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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 르네상스'의 메카, 스타 셰프 마커스 사무엘슨의 베이스캠프

섬머 레스토랑 위크: 레드 루스터 Red Roos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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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루스터의 2018 섬머 레스토랑 위크 3코스 런치($29).

 

스타 셰프 마커스 사무엘슨(Marcus Samuelsson, 47)의 본명은 카싸훈 체기(Kassahun Tsegie). 이디오피아에서 태어나 스웨덴으로 입양되어 자란 후 20대 초에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의 3대륙에 걸친 역마살 인생은 글로벌 시대 셰프로서 영양소와 양념이자, 아메리칸 드림의 무기가 된다. 이제 그는 뉴욕, 뉴왁, 런던까지 활보하며 성공시대를 달리고 있다. 사무엘슨의 스토리는 버락 오바마와 오버랩된다. 

 

사무엘슨은 약관 24세에 맨해튼 미드타운 스칸디나비아 레스토랑 아쿠아빗(Aquavit)으로 뉴욕타임스 별 3개, 제임스비어드재단상 뉴욕 최우수 요리사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9년 백악관에서 인도 총리 만모한 싱 국빈 만찬에서 요리한 그는 이듬해 할렘 중심가 125스트릿에 레드 루스터(Red Rooster)를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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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계의 오바마' 마커스 사무엘슨의 할렘 레스토랑 레드 루스터(Red Rooster) 전경.

 

빌 클린턴이 사무실을 할렘 중심부에 연 후 생동감을 불어놓은 할렘, 기존 간판 식당 실비아(Sylvia's)와 에이미 루스(Amy Ruth)는 새로운 트렌드에는 뒤떨어졌다. 여기에 마커스 사무엘슨이 혜성처럼 등장한 것. 흑인들의 소울푸드를 기조로 한 메뉴에 인테리어는 전설적인 흑인 사진가 고든 팍스를 비롯 27인의 흑인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꾸며 레드 루스터는 할렘의 핫스팟이 된다. 

    

할렘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은 사무엘슨은 2011년 3월 민주당전당대회 기금조성 만찬을 레드 루스터에서 열어 1인당 3만불짜리 티켓을 판매, 150만 달러를 조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레드 루스터는 런던의 힙스터타운 쇼어디치(Shoreditch)까지 진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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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에 백인, 아시안, 라틴계 뉴요커들과 관광객들까지 몰려들고 있다. 레드 루스터의 인테리어는 27인의 아티스트 작품들.

 

레드 루스터 레스토랑은 처음이다. 예전에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열린 구가무가 페스티벌(GoGaMuGa Festival)에서 레드 루스터 프라이드 치킨의 바삭하고, 매콤하고, 촉촉한 식감이 기억난다. 사무엘슨은 링컨센터 앨리스털리홀 안에 갈비찜(Braised Short Ribs Horseradish Potato Puree with Beet & Parsley Salad)가 맛있었던 아메리칸 테이블(American Table)을 운영했는데, 아쉽게도 최근 문을 닫았다. 뉴저지 뉴왁에 오픈한 Marcus B&P는 둘이 나누어 먹는 쇠갈비구이(RIBS IS TOUCHIN’ FOR TWO, Sticky Beef Ribs, Soy Caramel, Chili)의 맛이 일품이다.

 

낮 기온이 90도에 달하던 찜통더위가 이어지던 날 점심을 먹으러 할렘의 레드 루스터로 갔다. 지하철 2, 3을 타고 125스트릿에서 내리면 빨간 지붕에 수탉이 그려진 레드 루스터가 보인다. 2018년 여름 뉴욕 레스토랑 위크는 공식적으로 런치를 2코스($26)로 감축하며 인하했다. 하지만, 레드 루스터는 기존 3코스($29)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Lunch at Red Rooster Harlem, Summer Restaurant Week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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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피타이저: 헬가의 미트볼(Helga’s Meatballs)

 

올 4월 스웨덴 정부가 자국의 전통요리로 알려졌던 스웨덴 미트볼이 사실은 18세기 터키에서 들여온 요리법을 기초로 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자백해 화제가 됐다. 스웨덴 가구점 IKEA에서도 인기 메뉴인 스웨덴 미트볼은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다. 토마토 소스에 담겨 나오는 이탈리안 미트볼과는 다르다. 스웨덴에 입양되어 외할머니 어깨 너머로 요리를 배운 마커스 사무엘슨은 할머니 헬가(Helga)의 레시피인 토마토 소스 미트볼을 메뉴에 올렸다.

