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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dental Bar Flies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 수잔, 안나, 에드워드 테이스팅

@골드스타 비어 카운터(Gold Star Beer Counter)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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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Star Beer Counter, Brooklyn 

 
2016년 여름, 목을 축이기 위해 수잔을 찾았다. 수잔은 맥주 평가 웹사이트 RateBeer.com에 의해 세계 최고의 맥주 양조장으로 연달아 선정된 버몬트주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Hill Farmstead Brewery, VT)에서 만드는 크래프트 비어다. 갈증에 수잔은 엑스타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반 가까이 수잔을 마시지 못했다. 마켓에선 구할 수 없고, 바(Bar)에도 몇군데, 며칠만 제공되는 컬트 맥주. 최근 브루클린 합스힐의 메뉴에 수잔이 올랐지만, 놓쳤다.
 
5월 13일 브루클린 뮤지엄 인근의 골드스타 비어 카운터(Gold Star Beer Counter)에 수잔에 올라갔다. BeerMenu.com에서 구한 정보다. 친구와 금요일 저녁 한주간의 피로를 풀기 위해 골드스타로 갔다. 몇년 전 수잔을 마셨던 그 술집이다. 
 
골드스타엔 수잔뿐 아니라 힐 팜스테드의 에드워드, 안나도 메뉴에 올라 있었다. 게다가 치즈까지... 금상첨화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 시음회가 됐다.
 
 
힐 팜스테드 크래프트 비어 테이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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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Star Beer Counter, Brooklyn.  Photo: Bic Banana 

 

-Susan(IPA): 뉴질랜드(Yakima Valley & Riwaka)에서 수입한 3종의 홉 시트라(Citra),  심코우(Simcoe), 리카와(Rikawa)로 양조한 IPA로 숀 힐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 대표의 고모할머니 이름에서 따왔다. 알콜농도 6%. 감귤향에 입안에서 부드럽고, 묵직하게 내려가며 청량감을 준다.  
 
-Edward(Pale Ale): 바텐더가 매진됐다고 선언했는데, 잠시 후 마지막 한방울까지 담았는지 반잔쯤 담아와서 '공짜'라고 건내주었다. 에드워드는 숀 힐의 친할아버지 이름을 땄다. 미국산 홉스(Centennial, Chinook, Columbus, Simcoe)에 미국산 맥아, 하우스 에일 효모, 그리고 에드워드의 우물물로 양조해 스테인레스 스틸통에서 숙성시켰다. 5.2%. 
 
-Anna(Farmstead Ale with Honey): 안나도 할아버지의 13형제 중 한명인 고모 할머니의 이름이다. 미국산 맥아와 유럽과 미국산 홉스에 (단풍시럽으로 유명한) 버몬트산 야생화 꿀, 그리고 농장의 효모와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로 양조했다. 와인처럼 오크 배럴에서 숙성시킨다. 안나는 병에서 따라주었다. 내 입맛에는 조금 달달하고, 레몬향이 진했다. 식전에 칵테일처럼 입맛을 돋구기는 좋을 것 같다. 6.5%. 
 
*Edward Beer Cheese: 안주(bar snack)으로 에드워드 맥주에 담근 치즈와 리츠 크래커.  
 
*2018년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오픈한 크래프트 비어 양조장 그림 아티사날 에일(Grimm Artisanal Ales)의 IPA는 캔으로 고메 수퍼마켓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다.  IPA만도 64종에 달하는데, 루멘(Lumen)를 추천한다. 디자인도 발랄하다. https://grimmales.com/beer/lumen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Hill Farmstead Brew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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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un Hill  https://hillfarmstead.com

 

버몬트주 벌링턴에서 70마일 떨어진 그린스보로의 컬트맥주 양조장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Hill Farmstead Brewery)는 대표 숀 힐(Shaun Hill)이 고등학생이었을 때 과학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숀은 수업시간에 맥주를 만들었다. 하버포드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면서 집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곤 했다. 졸업 후 버몬트주의 몇몇 양조장에서 일한 후 세계 여행을 떠났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맥주 명가 뇌레브로 브리거스(Nørrebro Bryghus)에 체류하면서 맥주월드컵(World Beer Cup) 메달 수상자인 앤더스 키스마이어(Anders Kissmeyer)에게 양조법을 배우고 돌아갔다. 
 
2010년 숀 힐은 7대 선조들이 살던 토지에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를 설립했다. 그즈음 미국에선 수제 맥주(craft beer) 붐이 일고 있었다. 뉴욕에도 곳곳에 크래프트 비어 바가 오픈했다. 2013년 처음 맥주 랭킹 웹사이트 레이트비어(RateBeer,  https://www.ratebeer.com )에 의해 세계 3만4천개 양조장 중 세계 최고의 맥주 양조장으로 선정됐던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는 2012부터 한해(2013년 2위)만 제외하고, 2020년까지 8회 1위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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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illfarmstead.com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가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게된 또 하나의 이유는 생산량이 적어 마켓에서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욕에서도 선별된 바(Bar)나 레스토랑에 소량씩 배급하고 있다. 그래서 금방 동이 나기 마련이다. 힐스 팜스테드 브류어리는 대신 양조장 방문객들에게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뉴욕, 보스턴, 버팔로 등지에서 맥주광들이 버몬트 그린스보로까지 순례의 길을 떠나 최고 2시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것. 
 
