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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맛, 최불암씨와 KBS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하이라이트 <6> 고맙습니다, 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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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하루 세번, 때가 되면 먹어야 하는 한끼, 뭘 먹어야 하나 고민 참 많으시지요? 아무리 먹을 게 많아도 한국 사람은 밥을 먹어야 뭘 좀 먹었다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데요. 매일 밥을 먹으면서도 정작 쌀밥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어떤 산해진미가 아닌 쌀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밥상의 진정한 주인공, 맛있는 쌀밥 한 그릇을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인의 밥상'의 호스트, '전원일기'의 김반장 최불암씨가 논으로 갔다. 2013년 10월 방영된 '고맙습니다, 쌀밥'(144회) 편은 한국인의 주식 쌀로 지은 밥을 탐구했다. 최불암씨는 "진수성찬이 차려져도 이게 있어야 밥상이 비로소 완성됩니다. 허기진 마음까지 달래주던 그 뜨끈뜨끈한 쌀밥입니다"라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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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쌀밥' 편은 경기도 이천의 추수하는 농부들, 밥을 잘 짓는 여인네에서 한국 쌀 수확량이 1위라는 전라북도 김제의 기름진 논밭과 밥도둑 젓갈 반찬, 그리고 전라남도 구례의 산골 부부를 만나 정감있는 밥 이야기를 들려준다.


쌀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에서 농부와 트랙터를 타고 추수 과정을 지켜본 최불암씨는 '쌀 한톨에 일곱근의 땀이 배어있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을 절감한다. 벼농사는 햇빛과 바람과 정성이 더해져서 맛있는 쌀이 밥상에 올라온다는 것이다. 가을 추수를 끝낸 농부들은 매일매일이 잔칫날같다. 농부들은 들판에 모여서 부인들이 지어온 '들밥'을 나누어 먹는다. 아내들이 햅쌀로 가마솥에 밥을 짓고, 누룽지를 넣은 닭백숙을 끓여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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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사실상 한국인들이 삼시세끼 밥을 먹은 것은 4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전에는 하루 두끼를 찾아 먹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선 선비의 밥상에 올려진 밥그릇은 참으로 거대했다. 


일제 강점기, 6.25 전쟁으로 굶주렸던 한국인들에게 햅쌀밥은 귀한 쌀밥이었다. 1970년대 신품종인 통일벼가 개발되어 식량의 자급자족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누구나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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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일제강점기 일본 지주들은 김제에서 대규모의 쌀을 수탈해갔다. 때문에 그 지역 소작농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농부들의 밥 그릇을 채운 것을 쌀이 아니라 눈물이었을 정도다. 


그 귀한 쌀밥상에서 궁합이 잘 맞는 반찬 중의 하나는 '밥도둑'으로 불리우는 젓갈이다. 젓갈의 짭잘한 맛이 쌀밥의 밋밋함을 보완해줄뿐만 아니라 아미노산 등 영양분을 보충해준다. 그러므로 쌀밥과 젓갈은 '최고의 단짝'이라는 것. 김제에선 조기젓, 전어젓, 갈치속젓, 낙지젓을 즐겨 먹는다. 항아리엔 늘 젓갈이 떨어지지 않으며, 장독대엔 늘 젓단지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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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농부의 아내들은 가마솥에 밥을 지으면서 아예 반찬도 함께 솥안에서 만든다. 조기젓국에 계란찜, 그리고 가지와 호박을 썰어 함께 밥을 짓는다. 양념으로 버무린 가지무침, 호박무침까지 '솥 안에 밥상'이 차려지는 것이다. 이 반찬은 밥물의 맛이 배여 더욱 맛있다고 한다. 농삿일을 거들어야 하는 아낙네들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지혜이기도 하다.  


"밥은 먹었냐?" '밥 냄새'는 또한 어머니의 냄새이기도 하다. 

