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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열도의 가정식 요리 전문 이자카야

이스트빌리지 우미노이에(Umi No Ie)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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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inoe, East Village, NYC

 

2004년 한인 2세 요리사 데이빗 장(David Chang)이 이스트 빌리지에 모모푸쿠 누들바(Momofuku Noodle Bar)를 오픈 한 후 시작된 일본라멘 열풍이 아직도 식지 않았다. 이스트빌리지 곳곳은 물론 할렘, 브루클린, 퀸즈까지 라멘집이 속속 오픈했다. 하지만, 뉴욕의 일본 식당은 스시, 사시미, 우동과 라멘으로 제한된듯 하다. 유행 따라 찾아 먹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작은 식당에서 미지의 음식을 맛보는 것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일본 라멘 전성시대, 색다른 가정식 일본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이스트빌리지의 자그마한 우미노이에(Uminoe)는  그런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술집, 이자카야(Izakayas, 居酒屋)다. 우미노이에(Umi No Ie)는 일본어로 바닷가의 집(海の家)이라는 뜻이다. 주인장 무츠미 다나카(Mutsumi Tanaka)는 낚시 여행지로 인기있는 섬 나가사키현의 고도열도(Goto Islands, 五島列島) 출신이다. 무츠미 다나카씨는 2004년 초 식당 경험 없이 도쿄 출신 파트너 미카 오쿠이(Mika Okui)와 우미노이에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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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열도 출신 주인장 무츠미 다나카씨가 바/주방에서 음식을 만든다. Uminoe, East Village, NYC

 

뉴욕의 한식당이 거의 표준화해서 한국 지방의 토속음식을 맛보기가 어려운 것이 아쉽다. 뉴욕은 음식의 유엔이 아니던가. 비행기 타지 않고,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각 나라의 지역 요리까지 맛보기는 쉽지 않다. 우미노이에는 이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셰프 다나카씨는 고향 고도열도의 특산물인 날치(flying fish)로 만든 아고다시(agodash) 육수를 요리에 쓴다. 가쓰오부시(가다랑어)와 달리 아고다시는 담백하고 감칠맛이 있다. 한국에서는 아고다시 가루가 만능육수, 마법의 가루로 알려져 국물, 전골, 된장국에서 샐러드, 무침까지 다용도로 사용한다고. 다나카씨는 또한, 고향에서 아버지가 만든 우동를 공수해다가 조리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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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고리를 잡은 것을 축하하는 플래그, 오도열도는 낚시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Uminoe, East Village, NYC

 

우미노이에의 인테리어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 나올 법한 소박하고 아늑한 인테리어다. 5명 정도 앉을 수 있을 만한 카운터에 자리를 잡았다. 알고보니 바 카운터는 키친이기도 했다. 두 여인이 움직이는데, 바쁜 시간이라 칵테일을 주문했는데 만들 사람이 없어서 약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슬로우 푸드 정신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성급한 뉴요커들은 피하는 편이 낫다.  

 

 

우미노이에 7코스 테이스팅 메뉴

 

우미노이에가 이자카야(술집)인 만큼 메뉴는 안주 분량, 즉 타파스 스타일의 작은 요리들이다. 와인을 곁들이는 스페인 요리 타파스처럼 사케나 쇼추에 안주를 곁들이는 격이다. 우리는 맥주, 사케와 함께 7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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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 애피타이저(왼쪽부터), 감자 사라다, 닭튀김(가라아게), 소주와 맥주.

 

#3종 애피타이저: 히지키(Hijiki), 시금치 무침(Oshitashi), 곤야쿠(Konnayku): 해초 히지키(녹미채, 톳나물)을 수퍼마켓에 나오는 것보다 양념이 잘 배여 맛있었고, 시금치는 한식처럼 마늘을 쓰는 대신, 아고다시로버무려서, 가츠오부시를 올려 담백했다. 곤야쿠는 사실 오뎅과 먹을 때처럼 맛보다 촉감으로 먹게된다. 한식의 묵처럼 양념간장을 쓰면 어떨까? 일본식은 미니멀리즘 양념인듯.

 

이자카야인 만큼 사케를 마시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케(清酒, 청주)와 쇼츄(焼酎, 소주) 차이를 몰랐는데, 사케는 발효주이며, 쇼츄는 소주처럼 증류주라고 한다. 

