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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 and the City <3> 센트럴파크

할렘 미어 비탈길의 스릴과 충돌 사고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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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사진 찍으려다 프로 사이클러와 충돌해 넘어졌다.(왼쪽부터) 센트럴파크와 인근 시티바이크 정거장, 센트럴파크 북쪽의 자전거 도로. 이스트드라이브가 스릴 넘친다.


지난 주말 센트럴파크웨스트(애브뉴)에서 호주에서 온 한 여성 관광객이 쓰레기 트럭에 치어서 숨졌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주차했던 콜택시가 빠져나오며 자전거 전용도로를 막았고, 그를 피하다가 쓰레기 트럭에 치인 것이다. 그녀는 친구와 전날 시청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로어맨해튼을 투어한 후 너무 좋아서 어퍼웨스트사이드를 자전거로 돌고 있었다고 한다. 스물세살의 수영교사였다고 한다. 가슴이 내려 앉았다.  

  

필자같은 초보 자전거족에게 뉴욕 거리는 너무 위험하다. 버스, 트럭, SUV, 택시들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들 사이에서 두 바퀴로 달리는 건 목숨 건 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공원에서 사고에 안심할 일도 아니다. 센트럴파크에서 첫 사고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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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72스트릿 베데스다 파운틴 인근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헬멧을 쓴 사람이 없다.


센트럴파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오래 전부터 로망이었다. 센트럴파크 조거들도 멋지다. 존 F. 케네디 주니어도 마돈나도 센트럴파크에서 달렸고, 우디 알렌과 순이 프레빈도 이 공원을 산책하곤 했다. 어느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우 사무엘 L. 잭슨이 여러명을 끌고 신나게 "워허!"거리며 자전거를 달리고 있었다. 


브루클린 프로스펙트파크 고리(loop)를 돌아봤으니, 센트럴파크도 도전해봐야 했다. 벚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어느 봄날이다. 구겐하임뮤지엄의 중국작가전 'One Hand Clapping' 프리뷰에 가면서 헬멧을 챙겼다. 뮤지엄 건너편 시티바이크 정거장에 자전거가 딱 두대. 높이 올라간 시트를 내리려는데, 밸브가 움직이지 않았다. 수트를 입은 모델같은 남자가 자전거를 빼고 있었다. 잘 됐다 싶어 그에게 부탁하니, 웃으며 쉽게 내려준다. 초보는 용서된다.


센트럴파크 90가부터 이스트드라이브로 북진했다. 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저수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리저부아'를 지나 한가로운 자전거 길이 펼쳐졌다. 센트럴파크를 100번도 더 갔겠지만, 걸어서는 가지 않았던 길이다. 노스 메도우를 거치며 5애브뉴의 고층빌딩들이 지나갔다. 부부와 아들, 한인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목요일의 대낮이라서인지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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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useum Mile 아파트(110스트릿&5애브뉴)에서 내려다 본 할렘 미어(Harlem Meer). 이스트 드라이브는 이 호수를 살짝 지나간다. 



하이라이트는 공원 북단의 큰 호수 할렘 미어(Harlem Meer) 옆으로 달리는 길이다.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처럼 구비구비 스릴이 넘쳤다. 페달을 밟지 않고 미끈하게 달리는 길, 이맛에 자전거를 타는가 보다. 센트럴파크 건축가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와 조경가 칼 보가 남단의 폰드와 옆의 울만 링크 스케이트장처럼 북단에는 더 큰 호수와 스케이트장(로라 래스커 메모리얼 풀 & 링크)를 만들어놓았다. 


할렘 미어에서는 보트도 타고, 낚시도 한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파크 레인저 자동차나 자전거 없이는 볼 수 없는 풍경일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의 아파트(5애브뉴 110스트릿)에서 센트럴파크 할렘 미어를 내려다보니 뿌듯햇다.  


그런데, 공원 북단에서 웨스트드라이브로 가면서는 힘든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다. 프로 사이클러들은 페이스대로 가지만, 여행객들처럼 보이는 렌탈 자전거족들은 끙끙거리며, 초보인 나는 허덕거리면서 페달을 밟았다.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바이커들도 보인다.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힘든, 고난도 코스다. 언덕 중간에는 음료와 핫도그를 파는 벤더와 물장수도 있었다. 여기가 일종의 휴게소일까? 벤치에는 쉬어가는 바이커들이 많았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나도 쉬어가련다.


