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375 댓글 1

The Great Food Obsession <1> 베토벤: 커피 원두 60알과 리슬링 와인 

 

베토벤은 왜 커피 원두 수(60알)에 집착했나?

"안타깝군, 너무 늦었어" 독일산 리슬링 못마시고 사망

 

000beethoven.jpg

Joseph Karl Stieler, Portrait of Beethoven, 1819/ Dr. Nagler, Rheingau Riesling

 

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커피 중독자였고, 원두 수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커피 한잔에 꼭 60알의 원두를 골라 세어서 커피를 직접 내렸다. 그의 집착성은 아버지로부터 기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궁정 가수였던 아버지 요한은 알콜중독으로 목소리가 상했고, 아들이 연주회에서 벌어온 돈을 술값으로 탕진했다. 신동 모차르트(1756-1791)를 부러워했던 아버지는 12살 때부터 작곡한 베토벤을 학대했다. 베토벤은 때문에 다혈질이 되었고, 평생 강박관념이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000beethoven13.jpg

Beethoven at 13(1783)/ Christian Horneman, Beethoven, 1803

 

베토벤은 외모에 신경쓰지 않았다. 때문에 거지로 오인받은 적도 있었다. 그의 제자 체르니(Carl Czerny, 1791-1857)는 베토벤을 처음 만났을 때 "로빈슨 크루소처럼 머리카락이 곤두선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방은 늘 어질러졌지만, 청결한 것에 좋아해 목욕과 빨래에 집착했으며, 손을 집요하게 씻는 결벽증이 있었다. 또한, 평생 60여 차례 이사를 다녔다는 기록도 나온다.

 

식습관은 베토벤의 집착을 드러낸다. 그는 마카로니와 치즈(파미자노)를 즐겼으며, 목요일엔 브레드 수프(bread soup)와 10개의 달걀을 먹었다. 육류보다는 생선을 선호했으며, 명태와 감자 요리를 가장 좋아했다. 방안에는 늘 살라미 햄과 스트라치노(Stracchino) 치즈를 두고 먹었다. 

 

베토벤의 할아버지는 와인 판매업자였다. 당연히 베토벤도 와인을 즐겼다. 그는 오스트리아산 화이트(Voslau, Gumpoldskirchen), 독일산 리슬링(Rheingau Riesling), 헝가리산 디저트 와인 토카이(Tokai)를 선호했다. 

 

 

0004.jpg

coffee beans https://twitter.com/Beanies_Flavour/ coffee maker(vacuum) 

 

친구이자 전기 '내가 아는 베토벤(Beethoven As I Knew Him)'을 집필한 안톤 쉰들러(Anton Schindler)에 따르면, 그의 가장 큰 집착은 커피였다. 베토벤은 커피를 신성시했다. 매일 아침 식사에 커피 한잔을 곁들였다. 

 

커피는 직접 만들었다. 원두를 손으로 골라서 정확히 60알씩 사용했다. 종종 재검도 했다. (오늘날 커피숍에서 사용하는 원두의 수는 한잔에 70개꼴이라고 한다.) 60개의 원두를 갈아서 유리 커피메이커(glass percolator)로 내려 마셨다. 우리가 오늘날 사이폰(Syphon) 혹은 진공흡입식(Vacuum) 방식으로 부르는 커피메이커로 아마도 브랜드는 French Balloon Coffee Maker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토벤은 아시아의 차 문화를 빗대어서 자신의 커피 만드는 방식을 "동양적(Oriental)"이라고 묘사했다. 혹시 베토벤은 중국의 육십갑자(六十甲子)에 착안해서 완전한 사이클인 숫자 60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커피와 아침식사를 마친 후엔 몇시간 작곡에 몰두했다. 점심식사는 와인을 곁들였다. 그리고 나선 연필과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나가 오랫동안 산책을 했다. 그러다가 술집에 들러 신문을 읽었다. 저녁식사 후엔 맥주와 파이프 담배를 즐겼다. 수면은 8시간을 지켰다.  

 

1790년 12월 스무살 생일을 갓지난 베토벤은 본에서 오스트리아 작곡가 조셉 하이든(Joseph Haydn, 1732-1809)을 처음 만났다. 베토벤은 자신의 칸타타 2곡('요셉 황제 2세의 죽음' & '레오폴트 황제 2세의 부상')을 보여주었다. 베토벤의 재능을 감지한 하이든은 비엔나로 오면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말했다. 18개월 후 런던에서 돌아온 하이든은 베토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1799년엔 헝가리 귀족 요세피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사랑에 빠졌다. 1801년엔 젊은 백작부인 줄리에타를 짝사랑했다. '월광 소나타'는 줄리에타에게 헌정한 곡이다.

 

 

00001.jpg

Ludwig van Beethoven Ceramic Coffee Mug/ 베토벤의 커피 음악 (조희창 저, 살림출판사, 2018)

 

한편, 이즈음 베토벤은 이명과 난청에 시달렸다. 1802년 서른두살의 베토벤은 자살까지 결심하고, 하일리겐슈타트(비엔나 일부)에서 동생에게 유서까지 썼다.(이 유서는 베토벤 사망 후 발견된다) 하지만, 이후 창작열이 치솟으며 위대한 교향곡들을 쏟아냈다. 

