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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루바? 자메이카? 바하마? 버뮤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보트 레스토랑 파일로트(Pilot),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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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브루클린 하이츠에 산지 17년이 되어간다. 맨해튼 컬럼비아대 인근 고층 아파트가 빽빽한 동네를 떠나 타운하우스가 많은 시골같은 동네라 정감이 갔다. 이사한 첫 가을엔 선셋을 보려고 샴페인 들고 브루클린 프로미나드(Brooklyn Promenade)로 가는 호들갑을 떨기도 했다. 2010년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Brooklyn Bridge Park) 오픈 이전에는 화물, 짐짝들이 널부러져 있는 황량한 피어(부두)들이 둥둥 떠 있었다. 브루클린 프로미나드에서 피어를 내려다보 것이 사실은 흉칙했다. 2009년 첼시의 공중철도를 개조한 공원 하이라인(High Line)을 마냥 부러워하던 중 브루클린 브리지 피어1이 문을 열며 녹슨 부둣가는 로어맨해튼이 스펙터클하게 들어오는 강변의 산책로와 언덕으로 변신했다. 브루클린 하이츠 주민으로서는 집 근처에 공원을 선물받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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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 3, Brooklyn Bridge Park

 

2010년 정원과 비치발리볼 코트가 마련된 피어 6, 2012년엔 축구장, 피크닉 테이블이 있는 피어5가 선보였고, 이후 선착장과 바비큐 시설이 추가됐다. 이어 2014년엔 각종 구기 스포츠와 롤러스케이팅에서 그네까지 마련된 피어2가 공개됐고, 피어 4엔 미니 비치가 조성됐다. 그리고, 2008년엔 아늑한 잔디밭으로 꾸며진 피어3가 개방됐다. 오랫동안 눈의 가시였던 브루클린 브리지 옆 피어들이 하나씩, 둘씩... 여섯곳이 모두 변신한 것이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는 이제 뉴욕의 파라다이스가 되었다. 하이라인처럼 여행자들로 빽빽하고, 주변 럭셔리 콘도 공사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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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r 5, Brooklyn Bridge Park

 

지난 여름 뉴욕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공원과 공원을 누볐다.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에서는 피어를 빙빙 도는 것이 루트가 되었다. 공원의 가장 서편에 자리한 피어6는 루트에서 클라이맥스가 됐다. 세일보트(범선/帆船)을 개조한 레스토랑 파일로트(Pilot) 덕분이다. 한여름 오후 시티바이크를 달리면서 파일로트 옆을 지나칠 때면 레게 가수 밥 말리(Bob Marley)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톰 크루즈가 바텐더로 나오는 영화 '칵테일(Cocktail, 2012)'의 자메이카 휴양지 장면과 비치 보이스(Beach Boys)의 주제가 '코코모(Kokomo)'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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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로트의 럼 칵테일 '퍼머넌트 베이케이션' 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아루바, 자메이카, 오 당신을 데려가고 싶어요

버뮤다, 바하마, 아름다운 여인이여

키 라르고, 몬테고, 연인이여 자메이카로 갈까요

플로리다 키에서 떨어진 곳에 코코모라는 섬이 있어요...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엔 파일로트가 있지요)"

 

"Aruba, Jamaica, oh I want to take ya

Bermuda, Bahama, come on pretty mama

Key Largo, Montego, baby why don't we go, Jamaica

Off the Florida Keys, there's a place called Kokomo..."

-Beach Boys- 

 

*The Beach Boys - Kok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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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와 엘리자베스 슈 주연 '칵테일', 짐 자무쉬 감독의 '영원한 휴가'.

 

비행기 타지 않고, 카리브해의 한 휴양지에 가있는듯한 느낌의 세일보트, 그러나 라스베가스 호텔의 곤돌라같은 인공성이 거세된 보트 레스토랑이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이 병풍으로 펼쳐진 풍경이다. 이국적이면서도 친근성이라는 아이러니가 파일로트에 있다. 늘 자전거로 지나치면서 칵테일 한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티바이크의 45분 라이드 규칙과 자전거 음주운전(?)이라는 부담 때문에 주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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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하지만, 일부러 집에서 파일로트까지 걸어가기에는 가깝다고할 수 없는 거리다. 미루고, 미루어 오다가 마침내 파일로트에 갈 기회를 찾았다. 브루클린 브리지 옆에서 펼쳐진 메이시 백화점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기에 좋은 장소 중의 하나인 파일로트에서 파티를 연다는 정보를 얻었다. 맙소사, 티켓이 무려 $375-$450(*$800-$1,000에서 내려간 가격이라고.)에 달했다. 인근의 포르니노 피자리아, 브루클린 브리지 호텔까지 모두 '메뚜기 한철' 대목 잡는데 몰두한듯 했다. 꿩 대신 닭. 대신 전날 파일로트에서 '불꽃놀이'는 없지만, 이국 정취를 느낄 수는 있을 것 같아 7월 3일 저녁으로 예약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불가능했다. 뉴요커들이 퇴근 후, 선셋을 보기 좋은 시간대이므로. 9시로 예약을 했는데, 당일 오후에 8시 30분 자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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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앞의 바비큐 페닌슐라 테이블. Pier 5, Brooklyn Bridge Park