소주 리스트엔 보리, 감자, 쌀, 소바, 설탕 등을 발효한 쇼츄를 재료별로 다양한 브랜드를 구비하고 있었는데, 사케 종류는 하카산, 수로사와, 구보타, 카가토비, 야마다니시키, 타루 사케, 니고리 사케 등 6종에 불과했다. 우리는 고구마 83%와 쌀 17%를 섞어 발효한 소주 Imo Soju Hamanoimota와 곁들였다. 사케와 맛에서 어떤 차이가 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드라이해서 쾌적했다.

 

#감자 사라다(Potato Salad): 한국에서도 친숙한 감자에 마요네즈를 섞은 샐러드는 평범했다. 

 

#프라이드 치킨(Karaage): 일본식 닭튀김 카라라게는 한입 사이즈로 작에 잘라서 양념(간장, 사케, 미린)에 잰 후 밀가루 대신 전분가루를 입혀서 튀겨낸다. 양념이 고루 배여 바삭하다. 맥주 안주로 더 좋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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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삼겹살 조림(부타 카쿠니), 장어 오므라이스, 고도 우동, 명란젓 오차즈케. Uminoe, East Village, NYC

 

#삼겹살 조림(Buta Kakuni): 부타 카쿠니(豚の角煮)는 돼지고기 삼겹살 장조림인데, 한국식으로 간장맛이 진하지는 않다. 네모낳게 썰어서 간장과 다시, 미린, 사케, 설탕을 섞어 오랫동안 조린 음식인데, 우메노이에의 카쿠니는 입에서 살살 녹을만큼 부드러워서 예술작품같았다. 부타 카쿠니는 명나라와 송나라 시대 중일교역으로 중국 항주에서 나가사키 등 큐슈지방으로 전해진 요리라고 한다. 

 

#고토 우동(Goto Udon): 뉴욕에서 잘 뽑은 일본 우동을 먹기 힘들다. 고도열도에서 공수한 우동에, 셰프 다나카씨의 아버지가 고향 오도(Goto)에서 만든 아고다시 국물을 부은 스페셜 우동. 담백하면서도 풍부한 바다향의 국물에,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다. 국물을 후루루 마시면 개운하다. 뜨거운 국물을 시켰는데, 여름에 찬 국물 우동도 별미일 것 같다. 

 

#장어 오므라이스(Eel Omelette): 한국에서 경양식집에서 먹던 오므라이스의 향수에 젖어버리게 한 장어 오믈렛. 장어의 맛은 기대만 못했다. 수퍼마켓 냉동장어를 연상시켰다.

 

#명란젓 오차즈케(Ochazuke with mentaiko): 때로 밥에 물을 말아서 오이지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일본 영화에서 늘 궁금했던 녹차에 밥 말아먹는 오차즈케! 다나카씨는 녹차 대신 아고다시 국물을 부었다. 명란젓이 토핑으로 올라갔는데, 역시 날치 다시 국물맛이 시원해 이자카야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디저트였다. 프랑스 요리가 치즈로 끝나면, 일본 요리는 오차즈케로 끝나야할 듯.

 

교토에서는 집주인이 방문한 손님에게 "오차즈케라도 드시겠어요?(ぶぶ漬けでもいかがどす)라고 말하면, 너무 오래 머물렀으니 가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알아듣고 오차즈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무례한 것이라고. 일본인, 특히 교토 사투리엔 이처럼 직설 대신 돌려 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속 마음을 알 수 없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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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노이에의 메뉴

 

우미노이에의 매력은 도쿄의 골목 이자카야에 들어간 것처럼 이국적이며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에 토속요리를 가정식으로 즐길 수 있는 점이다. 이날 테이스팅의 하이라이트 부타 카쿠니, 고도 우동, 그리고 오차즈케, 그 맛의 비결은 바로 고도열도에서 잡은 날치로 만든 국물, 아고다시였다. 뉴욕 도처에 퍼진 느끼한 라멘이 권태로워질 때면, '바닷가 집' 우미노이에에서 새로운 맛을 탐험해볼 만 하다.  

 

Umi No Ie/ 海の家

86 East 3rd St.(bet. 1 & 2 Ave.)

646-654-1122

 

 

*비가 오면 생각나는 우동 한 사발, 라쿠(RAKU)의 니쿠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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