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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우스의 감전적 오페라 '엘렉트라'

그리스 비극과 엘렉트라 컴플렉스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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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a Stemme as Elektra(right) and Lise Davidsen as Chrysothemis in Strauss's "Elektra." Photo: Ken Howard / Hei-Kyung Hong

 

소프라노 홍혜경(Hei-Kyung Hong)씨가 이번 시즌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엘렉트라(Elektra)'에 출연 중이다. 

홍혜경씨는 4월 1일부터 20일까지 리하르트 스트라우스 작곡 '엘렉트라'에서 다섯번째 하녀 역을 맡아 엘렉트라 역의 소프라노 니나 스테미(Nina Stemme), 엘렉트라 여동생 크리소테미스 역의 소프라노 리즈 다빗센(Lise Davidsen), 왕비 클리템네스트라 역의 메조 소프라노 미카엘라 슈스터(Michaela Schuster)와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휘봉은 도날드 러니클스(Donald Runnicles)가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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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Strauss, Elektra, title page of the libretto, drawing by Lovis Corinth, 1909/ Met Opera's 'Elektra' program, April 2022

 

고대 그리스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3대 비극(오디푸스왕/ 안티고네/ 엘렉트라) 중 하나인 '엘렉트라'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어머니에 대한 경쟁의식을 갖는 심리상태인 엘렉트라 컴플렉스(Electra complex)로 널리 알려졌다. 아들이 엄마에게 갖는 성적 욕망인 외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와 대조적인 개념이다. 

 

오페라 '엘렉트라'는 오스트리아 극작가 휴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의 대본에 리하르트 스트라우스(Richard Strauss)가 작곡해 1909년 드레스덴의 로열코트시어터(Königliches Opernhaus)에서 초연됐다. 스트라우스-호프만스탈 콤비는 이후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ier, 1911),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Ariadne auf Naxos[c], 1912)의 콤비로 협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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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auss's "Elektra." Photo: Ken Howard /Met Opera

 

단막에 1시간 39분에 불과한 '엘렉트라'는 베르디나 푸치니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아리아가 흐르는 오페라가 아니다. 불협화음으로 공포와 불안이 무대를 휘감으며, 청중을 감전시키는듯한 박력있는 오페라다. 그리스 비극과 엘렉트라 컴플렉스의 만남, 분노와 복수심에 관한 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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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io de Chirico, The Soothsayer’s Recompense, 1913, Philadelphia Museum of Art Collection

 

'엘렉트라'는 이자벨 아자니 주연 영화 '여왕 마고(La Reine Margot, 1994)'로 잘 알려진 프랑스 영화감독 파트리스 세로(Patrice Chéreau, 1944-2013) 프로덕션이다. 사실 세로 감독은 1970년대부터 '호프만의 이야기' '루루'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트리스탄과 이졸데' '보이체크' 그리고 '엘렉트라' 등 오페라를 TV 영화로 연출한 바 있는 베테랑이다.

 

세트 디자이너 리처드 페두찌(Richard Peduzzi)는 그리스에서 태어난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1888-1978)에서 영감을 얻은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로 세웠다. 의상 디자이너 캐롤라인 드 비베이스(Caroline de Vivaise)는 고대 그리스의 고증에서 벗어나 현대의 미니멀 옷차림 속에서 음악과 분노가 폭발하도록 유도한다. '엘렉트라' 세트의 단조로움은 자막 배치로 약간 감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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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일렉트라' 공연 후 소프라노 홍혜경(왼쪽에서 세번째)씨가 출연진과 커트콜에 답하고 있다.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오페라 '엘렉트라'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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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a Schuster as Klytämnestra and Nina Stemme in the title role of Strauss's "Elektra." Photo: Ken Howard /Met Opera

 

미케네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으로 출정하기 전 순풍을 기원하며 딸 에피게니아를 제물로 바친다. 이에 왕비 클리템네스트라는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와 도끼로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아가멤논의 딸 엘렉트라는 어머니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오페라는 이 전제에서 시작한다. 

