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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and the City (4) Brooklyn Bridge Park Patrol

뉴욕 하늘 아래 파라다이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부두(Pier2-6) 자전거로 순찰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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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피어 5 인근의 바비큐 페닌슐라. 테이블과 BBQ 그릴이 설치되어 피크닉으로 인기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Brooklyn Bridge Park)는 가깝지만 먼 공원이었다. 자전거로는 5분도 안걸리는 지척의 거리에 있지만, 센트럴파크나 프로스펙트파크처럼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기 때문이다. 부두를 따라 한갈래 길로 펼쳐진 브루클린브리지파크엔 자전거 표시 도로에도 사람들과 자전거가 섞여서 다닌다. 자전거 초보에게는 위험한 공원이다.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해서 달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는 최후의 도전이었다. 올 여름 프로스펙트 파크(Prospect Park)를 시작으로 배터리파크(Battery Park), 리버사이드파크(Riverside Park), 허드슨 리버 그린웨이(Hudson River Greenway), 이스트리버 에스플래나드(East River Esplanade), 존 핀리 워크(John Finley Walk), 아스토리아 파크 그린웨이(Astoria Park Greenway), 그리고 거버너스 아일랜드(Governor's Island)를 달린 후에야 불안감을 떨치고 내려갔다.   


그런데, 걸어 다닐 때와는 행동 반경이 180도로 달라졌다. 이전에는 주로 브루클린브리지 아래 페리 선착장과 언덕(Harbor View Lawn) 있는 부두1(Pier1)부터 아이스크림팩토리, 회전목마(제인즈  카루셀) 잔디 구역, 엠파이어스토어에서 덤보까지 주로 걸어 다녔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면서부터는 정 반대쪽으로 달리고 있다. 인파가 많은 곳을 피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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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시티바이크를 대여해서 컬럼비아하이츠 언덕을 내려가며 견공 놀이터 힐사이드 파크(Hillside Park)를 지나 15초 내외간의 스릴이 끝난다. 도티(Doughty St.) 골목길로 좌회전해서 호텔 브루클린 브리지를 지나 피어 2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자전거 표시된 도로가 있지만, 보행객들은 자전거족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종종 벨을 울리게 된다. 그러니, 자전거를 대여할 때 벨이 작동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벨이 망가졌을 땐 강한 액센트로 "Watch Out!"하고 소리를 지른다. 


저전거 표시 길도 간간이 울퉁불퉁해서 오래된 롤러코스터처럼 덜컹커리며 달리게 된다. 도중에 비치 타월과 물이 담긴 가방이 떨어질 수가 있다. 이것도 일종의 불안인데, 스릴로 간주하게 됐다. 처음이 두려웠지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인파 사이로 요리조리 달리는 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자전거는 집중과 순발력을 길러주는 것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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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위들이 노니는 피어 4의 미니 비치와 '버드 아일랜드(Bird Island)'.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가 센트럴 파크나 프로스펙트 파크와 다른 점은 강변 피어 2, 피어 3, 피어 4, 피어 5, 피어 6를 하나씩 돌면서 한적한 부둣가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이스트리버와 로어 맨해튼 빌딩들을 병풍으로 낚시를 하는 이들, 농구나 축구하는 청년들, 그네 타는 아이들, 카약을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줄선 이들, 미니 비치에서 잠들어 있는 여인, 바비큐 파라솔에서 고기 굽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물장난을 치는 어린이들, 피크닉과 낮잠에 빠진 사람들, 애견을 산책시키는 이들, 색소폰을 부는 남자, 색단장한 피아노를 치는 어린이, 멋진 세일 보트 파일롯(Pilot)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담소하는 모습들, 위험하게 철창을 넘어 강가 바위에서 선셋을 바라보는 커플, 그리고 동료가 된 자전거족들이 속속 들어온다. 인상파 화가들이 욕심을 낼만한 풍경이다. 각박하다고 정평이 난 뉴욕의 하늘 아래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의 만화경같은 모습들이 또한 뉴욕의 멋이다.     

    

피어 1에서 덤보까지가 그랜드 캐년의 여행객 밀집 지역인 사우스림(South Rim)처럼 부산한 관광지 느낌이라면, 피어 2부터 6까지는 정반대의 고요한 노스림(North Rim)처럼 한가로운 산책로다. 아마도 걷기를 좋아하는 뉴요커들이나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들은 피어 2-6을 즐기는듯 하다. 



IMG_9868.jpg 피어 3으로 산책나온 7마리 거위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초보 딱지를 뗀 후엔 집에서 일하다가 종종 내려가 공원 순찰대처럼 부두를 둘러본 후 피어 2 인근에 시티바이크를 반환한 후 피어 3으로 가서 잔디밭에 눕는다. 자동차 소음 대신 페리 보트의 고동소리가, 사람들 대화 소리 대신 새들이 지저귐이 귀를 간지른다. 어느 날 저녁 무렵엔 영화 '황야의 7인' '7인의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캐다나 거위 일곱마리가 산책 중이었다. 어디서 이런 평화로운 정경을 볼 수 있을까? 센트럴파크와 프로스펙트파크, 하이라인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다. 잔디밭에 누워 있으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디톡스되는 기분이다. 초록 잔디 위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 심플한 행복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2002년 브루클린 하이츠로 이사왔을 때만해도 이 부두들은 황폐하게 버려진 창고같았다. 2009년 하이라인(HIgh Line) 공원이 오픈했고,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부두들이 하나씩 공원으로 변모해갔다. 그리고, 하이라인이 부럽지 않은 1.3마일,  85에이커 규모의 스펙터클한 강변 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자전거로 비로소 브루클린브리지파크 피어를 하나씩 돌아볼 수 있었지만, 그냥 걷기에도 근사한 하이킹 코스다. 자전거 없이 피어쪽을 향해 걷는다면, 잠시 멈추어서 그네를 타고, 잔디밭에 눕고, 애디론댁 의자에 앉아 떠다니는 페리, 크루즈, 세일 보트들을 보고, 파일롯에서 칵테일도 마실 수 있다. 시티바이크 마감 시간 때문에, 배멀리 때문에, 음주 자전거운전의 불안감 때문에, 나 홀로의 어색함 때문에? 아직 파일롯을 타보지는 못했다.  



