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Valery Gergiev & Mariinsky Orchestra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뉴욕 & 뉴저지 콘서트

호두까기 인형@카네기홀 & 말러 제 5번 교향곡@NJPAC


001.jpg

Valery Gergiev & Mariinsky Orchestra at Carnegie Hall


러시아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Valery Gergiev)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Mariinsky Orchestra)가 뉴욕과 뉴저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10월 31일, 할로윈 데이 저녁 카네기홀 앞에는 어김없이 게르기예프를 비판하는 시위대가 둘러쌌다. 러시아 푸틴 정권을 지지하며 반동성애자인 것으로 알려진 게르기예프가 이날 지휘한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동성애자였던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yotre Tchaikovky)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Op. 71)'이었다. 게르기예프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공동 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IMG_0100.jpg

Valery Gergiev & Mariinsky Orchestra at Carnegie Hall


할러데이 시즌 뉴욕시티발레의 레퍼터리 발레로 친숙한 '호두까기 인형'은 의외의 가벼운 선택이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12월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던 작품이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무용 없이 듣는 것은 특별했다. '이쑤시개 지휘자(Toothpick Maestro)'라는 별명을 가진 게르기예프는 이날 이쑤시개 대신 맨손으로 피아노를 치듯 섬세한 손가락 놀림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더불어 발레 음악의 거장 차이코프스키의 동화적인 멜로디를 발레로 상상하면서 플루트, 하프, 그리고 트라이앵글 등 발레에서는 놓치기 쉬운 솔로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순수 콘서트의 매력이었다. 



IMG_0407.jpg

New Jersey Performing Art Center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다음날(11월 1일) 카네기홀에서 피아니스트 넬슨 프레이어(Nelson Freire)과 브람스의 피아노 콘체르토 제 2번과 리하르트 스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Ein Heldenleben)'를 선사했다. 그리고, 11월 3일엔  2주 전 피아니스트 조성진(Seong-Jin Cho)이 뉴저지심포니오케스트라(New Jersey Symphony Orchestra)와 쇼팽 콘체르토 2번을 협연한 뉴왁의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에서 보다 진지한 프로그램으로 콘서트를 열었다. 


마린스키는 드뷔시가 말라르메의 시에 곡을 붙인 환상적이며 나른한 '목신(牧神)의 오후에의 전주곡(Prélude à l’après-midi d’un faune)'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러시안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Denis Matsuev)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광시곡(Rhapsody on a Theme of Paganini)'을 협연했다. 프랑켄쉬타인을 연상시키는 거구의 마추예프는 소문대로 천둥과 번개처럼 박력있게 연주했다. 그가 앙코르를 칠 때 마에스트로는 무대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IMG_0436.jpg

Valery Gergiev & Mariinsky Orchestra at NJPAC


인터미션 때는 자리를 이동했다. NJPAC의 메인홀인 프루덴셜홀(Prudential Hall)은 카네기홀(2804석)과 유사한 2800석이다. 카네기홀에서는 발매 1시간 내에 매진되는 스타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콘서트지만, NJPAC에서는 콘서트날 빈 좌석이 곳곳에 보일 정도로 완전 매진이 힘든 콘서트 홀이다. 3일 마린스키 콘서트도 발코니석은 티켓을 발매하지 않았고, 빈 자리가 상당수였다. 우리는 3티어 맨 앞줄에서 인터미션 후엔 1티어 박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NJPAC에 간 것은 순전히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 5번(Symphony No. 5)'을 듣기 위해서였다. KBS-2FM '영화음악실' 대본을 쓸 때,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감독의 걸작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1971)'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에 푹 빠지고 싶었다. 인터미션에서 마린스키의 하프 연주자가 4악장 인트로를 연습하고 있어서 설레임을 더했다. 5번 교향곡의 다른 악장은 관악이 강하지만, 4악장은 순전히 현악의 파노라마다. 



f892a3db1a0a5628c0512840f4b4303a.JPG

*Luchino Visconti Morte a Venezia 1971


하프에서 시작되어 첼로와 비올라, 베이스가 흐느낀 후엔 바이올린이 등장해 엉엉 울어버리는듯 가슴을 멍들게 하는 10분간의 명곡이다. 토마스 만 원작은 각색한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주인공 더크 보가트는 완벽한 아름다움의 재현이 타치오를 보면서 바닷가에서 죽어간다. 아다지에토는 레너드 번스타인이 1968년 세인트 패트릭성당에서 열린 로버트 케네디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되었다고 한다.   



IMG_0472.jpg

Valery Gergiev & Mariinsky Orchestra at NJPAC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카네기홀의 '호두까기 인형'으로 청중을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데려갔고,  NJPAC의 '말러 심포니 제 5번'은 깊은 슬픔을 변주하며 음악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000.jpg *뉴욕필 하모닉 말러 교향곡 제 5번과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miss Korea BBQ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