"푹 곰살은 젓갈, 어머니를 닮은 환한 쌀밥이 오르면, 깊은 그리움이 밥상을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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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제작팀은 전라남도 구례 지리산 깊은 산골에서는 단칸 초가집에서 5남매를 키운 꼬부랑 노부부를 만난다. 할배는 지금도 일을 한다. 노랑밤을 주으러 산속을 헤맨다. 묵직한 밤자루를 거뜬히 들고 내려가 팔아 돈을 번다. 할매는 할배를 위해 밥을 짓는다. 총각무 김치, 된장 장아찌에 따뜻한 쌀밥을 싸와 초가집에서 나누어 먹는다. 


쌀밥은 명절이나 제사 때나 한그릇 구경할 정도였다. '쌀밥에 김'이 소원이었던 시절이다. 지금도 쌀밥처럼 멋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허리 한번 곧게 펴지 못하고 살았지만, 허물어 가는 초가집 마루에서 쌀밥을 나누어 먹는 노부부의 주름진 소박한 미소가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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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할머니는 때로 가마솥에 보리밥과 쌀밥을 함께 지었다. 쌀밥 한 공기는 일욕심이 많은 남편의 몫이었다. 보리밥을 차지한 자식들은 그게 불만이었다. 


옛날에는 먹거리가 없어서 산에서 쑥을 뜯어다가 버무려 먹곤 했다. 계절마다 산에서, 들에서 뜯어다가 고구마순 된장무침, 감자들깨탕, 고추무름(호박잎고추찜)을 만들어 먹었다. 밥공기는 늘 따뜻한 아랫목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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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제작팀은 맛있는 쌀밥을 찾아 다시 경기도 이천의 소문난 집을 찾아갔다. 밥이 질다, 밥이 설다... 가족이 밥타박을 하지 않도록 잘 짓는 요령은 무엇일까? 물과 불의 조절에 있다. 밥 짓기는 물과 불의 조화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묵은 쌀을 햅쌀맛을 내려면 식초에 담갔다가 짓거나, 기름 1스푼을 넣고 지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최불암씨는 이 댁에서 묵은 쌀과 햅쌀로 지은 밥을 시식한 후 계란을 깨 간장에 비벼 먹는다. '추억의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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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다시 김제로 가서 희귀쌀 '녹미'를 소개한다. 현미처럼 부드러운 쌀이다. '약콩'으로 불리우는 까만 쥐눈이콩으로 만든 두부와 쌀뜨물로 지은 된장국은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반찬이다. 도처에 있는 민들레 꽃이 피기 전 줄기와 이파리를 따다가 양념에 무친 겉절이, 칼로 써는 대신 주먹으로 쪼개서 넣은 호박국도 오른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좋은 사람과 함께 먹는 밥이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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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고맙습니다, 쌀밥-KBS 다큐멘터리 <YouTube>


최불암씨는 밥을 하늘처럼 여기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간절한 마음을 상기시키며 '쌀밥' 에피소드를 마무리한다. 

"기억 속 깊은 아랫목에 그리운 한 그릇, 가슴 뜨겁게 살게 해준 쌀밥 한 그릇이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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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10.15 14:45
    맛있는 반찬을 상다리가 부러지게 한상을 가득히 차려놓아도 밥이 없으면 앙꼬없는 붕어빵과 같지요. 쌀밥은 반찬이 많아야 제맛이 나요. 보리밥은 열무김치 하나라도 뚝딱 먹지만 쌀밥은 그렇게 소탈하지가 않아서 반찬이 꽤 있어야 쌀밥의 맛이 납니다.쌀 농사도 보리 농사와는 다르지요. 모내기를 해야하고, 논에 물이 마르지않게 대줘야합니다. 다른 곡식에 비해서 손도 많이가고, 시간도 많이 듭니다. 쌀은 땀과 노력의 귀한 열매이기 때문에 밥 한톨도 버리면 안된다는 걸 명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