 

파일로트에서 저녁을 먹기엔 너무 늦을 것 같고, 랍스터롤의 맛도 장담할 수 없었다. 랍스터엔 인색하고, 대신 마요네즈와 셀러리로 버무린 랍스터롤이 아닐까? 랍스터롤의 핵심은 랍스터와 마요네즈의 비율이다. 공원으로 내려가서 브루클린 브리지 다리 아래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루크네 랍스터(Luke's Lobster)에서 랍스터롤과 테이스트 오브 메인(미니 랍스터롤, 슈림프롤, 크랩롤)을 테이크아웃해서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피어5의 선착장 인근 바비큐 페닌슐라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랍스터롤로 허기를 채웠다. 바비큐를 활활 굽는 남자,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으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 미국의 생일, 독립기념일 전야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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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마침내 해가 떨어질 무렵, 우리도 파일로트를 탔다. 여느 유원지 식당처럼 파일로트에는 선입견이 있었다. 음식은 별로고, 값은 비싸고, 서비스는 나쁘고, 시끄럽고... 하지만, 네가지 선입견이 모두 무너졌다. 메트르 디(maitre d')가 10분 일찍 나타난 우리를 오이스터 바석으로 마련해주었다. 테이블보다 배의 머릿부분에 가까운 오이스터 바는 대리석 카운터에 무엇보다도 나란히 앉아서 맨해튼을 볼 수 있는 파노라마 전망이 압권이었다. 다양한 오이스터를 까는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무표정한 그의 모습에서 힘겨운 노동이 짐작되었다. 줄무늬 티로 선원 분위기를 낸 우리의 예쁜 웨이트레스는 상냥하고, 주의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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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A Late Night Dinner with Cocktail at Pilot, Brooklyn Bridge Park

 

IMG_9167.jpg# 칵테일  Permanent Vacation

짐 자무쉬(Jim Jarmusch) 감독의 영화 제목을 딴듯한 칵테일 '영원한 휴가'에 끌렸다. 자메이칸/가이아나/마르티니크 럼주을 섞고, 파인애플, 오렌지, 너트멕을 추가한 녹색 칵테일. 럼주의 향미에 달착지근, 스모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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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체 Ceviche

페루의 대표요리 세비체는 라임 소스를 친 사시미 샐러드. 롱아일랜드 몬탁에서 잡은 씨브림(sea bream, 도미과)에 토마토 대신 토마티요(tomatillo), 양파 대신 샬롯, 하바네로 고추, 그리고 마크루트 라임 등 식재료가 고급스러운 인상이다. 도미보다는 광어의 맛이었는데, 싱싱하고, 시큼한 라임 소스가 식욕을 다시 돋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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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랍스터 마카로니 & 치즈 Lobster Macaroni and Cheese

루크네 랍스터롤과 미니롤(랍스터, 새우, 크랩)을 먹고, 또 랍스터 메들리/ 밀가루보다 맛도 좋고, 건강하다는 세몰리나 파스타에 데친 랍스터, 그루예르 치즈, 숙성된 체다 치즈를 넣고 구운 후 알레포 고추가루와 부추 토핑을 올렸다. 싱싱한 랍스터에 2가지 종류 치즈가 깊은 맛을 더해주며, 고추가루와 부추가 액센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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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대낮에 84도에 달하며 습했던 기온이 해진 후 파일로트 위에서는 강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서 쾌적했다.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해는 사라지고, 로어맨해튼의 검은 빌딩들이 불빛을 발하면서 자메이카 꿈에서 깨어나라고 종용하는 것 같았다. 크루즈와 작은 요트, 이스트 페리가 오가는 가운데, 정박한 파일로트는 심하게 요동을 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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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파일로트 레스토랑의 대표 세일링광 알렉스와 마일스 핀커스(Alex & Miles Pincus) 형제는 1924년에 제조된 경주용 범선 파일로트를 구입해 개조했다. 이들은 허드슨강변 피어 25에도 보트 레스토랑 '그랜드 뱅크스(Grand Banks)'와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아일랜드 오이스터(Island Oyster)'도 운영하며 뉴욕에 강변 레스토랑 붐을 일으킨 인물들이다. 뉴올리언스의 호텔과 레스토랑 사업가문 출신인 알렉스는 컬럼비아대 건축과를 졸업했고, 마일스는 세일보트에서 수련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토는 "우리가 멋지고, 기분 좋게 생각하는 것을 한다"고. 파일로트의 음식, 데코, 서비스가 만족스러운 것도 이 철학이 깔렸기 때문인듯 하다.

 

PILOT

Pier 6, Brooklyn Bridge Park

Brooklyn, NY 

https://pilotbrooklyn.com

 

 

*브루클린 브리지를 즐기는 2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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