사이를 갈라놓으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려고 한다. 켈시는 비올레타를 반협박으로 호소하는 아리아 "내겐 천사같은 딸이 있는데 (Pura siccome un angelo)"와 알프레도에게 설득하는 "프로벤짜 고향의 하늘과 땅을 너는 기억하니(Di Provenza il mar, il suol)" 긴 호흡으로 권위적인 아버지 제르몽의 딜레마를 담아 격렬하고도 위엄있는 음색으로 압도했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는 스타 소프라노 알렉산드라 쿠르작, 중후한 바리톤 퀸 켈시, 그리고 신예 테너 최원휘씨의 케미스트리에 뜨거운 감정의 에너지가 넘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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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알프레도로 데뷔한 테너 최원휘씨가 커튼콜에서 청중과 오케스트라에 인사를 하고 있다.  

 

커튼 콜에서 이날 밤 메트에 데뷔 신고한 최원휘씨에 청중의 기립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객석으로부터 꽃다발이 무대로 던져졌으며, 한 청중은 최씨에게 'Welcome to the Met!"이라 외치며 그를 열렬하게 환영했다. 최원휘씨는 2월 7일 공연에서도 포포프를 대신해 무대에 올랐다. 


*Won Whi Choi & Emily Dorn,"Oh qual pallor... Un di, felice..."(빛나고 행복했던 어느날, 라 트라비아타)

*Won Whi Choi - "Che gelida manina"(그대의 찬손, 라보엠)

*Won Whi Choi - "La donna e mobile"(여자의 마음, 리골레토)

*Won Whi Choi - "E lucevan le stelle" (별은 빛나건만, 토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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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월 메트오페라 사상 최초의 아시안 남녀주역이 된 소프라노 홍혜경씨와 테너 김우경씨가 '라 트라비아타'(프랑코 제피렐리 프로덕션) 드레스 리허설(Dress Rehearsal) 중이다. Photo: Sukie Park


최원휘씨는 경기고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최상호 교수를 사사했다. 졸업 후 뉴욕으로 이주해 마네스칼리지에서 석사학위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2013년 맨해튼 헌터칼리지 내 케이 플레이하우스에서 열린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다. 


뉴욕타임스는 "강력한 고음, 유연한 프레이징과 어두운 색조의 중저음으로 노래한 매력적인 테너로 저녁 내내 긴장의 순간은 몇번 뿐이었다. 프로그램의 캐릭터 연구에 중점을 두어 호프만의 성급하며, 술취하고, 멜란콜리한 무드의 뉘앙스를 표현하며 명백히 득을 보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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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라 트라비아타' 공연 후 지휘자 카렐 마크 치촌이 최원휘씨와 담소하고 있다.


최씨는 3월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쓰리 테너 결성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 '파바로티를 위하여'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그의 부인은 한예종 동문인 소프라노 홍혜란씨로 함께 듀오 리사이틀도 열어왔다. 


*NYCP: Texu Kim - Arirang The Love Sonata (Haeran Hong / Won Whi Choi) 


'라 트라비아타'는 소프라노 리세트 오로페사(Lisette Oropesa), 테너 피에로 프레티(Piero Pretti), 바리톤 루카 살시(Luca Salsi)와 베르트랑 드 빌리(Bertrand de Billy)의 지휘로 6차례 더 공연된다. 2/26, 29, 3/5, 9, 13, 19. 

https://www.metopera.org/season/2019-20-season/la-travi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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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ytro Popov as Alfredo and Aleksandra Kurzak as Violetta in Verdi's "La Traviata." Photo: Marty Sohl / Met Opera



*소프라노 홍혜경(Hey-Kyung Hong)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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