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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아프리카 음악이 재즈, 블루스, 로큰롤, 힙합에 끼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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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사회뿐 아니라 문화 전반계에 일고 있는 여성, 흑인 등 소수계 예술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바람이 카네기홀에도 일고 있다. #BlackLivesMatter, #MeToo로 더욱 증폭된 문화의 변방에 서성거리던 아웃사이더들을 메인 스테이지로 초청한 것이다. 

올 봄 카네기홀은 '이민: 미국 만들기(Migrations: The Making of America)' 프로젝트로 이민자들이 미국의 문화, 사회, 경제, 정치 전반에 끼친 영향을 탐구하는 페스티벌 100건을 2개월간 주최한 바 있다. 12월의 프로그램에서 특별히 주목을 끈 것은 '이민: 미국 만들기'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보이는 '디아스포라 노래들(DIASPORA SONGS)'(12월 6일)과 '아르테미스(ARTEMIS)'(12월 7일)이다.


'디아스포라 노래들'은 아프리카 베닌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겸 사회운동가인 안젤리크 키드조(Angélique Kidjo)가 기획한 콘서트다. 재즈 트럼펫주자 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가 음악감독으로 아프리카 음악이 미국의 재즈, 블루스, 리듬&블루스, 가스펠, 아프로-쿠바음악, 브라질 음악, 로큰롤, 팝, 그리고 힙합 등에 끼친 영향을 조망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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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ence Blanchard by Henry Adebonojo, Jon Batiste by Abby Ross, and Tank and The Bangas by Alex Marks


아프리카 노예 음악에서 로큰롤, 힙합까지


현대 음악은 미국이 주도했다. 재즈에서 로큰롤까지 미국의 20세기 음악의 산실이었다. 그리고, 20세기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흑인 음악이다. 아프리카의 노예로 팔려와 미 남부에 자리잡은 흑인들이 미국 대중음악의 요람이었다.  

 

재즈는 서부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웨스트 인디의 여러 나라에서 래그타임부터 블루스까지 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리듬과 함께 남부 흑인사회에서 시작된 음악이다. 재즈 자체는  아프리카 노예의 노래와 남부 블루스에서 영향을 받아 1890년대 래그타임(ragtime) 양식으로 시작했다. 그후 20여년간 래그타임은 재즈로 발전됐으며, 오늘날 존 레전드(John Legend)가 인권운동을 주제로 한 에이바 뒤버네이(Ava DuVernay) 감독의 영화 '셀마(Selma)' 주제곡으로 작곡한 '글로리(Glory)'에서도 그 영향이 발견된다. 


재즈는 스윙, 소울, 쿨재즈로 변형됐으며, 1950년대 로큰롤 탄생의 초석이 됐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부터 척 베리(Chuck Berry)까지 록뮤지션들은 재즈를 비롯, 부기우기(boogie-woogie)와 블루스(blues)에 영감을 받은 록을 연주했다. 당시 블루스는 인종 음악(race-music)으로 불리웠으며, 재즈, 가스펠, 컨트리, 포크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후 로큰롤이 세계로 파급되며, 영국에서 비틀스(The Beatles)와 블루스에 빚을 진 그룹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로큰롤과 함께 성장한 소울(Soul) 음악도 흑인의 가스펠, 리듬앤블루스의 전통에서 발전됐다. 그리고, 1970년대 뉴욕 브롱스에서 DJ 들이 기초를 닦은 퍼커션 리듬과 노래 사이의 말로 특징지어지는 힙합(hip-hop)이 미 대중음악을 지배하게 된다. 한편, 반자전적인 가사와 깊은 리듬감을 주무기로 하는 랩(Rap) 음악은 블루스에 뿌리를 두고, 변형된 아프리칸-아메리칸, 즉 흑인 음악의 결실이다. 