10분 가량 쉰 후 다시 웨스트 드라이브로 진입해서 오르니 이젠 내가 좋아하는 내리막길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나 할까. 슝슝 달려 내려가니 96가부터 자전거족들이 몰렸다. 아마도 북단까지 가지 않고, 97가로 횡단해서 내려오는 이들인가 보다.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바이킹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할렘 미어의 풍경은 놓친 바이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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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남쪽에는 어린이 자전거족도 많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바이커들이 많아져서 속도를 통제하고,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80가 인근 오른쪽 언덕 아름들이 벚꽃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저전거 2-3대가 있고, 청년들이 누워 있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서 본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의 수확하는 사람들(The Harvesters, by Pieter Bruegel the Elder)가 떠올랐다. 사진을 찍어야겠다 생각하며 우측으로 회전하는데, 뒤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해 넘어졌다. 아찔했다. 뒤는 타이스를 입은 프로 사이클러 남성, 늘씬한 아스파라거스였다. 내게 "회전할 때는 뒤를 봐야 해요"라며 쌀쌀맞게 말했다. "내 잘못이니 가세요"라고 하니 "정말 괜찮아요?"하며 그는 프로 사이클러 친구 따라 횅하고 갔다. 


넘어진 내게 자전거를 타던 한 커플이 다가왔다. 천사같은 얼굴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는데 너무 진심 어린 걱정스러운 표정이라 눈물 겨웠다. 아무래도 그들은 자전거의 도시 암스테르담에서 온 여행자들이 아니었을까? 예전에 그리스로 여행 가는 길에 몇시간 들렀던 암스테르담, 그 카날 옆의 자전거들이 떠올랐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키가 컸다. 마음도 컸다.


첫 사고에 약간 충격을 받았지만, 훌훌 털고 아이폰으로 동산의 벚꽃나무와 자전거, 누운 이들을 찍었다. 찍고 보니 별것도 아닌데, 왜 우회전을 해야했을까? 왜 뒤를 보지 않았을까? 오른쪽은 보행자 도로라서 긴장하지 않았고, 바이커들 게임의 규칙에 무지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한눈을 팔면 사고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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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후에 마음이 동요해서인지 사진도 흔들렸다. 벚꽃나무와 세 자전거와 세 청년이 누운 풍경.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사진 욕심을 부리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센트럴파크에선 집중하고, 회전할 땐 뒤를 꼭 봐야 겠다. 컬럼버스 서클 쪽으로 달리는데, 자전거족들이 3-4배로 많아졌다. 센트럴파크 드라이브(남단)은 자전거족 밀집지대다. 마차와 자동차도 끼어들어 복잡하다. 


자전거를 반환한 후 트럼프 호텔 앞 벤치에서 다리를 보니 정강이에 멍이 들었고, 무릎은 자두만하게 까졌다. 피를 보니, 눈물이 그렁거린다. 응급조치를 구글해보니 소독하고, 항생연고(antibiotic ointment)를 발라야 한다고 나온다. 타임워너 빌딩 안 홀푸드에서 항생연고를 사서 발랐다. 갖고 있던 일회용 밴드를 붙였다. '상처뿐인 영광'이지만, 그래도 무릎 부러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센트럴파크 자전거 타기는 20년 로망이었고, 자전거 덕분에 할렘 미어의 이스트 드라이브를 주행해봤으니.


이후에 웨스트의 고갯길을 한번 더 올랐지만, 너무 고행길이라 건너 뛰게 됐다. 72, 97스트릿에서 횡단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한적하고, 스릴 넘치는 할렘 미어 이스트 드라이브를 즐긴 후 센트럴파크노스, 아담 클레이턴 파웰 주니어 불러바드에 있는 시티바이크 정거장에 자전거를 반환하면 더 만족스러운 바이킹이 되었다. 


Central Park Bike Ride

성인 자전거 렌탈: 1시간($15), 2시간($20), 3시간($25). 하루 종일($40)

117 West 58th St. 

https://centralparkbikeride.com/bike-rental(*온라인 예약 30% 할인)


100.jpg https://www.citibikenyc.com

delfini2-small.jpg *Bike and the City <1> 자동차 없는 거리, 섬머 스트릿

*Bike and the City <2> 프로스펙트 파크 한바퀴 

*뉴욕 스토리 <347> 홍영혜: 빨간 등대길에서 만난 시지푸스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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