맥주의 이름도 특이하다. 안나, 아론, 아서, 에드워드, 클라라, 찰리, 도로시, 에디스, 에드워드, 에버렛, 플로렌스, 조지, 지미 등 선조의 이름에서 Leaves of Grass, Madness & Civilization, Mutual Admiration, Self-Reliance, Society and Solitude, Song of Joy 등 숀 힐의 전공답게 철학적이다. 
https://hillfarmstead.com/beers
 
 
맥주의 4대 원료: 물, 맥아, 홉, 효모
 
맥주의 원료: 맥주는 물, 맥아, 홉, 효모의 4가지 요소가 맛을 결정한다. 맥아(*malt, 맥주 제조를 위해 보리를 발아시켜 말리거나 구운 것. 당분과 효소를 함유하고 있다)는 맥주의 색, 맛(단맛, 구수한 맛)과 향, 무게감(body), 거품을 좌우한다. 홉(hops)은 다년생 식물로 꽃을 맥주 제조에 첨가하면, 쓰고 상쾌한 맛을 내며 향균작용으로 맥주를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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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브루클린 거리 축제 아틀랜틱 앤틱(Atlantic Antic) 때 들러서 맥주 한잔 마셨던 세인트 감브리너스 비어 숍(St. Gambrinus Beer Shoppe).

http://stgambrinusbeer.com

 

맥주의 종류: 에일과 라거 

 

맥주의 종류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눌 수 있다. 

 
#에일(Ale): 고온(섭씨 15-24도)에서 발효(상면: 효모가 맥주 표면 위에 뜬다)시킨 맥주. 약간 달달하고, 무게감이 있으며, 과일맛을 낸다. 
-페일 에일(Pale Ale): 이름대로 색이 창백한 밝은색의 맥주지만, 라거보단 색이 진하고 향이 풍부하다. 약간 씁슬하면서 카라멜, 시트러스 향미가 있다.(에드워드)
-IPA(Indian Pale Ale): 원래 19세기 영국에서 식민지 인도에 맥주를 수출할 때 저장성을 위해 알콜도수와 홉 함량을 높인 에일, 쓴맛과 솔향미가 강하다.(수잔)
-세종(Saison): 일명 팜하우스 에일(Farmhouse Ale)로 시큼하며 향신료가 강하다. 맥아를 첨가하지 않아 거친대신 부드럽다.
 
#라거(Larger): 섭씨10도의 낮은 온도에서 하면 발효시킨 맥주. 황금색으로 가볍고, 풍부한 탄산에 청량감을 준다. 버드와이저, 밀러 라이트 등.
-필스너(Pilsner): 적당량의 홉향과 달달한 맥아 향이 느껴지는 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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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Star Beer Counter, Brooklyn http://goldstarbeercounter.com
 
 
타는 목마름으로, 애타게 수잔을 찾아서
Desperately Seeking Susan, the Beer
 
Hill Farmstead Susan
 
201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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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 팜스테드 수잔(Hill Farmstead Susan)과 마돈나와 로잔나 아퀘트가 출연한 영화 '애타게 수잔을 찾아서'.
 
2016년 7월.
뉴욕 하늘에 럭셔리 빌딩들이 치솟는 요즈음, 거리 여기저기엔 '크래프트 비어 바(Craft Beer Bar)'들이 속속 오픈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브루클린 브류어리(Brooklyn Brewery)로 대표되던 크래프트 비어 양조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브루클린 브류어리가 제주도에 공장을 지으면서 메가급으로 커졌지만. 2013년 미국 전체에서 총 맥주 생산량은 1.4% 증가한 반면, 크래프트 비어 생산량은  9.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하루에 1.2개씩 크래프트 브류어리가 문을 열고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바야흐로 맥주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크래프트 비어는 버드와이저, 밀러나 쿠어스처럼 대규모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의 독립 양조장에서 정성들여 만들어진다. 때문에 신선한 것은 물론이요, 각 맥주마다 개성있고, 맛있고, 영양가(비타민 B,항산화제), 알콜도수는 높으며, 화장실 가는 빈도수가 적다는 것. 할리우드 영화와 인디펜던트 영화에 비교하면 맞아 떨어진다. 때문에 맥주 애호가들은 물론, 페이스북과 인스태그램 시대 특별한 것을 찾는 힙스터들이 열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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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길어서 골이 아픈 크래프트 비어 리스트
 
크래프트 비어 열풍을 타고 올 여름엔 '수잔(Susan)'이라는 이름의 맥주를 찾아 나섰다. 
가수 마돈나와 로잔나 아퀘트가 뉴욕을 배경으로 출연한 수잔 세이들만 감독의 영화 '애타게 수잔을 찾아서(Desperately Seeking Susan, 1985)'처럼 애타게, 목타게 찾았고, 수잔을 만나면 100%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수잔, 공식 이름은  힐 팜스테드 수잔(Hill Farmstead Susan)으로 버몬트주(Vermont)의 노스 그린스보로의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Hill Farmstead Brewery, http://hillfarmstead.com)에서 생산되는 맥주 중의 하나 이 브류어리는 세계 최대의 맥주 리뷰 웹사이트 레이트비어(RateBeer)에 의해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년 연속 세계 최우수 브류어리로 선정된 맥주 명가다. 
 
