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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그리울 때 최불암씨와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하이라이트 <2> 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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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YouTube>

https://youtu.be/9kjl4CnMC94


"게눈 감추듯 밥그릇을 뚝딱 비우게 하는 최후의 밥도둑, 게장을 오늘 전국에 현상수배합니다."


탤런트 최불암씨가 '장독에만 빠졌다 하면 밥을 축내는 밥도둑, 게장 밥도둑을 잡는 수사반장'으로 변신한다. KBS-TV 음식 다큐멘터리 '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 밥상'(118회, 2013년) 에피소드다.


그는  '밥도둑' 출몰 제보를 받고 먼저 전라남도 여수로 행차했다. 군내리 어판장에는 제철 게들로 버글버글하다. 털게, 꽃게...돌게도 있다. '범죄형'으로 생긴 돌게(민꽃게)는 벌떡게, 반장게(꽃게의 절반 크기)로도 불리운다. 값비싼 게들을 제치고 가장 인기있는 돌게는 갯벌이 아니라 돌밭에서 산다. 크기는 작지만, 살이 단단하고 담백해서 여수에선 간장게장과 게무침용으로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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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돌게들은 포악하다. 몸이 날세고, 힘이 세다. 어부들은 돌게를 잡으면 다리를 자른다. 집게발에 물리면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돌게 껍질을 벗기려할 때 빨리 안까진다면, 분명히 알이 꼭 차있을 것이다. 힘들여 게딱지를 열면 노오란 알과 함께 부드러운 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럴 땐 다리 하나 잘라 쪽쪽 빨아 먹으면 기가 막힌 달달한 맛이다.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찬물에 밥을 말아 돌게장 한점이면, 한그릇 뚝딱. 

  

*돌게장(민꽃게장)에는 비린맛을 제거하기 위해 매운 고추와 생강, 그리고 사과를 넣어 간장을 다린다. 항아리에 돌게를 채곡채곡 넣고, 식힌 간장을 부어 숙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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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최불암씨는 이어 군산으로 간다. 앞바다에 펼쳐진 고군산군도 중 장자도에 독특한 게장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장자도는 예전에 서해안 고깃배들이 모려드는 황금어장이었다고 한다. 그 섬마을 사람들은 간장 대신 까나리액젓으로 게장을 담근다. 섬에선 콩이 귀하고, 생선이 흔해 젓국을 담아 간장 대용으로 써왔다. 또한, 소금 게장도 담고 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물자가 모자라던 시대, 우리 여인네들의 지혜다. 


가장 신선한 꽃게로 만든 *젓국게장은 양념맛이 강한 간장게장보다 게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쌀밥 한 숟가락 위에 오른 노란 알과 꼬들꼬들한 게살, 김에 싸먹으면 더 좋다. 최불암씨는 "게장의 짠맛이 원초적인 미각을 깨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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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조그만 게 쫄장게(baby crab)은 통째로 튀겨 먹으면 바삭하고 고소하다. *쫄장게 튀김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별미일 것이다. 섬마을 사람들에게 바다는 아낌없이 먹거리를 제공한다. 바위를 들치면 나오는 칠게, 농게, 방게...갯벌의 생물들도 모두 반찬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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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섬사람들의 일상은 바다 시간에 맞춰져 있다. 물때(사리때)엔 바지락 조개 캐러 갯펄로 향한다. 갯벌의 아낙네들이 부르는 "바다가 육지라면~~"은 노동의 신성함을 느끼게 해준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일이 없을 때 아낙네들은 오손도손 모여 앉아 캐온 *바지락파전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다. 알이 차서 통통하게 살찐 바지락 파전, 육지에선 그 신선한 맛을 보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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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수사반장은 질문한다. 우리 민족은 언제부터 간장게장을 먹었을까? 군산 선유도 해변에선 곳곳에 청자 사금파리를 주을 수 있다. 