 

미케네 왕궁 정원에서 하녀들이 누추한 옷차림에 괴이한 행동을 하는 엘렉트라에 대해 수근거린다. 엘렉트라를 동정하는 제 5의 하녀(홍혜경씨 분)는 물항아리를 집안에 옮겨오자 다른 하녀들로부터 따돌림 당한다. 어둠이 깔리고, 엘렉트라는 아버지 아가멤논을 그리워하며 울부짖으며 복수를 맹세한다. 이때 여동생 크리소테미스가 언니의 복수를 말리면서 자신은 농부라도 만나 아기를 낳고 싶다고 말한다. 크리소테미스는 왕비 클리템네스트라가 온다고 하자 두려워 도망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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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rauss's "Elektra." Photo: Ken Howard /Met Opera. 윗줄 가운데가 제 5 하녀 역을 맡은 소프라노 홍혜경씨.

 

한편, 남편 살해 후 불면증과 악몽에 시달리고 초췌해진 왕비는 딸 엘렉트라에게 악몽을 쫓는 방법을 물어본다. 엘렉트라는 제물이 필요하다면서 멀리 피신시킨 어린 남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소리친다. 이때 하녀가 나타나 왕비에게 귓속말을 하자 웃으면서 궁전으로 돌아간다. 이때 크리소테미스가 언니 엘렉트라에게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엘렉트라는 믿지 않으며,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와 아이기스토스를 살해하자고 요청하지만 여동생은 도망쳐버린다. 

 

하는 수 없이 엘렉트라는 홀로 복수하기를 결심하고, 아버지 살해에 사용된 도끼를 찾아 땅을 파는데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오레스테스의 죽음을 전하더니, 하인들이 알아본 후 자신이 오레스테스라고 밝힌다. 오레스테스가 궁으로 들어간 후 왕비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에기스트가 돌아왔다가 오레스테스에게 살해된다. 궁전은 살해사건으로 혼란스럽지만, 엘렉트라는 승리의 춤을 추다가 쓰러진다.

 

메트오페라 공연일: 4월 12일 오후 8시, 18일 오후 1시, 20일 오후 8시 

https://www.metopera.org/season/2021-22-season/elektra

 

*메트오페라 나들이가 번거롭다면, 유튜브에 오른 2005년 라 스칼라(밀라노)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듯 하다. 

Richard Strauss Elektra - Scala, Milan, 2005 <YouTube>

Deborah Polaski, Anne Schwanewilms, Felicity Palmer/ Conducted by Bruno Cas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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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일렉트라' 공연 후 소프라노 홍혜경(오른쪽에서 네번째)씨가 출연진, 지휘자(왼쪽에서 다섯번째)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메트오페라 2021-22 시즌 가이드: SFO 김은선 음악감독 메트오페라 '라보엠' 데뷔

*뉴욕타임스, 김은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대서특필

*메트오페라하우스 그랜드티어 레스토랑, 빨리빨리 저녁식사

*메트오페라 어디로 가나? 코러스-오케스트라 10개월째 무급, 협상 교착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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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4.13 08:36
    쏘프라노 홍혜경하면 라보엠의 미미가 금방 떠오릅니다.(come to mind) 홍혜경씨 만큼 미미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성악가가 또 있을까 싶네요. 홍혜경씨도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와 함께 미미역도 사라짐이 슬퍼집니다.
    한때 저는 우리가곡 그리운 금강산(최영섭 작곡)을 너무 좋아해서 음악회에 그리운 금강산이 프로그램에 있으면 가서 감상하곤 했습니다. 홍혜경씨가 카네기 홀에서 한국가곡 독창회를 열었을때는 뉴져지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후러싱 동생집에서 기다렸다가 홍혜경씨의 카네기 홀에서의 독창회를 간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운 금강산"을 부를때는 온 몸에 전율을 느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오페라를 보러갈때 잘 감상하려면 알아 둘 여섯개의 사항은 꼭 참고해야 할 중요한 요점이었습니다. 특히 오페라에 나오는 아리아를 듣고가서 보라는 걸 명심하겠습니다.
    값진 글을 올려주신 컬빗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