DIASPORA SONGS, Carnegie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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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그래미상 6회 수상에 재즈 뮤지션이자 음악교육가이기도 한 테렌스 블랜차드는 오프닝에 아프리카 퍼커션 밴드 안티발라스 드러머스(Antibalas Drummers)를 등장시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처럼 '먼 북소리'가 스턴 오디토리움에 울러퍼지면서 청중은 아프리카 토속 음악이 재즈와 힙합에 융해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어 레어댄스워크(RAREdancework)의 남녀 4인조 댄서들이 아프리카 민속의상을 입고 춤을 춘다. 클래식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형식이 우선하는 댄스가 아니라 원초적인 본능을 따라 움직이는 몸부림의 춤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본토 말리(Mali) 출신 가수 비유 파르카 투레(Vieux Farka Touré)가 등장해 블랜차드의 밴드 'E-Collective'와 전기 기타로 노래를 선사했다. 비유 파르카 투레의 아버지인 기타리스트 알리 파르카 투레(Ali Farka Touré)은 그래미상을 3차례 수상했으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블루스 뮤직의 DNA'라고 말한 바 있다. 아들 투레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FIFA 월트컵에서 공연했다. 


미국 음악의 뿌리를 아프리카 본토에서 발굴한 후 무대는 디아스포라, 미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민자 뮤지션들의 자리가 됐다. 텍사스 출신 퀴아나 라이넬(Quiana Lynell)은 교회에서 자라면서 가스펠로 수련했다. 이후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교사와 교수를 거쳐 재즈 싱어가 됐다. 라이넬은 '레게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의 명곡 'Redemption Song'을 불렀다.


"Emancipate yourselves from mental slavery

None but ourselves can free our minds

Have no fear for atomic energy

'Cause none of them can stop the time

How long shall they kill our prophets

While we stand aside and look? 

Ooh Some say it's just a part of it

We've got to fulfill th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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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CBS-TV 스티븐 콜베르의 '레이트쇼' 백밴드 리더로 인기를 누려온 존 바티스티(Jon Batiste)는 '재즈의 왕자(crown prince of jazz'라는 별명이 붙은 재즈 피아니스트 겸 가수다. 지난해 6월 사우스스트릿 시포트(피어 17) 루프 톱에서 댑 킹스와 함께 연 콘서트에서 탁월한 재능을 과시한 바 있다. 줄리아드 음대 석사 출신 존 바티스트는 퀴아나 라이넬과 블루스의 전설 비비 킹(B.B. King)의 명곡 "The Thrill is Gone"를 불러 찬사를 받았다. 존 바티스트는 인터미션 때 무대로 나와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친절함도 보여주었다. 그는 현재 낙서화가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삶을 그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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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재즈 트럼펫주자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의 고향인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셰로 출신 조슈아 캠벨(Joshua Campbell)은 2017 제 1회 사우스캐롤라이나 재즈 페스티벌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캠벨은 #BlackLivesMatter 시위의 저항 노래 "Sing Out/March On"을 작곡했으며, 최근 개봉된 흑인노예 운동가이자 미국 20달러 지폐에 등장할 해리엇 터브만의 삶을 그린 영화 'Harriet"의 주제로 작곡한 'Stand-Up'을 뉴욕의 '카펜터스 유나이티드 합창단(Carpenters United Choir)'을 선사했다. 현재 캠벨은 맨해튼 유니온신학대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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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뉴올리언스에서 결성된 탱크 앤 더 반가스(Tank and The Bangas)는 R&B, 펑크, 구어, 랩 등을 비빔밥, 혹은 크레올처럼 믹스한 장르의 음악을 주창한다. 보컬리스트 타리오나 탱크 볼(Tarriona “Tank” Ball)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최면을 거는듯한 나레이션이 매혹적이다. 그리고 피날레는 모든 출연자들이 '아프리카(Africa)'로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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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테렌스 블랜차드는 이제까지 20여개의 솔로 앨범을 녹음했으며 스파이크 리 감독의 'BlacKkKlansman'에서 '해리엇'까지 60여편의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델로니우스 몽크 재즈협회(현 허비행콕 재즈협회)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맨해튼음대의 명예박사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종종 뉴왁의 뉴저지퍼포밍아트센터(NJPAC)에서 재즈 콘서트를 기획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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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SPORA SONGS, Carnegie Hall


이날 콘서트는 카네기홀 멤버인 친구 덕분에 무료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관심이나 타겟 청중들이 많지 않아 티켓 판매가 부진했던지 멤버들에게 티켓을 제공했다. 대신 카네기홀의 2천800여석 대부분이 채워졌고, 많은 청중은 테렌스 블랜차드의 폭넓은 지식으로 아프리카 음악이 끼친 영향을 흥미롭게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프리카' 합창에서는 청중 대부분이 기립해서 함께 출연진과 함께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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