1975년 전남 신안의 해역에 고기잡이하던 한 어부가 도자기 6점을 발견했다. 이후 발굴작업이 시작되어 바다 속에서 14세기경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에서 2만여점의 유물이 나왔다. 2003년엔 군산 앞바다에서 한 어부가 그물에서 청자 600여점을 건져냈다. 11세기경 고려시대에 침몰한 목선 발굴작업이 8년에 걸쳐 진행되어 청자, 백자 등 수장됐던 20여톤의 유물이 발굴됐다. 그 유물에서 고려인들이 젓갈 형태의 게장을 먹었다는 물증과 기록이 발견됐다. 수십개 항아리에 농게 껍데기들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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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최불암씨는 바닷가를 떠나 육지로 갔다. 전라남도 담양의 게장 문화를 탐사하기 위해서다. 담양의 한 종가집에서는 간장을 올리면서 제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이 종가집에서 최고의 간장 빈티지는 360년된 간장이다. 식재료에 따라 360년 간장, 5년, 3년 숙성된 간장 등 나이가 다른 간장을 쓰고 있다. 담양 종가집에서 담그는 게장은 5년 된 간장을 펄펄 끓였다가 식혔다가 5번을 반복해서 민물게의 해감을 토해내게 만든다. 짠맛은 조청으로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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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다음은 전라남도 곡성으로 가서 강물에서 잡는 참게를 소개한다. 섬진강 최상류에서 50여년간 참게를 잡아온 어부는 짚으로 굴비처럼 참게를 엮는다. 예전에는 참게 한마리와 계란 한개를 바꾸어 먹었지만, 지금은 계란 50개 값이다. 봄철에 산란하는 섬진강 참게는 살이 단단하다, 가을게는 물렁물렁하다고. 어부는 섬진강에서 사위에게 참게 잡이를 대물림하고, 어부의 아내는 딸에게 참게 조리법을 전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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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섬진강 참게로 조리한 *참게가리 수제비 *참게탕 *머위 장아찌 *참게장 레시피를 소개했다.

참게 살을 끓여 두부처럼 덩어리가 진다. 그 위에 수제비를 던져 끓여낸 참게가리 수제비는 게살과 국물의 맛이 살아 있다. 마을 산에 나는 머위는 보약이다. 남은 게장 국물도 버리지 않고, 머위 장아찌를 만든다. 참게탕은 들깨국물로 끓여낸다. 참게장의 엄지 발 하나를 3부자가 나누어 먹던 시절도 있었다. 


최불암씨의 게장 수사일지는 군산에서 고급스러운 게장으로 마무리한다. 새벽 6시부터 딱 1시간만 선다는 새벽시장에는 '게판'이 펼쳐진다. 군산 주부는 요리를 전공하는 딸에게 *꽃게쌈 김치 *꽃게 섞박지(게껍데기로 나박김치와 버무리는) *꽃게간장게장 *참게된장장아찌의 레시피를 전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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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특히 참게된장장아찌 레시피가 독특하다. 살아 있는 참게들을 독에 넣고 간 쇠고기를 넣어주는 것. 쇠고기를 먹은 게들의 살도 찌우고, 맛도 좋아진다는 그녀만의 비법이다. 또, 보리죽을 쑤어서 묵은 된장, 햇된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들어 장아찌를 담군다. 게장은 주로 음력 11월 말에 사서 담그어 놓고, 여름엔 무쳐먹는다고 한다. 김장 김치처럼 한 겨울뿐만 아니라 4계절 두고두고 밥도둑 게장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수사반장은 밥도둑이 사실은 우리들의 연인이었다고 결론 짓는다.   


"게의 속살에 간장이 서서히 스며들듯, 게장은 밥도둑이 아니라 오래된 밥상의 연인이 아니었을까요. 

뜨끈한 밥 위의 게장 한점, 수천년 이어온 우리 발효음식의 명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인의 밥상'-게가 장독에 빠진날!-게장밥상, KBS 다큐멘터리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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