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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최불암씨와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하이라이트 <5> 한우애(愛)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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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소고기 부위 일러스트레이션 전대숲 https://jdsinside.co.kr


"세계에서 소고기를 부위별로 분류하고, 자르는 문화는 한국과 동아프리카(이디오피아)의 보디족(Bodi tribe)이다. 프랑스인과 영국인들은 소고기 부위를 35개로, 보디족은 51개 컷으로 나누는 반면, 한국인들은 소고기 부위를 무려 120개 부위로 나눈다."

-마가렛 미드(Margaret Mead, 1901-1978), American Anthropological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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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부위해설, 농협중앙회축산물위생교육원 https://www.meatacademy.co.kr


우리 조상들은 한우를 한마리에서 100가지 맛이 난다는 뜻으로 '일두백미(一頭百味)'라 불렀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렛 미드가 관찰한대로 우리 민족은 소 한마리도 머리 뼈에서 꼬리뼈까지 무려 120가지의 부위를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미국은 덩어리 스테이크를 구워먹는 스테이크 문화지만, 가난했던 한국에선 고기 한덩어리도 잘라서, 소의 꼬리, 내장, 소머리, 소혀, 뼈다귀까지 국물을 우려내서 탕으로 만들어 온 가족이 나누어 먹어야 했다. 


그러기에 소고기의 모든 부위가 식용이었다. 버릴 것이 없었다. 이를 위해 발골 기술, 다양한 조리법과 미각도 고도로 발달하게 된다. 우리 민족의 손재주와 풍요한 식문화, 지혜가 발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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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KBS-TV 음식 다큐멘터리 123회(2013년 5월 30일 방영*)는 한국산 토종 소고기 한우(韓牛,*학명: Bos taurus coreanae)가 주제다. 진행자 최불암씨는 전라남도 구례, 충청남도 홍성과 아산, 경기도 이천, 서울의 마장동 등지를 돌며 한우 부위별로 토속 조리법을 소개한다. 투듬한 꽃등심, 꼬들꼬들한 차돌박이...소 한마리에 들어있는 무궁무진한 맛의 세계를 찾아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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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곰탕, 우족탕, 수구레선지국, 소내장탕. 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최불암씨는 우시장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구례를 방문해 소를 트럭에 싣고 도축장으로 가는 정육점 주인을 만난다. 그리고, 그의 가게에서 소고기를 부위를 별로 설명한다. 우리 조상들은 소고기의 각종 부위를 모양에 따라 농기구나 일상의 물건들에서 따다가 치맛살, 낙엽살, 업진살, 토시살, 안창살 등 이름을 지었다. 


소고기 여러 부위는 도축한 후 사후강직이 일어나기 전 하루동안 냉동해야 한다. 지방의 마블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기름끼가 없어서 바로 유통할 수 있는 지라(소의 비장), 간, 등골, 염통 등 생고기 부위는 날로 즐길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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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살(위부터 시계방향), 안창살, 우둔살, 차돌박이, 등골, 지라. 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한우가 수입 소고기보다 특별히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우에 고기의 맛을 내주는 불포화지방의 일종인 올레인산(Oleic acid)이 52%로 수입 소고기(47%)보다 높은 것을 지적한다. 씹을 수록 맛있고, 우려내면 뿌연 국물이 나오는 것이 한우다. 게다가 올레인산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며, 동맥경화와 비만 예방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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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 설후야연(雪後夜宴, 8폭병풍 중 일부 디테일, 파리 기메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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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정육점에 고기 사러 갈 때 '국거리감' '불고기감'으로 통칭했다. 하지만, 식문화도 경제성장에 따라 진화하게 된다. 한국의 바비큐 문화는 김홍도가 눈 내린 들판에서 선비와 기생들이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을 그린 '설후야연'에도 등장한다. 또한, 1935년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엔 평양 모란대공원에서 불고기를 금지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6.25를 겪은 후 빈궁했던 시절 적은 양의 고기를 여럿이 나누어 먹기 위해 양념과 육수를 넣고 끓여먹는 전골 형대의 불고기가 유행했다. 경부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자가용 시대가 시작된 1980년대엔 우시장이 있던 수원에서 소금 양념갈비가 서울로 상륙해 '가든' 식당으로 퍼져나갔다. 1992년엔 소고기 마블링(근육 내 지방분포)에 따라 등급제를 실시하면서 꽃등심이 양념갈비를 대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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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편에서는 우리나라 벼농사에서 우직한 일꾼이었던 소가 1970년대 농기계의 보급으로 더 빨리 식탁에 오르게 된 배경을 설명해준다. 힘 세고, 우직한 소가 밭을 갈아주는 덕분에 쌀농사를 지어 자녀 대학교육을 시키고, 결혼자금으로 쓰던 때가 있었다. 일소가 도축되면, 고기가 질겨서 구이보다는 국을 끓여 먹었다. 농촌 사람들은 자기 집 소를 도축장에 끌고 갈 때의 아픔을 알고 있다. 소들은 자신의 운명을 눈치 채고 눈물을 흘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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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소(얼룩배기 황소)와 칡소 구이 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김홍도의 풍속화, 정지용의 시, 이중섭의 그림에도 소가 등장한다. 최불암씨는 충남 옥천생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배기 황소'를 찾아간다. 아산의 얼룩배기 황소, '호랑이도 피해갔다'는 칡소 농장이다. 한때 8만마리에 달했던 칡소(흑소)는 일제 강점기 한우관리 정책에 의해 대량 반출되었다. 이제 2천여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의 토종 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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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 <YouTube>


'한국인의 밥상: 한우애(愛) 빠지다'편에서 가장 특이한 조리법은 구례의 수구레국과 양즙이다. 수구레는 소 가죽 껍질과 고기 사이의 아교질로,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으로 지방이 적고,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많아 관절통에 좋은 부위다. 최불암씨는 양지국물에 무, 선지를 넣고, 고추가루 양념에 함께 조리한 '수구레선지국' 밥상을 받았다. 이와 함께 시어머니의 암 치유에 효능이 있었다는 보양식 '양즙'도 주목을 끄는 소고기 레시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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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09.18 20:33
    소고기 부위를 무려 120 부위로 나누어서 각 부위의 맛을 음미한 한국인들은 세계 제일의 미각을 가졌다고 자부합니다. 불란서가 코로 향수의 맛을 맡는다면 우리는 혀의 미뢰로 맛을 알지요. 우리말에는 맛에 대한 표현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고 합니다. 시큼새큼, 텁텁하다, 구수하다, 짭짤하다, 매콤하다, 혀끝이 녹는다, 달달하다, 얼큰한 맛 등등 맛에 대해서 수도 없이 많은 표현이 있습니다.
    한국에 가면 한우의 어느 부위를 맛볼까 고민해 봅니다. 마장동에 가면 알 수 있을까요?
    한우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올려주신 컬빗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