브루클린브리지파크 피어 2-6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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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어2(Pier 2)지붕이 있는 체육관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 농구, 핸드볼 코트, 탁구대, 롤러스케이트링크, 성인들도 탈 수 있는 그네까지 설치됐다. 맨해튼스카이라인을 보며 그네를 타는 것은 근사하다. 카약을 무료로 대여해주어 줄이 길게 늘어진다. 센트럴파크 레이크에서 보트를 타봤지만, 물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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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어3(Pier 3) 올 7월에 베일을 벗은 피어3은 비밀로 남기고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잔디 구역이다. 피어1의 언덕이야말로 환상적인 로어맨해튼의 전망이 있지만, 여름에는 선탠과 피크닉을 즐기는 인파가 몰린다. 피어3에는 푸른 잔디가 전면에 깔려 있고, 울타리와 나무 기둥을 배치해 놓아서 더 안정감을 준다. 애디론댁 의자와 피크닉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실로폰 소리 나는 에코 게임, 거울 만화경이 색다른 놀이터로 만든다. 선셋 무렵엔 애디론댁 의자를 강변에 옮겨 신선놀음을 즐기는 이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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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웨이 테라스(Greenway Terrace) 피어3의 동쪽 언덕에 테라스로 파라솔과 테이블이 있다. 대여섯명 피크닉에도 좋은 장소. 베트남 출신 작가 욘 보(Dahn Vo)가 자유의 여신상을 파편화한 조각 'We The People'이 설치되기도 했다. 


# 피어 4(Pier 4) 미니 비치와 캐나다 거위들이 사는 자그마한 '새들의 섬(Bird Island)'이 마련되었다. 캐나다 거위들이 사람들과 섞여서 노닐기도 하는데, 물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 피어 4와 피어 5 사이엔  세일 보트와 크루즈 선착장 브루클린 마리나(ONE°15 Brooklyn Marina)가 자리해 있다.


# 피어 5(Pier 5) 축구, 럭비 구장이다. 강변 테라스에서는 낚시를 할 수 있다. 몇몇 강태공들에게 물었더니 블루 피시와 스트라이프 배스가 주로 잡힌다고 했다. 피크닉 페닌슐라(Picnic Peninsular)에는 파란색 파라솔 아래 50여개의 BBQ 그릴과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되어서 주말에는 파티를 하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그릴은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바비큐는 밤 10시까지 허용된다. 평일 오후에는 한가로운 편이다. 아시안, 흑인, 히스패닉, 백인들 파티용 풍선들이 즐비하다. 브루클린의 명물 '앰플 힐 크리머리(Ample Hill Creamery)'도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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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어 6(Pier 6) 비치 발리볼(sandy volleyball) 구역, 꽃밭과 잔디밭으로 나뉘어졌고, 알 프레스코로 피자를 즐길 수 있는 포르니노(Fornino)가 문을 열었다. 맛을 보지는 못햇지만, 장소 덕에 인기있는듯 하다. 세일 보트 레스토랑 파일롯(Pilot)이 피어 6의 스타일 것이다. 주중 오후에는 밥 말리의 레개 음악이 흐르면서 마치 카리브해라도 와있는듯 이국적인 풍경에 한가롭지만, 저녁 무렵에는 퇴근 후 선셋을 즐기며 칵테일이나 와인, 식사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피어 6는 월스트릿, 덤보, 레드훅, 베이릿지와 주말엔 거버너스아일랜드로 가는 페리 선착장이 있다.    


브루클린브리지파크는 날로 진화 중이다. 피어 3의 오프닝으로 2008년 시작된 공원 프로젝트의 90%가 끝났다. 앞으로 피어 2의 고지대와 브루클린브리지 바로 아래 공터, 그리고 하이츠와 육교로 이어지는 스큅 파크(Squbb Park)의 풀장 계획이 2020년까지 100% 완성될 계획이다. 자전거를 타지 않고, 제주도 올레처럼 산책하기 좋다. 뉴욕 하늘 아래 파라다이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가 아닐까? https://www.brooklynbridgepark.org

 


100.jpg https://www.citibikenyc.com

delfini2-small.jpg *Bike and the City <1> 자동차 없는 거리, 섬머 스트릿

*Bike and the City <2> 프로스펙트 파크 한바퀴 

*Bike and the City <3> 센트럴파크 주행의 스릴과 악몽

*뉴욕 스토리 <347> 홍영혜: 빨간 등대길에서 만난 시지푸스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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