힐 팜스테드 수잔을 처음 마셔본 곳은 지난해 9월 이스트빌리지의 DBGD 키친 & 바였다. 10여일간의 서부 여행을 마치고 뉴욕에 와서 먹은 첫 저녁으로 다니엘 불루의 캐주얼 식당을 찾았다. 친구는 자신의 컴포트푸드 햄버거, 나는 볶음밥이 나오는 타이식 소시지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웨이터가 추천해준 '수잔'을 마시는데 그 시원함이 서부여행의 고단함을 단번에 날려주며 뉴욕에 온 안도감이 몸을 감쌌다. 
 
그런데, 수잔은 곧 메뉴에서 증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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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크래프트 비어를 맛볼 수 있는 맥주집 책자도 나왔다. 감자칩과 수잔. 브루클린 합스힐에서.
 
힐 팜스테드 수잔은 에일(IPA, India Pale Ale, 효모가 맥주 위에 떠서 발효되는 상면 발효맥주. 효모가 바닥에 앉아 발효되는 맥주는 라거(lager) 맥주로 옅은 황금색에 흰 거품이 마치 폭포가 내려앉은듯한 레그의 흔적이 유리잔에 그려진다. 내음이 열대과일향에 눅눅하고 약간의 소나무향도 맡아진다. 마시는 순간 기네스처럼 쓰지 않으며,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도 부담이 없이 깨끗하며 청량감을 준다. 알콜 농도는 6.2%
 
로어이스트사이드 독일 생맥주집 로렐라이, 브루클린 브류어리, 뉴욕 레이크플라시드, 캐나다 할리팩스에서 맥주 테이스팅을 해보았지만, 수잔만한 맥주를 마셔보지는 못했다. 이전까지 가장 좋아했던 벨기에 산 오발(Orval)이나 듀벨(Duvel)에 버금가는 힐 팜스테드 수잔은 사실 오발, 듀벨보다 마시기 힘든 희귀 맥주. 소량 생산이라 버몬트 힐 팜스테드 브류어리에서 선정한 맥주집과 레스토랑을 돌아가면서 소량씩 공급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팝-업 스타일로 드래프트를 공급하기 때문에 1-2주나 혹은 며칠 내에 동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맥주 애호가들을 감질나게 만드는 수잔이다. 
 
그런데, 맥주메뉴를 소개하는 웹사이트(https://www.beermenus.com)에서는 크래프트 비어를 마실 수 있는 맥주집과 가격을 매일 업데이트해주고 있다. 당일 어디서 수잔을 마실 수 있을지 알려주는 친절한 웹사이트다. 바텐더들이 테이스팅을 권하기 때문에 에드워드(Edward), 포터(Porter), 세종(Saison) 등 다른 맥주도 시음해봤지만, 아직 수잔이 단연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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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힐에서는 힙스터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주말 저녁보다는 주중 오후가 한가롭게 샌드위치를 겸해 즐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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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클린턴힐의 합스힐(Hops Hill, 886 Fulton St. Brooklyn, http://www.hops-hill.com/)에 두 차례 가서 수잔을 만났다. 주말 한가로운 오후에 느긋하게 샌드위치(초리조, 모타델라, 프로발로네, 그뤼에르 치즈가 들어간 이탈리안 프레스)와 함께 수잔을 주문했다. 사실 샌드위치를 만드는 스테이션이 너무 조악해서 기대하지 않았지만, 너무 맛이 좋아서 이틀 뒤에 샌드위치와 수잔을 둘 다 즐기기 위해 갔다. 
 
더운 날엔 자주자주 수잔이 그리워질 것 같다. Desperately Seeking S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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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5.18 19:11
    맥주가 이렇게 다양한 맛과 제조과정이 들어가네요. 숙성기간, 물, 우물물 등등이 기계문명과 한참 멀리있는 느낌이 듭니다. 맥주를 거의 마시지않고 살다보니까 여기에 쓴 맥주에 관한 글들이 생소할 뿐입니다. 6.25전쟁을 격은 우리세대는 가난했어요. 물 한방울도 귀했어요 라이스 티랄까 숭늉을 후후 불어가면서 마셨어요. 맥주 컬럼을 읽고나니까 통닭구이 한마리를 사다가 남편이 가끔 마시는 버드바이져를 마시고 싶어집니다. 여행에 지친 몸을 수잔 한잔을 마시자 확 풀렸다는 과일 맛이나는 수잔도 맛보고 싶지만 차례가 오기에는 까마득해서 포기했어요.
    이곳의 수제맥주가 제주도에도 진출했다니 반갑네요.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