 

그런데, 헬가의 미트볼은 따끈하지 않고 미지근한 상태로 나왔다. 마치 전자렌지에 돌리다 만 것처럼. 완자에는 페널씨가 많이 들어갔고, 달달하고, 쉽게 부스러졌다. 토핑으로 잘게 썬 파, 페타(?) 치즈와 초우멘(chow mein) 튀김을 올렸다. 광동 스타일의 초우멘 튀김은 라면땅같은 것으로 바삭한 맛이 미트볼과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다.  재료를 보니, 헤비크림과 꿀을 넣었으며, 토마토 소스에는 닭국물을 썼다. 마늘과 파슬리를 넣는 시큼한 토마토 소스가 입힌 이탈리안 미트볼에 익숙해서인지 헬가의 미트볼은 아쉬웠다.    

 

# 사이드 디쉬: 마커스의 콘브레드 (Marcus' Cornbread, $6)

 

마커스 이름을 붙인 옥수수빵이 궁금해서 사이드로 시켰다. 에이미 루스(Amy Ruth), 마미즈 스푼브레드 투(Mammy's Spoonbread Too) 등 할렘의 식당들에서 먹어본 콘브레드 중 단연 최고의 맛이었다. 구수하고, 촘촘하며, 감칠맛이 있는 콘 브레드. 모양도 거칠게 사각으로 자른 것이 아니라 개별로 모양을 내어 만들어 정성스럽다. 꿀 버터(honey butter) 보다도 건포도가 들어간 토마토 잼을 발라 먹는 것이 훨씬 맛이 좋았다. 가끔 아침식사로 먹고 싶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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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 디쉬: 슈림프와 그릿츠(Shrimp & Grits) & 핫 하니 야드버드(Hot Honey Yardbird)

 

새우와 옥수수죽 요리. 슈림프&그리츠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남부 해안가에서 유래된 아침식사였다고 한다. 부드럽고, 담백한 그리츠에 초리조를 넣고 조린 매콤한 새우 스튜(Pappa Eddie's stew)가 한식같은 만족감을 주었다. 

 

친구가 주문한 핫 하니 야드버드(Hot Honey Yardbird)는 치킨 대신 전설의 록그룹 야드버즈(Yardbirds, 제프 벡, 지미 페이지, 에릭 클랩턴...)의 이름을 땄다. 사무엘슨은 요리에 꿀을 즐겨 쓰는듯 하다. 그의 로스트 치킨은 촉촉하고, 부드럽고, 양념이 고르게 배어 있었다. 메뉴엔 그레이비 소스와 콩 요리 '서코타쉬(succotash)'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서코타쉬 대신 오이 피클이 나왔다.  그레이비 소스는 대개 밍밍한데, 레드 루스터는 구수하고 오묘한 맛이다. 고추가루를 뿌리고, 파를 고명으로 올려 매콤한 맛에 피클도 오이지에 가까운 맛이다. 

 

별개의 메뉴로 섬머 서코타쉬(Summer Succotash)를 맛볼 수 있다. (*한인 셰프 에드워드 리가 워싱턴 DC에서 서코타쉬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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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저트: 거꾸로 럼 파인애플 케이크(Upside Down Rum Pineapple Cake)

 

디저트로 거꾸로 럼 파인애플 케이크와 티라미수를 시켜 맛을 보려했으나, 매진되었다. 거꾸로 파인애플 케이크는 모양도 이쁘고, 상큼한 파인애플 아래 스폰지처럼 부드러운 빵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달달함과 체리소스의 시큼함에 럼주의 액센트가 어우러졌다. 배가 불러 케이크 하나는 싸갖고 왔다.

 

레드 루스터는 평상시에도 런치 3코스를 $29에 제공하고 있다. 디저트는 컵케이크. 

*메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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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 할렘 한복판(125스트릿) 레드 루스터 밖에서 점심식사를 즐기는 커플. 

 

Red Rooster

310 Lenox Avenue(bet. 125 & 126th St.)

https://www.redroosterharl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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