 

말년의 삶은 절망적이었다. 독신이었던 베토벤은 조카의 친권을 두고 소송전을 벌였다. 베토벤은 아버지처럼 알콜중독에 빠졌고, 가난 속에서 간경변으로 누워버렸다. 죽음 1주일 전 슈베르트(1797-1828)가 하숙집으로 찾아갔다. 베토벤은 "자네를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자네는 분명 세상을 빛낼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이야. 용기를 잃지 말게."라고 말했다. 그리고, 슈베르트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라고 했다. 슈베르트는 너무 괴로워 방을 튀쳐나가 눈물을 펑펑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술꾼' 베토벤은 임종하면서도 와인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사망 몇주 전 베토벤은 출판사에 라인가우 리슬링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와인은 그가 죽기 하루 전에 도착했다. 그러나, 병상에서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상태였다. 베토벤은 "안타깝군, 너무 늦었어"라고 유언을 남겼다. 1827년 3월 26일 '음악의 성인'은 눈을 감았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올해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커피 매니아: 바흐, 볼테르, 키에르케고르, 벤자민 프랭클린, 데이빗 린치

 

00bach.jpg

*Sumi Jo - 'Coffee Cantata' by J.S.Bach (Eng &한글 Lyrics)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도 소문난 커피광이었다. 바흐가 살던 시대에 커피는 위험한 사회적 악으로 간주됐다. 바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즐기면서 커피메이커까지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흐는 1732년 작사가 피칸더(Picander, Christian Friedrich Henrici)의 시를 바탕으로 코믹 오페라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를 작곡했다. '커피 칸타타'는 커피중독자인 젊은 여성이 카페인 음료를 금지하는 아버지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통해 커피의 유혹과 힘을 다루었다. 

 

아버지는 딸에게 커피를 포기하지 않으면 결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딸은 "하루 세번씩 커피를 마실 수 없다면, 저는 불안해서 주름지고 불에 탄 염소가 될꺼예요."라고 호소한다.  '커피 칸타타'는 1735년 라이프치히의 한 커피숍(Gottfried Zimmermann's)에서 초연됐다. 원제는 '수다 떨지말고 조용히 하시오(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BWV 211). 소프라노 조수미씨의 노래가 유튜브에 올라 있다.

 

*Sumi Jo - 'Coffee Cantata' by J.S.Bach (Eng &한글 Lyrics)

 

 

00david-lynch-cafe.jpg

David Lynch/ David Lynch Signature Cup Coffee Organic Coffee

 

프랑스 작가 볼테르(Voltaire, 1694-1778)는 하루 40-50잔의 커피를 마셨다. 그의 커피에는 초콜릿이 믹스되었다. 볼테르는 커피를 중단하라는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83세로 장수했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1813-1855)는 커피잔 수집가로 50여개를 구비해놓고 비서에게 물어서 돌아가며 마셨다. 키에르케고르는 각설탕 30개를 커피잔 안에 쌓아 놓은 후 블랙커피를 부어 녹여 마셨다. 

 

'미 건국의 아버지' 중 한명인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런던에 살 때 커피숍이 아지트였다. 커피숍에서 정치회의를 열고, 체스를 두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으며, 심지어는 우편물 수신 주소도 커피숍으로 지정했다. 프랭클린은 또한 자신의 커피 원두를 팔기도 했다.

 

'블루 벨벳' '와일드 엣 하트' '트윈 픽스'의 영화 감독 데이빗 린치(David Lynch, 1946- )는 "아무리 맛 없는 커피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커피지상주의자로 하루 예전엔 하루 20잔씩 마셨다. 지금은 큰 컵으로 10잔씩 즐긴다. 화가이기도 한 린치는 멕시코 시에라마드레스의 원두로 유기농 커피(David Lynch Signature Cup Coffee Organic Coffee)를 판매한다. 아마존(Amazon)과 홀푸드(WholeFood)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000.jpg *세계의 아르누보 <1> 트라벤-트라바흐의 벨뷰호텔 

*모젤 여행 <1> 트리텐하임, 바인 & 타펠하우스 Wein & Tafelhaus in Trittenheim

 

 

profile
© NYCultureBeat.com | Big Apple, Small Bites: Across the City

All rights reserved. Any stories of this site may be used for your personal, non-commercial use. You agree not to modify, reproduce, retransmit, distribute, disseminate, sell, publish, broadcast or circulate any material without the written permission of NYCultureBeat.com.

?
  • sukie 2020.11.23 22:04
    베토벤이 커피광이란 걸 컬빗을 통해 알았습니다. 천재는 무엇을 하든지간에 광적인가 봅니다. 독서광 수집광 등등 많은 분야에 광적인 사람들이 많은데 베토벤은 커피광이었군요. 흥미롭네요. 또 배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